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32)
“폭행 사건에 관련해서는 집행유예 및 벌금형 수준에서 어떻게든 마무리할 수 있겠지만, 작위의 강등이 뒤따를 수도 있습니다.”
“가, 강등이라니, 그게 무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할버트.
하지만 조사관의 표정은 여전히 찡그려져 있었다.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세율은 뭡니까? 그리고 도둑이 들었다는 건 잘 알겠는데, 예산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출받은 돈을 유흥주점과 도박장에 사용한 것은…….”
가주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저질렀다면, 횡령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을 행위다.
“심지어 레덜린 가문에 지원한 금화 15,000닢이 마약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었더군요. 정말로 이 사실을 모르셨습니까?”
“당연하지!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로 지원하지 않았을 거다!”
“흐음, 정작 레덜린 가문에선 후작님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심지어 해당 관계자들 역시 후작님의 이름을 거론했습니다만…….”
“으, 음모다! 나는 마약 따위에……!”
계속되는 할버트의 반발에 조사관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영지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예산을 도박장과 유흥주점에서 탕진한 할버트. 게다가 막대한 빚으로 광산과 영지를 타 가문에 빼앗긴 그의 발언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일단, 마약에 대한 부분은 계속 조사하는 중이니, 얌전히 기다리고 계십시오.”
할버트는 중앙재판소 인근에 위치한 특별구치소에 수감되었다.
특별구치소는 혐의가 존재하는 귀족들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내부는 구치소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비치되어 있었으며, 식사 역시 고급 식당에서나 나올 법한 음식들로 대령되었다.
물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긴 했지만, 범죄 의혹이 존재하는 자에게는 관대한 처우라고 할 수 있겠지.
“크으, 웰포드 후작인 내가 왜 이런…….”
할버트는 주먹을 쥔 채 어깨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레덜린 자작가의 가주는 전대 웰포드 후작의 동생이다.
할버트에게는 작은아버지가 되는 존재였는데, 얼마 전,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이유가 설마 마약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니!
거기다 자신을 공범으로 몰아가려는 작은아버지의 행동에 할버트는 큰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쾅!
“제기랄, 그것들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그는 친척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욕설을 터트렸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가 취할 수 행동은 없었다. 단지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길 기도할 뿐.
그리고 특별구치소에 수감되고 사흘째가 되던 날, 할버트는 약간의 금단현상을 겪게 되었다.
식사와 잠자리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술과 도박 등의 유흥에 손을 댈 수 없게 된 탓일까?
그는 식사를 하면서도 손과 다리를 떠는 등, 온종일 초조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
그럼에도 시간은 지나갔고, 마침내 결판의 날이 찾아왔다.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7개의 판사석 중 가운데 좌석에 착석한 노인이 소란스러운 재판장을 침묵시켰다.
이틀 전에 진행된 레덜린 자작의 재판.
자작은 해당 재판에서 집행유예 5년과 금화 2,300닢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자작이 금일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할버트는 그를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봤다.
“저, 저는 웰포드 후작님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장부에서도 확인하셨겠지만, 마약을 생산하는 데 투입된 자금은 모두 웰포드 가문으로부터 조달을 받은 것입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자작의 발언에 할버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헛소리를……! 판사님, 저는 마약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 역시 저들의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란 말입니다! 레덜린 자작은 단기간에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서 제게 자금을 요청했고, 저는 영지를 매각해서 해당 자금을 마련해 레덜린 가문에게 빌려주었을 뿐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는 후작님께서 내리신 지시에 따라 움직인……!”
할버트와 레덜린 자작의 말다툼이 시작되자, 판사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망치를 두드렸다.
탕! 탕! 탕!
그 순간, 두 사람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사흘 전, 웰포드 가문의 식량창고에서 대량의 마약들이 확인되었습니다. 레덜린 자작령에서 생산된 마약과 동일한 것이 말이죠.”
“그, 그게 무슨…….”
“그리고 해당 마약이 수많은 도시들로 유통되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확인이 되었습니다만, 이 부분에 관해서 웰포드 가문 측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판사의 질문에 레덜린 자작은 무언가 안도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할버트는 판사를 향해 눈을 크게 떴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어째서 제 영지에 마약이……!”
“웰포드 가문이 관리하는 식량창고에서 확인된 것들입니다. 그러니 가주인 당신께서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아, 아니…….”
말문이 막혀 버린 할버트.
동시에 웰포드 저택의 금고에서 발견되었다는 장부가 증거물로 제출되었다.
“해당 장부에는 웰포드 가문에서 마약을 거래한 내역들이 기록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장부에 기록된 지역들을 찾아가 보니, 각종 창고로 등록된 곳에서 수많은 마약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 제가 작성한 장부가 아닙니다! 그런 장부는 본 적도 없단 말입니다! 게다가 그런 마약이 있었다면 대출 같은 걸……!”
판사는 장부의 내역을 할버트에게 보여주었다.
“웰포드 저택에 도둑이 들었다는 날부터 장부의 기록이 멈추어 있군요. 그리고 레덜린 가문에 자금을 지원해 준 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내역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할버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누, 누군가가 나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 장부는 본 적도 없다고!”
그는 기어코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내질렀다.
“누군가라 함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죠?”
“당연히 베리엘드 공작가겠지! 레덜린 자작은 그들에게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후작이 유흥주점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모습과 도박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녹화구 역시 증거물로 제출되었습니다만?”
“뭐, 뭣이?”
판사는 해당 자료들을 공개했다.
1~20m 거리에서 할버트를 촬영한 익명의 제보자.
그에 할버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보자는 당신의 만행을 촬영하여 황실에 고발하려 했었다고 하더군요. 먼저,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후작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칩으로 교환하고, 게임에 얼마나 큰돈을 걸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할버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모든 반론을 예상하듯 준비된 증거물들. 자신이 무슨 말을 꺼내도 판사는 무죄를 인정해 주지 않겠지.
“이상으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웰포드 후작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하겠습니다. 또한, 제국법 제36조에 따라 마약을 대량으로 생산, 유통시킨 것에 대하여 징역 20년을 선고하며, 제국법 제71조 제1항에 따라 영주로서의 자격과 자질이 의심되는바, 황제 폐하께 웰포드 가문의 영지를 몰수하고, 할버트 T 웰포드 후작의 작위 박탈에 대해 강력히 요청할 것을 선언하겠습니다.”
귀족에게 처벌을 가할 수 있는 사법부.
그러나 영지와 작위의 건을 황족의 허가 없이 함부로 결정하는 것은 효력도 없거니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과거 이자벨라 일행의 작위 박탈은 황태자, 레갈루스의 허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쉽게도 금일 특별판사는 아무도 없었다.
한편, 판사의 선언과 동시에 참관석이 소란스러워졌다.
“웰포드 후작에게 후계자가 있었던가?”
“후작에게 징역 23년이라니……. 특종이다!”
“이, 이러다가 정말로 웰포드 가문이 사라지는 거 아니야?”
그나마 작위 강등에서 끝난다면, 할버트는 동부지방의 특별감옥에 수감된다.
일반 범죄자들보다 편안한 취침과 풍족한 식사가 가능하며, 가벼운 운동 수준의 징역을 수행하는 범죄 귀족들을 수감하는 감옥.
평민들의 눈에는 휴가를 갔다 오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
반면, 작위가 박탈된다면 어떻게 될까? 마약을 생산, 유통시킨 것으로부터 분명 끔찍한 경험을 겪게 될 것이다.
털썩.
“나, 나는 할버트 T 웰포드…… 웰포드 가문의 가주다. 그런데…… 내가 이런…….”
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그리 중얼거렸다.
이내, 탈색된 얼굴로 정신을 잃은 할버트.
기자들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다음 날, 아침 신문에는 쓰러진 할버트의 모습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특보!) 할버트 T 웰포드 후작, 작위 박탈로 평민이 되다!] [황실, 웰포드 가문의 영지와 재산을 모두 몰수하여 피해자들을 구제할 것으로 밝히다.]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할버트 T 웰포드 전 후작, 곧 북부의 냉혈감옥 아델루스로 이송되어…….]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할버트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상당액의 보상금. 물리적, 재산적, 정신적인 피해 등을 고려해 산정된 보상금이 피해자 전원에게 지급되었다.
한편, 해당 기사를 접한 베리엘드 공작가의 제2 공녀, 케델리는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내, 서랍장에서 통신구를 꺼내 마나를 주입했다.
10초 정도가 지났을까?
통신구에 비친 가면의 여인.
“이걸로 빚을 갚은 거예요.”
-예, 물론입니다. 그럼, 평안하시길…….
툭.
여인은 본인이 할 말을 끝내고, 연락을 끊어 버렸다.
마나를 주입해도 통신구는 반응하지 않았다. 상대측에서 통신구를 깨부쉈다는 의미겠지.
“후우, 그 웰포드 가문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구나.”
제국이 건국됨과 동시에 오늘날까지 존재해 온 웰포드 가문. 깊은 역사를 품은 가문이 불과 1~2년 만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케델리는 가면의 여인이 누구인지,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지만,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깊게 알 필요는 없겠지.”
그녀가 따뜻한 차를 홀짝이던 그 시각, 할버트는 푸른색 죄수복을 입은 채 냉혈감옥에 수감되었다.
11089라는 번호를 부여받은 후, 수감실로 들어간 할버트.
“신입이다!”
할버트는 감옥에 들어선 순간부터 몸을 덜덜덜 떨어야 했다. 두려움과 공포가 아닌 맹렬한 추위 탓이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감옥의 내부온도는 10℃ 이하를 기록하였으며, 수감자들은 전부 가벼운 죄수복을 걸친 채 빈둥거리고 있었다.
“이야~ 오랜만에 들어온 신입이네?”
“어이, 바깥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냐?”
중년 수감자들이 할버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자 할버트는 눈을 부릅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뭐야, 어디 부잣집 도련님이셨나?”
“나는 할버트 T 웰포드 후작이다!”
할버트의 당당한 외침에 수감실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병사가 추가설명을 덧붙였다.
“정확히는 전 웰포드 후작님이시다. 영지를 엉망으로 만들고, 마약을 생산하면서 작위와 영지를 모두 몰수당하셨지.”
“그럼…… 평민이란 겁니까?”
한 수감자의 물음에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평민이다. 아니, 그보다 범죄자 새끼한테 평민이고 귀족이고가 어딨어?”
“아하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뿌드득!
“네놈들……. 이곳을 나가게 된다면 절대로……!”
할버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감자 한 명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쿠헥!”
주먹은 할버트의 복부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절대로…… 뭐?”
“네, 네 녀석…….”
할버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주먹을 휘두른 수감자를 노려봤다.
다부진 근육과 함께 2m의 신장을 가진 대머리 남성. 그가 할버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야.”
복도를 거닐던 병사의 부름에 대머리 수감자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 부르셨습니까?”
“죽지 않는 선에서……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다.”
“예, 염려 마십시오.”
대머리는 무릎으로 할버트의 얼굴을 타격했다.
퍼억!
“쿠헉……!”
“자아, 얘들아! 신입 교육 시간이다!”
수감생활을 함께할 다섯 명의 사내들이 할버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퍼퍼퍼퍽!
일방적인 구타에 몸을 움츠린 할버트.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면서 침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는 품속을 뒤적거리더니, 담뱃갑을 수감실 안으로 던졌다.
툭-
“……이게 뭡니까?”
대머리의 물음에 병사가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11,089번을 두들겨 팬 대가다. 방금처럼만 하면 매일 담배 한 갑이 지급될 테니까, 그렇게만 알아 둬.”
“오오오!”
감탄사를 터트린 수감자들. 담배 한 갑에는 20개비의 담배가 들어 있다.
수감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신난 얼굴로 11,089번, 할버트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죽기 직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녹화구를 통해 할버트의 수감생활을 지켜본 소피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죽이고 싶다는 마음도 꾹 참아내고 감옥으로 보내준 거니까,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아야 돼. 알겠지?”
할버트가 수감자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절망하는 모습은 정말로 기가 막힌 즐거움이었다.
또, 이자벨라 일행이 베리엘드 가문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 소피아는 통쾌함과 짜릿함을 느끼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잠시 뒤, 상쾌한 미소로 창밖을 내다본 소피아.
루벨리스는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천천히 보듬어 안아주었다.
“무슨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어?”
“그냥…… 드디어 모든 일이 끝났다는 기분이 들어서.”
소피아의 의미심장한 대답에 루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게 있어. 그보다도 얼른 보고 싶다. 우리 아기.”
소피아가 본인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루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와 입술을 겹쳤다.
233. 에필로그
대륙력 1295년 10월 17일.
스페이원 가문에서 새로운 가주가 탄생했다.
희대의 천재 마법사라 불린 케이네스 T 스페이원은 30대 중반의 나이로 제7 서클에 도달해 대륙 최강의 일각 중 한 명으로 손꼽히게 되었고, 동시에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대활약을 선보여 제국 역사에 영웅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렇게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56세가 된 케이네스는 아들에게 가주직을 물려주고,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대륙 최강의 마법사인 케이네스의 은퇴는 제국에게도 치명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황실은 케이네스가 마탑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주길 희망했으나, 케이네스는 황실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유의 몸을 선택했다.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었을 무렵.
파앗-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야?”
아르덴 백작저에 방문한 케이네스.
가주실의 테라스에 착지한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소피아를 바라봤다.
“슬슬 세계를 여행해 보려고. 네리스도 함께 세상을 둘러보기로 결정했어. 스페이원 가문은…… 애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장남이 가주직을 물려받은 뒤, 차남은 기사단장직을, 장녀는 재무관직을 임명받았다. 가문의 요직을 형제들이 모두 차지한 것이다.
또, 케이네스와 네리스의 진득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탓일까? 그들은 가문의 손익보다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우선하며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 녀석들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야. 네리스는 여전히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능력만큼은 가문의 모두가 인정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그렇구나.”
가주실로 들어가 소파에 걸터앉은 케이네스. 그는 제집인 마냥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자, 노디스 왕국에서 수입해 온 차야.”
“아, 고마워.”
탱글탱글한 피부에 찰랑이는 검은빛 머리카락.
50대 중년이라 볼 수 없는 케이네스의 외모에 소피아는 씁쓸히 웃어 보였다.
20대 청년이라 해도 믿을 만한 외모.
물론, 소피아 역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60대에 접어들고 70대가 된다면 점차 노화가 시작되겠지. 반면, 케이네스의 경우에는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으리라.
“요새 네리스가 여행에 푹 빠져서 말이야. 마침 나도 대륙 남부를 가 보고 싶었었고. 그러니, 대륙이랑 마계를 여행해 보고 돌아올게.”
소피아는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여전히 사랑으로 넘치는구나.”
“그건 누나랑 매형도 마찬가지잖아.”
“후우, 네 매형은 세실리아 걱정 때문에 난리도 아니야.”
세실리아는 루벨리스와 소피아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딸이다.
소피아의 깊은 한숨 소리에 케이네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실리아가 왜?”
“젊은 용병이랑 눈이 맞은 모양이라…….”
케이네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하하하……. 팔불출인 매형이라면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 막아서려 들겠네.”
“자신이 인정한 남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겠다나 뭐라나……. 에휴.”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젓는 소피아.
그녀는 연신 한숨을 토해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던 두 사람은 찻물을 홀짝이면서 1시간을 금세 흘려보냈다.
“이런, 벌써…….”
케이네스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가 보도록 할게. 매형한테는 안부 전해 줘.”
“그래, 그보다 언제쯤 돌아올 생각이니?”
“흐음……. 일단, 4년 동안은 황제 폐하의 탄신파티랑 신년 파티에 참석할 생각이야. 은퇴를 하긴 했어도 제국 귀족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그래.”
“자주 연락할게. 누나도 무슨 일 생기면 곧바로 나한테 연락해. 대륙의 반대편에 있더라도 순식간에 날아서 돌아올 테니까.”
소피아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너도 몸조심해.”
케이네스는 씨익 입꼬리를 올린 후, 테라스로 나섰다.
그리고…….
파앙!
파공음과 함께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뚜벅뚜벅.
천천히 테라스로 나간 소피아.
그녀는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잘 다녀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