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disciple of the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잠깐 고민하던 샤를이 말했다.
“포인트는 최대한 아끼죠.”
그리고 부연하듯 덧붙인다.
“최상위권과의 격차를 좁힐 절호의 찬스입니다. 여기서 얼마나 많이 포인트를 아끼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릴 거예요”
미르는 샤를과 말 섞기조차 싫어하는 듯하고… 에반 또한 이 여자를 껄끄러워하는 게 느껴져서, 하는 수 없이 내가 대표로 물어봤다.
“정확히 얼마나 아끼자는 건데?”
“물만 네 병 챙기죠. 한 사람당 하나씩 가지는 걸로.”
“음…….”
“사실 식수를 조달할 수 있는 샘물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포인트도 아낄 수 있겠지만…….”
샤를이 나를 보며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나비의 숲의 지리에 대해 아시나요?”
헥토르에게 대하는 태도와는 천지 차이라서 아예 까먹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래도 날 배드니커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한가 보다.
“몰라.”
물론 그런 것과 관계없이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내 말에 샤를이 ‘그럴 줄 알았어요.’ 하는 시선을 보내더니 말을 이었다.
“어쨌든 상황이 이러니 물은 꼭 필요한데, 이외에 꼭 필요한 건 없어요. 하루 정도는 굶어도 괜찮으니 먹을 것도 안 챙겨도 되고, 그렇다고 몇 날 며칠 묵을 것도 아니니 텐트나 램프 같은 것도 필요 없고.”
“붕대나 포션은?”
“안 다치면 되죠.”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반대하겠다!”
미르가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샤를의 이마에 힘줄이 불끈 돋아났다.
“…근거는요?”
“너는 사냥을 너무 얕보고 있다! 고작 하룻밤 만에 질 좋은 사냥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나? 절대 불가능해!”
‘오호.’
단순히 반발심 때문에 반대부터 하고 보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제대로 된 근거를 갖췄구만.
미르가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교관들은 시험 기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
샤를의 표정이 살짝 굳었는데, 나도 이번엔 같이 놀라고 말았다.
설마 미르가 저 점을 캐치할 줄이야.
말투가 이상해서 그렇지, 저 녀석 실은 머리 좋은 거 아니야?
미르의 말대로다.
이번 특별 시험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시험이 치러지는 기간은 물론이고, 포인트를 책정하는 방식도 공개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시험을 통해 최대 몇이나 되는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느냐인데…….
이 시험은 조별 시험이니, 포인트의 득점 또한 조 단위로 이뤄질 터.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번 시험에서 1등을 하면 최소 50포인트 이상은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 봤자 조 기준으로는 1인당 12~13포인트 정도니, 아예 파격적인 점수는 아니지만.
“하루로는 턱도 없다! 이틀이건, 사흘이건, 우리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가장 위대한 사냥을 이뤄낸다! 그것이 1등 자리를 꿰찰 유일한 길이다!”
“하! 그러다 실패하면요?”
“어차피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두 번 다시 역전할 기회는 없어!”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이제 겨우 2주 차인데!”
“그만 싸워, 이것들아.”
샤를이 존댓말을 관두면 중재해야 한다.
나는 마음속의 법칙을 떠올리며 나섰다.
그러자 둘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쏠렸다.
“하! 그럼 조장의 의견을 들어 보지요! 이봐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그거 좋지! 금발 배드니커! 의견을 말해라!”
“그럼 둘 다 내 의견을 따를 거지?”
둘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내 답은 정해져 있었다.
“포인트는 아낄 거야. 샤를 말처럼 극단적이게 굴지는 않겠지만.”
그러자 두 녀석의 얼굴에 희비가 교차했다.
나는 급격히 시무룩해진 미르를 보며 말했다.
“미르야.”
“응?”
“네 말엔 대부분 동의하는데, 하나 간과한 점이 있단다.”
“그게 뭐냐?”
“시간.”
미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간?”
“교관진이 시간을 아무리 넉넉히 주든지 간에, 우리 조는 첫날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까지 복귀할 예정이야.”
“어째서지?”
나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난 누군가의 어록을 입에 담았다.
“제국 최강의 레인저- 하이드 우드잭이 나비의 숲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말을 남겼어.”
나는 카론이 있는 쪽을 잠시 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설령 일류 레인저라고 해도 나비의 숲에서 하루를 버티는 건 지난한 일일 것이다.’”
“…….”
“밤의 숲은 위험한 정도가 아니야. 하이드 경은 그곳을 지옥이라고 칭했어. 제국의 4대 금지 중 하나인 늪지대에서 머무는 그 사내가 말이야.”
“음…….”
“무조건 낮에 승부를 보고, 해가 지기 전에 복귀한다. 이게 우리 조의 절대 조건이야.”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미르와 샤를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알겠어요.”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둘 다 고집은 접을 줄 아는 녀석들이었다.
“그럼 오늘은 푹 자고 내일 보자고. 잘들 쉬어.”
* * *
새벽.
대다수의 영도가 곯아떨어진 그 시간에, 교관동의 회의실은 한낮처럼 밝고 소란스러웠다.
교관진 일동이 모여서 회의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새벽 뜀박질엔 낙오자가 없어졌소. 몇 놈은 뛰면서 잡담까지 나누더군. 슬슬 훈련 강도를 올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찬성합니다. 익숙함은 무엇보다 방심을 불러일으키니까요.”
“이론 수업은 생각보다 진도가 더딘 상황이에요. 당분간은 이 템포를 유지할까 싶습니다.”
“대련 결과는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겠지요?”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교육이란 존재할 수 없다. 개개인에겐 저마다 적성이란 게 존재하니까.
그러니 수련회의 교관들은 직접 본 영도들의 수준, 적성에 맞춰서 스케줄과 강도를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영도들은 모르겠지만, 사실상 교관 전원이 그들보다 훨씬 적게 쉬고 많이 일하고 있었다.
“자자. 잠시 주목해 주세요.”
그때 무예선생 후안이 박수를 치며 주의를 끌었다.
막 목소리를 높이고 있던 자들은 입을 닫으며 그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훈련 일정에 관한 토론은 나중에 하고, 우선은 영도에 관해 얘기해 보죠. 이번 기수는 전체적으로 어떤 것 같습니까?”
후안의 말에 교관진은 서로를 바라봤다. 먼저 입을 연 건 기사 교관 중 한 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역대급인 듯합니다. 가호식 직후의 수련회인 걸 감안해도 말입니다. 경험이 적은 건 나이 때문에 별수 없지만, 그게 무색할 만큼 적응이 빨라요.”
“이제 곧 2주일이긴 하지만, 아직 죽거나 크게 다친 영도가 없는 사실도 고무적입니다.”
“위대한 가문 출신치고는 말귀도 잘 알아먹는 것 같고요.”
전체적으로 호평이 나왔다.
겉으로는 영도들더러 밥버러지니, 멍청하다느니 폭언을 퍼부었지만, 사실 이번 기수의 재능은 교관진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후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 비슷한 감상인가 보네요. 저 또한 세 명에게만 영웅 자격을 줘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
“세 명이라…….”
생존선생이 턱수염을 쓸며 말했다.
“나도 영도 중 누가 그 자격을 획득할지는 미지수군. 한 명을 제외한다면 말이지.”
이 순간 주변에 있던 교관들은 동시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들을 대표해서 후안이 말했다.
“카론 우드잭 영도를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렇소. 카론이 보인 실력은 놀라운 수준이더군. 솔직히 말하면 해당 영도에게 본 수련회가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소.”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다른 대사범들도 한마디씩 덧붙였다.
“사냥 수업에선 가장 빨리 목표물의 흔적을 찾았고, 추적해서, 잡았습니다. 하이드 경의 아들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요.”
“새벽 뜀박질에선 한 번도 일등을 놓치지 않았고, 대련에서도 패한 적이 없소.”
“이론에 관해선 어설픈 부분이 많지만, 학구열만큼은 놀랍습니다. 쉬는 시간엔 부족한 부분을 집중해서 공부한다더군요.”
후안이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칼과 창, 단검, 도끼, 활……. 대부분의 무기를 다룰 줄 알고 그 숙련도도 수준급이었습니다.”
이어서 카론이 1위를 차지하는 게 거의 확정적일 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후안이 다시 말했다.
“카론 영도 이외엔 어떻습니까?”
“음… 역시 헥토르 배드니커와 세렌 굿스프링이겠지요.”
카론과 함께 가장 기대를 받았던 두 영도의 이름이었다.
“검술만큼은 헥토르 배드니커가 으뜸입니다. 단연 이번 기수 최강이에요.”
철혈공의 자식 중에서도 천재로 유명한 헥토르 배드니커는, 그 뛰어난 재능을 수련회에서도 어김없이 보여 주는 중이었다.
검술 이외로 돋보이는 점은 리더십이었는데, 콧대 높은 귀족들이 헥토르의 말엔 군말 없이 따른다고.
“세렌 굿스프링은… 여전히 수련회에 참가한 저의는 알 수 없지만, 그 재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가호의 숙련도가 있겠군요. 벌써 현역 영웅 못지않은 응용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교관진의 이목을 끌었던 이름이 연이어 호명됐다.
“류드 슈발리에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뛰어난 편이었소.”
“샤를 루비에타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지만, 조금 호전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수련 이전에 수양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칭찬받는 자가 있다면 그 반대도 있는 법.
뛰어난 기수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외에 브루노 해머, 쇼 그린우드, 에반 헬빈, 미르 자이언트……. 이들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음. 대체적으로 이종족들이 말썽이군요.”
수련회에 모인 건 인간만이 아니다.
위대한 가문 자체가 과거 대륙을 구한 영웅들의 피를 이은 것이니만큼, 당연히 그 종족의 가짓수도 다양한 것.
애초에 배드니커의 조상부터가 흑요정이다. 지금은 그 피가 좀 흐려졌지만.
“에반 헬빈…….”
후안이 입을 열었다.
평소보다 입가가 살짝 비틀린 채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인상이 조금 차갑게 변했다.
“재능도, 가호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가문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더군요. 레이븐 같은 쓰레기 무술을 연마하고 있다니.”
과하게 공격적인 어투에 생존선생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너무 심한 말씀 아닌가?”
“전혀 심하지 않습니다. 선생도 전패의 기사에 대한 소문은 들어 보셨을 텐데요?”
“…레이븐을 창시한 도즈 헬빈 경은, 물론 그 과정에서 전패의 굴욕을 겪었네. 그러나 본디 깨달음이란 승리할 때보다 패배할 때 더 많이 얻는 법. 나는 패배 속에서 탄생한 레이븐이 그런 취급을 받을 만큼 뒤떨어진 검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그러시군요.”
후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런데 무학에 있어선 선생보다 제가 더 전문적이지 않을까요?”
“…지금 내 무학이 자네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인가?”
생존선생이 목소리를 낮추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후안은 차가운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빙긋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말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른 법이지요.”
그러자 다른 자들이 그 말에 동조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각자의 특기에 대해선 존중해야 하오. 그 때문에 대사범이 열 명이나 있는 것 아니오?”
“소이몬드 교관, 후안 교관이 괜히 무예선생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게 아닙니다.”
“무예선생? 아, 도검선생이 있을 때는 감히 붙이지도 못했던 그 명함 말인가?”
“…….”
이 말에 후안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도검선생 칼자크는 말 그대로 후안의 천적이었다.
본가에 있을 땐 실질적으로 대사범이라는 직책을 대표하는 존재였고, 가주인 철혈공과의 사이도 가장 돈독했다.
후안의 입지가 커진 시기가 딱 도검선생이 행방불명된 시기와 맞물린다는 사실은 여러 의미로 의미심장하기도 했다.
어쨌건 둘의 언쟁 때문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냉각됐다.
그러나 생존선생은 분위기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쉽게 깨달았다.
이미 교관진 과반수가 무예선생 후안에게 넘어간 상태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루안 배드니커를 주목하고 있소.”
그때, 분위기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수렵선생 탄코였다.
그는 자신에게로 쏠리는 시선에도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했다.
“루안 배드니커라……?”
“확실히 특별 시험에선 두각을 드러냈지만…….”
“이후엔 딱히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는데.”
루안 배드니커는 새벽에 벌어졌던 마물 습격, 다시 말해 특별 시험에서 2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때 보여 줬던 활약이 인상 깊었기 때문에 몇몇 교관은 그를 주목했지만, 이후엔 별달리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오히려.
“내 수업은 좀 버거워하더군.”
“육체가 빈약한 편입니다. 냉정히 말하면 영도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에요.”
“그렇다는데요, 수렵선생?”
후안 또한 생존선생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이제는 탄코를 보았다.
“오히려 당신이 루안 영도를 편애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내가 편애를?”
“네. 대련 시간마다 루안 영도의 상대 역할을 자처하고, 그 이후엔 온갖 구실을 붙여 가며 가산점을 준다고요.”
탄코의 입가가 비틀렸다.
“온갖 구실이라……. 그리 떠드는 자의 수준도 알 만하군.”
“말씀이 좀 과하시군요.”
“과하지 않소. 오히려 내 안목을 무시한 자의 모욕이 도를 넘은 거지.”
“…….”
“명심하시오. 초원의 대전사는 전사를 평가하는 데 있어 거짓을 고하지 않소.”
탄코는 이런 남자였다.
대사범 대부분이 철혈공이 준 ‘대사범’이라는 직책에 가장 자부심을 가진 것과는 달리…….
이 남자가 가장 자신을 가지고 밝히는 신분은 초원의 대전사였다.
후안은 그러한 태도에서 약간의 껄끄러움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녁 대련은 당신의 영역이니 참견하지 않지요. 하지만 이 이상 포인트를 함부로 주는 건 용납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다행히 탄코는 대부분의 경우에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는 편이었다.
너그러워서는 아니고, 그냥 불필요한 언쟁을 빚는 걸 귀찮아하는 성미기 때문이었다.
후안은 잠깐 침묵하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질문했다.
“혹시 교관 중에서, 루안 영도에게 주목한 분 있습니까?”
“…….”
“…….”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후안의 말에는 다짜고짜 반대표부터 던지고 싶은 생존선생조차 이번엔 침묵을 지켰다.
후안이 다시 탄코를 보며 말했다.
“선생, 솔직히 말하면 나도 루안 영도에 관해선 별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 루안 영도의 경우엔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죠. 이곳에 있는 분들 모두가… 보검판매상에 관한 소문은 들었을 테니까요.”
“소문이라. 그렇다면 루안 배드니커가 헥토르 배드니커를 꺾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소?”
그러자 후안이 살짝 웃었다.
“그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걸요. 대부분이 헥토르가 막냇동생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일부러 패배한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말을 길게 하는군. 그럼 다른 질문을 하겠소. 당신네들이 진행한 수업 중에서, 그 종류가 무엇이 됐건- 루안 배드니커가 낙제를 받은 과목이 한 개라도 있소?”
“이상한 질문을 하는군요. 이곳에 대체 몇 명의 전문가가 모였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처음에 설명했듯, 수련회에서 채점하는 과목은 총 네 개지만 그것은 큰 틀에서 말했던 것이고 세부적으로는 훨씬 복잡하게 분류되어 있다.
당장 생존이라는 과목 내에서도 식량 감별 및 조달, 지형과 지리 정보, 암행과 은신법까지 다양하게 분류된다.
그러니 배드니커의 수련회에서 ‘만점’이란 성적은 있을 수 없다.
이미 영도 수준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카론조차 적성에 맞지 않는 과목에선 어설픈 부분을 보였다.
수련회엔 제국 굴지의 전문가가 모였고, 그들이 가르치는 과목의 다양성- 그리고 깊이는 제도에 있는 아카데미 이상이다.
즉 이번 수련회에서 두세 개 이상의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
그러나 후안의 말에 대꾸하는 교관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 또한 당황스러운지, 서로를 바라봤다.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을 때, 탄코가 말을 이었다.
“당신들이 말한 것처럼 루안 배드니커의 육체 능력은 영도 중에서도 하위권이요. 하지만 그 어떤 과목에도 낙오하지 않았지.”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딱히 없소. 처음에 했던 질문에 대한 대꾸였을 뿐.”
탄코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하지만 얘기가 나온 김에 더 말하지. 나는 루안 배드니커가 2차 특별 시험에서 1위를 할 것 같소.”
탄코의 선언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허언을 하지 않는 남자의 발언이다.
그 말의 무게 때문에, 여태껏 루안을 가르쳤던 교관들도 그 금발 배드니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렇습니까? 저 또한 이번 2차 시험에선 이변이 일어날 거라 예상합니다만, 선생과는 방향성이 다르군요.”
후안은 그 흐름에 전혀 휩쓸리지 않은 채 말했다.
“당신 생각은 어떻기에.”
“1차 시험에선 뜻밖에 한 명도 죽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분명 예상 밖의 일이었는데, 그렇다면 2차 시험에서도 상정하지 못한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건 없겠지요.”
“그게 무슨…….”
후안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번 2차 시험에서 영도 절반은 죽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