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37)
37화. 예고편
보컬 팀이 대기실로 돌아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마이크를 잡았다.
100명의 현장평가단이 무대 직후 투표를 마쳤으니, 남은 결과는 이제 심사위원들의 손에 달려있었다.
50대 50.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기에, 현장평가단의 온 신경은 이제 심사위원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무거우면서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 가장 먼저 가수 유빈이 운을 떼었다.
“방금 전 무대 어떻게 보셨어요?”
보컬 A팀의 선곡은 ‘첫 번째 고백.’
보컬 B팀의 선곡은 유민서 선생의 지적에도 ‘Hold me’를 유지했다. 유민서 선생의 걱정과는 다르게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한 무대였다.
한다원은 대본 카드를 손으로 톡톡 정리하며 대답했다.
“보컬 팀 무대….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양쪽 다 좋았죠.”
“한쪽이 실수를 했으면 흠잡을 데가 있으니까 평가가 쉬운데, 양쪽 팀 다 실수는 없었어요.”
“그렇죠. 그러면 이제 저희가 평가를 해야 할 부분이 어느 팀이 조금 더 잘했나, 인데. 우선 저는….”
유빈은 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을 끌었다.
“무대를 보기 전에 생기는 기대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네, 기대감.”
“저는 원래 B팀에 더 많은 기대를 했거든요.”
이하진 연습생의 실력에 대해 적잖이 기대했던 유빈이었다. 보컬로 검증되지 않은 도서한이야 유빈의 시야 밖에 있었다.
그렇지만, 기대를 할수록 기준치가 높아지는 법.
유빈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그 기대감이라는 걸 전부 배제하고 순수하게 무대로만 평가할 생각입니다.”
“객관적으로 어디가 더 잘했다?”
MC 한다원의 말에 유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숨을 들이켠 유빈의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네, 그게 전 보컬 A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진짜요? 기대감을 배제하고도 보컬 A팀?”
“그렇죠. 그냥 더 잘했다고 생각해요.”
한다원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유빈을 돌아보았다. 배우 출신의 한다원은 나머지 둘과 다르게 보컬의 테크닉적인 부분을 평가할 줄은 몰랐다.
그러니 두 곡 중 상대적으로 곡의 난이도가 높았던 ‘Hold me.’ 양측 다 비슷하게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보컬 B팀이 선방하리라 지레짐작했다.
유빈은 그런 한다원에게 되물었다.
“한다원 씨는 어느 팀 무대가 더 기억에 남으세요?”
음.
한다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대만 딱 놓고 보았을 때는…
분명, 그랬다.
“저도 개인적으로 보컬 A팀의 무대가 더 기억에 남긴 합니다.”
“그러면 더 잘한 거잖아요.”
“아.”
천하제일 노래 잘 부르기 대회가 아니다.
포지션 평가라는 명칭을 달고 있지만, 무대라 함은 당연히 종합적인 부분이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기억에 남았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지.
이하진의 ‘Hold me’. 분명 가창력도 좋았고 보컬에 흔들림도 없었다.
유민서 선생이 무리한 선곡일 거라 단언한 것과 달리, 예상 밖으로 아주 잘 해냈다는 의미다.
그러면 된 거 아니냐고?
“어찌 되었건 팀 경연이에요. 메인 보컬이 중요하고, 노래 실력도 중요하고 다 중요한 건 맞는데…. 무대가 기억에 남는 게 먼저잖아요.”
유명 영화의 한 장면을 차용함으로써 연출 면에서 포인트를 준 것도 영리했고,
각자 자신 있는 파트를 골고루 나눠가진 것 또한 탁월한 판단이었다.
한 번 더 보고 싶은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
그런 미세한 차이에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다.
“고음도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어요. 이렇게 노래를 잘 불렀나 싶을 정도로 듣기 좋았으니까. 부담스럽지도 않았고.”
보컬의 어떤 파트에서 기교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어떤 식의 발성을 써서 음악을 살려냈는지. 유빈과 유민서 선생은 그런 테크닉적인 부분을 평가하지만, 사실 그러한 테크닉이라는 게 뭐 대단한 게 아니라고.
놀랍게도 대중들은 정확하게 무대를 평가한다.
기교, 발성, 음색. 그런 걸 몰라도 딱 보면 느낌이 오니까.
어, 저 무대 한 번 더 다시 보고 싶은데?
뭔가 확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노래 들으니까 좋던데?
유빈은 평가단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니 아마 한다원 씨의 의견, 그리고 제 의견과…. 여기 계신 평가단분들의 의견이 같지 않을까요?”
사람 보는 눈 다 똑같다, 유빈의 직설적인 한마디에 한다원은 피식 웃었다.
“그러면 한번 확인해 볼까요?”
한다원의 시선이 무대 위 전광판을 향했다.
“자! 그러면 첫 번째 포지션 평가! 보컬 팀의 경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심사위원 점수 50, 현장평가단 점수 50. 두 점수를 합산한 최종 결과를 공개해주시죠!”
동시에, 전광판 위로 빠르게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그날 밤, 포지션 평가가 끝나고 집에 돌아간 현장평가단들이 커뮤니티 곳곳에 후기를 남겼다.
프로그램에 영향이 갈 수 있는 스포일러는 금지되어 있지만, 단순히 현장 분위기를 확인할 만한 글들은 꽤 올라왔다.
[20170106 스타프(스타더스트 프로젝트) 현장평가단 후기]2017 상반기 운을 모두 쏟아부었는지 스타프 현장평가단 당첨됨
원래 세현이 응원하러 간 건데 이번에 다른 연생들 무대도 모조리 레전드였음 ㅠㅠ
(인증사진)
무대랑 방송 관련 스포하면 처벌받는다 서약서 쓰고 들어가서 자세한 스포는 힘들고 그냥…애들 실물 미친 대박임
무대 순서는 보컬>랩>퍼포먼스 포지션 순서였는데 방송이 어떻게 나갈지는 모르겠음. 갠적으로 보컬 포지션 평가가 의외의 존잼이라 랩>보컬>퍼포먼스 순서로 방영될 것 같기도 해
퍼포먼스는 진짜 화려하니 보는 맛이 있었고 보컬 포지션 라이브 잘하더라 진세현 원픽이라서 맴서한 무대도 유심히 봤는데 와 그냥 ㄹㅈㄷ 다들 본방 사수하셈
솔직히 나 뵤서한 춤 잘 추는 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보컬 위주로 무대하는 거 첨 봐
우리 햄찌 그냥 명창 햄찌임.
방송으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기절할 뻔
햄찌 진짜 착한 게 중간중간 녹화 쉬는 시간마다 팬들한테 손 들어주고 ㅠㅠ
무대 내려가기 전에 밥 먹었냐고 물어보더라 안 먹었다고 하니까 어서 가서 망고 빙수 먹으라 함 ㅋㅋㅋ왤케 지 같은 거 먹냐고 ㅠㅠ
…(생략)
-나도 방청 갔는데 ㅠㅠ 우리 맴서한 지도 긴장했을 텐데 여유 생길 때마다 팬들한테 손 흔들어주고 웃어주더라
└메인 보컬이라 부담 엄청났을 텐데 잘해낸 울 애기 칭찬해 하 ㅠㅠㅠ
└뵤서한 천재만재 아이돌이다 왜 안 뽑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다들 맴서한 투표해조요 ㅠㅠ
└다음 주 월요일까지 투표래요!!
-우리 애기 명창 햄찌는 그런 거 잘 모르겠지만 빙수는…주식이 아니라 간식이란다 ㅠㅠ
└맞아 울 와기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은 그걸 한 입거리라고 부른다고 ㅠㅠㅠ
└가끔 아이돌들이 저런 얘기 할 때마다 나는 돼지 새끼가 아닐까 고민하게 돼
└의식의 흐름 미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초에 이 추운 겨울에 어쩌다가 그 메뉴가 튀어나온 거야
서은아는 빠르게 스크롤을 내려 맴서한이 언급된 댓글들을 훑어 내려갔다.
먼 곳에서 온 팬들이 밥을 챙겨 먹고 왔는지 걱정했다는 후기와, 스튜디오 가득 들어찬 팬들을 보고 신나서 방방 햄찌가 되었다는 후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며칠에 걸쳐 올라온 후기들을 정독한 서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창을 닫았다.
회사 스케줄과 겹치지만 않았더라면 현장평가단 신청을 했을 텐데…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서한아, 이번에도 레전드를 찍었구나.”
도서한 절대 데뷔해.
혼잣말로 중얼거린 서은아는 곧바로 너튜브에 접속했다.
몰아치는 떡밥의 홍수 속 빼놓지 않고 봐야 하는 마지막 떡밥,
스타더스트 프로젝트 6화 예고편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위 선발식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러분이 펼치게 될 이번 도전은… ‘운명공동체 포지션 평가’입니다.]MC 한다원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던져진 폭탄.
“방송국 미친놈들.”
이미 지난주에 한창 열을 낸 뒤였지만, 다시 봐도 개판인 평가 방식이었다.
포지션 경연에서 패한다고 전체 탈락을 시켜버린다고? 심지어 퍼포먼스 주력인 서한이 보컬 팀에 배정되고 나서는 서은아의 예민도가 극에 달했었다.
-다시 봐도 미친놈들이네 ㅋㅋㅋㅋㅋㅋ 상위권 연생도 한 번에 골로 보내는 개같은 평가 방식
-TBN 서바이벌 프로만 보면 제가 정신병이 생길 것 같아요
-말은 저렇게 하고 특별 순위 패스니 뭐니 하면서 상위권 연생은 살려줄 테니까 걱정 ㄴㄴ -이상 남돌 서바이벌 N회차 인간이
└이건 ㄹㅇ임 ㅋㅋㅋㅋㅋ
-백퍼 도서한이나 케빈으로 한 명 떨어질 것처럼 어그로 끌겠네 ㅋㅋㅋ
└그러려고 햄찌 보컬 보냈냐? ㅅㅂ 내가 얼마나 뵤서한 퍼포먼스 존버했는데
└이게 팩트면 영채야 넌 ㅋㅋㅋㅋㅋㅋ
└영상이 중간중간 끊겨서 주작했다는 말 많음 진짜로…
정말 우리 애로 어그로 끌려는 건 아니겠지?
팬들 사이에서는 상위권 연습생 구제 제도가 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었지만,
‘무조건 한 번에 올라가는 게 낫지.’
서은아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마음 졸이는 일 없이, 보컬 A조가 무난하게 이기길 바랐다.
화면이 전환되며 서한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결연해보이는 표정.
서한은 주먹을 세게 움켜쥔 채 입을 떼었다.
[메인 보컬을 맡게 된 만큼… 제 모든 걸 쏟아부어서 이겨보겠습니다.]도서한의 메인 보컬 배정까지는 5회에서 공개된 내용.
이윽고 화면 위로 무대 세트장이 떠오르고, 다른 연습생들의 인터뷰가 자극적이게 편집되어 흘러나왔다.
[보컬 포지션 평가는 이미 결과가 나온 거 같아요.] [하진이 형이 노래 잘 부르잖아요.] [이건… A팀이 많이 힘들겠다?]“뭐라는 거야, 진짜.”
과몰입하지 않기로 했건만.
서은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음 장면에 집중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보컬 A팀의 무대가 짧게 편집되어 나온다.
헤드셋을 쓴 도서한. 그 뒤로 마이크를 들고 걸어오는 이도경, 강시우의 장면이 오버랩된다.
현장 평가단 후기대로 새하얀 옷을 입은 천사 세 명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와, 뭐야?”
서은아는 입을 틀어막은 채 무대에 집중했다.
-미친 컨셉 뭐냐
-와 얘네 컨셉이 라붐이라던 후기가 찐이었네
-착장 돌았네
아니, 몇 초도 안 나왔는데 이렇게 사람을 홀릴 수 있는 건가?
팬들의 반응대로 착장부터 시작해서, 저 음색까지 그야말로 역사를 써내리고 온 것 같았다.
그다음, 편집되어 나오는 보컬 B팀의 무대.
[와, 하진이 형 고음 미쳤다.] [뭐야? 여기도 잘하는데?]-박빙이다 미쳤다
-와 편집만 봐도 치열한 게 느껴져 ㅋㅋㅋㅋ 여기 죽음의 조였네
-하진아 넌 보컬 천재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반응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뜨거운 건 마찬가지. 서은아는 축 처진 어깨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거 진짜 모르겠는데?”
보컬 팀 무대가 레전드였다더니, 예고편으로 쓴 이유가 다 있었다.
한시 빨리 풀 무대를 보고 싶을 만큼 감질 맛나는 무대가 끝난 뒤, 곧바로 공개되는 현장 평가단 점수.
[과연… 현장평가단의 최종 결과는?] [자! 그러면 첫 번째 포지션 평가! 보컬 팀의 경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보컬 A팀의 점수는!]모자이크 된 점수와 함께, 물병을 떨궈버리는 도서한.
[툭.]화면 가득 두 눈을 크게 뜬 햄스터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이…이게 진짜예요?]-뭐임? 보컬 A팀이 이긴 거 같은데???
-뵤서한 물병 떨궜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왤케 놀랐어 아기야
-어어ㅓ어어어 강시우 운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뭐야 진짜 진출인가봐
-슬퍼서 우는 거 아님?
-누가 봐도 기쁨의 눈물인데 저건
“어어? 미친. 뭐야? 이긴 거야?”
서은아의 심박수가 빨라졌다. 슬픔의 눈물보다는 기쁨의 눈물이라는 데에 한 표.
여기서 보컬 B팀을 잡은 거라면 2차 평가는 무조건 통과하게 된다.
“제발. 제발. 투표까지 가지 말고 바로 살아남자 서한아.”
그렇게 보컬 포지션의 평가결과는 제작진의 스포로 A팀의 승리가 유력해졌고,
화면이 전환된 뒤, 퍼포먼스 팀의 경연 과정이 이어졌다.
케빈이 속한 퍼포먼스 C팀부터, 서이안, 진세현, 서하임이 속한 퍼포먼스 B팀까지.
이쪽도 조 편성 때부터 기대감이 엄청났던 포지션이었다.
“솔직히 케빈이 잘하긴 해.”
-라고 생각하자마자, C팀의 박재하가 안무를 틀렸다. 동선이 꼬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나오면서, 안무가 최명환의 신랄한 평가가 이어졌다.
[퍼포먼스 C팀… 무대 최악인데?] [실망이다.]도서한의 눈 땡글 모먼트에 아까까지만 해도 훈훈했던 댓글창이 급속도로 험악해졌다.
-뭔 ㅁㅊ 소리임
-아니 애초에 평가 방식을 왜 이따구로 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BN 특 이런 식으로 편집하면 무조건 다음 라운드 진출함 걱정마
-맞잖아 케빈으로 ㅈㄴ 어그로 끄는거
-양심이 있으면 1위를 이런 식으로 골로 보내진 않을 거 아냐
방송국 놈들이라면 충분히 골로 보낸다.
[씁… 위험하다.] [케빈 형… 다음 라운드 못 올라가지 않을까요?] [형, 울지 마요. 저희 열심히 했어요.]그 한마디와 함께 7분 남짓의 긴 예고편이 끝났다.
이거 분위기 심상치 않은데.
서은아는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들을 보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이 설마.
“케빈이 탈락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