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폭로
티플이 떠나간 자리.
멤버들은 단체로 곡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서하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유소 앞 풍선처럼 스르르 쓰러졌다.
“와, 나 진짜 너무 떨려.”
“나도 심장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어.”
“형, 저는 등급 평가 다시 하는 기분이었어용….”
워낙 바쁜 분들이다 보니 연습실에 오래 계시지는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혼을 쏙 빼놓고 가셨다.
사실 그냥 자체 콘텐츠용 리얼리티에 훈훈한 그림 몇 개 뽑아가려 진행한 촬영 같았으나,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다 보니 맨 정신일 수가 없었다.
특히, 티플의 메인 댄서 성지후가 툭 던졌던 그 말.
‘잘 춘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티플의 메인 댄서가 나더러 춤을 잘 춘다는데.
자꾸만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바로 그때, 지나가던 차성빈이 깔깔대며 말을 얹었다.
“야, 그렇게 좋냐? 입이 귀에 걸렸어, 아주.”
“저 진짜… 성지후 선배님 팬이에요.”
잘 춘다…. 잘 춘다…. 잘 춘다….
방금 그 발언, 녹음해서 가보로 삼을 걸 그랬나.
“더블즈 입사할 때도 티플 노래로 오디션 봤거든요.”
“어쩐지, 애가 거의 쓰러질 것 같더라.”
아직까지도 심장이 빨리 뛰고 있는 걸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쟤는 또 왜 저래? 야, 이안아…?”
티플 가정방문의 피해자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롤모델이 티플의 최연우라던 이안 형은 세상 심각한 얼굴로 이마를 짚고 있었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너 오늘 컨디션 좋았다니까.”
“손을 달달 떨었어….”
사실 나도 그랬는데.
남 일 같지 않아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우리를 보며 진세현은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었다.
“에이, 어차피 같은 소속사라 자주 만날걸.”
“더 무서워….”
“보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거기에 차성빈이 해맑게 말을 얹었다.
“그래. 티플도 사람이야~ 사람~.”
“선배님들은 사람이시죠. 저희는 외계인이고.”
“서한이 너도 그 컨셉에 은근히 진심이구나…?”
그렇게 별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진세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왜 그래요?”
진세현이 자세를 바로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어?”
“서한아, 이리 와봐.”
“네?”
진세현의 심각한 표정에 침을 꼴깍 삼켰다.
서칭왕 진세현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와 다급하게 덧붙인 한마디.
그 발언 뭐야.
금방이라도 뭐 터질 것 같은 그 발언 뭐냐고.
아니나 다를까.
무언가 거대한 것이 하나 터져있었다.
이게 뭐야.
“강지혁… 짹짹 비계 논란?”
* * *
더코어의 리더가 사생과 친목을 하다가 걸렸다.
실장한테 엄청나게 깨지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이 이슈를 덮어야만 했다.
‘나머지는 나중에 얘기하고, 우선 수습부터 하자.’
명품 시계를 선물한 팬한테는 사과 및 적절한 배상과 함께 입단속을 시켜놓았다.
며칠에 걸쳐 개인적으로 연락하던 다른 사생 홈마들과도 대화를 마무리했다.
회사에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폭로가 터져버렸다.
류 @ryujk38_2
강지혁 비계(비밀 계정) 찾아낸 듯
말투도 똑같은데 미공개 사진까지 올라와 있어
이거 빼박이지?
[사진]└미친 빼박인데?
└어그로 아니고 찐이야?
└어 어 어 나 지금 너무 충격이야 저거 합성 아니지????
└합성 아닌 거 같냐 왜…
처음에는 합성 사진이 아니냐는 말이 먼저 돌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해당 게시글을 봤다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여론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강지혁 짹짹 폭로 찐이야? 나 지금 보는데 이게 맞다면 2017년도 남돌 최대 병크임
└왜? 몬 내용이야
└타 그룹 아이돌 욕, 사생 친목, 컨셉 스포 고루고루 개지랄 해놓으심
└???
└이거 어쩌다 털린 거임
혼란이 과중되는 와중에, 먼저 글을 올렸던 작성자가 다시금 등장했다.
류 @ryujk38_2
저한테 사생이냐고 묻지 마세요
저도 정말 우연히 알게 된 거거든요 ㅋㅋㅋ
주말 오후에 한가롭게 뻘글이나 올리고 있는데 알람이 울렸다니까? 웬 자물쇠계정이 내 글에 좋아요를 누름 근데 그 계정 아이디가 너무 익숙한 거….(타래로 계속)
└어디서 봤나 한참을 고민했는데 강지혁 롤 아이디였음 ㅋㅋㅋ 여기서 이미 나한테 계정 걸린거고 비계를 털어보려 다짐한거임 이건 내 잘못이고 음습한 거는 인정하는데요….
└저는 머릿속이 꽃밭인 사람이라 지혁이가 팬 계정 팔로하고 좋아요 누르고 다닐 줄 알았어요
상상한 가장 최악의 가정도 비계로 연애하다가 걸려서 연애설 터지는 거? 근데 홈마들이랑 친목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함
└지혁아 컴백 한 달 전에 뮤비 의상이랑 컨셉까지 특정 홈마들한테 스포하는 건 선 넘은 거 아니니 사생 아닌 팬들은 팬도 아니야?
└저도 증거 찾느라 시간 좀 걸렸구요 지금 계정 날아갔는데 어차피 제가 다 캡쳐 따놨어요
└지금 다시 보는데 모 그룹 멤버 욕이 겁나 많네;; 이거 뭐야
짹짹을 잘 모르는 레이가 이것저것 만지는 와중에 몇몇 팬 계정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버렸고, 당사자에게 알람이 갔다.
자물쇠로 잠겨있는 비밀계정이 현시점 밝혀져 있던 강지혁의 모 게임 아이디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눈치챈 팬이 비계를 털면서 이 사태가 났다.
그렇게 공개된 캡처 속 사진에는 논란될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3twi @ooQbee24
촬영 중 [사진]
뒤는 세트장 ㅎㅎ
세트장과 의상을 미리 스포한 것은 약과인 수준이었다.
스타프 파이널 직전, 몇 달 전에 올라온 글은 한층 더 가관이었다.
3twi @ooQbee24
금요일이네 ㅋㅋ 설마 다들 스타프 보는 거 아니겠지?
└뭐야 ㅋㅋㅋ 질투해?
└질투하는 건 아님 ㅎㅎ 난 딱 한 명만 데뷔 안 하면 돼
└?? 누군데?
└ㅅㅇㅇ
└왜? 무슨 사인데?
└걔 KJ 연습생 출신이요 ㅎㅎ 내 눈만 마주치면 살살 기었음 ㅋㅋ
3twi @ooQbee24
다른 건 몰라도 ㅅㅇㅇ이 노래 잘 부른다는 건 좀;;
TBN 후보정 많이 하네
└원래 노래 못 해?
└실력이 안되니까 데뷔조도 못 들고 방출된 거 ㅎ
당연히 커뮤니티는 곧 발칵 뒤집혔다.
[더코어 ㄱㅈㅎ 비계 터진 거 봤어?]강지혁이 욕하는 ㅅㅇㅇ이 스타더스트 서이안 맞아?
왜 저렇게 싫어해?
싫어하는 건 개인 감정이라 쳐도 비계에 저렇게 까는 게 맞나 ㄷㄷ
-서이안 맞음 KJ 출신에 스타프 출연자가 몇이나 된다고….
└초성 빼박
└ㅅㅂ 어디서 말라비틀어진 오징어다리 마냥 생긴 새끼가 우리 순두부를 까냐?
└ㅋㅋㅋㅋㅋㅋㅋ
└말라비틀어진 오징어 다리래 ㅋㅋㅋㅋㅋ 미친
└지금 내 주변 더스티들 다 개빡쳐있더라
-강지혁 실장픽이잖아 둘이 과거에 머 있었나본데
└아 ㅋㅋ 실장픽이라서 그 논란 터지니까 꼴이 받았던 거구만
└이거겠다
└근데 내 눈만 마주치면 살살 기었다는 게 뭐야? 강지혁이 서이안 괴롭힌 거임?
└이것도 킹리적갓심
└홈마들 앞에서 쎈 척 하고 싶었나;; 왜 저딴 말을 하는 지 이해가 안됨
└사실이든 아니든 깨는 건 맞고 사실이면 더 논란될듯
-와 근데 현역 남돌이 현역 남돌을 짹짹에서 저격… 놀랍다 내가 이래서 탈케이팝 하고 싶어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됨
└지금 너무 어지러워요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파이널 직전 서이안의 욕을 올린 것이 가장 문제였다.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강지혁이 실장픽이라는 찌라시가 돌았던 점과, 서이안이 KJ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 맞물리면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시발….”
이걸 어떻게 수습해?
“아아아악!”
강지혁은 노트북을 신경질적으로 덮으며 머리를 싸매었다.
수만 가지의 방향으로 골머리를 써봐도, 타파할 만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이미 더코어의 팬들 중 강지혁의 하차 요구를 하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사만 믿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이제 어쩔 건데….”
기다리고 있으라 해서, 마냥 자숙하고 있었다.
그런데, 굳게 믿고 있던 회사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질 않았다.
강지혁은 피가 날 정도로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안 되겠다.
“…만나봐야겠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 * *
스타더스트 숙소 앞.
리더 강시우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내일의 스케줄을 빠르게 체크했다.
“그러니까 내일 오전에 미니 앨범 회의가 있고, 오후에 자컨 촬영이니까…. 사이에 시간될 때 유이앱 라이브 한번 켜면 좋을 것 같아요.”
“어, 라이브는 말해둘게. 내일 회의는 8시 반이야, 알지?”
“네네.”
운전대를 잡은 이재윤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연습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멤버들이다.
“조심히 들어가고, 내일 7시 50분에 대기하고 있을게.”
“넵, 알겠습니다!”
“들어가 볼게용!”
드디어 숙소다.
오늘은 정말 하루종일 연습만 했다고.
서하임은 총알 마냥 뛰쳐나가 벤의 문을 닫았고, 서한은 그 뒤에서 좀비처럼 기어 나왔다.
“으으… 너무 피곤해.”
“빨리 들어가서 자자.”
서이안은 서한의 등을 토닥이며 숙소를 향해 몸을 돌렸다.
삭신이 쑤신 건 다들 매한가지였다. 곡소리가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와, 가서 뻗겠다.”
“저두요. 아이고….”
그렇게 투덜대며 나란히 숙소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어?
“뭐야.”
어둠 속에서 인영을 발견한 서한이 당황한 듯 멈춰 섰다.
이런 야심한 밤에 누가 숙소 앞에 서있으니 처음에는 사생인 줄 알고 놀란 탓이다.
그것도 잠시, 서한은 어둠 속 얼굴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강지혁?’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모자를 눌러 쓰고 있는 남자.
티 날 정도로 주변을 살피며 어슬렁대는 그림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강지혁이었다.
“……!”
그를 뒤늦게 발견한 서이안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강지혁이 모자를 들어 올리며 말을 뱉었다.
“어, 왔네.”
“어떻게 알고 온거야.”
“서이안, 대화 좀 하자.”
그렇게 친근하게 안부나 물을 사이는 아닐 텐데.
서이안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서한은 그 앞을 가로막으며 나섰다.
“뭐 하자는 거야, 지금?”
“형 좀 급하니까 비켜라, 서한아.”
“장난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험악한 분위기에 강시우가 중재를 위해 나서려던 참에, 강지혁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
“나 협박하러 온 거 아니야.”
“뭐?”
“싸우려고 온 것도 아니고.”
강지혁이 일그러진 얼굴로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의 시선이 서이안에게 꽂혔다.
“미안해.”
“…어?”
“내가 진짜 미안하다고. 서이안한테 사과하러 온 거야. 연습생 때 너한테 잘못한 거 다 인정하니까… 한 번만 봐줘.”
갑자기 사과를 한다고?
“뭐…뭐라고요?”
서이안은 그 자리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지난 2년간 수십 번 넘게 듣고 싶었던 강지혁의 사과였지만….
“나 비계 터졌는데… 너도 봤을 거 아냐. 내가 인정해, 너 데뷔하는 거 싫어서 욕한 거 맞는데… 근데 나 한 번만 살려주라.”
이딴 이유로 듣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다.
“너랑 친한 동생이어서 농담조로 말한 거라고 해명할 거니까, 한 번만 말 맞춰줘.”
“…….”
“내가 진짜 급해서 그래.”
강지혁은 초조한듯 마른 침을 삼키며 덧붙였다.
“너도 괜한 구설수에 다시 오르는 거 싫잖아. 뭐 좋은 일이라고 몇 년째 이 일이….”
“저기요.”
보다 못한 강시우가 말을 끊었다.
이게 말이냐, 망아지냐?
사람 새끼가 맞아?
뒤늦게 강지혁의 목적을 알아챈 서이안의 얼굴이 싸늘히 굳었다.
몇 년 만의 사과였다. 진정어린 사과였어도 화가 치밀었을 와중에, 이딴 말 같지도 않은 부탁을 하러 나를 찾아왔다고?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황당함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이라면 덜덜 떨었겠지만….
멤버들이 있는 앞에서는 희한하게도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
서이안은 구겨진 얼굴로 입을 떼었다.
“구질구질해.”
“뭐?”
강지혁의 눈이 당혹스러운 빛으로 물들었다.
서이안은 그런 강지혁을 향해 쐐기를 박았다.
“내 눈앞에서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