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disciple of the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16
16화
[…보석수의 사체는 엄청난 가치를 갖는다. 그들의 피 한 방울부터 살점 한 조각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과거 저 끔찍하고도 역겨운 배드니커의 가주가 세 마리의 보석수를 토벌한 뒤, 그 부산물로 가문을 일으켜 세운 건 형제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보석수의 사체를 온전히 확보할 수만 있다면, 교의 부흥에 큰 밑거름이 될 터.
물론 보석수의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되지만, 철혈공 이후 17년간 누구도 토벌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단지 그들의 강함 때문만이 아니다.
이 신출귀몰한 생물의 소재를 그 누구도 특정하지 못해서다.
그러나 우리 교단은 형제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어느 보석수의 서식지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 보석수는 작은 산을 연상케 하는 크기와 푸르스름한 비늘, 뼈를 얼리는 냉기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교는 해당 보석수의 외형, 특징을 고려하여 그 이름을 [사파이어 스네이크]라 명명했다.
우리는 당초의 목적을 보류, 산맥의 거점을 이용해서 사파이어 스네이크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 도중 극염초라는 희귀한 영약을 발견하여 이것을 양산화하는 실험을 시작했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으나 얼마 안 가 난관에 봉착했다.
형제들도 잘 아는 방해꾼의 출현 때문이다.
우리는 이 방해꾼의 정체를 배드니커의 사냥개나 굿스프링의 백기사, 혹은 제국의 정예 레인저 중 하나로 판단-.]
나는 이쯤에서 아르잔의 말을 끊었다.
“집사.”
“예.”
“세 줄 요약 가능한가.”
그리 큰 쪽지도 아니었는데 뭐 그리 적힌 내용이 많은지.
내 요청에 아르잔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암흑교단은 아주 오래전부터 보석 산맥에 머무른 듯합니다. 보석수를 토벌하기 위해서요.”
“음?”
“왜 그러십니까?”
“아냐.”
나는 일순간 위화감을 느꼈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서 그렇다.
애초부터 보석 산맥은 금지이니 제국의 눈을 피하기도 안성맞춤일 터.
정황으로 보면 극염초를 이용한 실험도 산맥에 세운 기지에서 벌인 듯한데…….
‘잠깐만. 그럼 혹시 화마도?’
극염초를 먹고 폭주한 화마 또한 이놈들의 인체 실험의 결과물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 흑막이 교단이며,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것까지가 실험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곳 어딘가에 있는 놈들의 거점은 내 생각보다 규모가 클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놈들이 날 여기 끌어들인 이유는 뭐야?”
“추측이지만 아마 미끼로 삼을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미끼?”
“이 쪽지엔 방해꾼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만약 그자가 배드니커의 인물이라면 도련님을 미끼 삼아 꾀어낼 수 있다고 여겼겠지요.”
“흠. 나 같은 놈을 미끼로…….”
멍청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예 헛소리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시기의 내가 한심했던 것과 별개로, 철혈공의 혈육이라는 정체성은 부정할 수가 없다.
물론 그 대단하신 가주님께선 내가 죽기 직전까지도 손톱만큼의 관심도 주지 않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제삼자가 확인하기 힘들다.
나는 쪽지에서 시선을 떼고 지도를 보았다.
산맥을 그린 지도엔 생전 처음 보는 표시, 혹은 문양이 다수 그려져 있었는데, 어쩐지 그 모양새가 불길하다.
“이거, 그거 맞지?”
“예. 마왕의 문양입니다.”
새빨간 달처럼 생긴 문양.
핏빛 달의 마왕, 하덴아이하르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문제는 문양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고…….
더 문제는 포진이 되어 있는 장소다.
나는 한참을 뚫어지게 지도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이 근처인 것 같지?”
“예.”
“음.”
비슷한 대화가 오갔지만, 이번엔 침음이 추가됐다.
사방이 마왕의 문양으로 포위된 상황.
이쯤 되면 적군 한복판에 던져진 거랑 다를 바가 없다.
‘오셀, 이 개새끼…….’
아마도 그놈은 이곳에서 우리를 처리한 뒤 기지에 들르거나, 동료와 접선할 생각이었던 듯하다.
게다가 또 하나의 문제.
“우리가 지나온 방향에도 문양이 있군.”
설마 문양의 위치를 실수로 박아 넣을 리는 없겠고, 자연스레 남은 가능성은 하나다.
우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오셀은 이미 은밀한 방식으로 동료와의 소통을 마친 것.
즉 퇴로조차 완전히 막힌 상황이란 뜻이다.
그뿐이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
“집사, 움직일 수 있겠어?”
“예.”
아르잔은 여전히 지치고 피곤해 보였지만, 나는 굳이 그 사실을 짚지 않았다.
설령 이 녀석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도 지금은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곧 주변에 있는 하덴아이하르의 추종자들이 위화감을 느끼고, 추적을 시작할 테니까.
* * *
지금이 밤이라 다행이다.
당연하지만 어두컴컴한 환경은 추적자보다 도주자에게 더 유리해서 그렇다.
다소 요란스럽게 움직여도 밤의 장막이 흔적을 충분히 가려 줄 터.
반대로 말하면, 날이 밝기 전까지는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나는 다시 한번 지도를 펼쳐 보았다.
포위하듯 사방을 에워싼 마왕의 문양을 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뜻밖의 행운으로 내공을 확보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숫자의 교인敎人을 상대하는 건 무리다.
어떻게든 전투를 피하며 산맥을 벗어나는 게 최선이란 뜻인데…….
핏-!
염병, 벌써?
나와 아르잔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싸늘한 투사체가 정수리 끝을 스쳤고.
직후, 전방에서 새까만 옷을 입은 암살자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치상 내가 두 놈을 맡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지면을 박차며 가까운 암살자의 낯짝에 냅다 주먹부터 꽂았다.
“큭…….”
암살자가 얼굴을 부여잡으며 주춤 물러난 사이 연격을 준비한다. 놈의 머리를 단단히 잡은 다음 무릎 차기를 날린 것.
빠각, 두개골이 박살 나는 감촉이 느껴진 순간, 뒤에 있던 놈이 재차 단검을 날렸다.
이 새끼들의 공격 수단은 단검 투척밖에 없는 건가?
나는 축 늘어진 암살자를 잠시 방패로 삼은 다음, 상대의 공격이 끝난 직후 내던졌다.
“……!”
암살자가 급히 동료의 시체를 피했고, 그 틈에 나는 좌장을 내질렀다.
화륵!
뻗어나간 화륜이 암살자에게 작렬했다.
신속하게 사용한 초식이라 위력이 크지는 않다. 상대를 태우기는커녕 화상을 입히기도 애매한 화력.
하지만 암살자의 주의를 잠시 흩뜨린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암살자가 불을 털어낼 동안 거리를 좁힌 다음 복부를 후려쳤다.
꽈앙!
포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암살자의 몸이 직선으로 날아갔다.
너무 요란했나 싶었지만.
그보다 신속하게 상대를 처리하는 게 더 우선이라 판단했다.
“벌써 발각당한 걸까요?”
어느새 다가온 아르잔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새하얀 얼굴에 피가 묻어 있어서, 내 볼을 툭툭 두드렸다.
아르잔이 멈칫하더니, 한 박자 늦게 이해하고 얼굴을 닦았다.
“그건 아니고. 아마도 정찰병인 것 같은데.”
만약 진짜 추적자였다면 더 강한 놈들을 보냈을 거다.
오셀이 죽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을 테니까.
“서두르시죠, 도련님. 조용한 싸움은 아니었으니 곧 적이 더 몰려올 겁니다.”
“…….”
“도련님?”
아르잔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 나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나는 지금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품에서 지도를 꺼내 펼친 다음 아르잔에게 보여 줬다.
“딱 한 곳 빈틈이 있어.”
“예?”
“잘 봐.”
아르잔은 내가 가리킨 곳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확실히, 이쪽 진로를 택하면 교단의 포위를 벗어날 수 있겠군요.”
“그래. 한 가지 문제가 있지만.”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서, 이 진로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 줬다.
“집사는 이 문양이 어떻게 보이지?”
“도마뱀? 혹은 뱀으로… 아.”
아르잔의 표정도 굳었다.
그제야 왜 이 방향에만 포위망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지 깨달은 거다.
뱀.
사파이어 스네이크.
즉 보석수.
“선택하자고, 집사.”
나는 아르잔을 보며 말했다.
“교단과 끝을 볼지, 아니면 보석수와 싸울지.”
이쪽 길을 택하면 보석수와 부딪친다.
* * *
교단을 피하려다 보석수와 맞닥뜨리는 게 과연 맞는 판단일까?
늑대를 피하려다 사자와 싸우는 꼴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양쪽 다 리스크는 엇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러한 선택은 신중한 고민 끝에 결정해야 할 문제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한다는 뜻.
아르잔이 의아한 반응을 보인 건 그때였다.
“선택…….”
내가 선택이라는 말을 꺼낸 순간, 표정이 창백해진 것이다.
“제가, 선택을…….”
“집사?”
“보석수와 교단… 둘 다 전력 파악이 아직인데, 교단에 대한 정보를 조금만 더 파악한다면? 하지만 시간이…….”
“야.”
“또다시 내 선택으로 말미암아-.”
“정신 차려.”
내가 박수를 치며 말을 거니, 아르잔의 풀린 동공에 빛이 살짝 돌아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상태는 안 좋아 보였다.
어쩐지 내가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이 기폭제가 된 느낌이다.
“됐어. 집사한텐 의견만 물은 거니까. 어차피 결정은 내가 하려고 했어.”
나는 품에서 금화를 꺼냈다.
오셀한테서 뺏은 열두 개의 금화 중 한 녀석이었다.
“……?”
아르잔이 의아한 눈빛을 보낼 때, 나는 동전을 위로 튕겼고…….
팅-.
떨어지기 직전 손바닥으로 가렸다.
아르잔이 내 손등 위를 보며 물었다.
“뭘 하신 겁니까?”
“사자면 교단, 할배면 보석수다.”
나는 동전에 새겨진 그림을 입에 담았다.
사실 어느 쪽이 앞뒤인지 몰라서 부득이 금화에 새겨진 그림을 예로 들었다.
“그게 아니라, 설마 이토록 중요한 선택을 동전으로 결정하자는 뜻입니까?”
“말을 왜 그렇게 해. 그냥 골머리 썩여 봤자 답이 없으니 하늘에 맡기자는 거지.”
“같은 말씀인 게-.”
“그럼 달리 뾰족한 수가 있어?”
내가 되레 물으니 아르잔이 입을 닫았다.
“어차피 현시점에서 교단과 보석수,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 우리는 알 수가 없어. 그렇다고 이대로 어영부영 흐름에 맡기는 건 성미에 맞지도 않고.”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집사, 한 가지 가르쳐 주지. 때때로 이렇게 운빨에 기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
“자, 그럼. 확인 들어갑니다.”
나는 아르잔의 시선을 무시한 채 손등에 있을 동전을 확인했다.
멋들어진 수염을 기른 노인의 옆모습이 보였다.
“할배군.”
그럼 보석수인가?
당당하게 굴기는 했지만, 나도 속이 편하지는 않다.
어쩌면 이 선택으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아르잔이 말했다.
“크시누스 1세.”
“어?”
“금화 앞면에 새겨진 건 할배가 아니라 건국왕이신 크시누스 1세입니다.”
“…그렇구나.”
지식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