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간극(1)
“컷!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를 끝으로,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급하게 만든 세트장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촬영이다. 예산 부족 문제로 직접 발로 뛰다 보니 현장 촬영이 몇 배는 더 고되게 느껴졌다.
“하아…. 이제야 살겠네.”
도서준 피디는 한숨 돌리며 다급히 카페인을 찾았다. 퀭한 그의 시선이 멍하니 허공을 향했다. 슬레이트 하나 칠 힘도 없어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친한 피디 형이 독감 걸렸다고 해서 지원차 온 건데, 이렇게까지 빡센 촬영일 줄은 몰랐다.
스토리가 정해져 있는 추리형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들이 가만히 서서 추리에 여념이 없는 동안, 스태프들은 뛰어다니며 세트장을 점검해야 했다.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사람들까지 관리해야 하는 터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밥 한번 사겠다고 꼬실 때, 따라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신입 시절부터 자신을 많이 도와줬던 선배.
그 형이 아프다는데 딱 하루 촬영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을뿐더러, 오늘의 게스트가 궁금해서 온 것도 따라 나온 이유 중 하나였다.
도서준 피디는 나무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출연진들로 시선을 돌렸다.
부쩍 후덥지근해진 날씨에 손 선풍기를 들고 힘들어하는 몇몇 예능인들 사이로, 골격부터 다른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반경 1km 뒤에서 봐도 아이돌인 걸 알겠다.
검고 찰랑거리는 짧은 머리에 칠흑처럼 새카만 눈동자. 고고하게 허리를 편 채 굳어 있는 모습은 더위조차 타지 않는 것인지, 주변을 의아하게 했다.
혼자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같달까.
낯을 가리는 중일 수도 있긴 한데, 얼핏 봐도 사교성이 좋아 보이는 편은 아니다. 입을 꾹 닫고 있는 모습이 예민해 보여서 쉽사리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변 출연진들은 가벼운 농담만 건넬 뿐 먼저 다가가진 않는다. 남자는 그게 더 편하다는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한눈에 띄는 이질적인 청년.
도서준 피디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죄 없는 빨대를 휙휙 저었다.
‘저런 애랑 어울리는 건 좀 그런데.’
더웨이의 김우찬. 익히 들은 바에 따르면 제 동생이랑 자주 붙어 다니는 선배라고 들었다.
스타더스트랑은 연차가 꽤 차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독 서한이를 아낀다던가.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어울리고 다니는 성격은 아닌 듯하니, 저 녀석의 표적이 제 동생이 된 것은 퍽 특이한 일이었다.
‘어떻게 친해진 거야?’
타고난 심성이 예민한 것은 아티스트로선 훌륭한 성정일지 몰라도, 하나뿐인 혈육의 친구로 추천해 주고 싶은 인간상은 아니다.
‘빈말로라도 인상이 좋다고 말은 못 하겠네.’
아닌 척하면서 은근슬쩍 녀석을 스캔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순간.
김우찬과 두 눈이 마주쳤다.
“큼.”
도서준 피디는 헛기침을 하며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도 따끔한 시선이 자신을 따라붙었다.
도서준은 곁눈질로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김우찬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한 눈길로 제 시선을 받아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김우찬을 주목하고 있었다는 걸, 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말이다.
눈치 빠른 녀석.
역시 다시 생각해 봐도 예사 놈은 아니다.
녀석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때,
김우찬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씨익 웃어 보였다.
“…….”
도서준은 인상을 찡그리며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켰다.
기분 탓일까.
이상하게도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 * *
“자, 잠시 쉬었다가 갑시다!”
숨을 헐떡이며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강시우의 오케이 싸인과 동시에 형들 몇몇은 바닥에 널브러졌다. 서하임은 곡소리를 내며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고 있었다.
“나 중네… 나 주거….”
어지간히 힘들었던 모양이니 이해하자.
연습벌레 하준서와 스파르타 강시우의 주도로 시작된 빡센 연습은, 어느덧 내가 더 무리하고 있었다.
에이컨을 틀었는데도 연습실 안이 후끈후끈하다.
평상시엔 쉬지 않고 종알대느라 바쁜 하임이 형이 입을 꾹 닫고 있는 것만 봐도 연습의 강도가 얼마나 상당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물로 목을 축이면서 촬영해뒀던 영상을 다시 모니터링했다.
서이안이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어기적어기적 기어 왔다.
“서한아, 할 만해?”
“죽을 것 같은데 괜찮아요.”
“그거 괜찮은 거 맞을까…?”
“글쎄요.”
진짜 죽는 것보단 낫겠지, 뭐.
더블즈가 힘 좀 써서 따왔다는 프랑스의 쇼 프로그램이 [PARIS NIGHT>일 것이다. 꽤 많은 유럽 국가에서 서비스될뿐더러, 버즈량이 상당한 파급력 있는 프로그램이다.
클립만 잘 뽑히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화제성을 몰고 올 수 있단 소리다.
[Returning memories>가 국내와 해외시장을 고루 잡은 감성의 댄스곡이긴 하나, 퍼포먼스 면에선 기존 앨범보다 약하다고 판단했다.임팩트를 살리기 위해서는 연말 무대를 준비할 때처럼 댄스 브레이크를 넣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넣은 파트가 도입부의 페어 안무다.
격렬하게 몰아치는 비트를 베이스로 파워풀한 페어 안무를 선보이다가, 서하임이 총을 쏘는 제스처를 하면 총알을 피해 앞으로 낙하하는 화려한 퍼포먼스.
(본인은 억울해하지만) 팀 내 단신에 속하는 서이안을 피해 착지해야 하는 만큼 까다로웠고, 합을 잘 맞추는 게 중요했다.
이안 형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었다.
“내 생각엔 동작이 조금 리스크가 있는 것 같은데, 너 괜찮겠어?”
“네.”
그 말엔 단호하게 답했다.
괜찮았다. 할 만했다.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걸 신경 쓸 타이밍은 아니니까.
열 번이 안 되면 수십 번.
수십 번이 안 되면 수백 번 연습하면 그만이다.
나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모니터링 영상을 확인했다.
“형, 여기서 착지할 때 대형이 조금 흐트러지는 것 같지 않아요?”
“응. 이것보다 반 박자 빠르게 들어 와야 안정적일 것 같아.”
“반 박자나 빠르게? 그게 가능한가~.”
“맞아. 그러면 서한이가 너무 빠듯하지 않아? 차라리 동선을 단순화시키는 게 댄브 때 좀 더 편할 것 같은데.”
“아, 중간 동선을 생략하고?”
형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반 박자 빠르게 가능해요.”
“차라리 동선을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
“근데 그러면 뒤가 너무 비어 보여요.”
“으음, 그건 그러네.”
하준서의 의견이 합리적이긴 하나, 여전히 까다로운 안무에 비해 화려함이 팍 죽어 버린다.
뒤가 텅 비어 있으면 대형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무 아쉬울 것 같단 말이지.
차성빈이 턱을 쓸어내리며 신중하게 물었다.
“도서한, 너 진짜 할 수 있겠냐?”
“네.”
“몇 번만 더 해보고 무리다 싶으면 빼자. 거의 맨 뒤에서 앞까지 두 박자 만에 치고 들어와야 하는 건데, 너 너무 무리하는 거다.”
“맞아. 우리 몸 아끼면서 오래오래 해야징.”
서하임의 순수한 한마디가 더해졌다.
전이라면 그 말에 공감할 사람이 더 많았을 테지만, 서이안은 굳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이 분명했다.
이래서 내 걱정을 형들과 나누고 싶진 않았던 건데.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화제를 돌렸다.
“한 번 더 맞춰볼까요?”
.
.
.
.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기 과신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머릿속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감당 가능한 선에는 간극이 있는 법이니까.
나 또한 그 사실을 분명 알았을 텐데,
조급했던 마음이 문제였을까.
가로등만 보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한 치 앞을 보질 못했다.
탕-.
서하임의 총구가 나를 겨누었다.
몸을 틀어 높이 뛰어오른 뒤, 서이안을 피해 앞으로 낙하한다. 실전처럼 시선 처리에 주의하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몇 번이고 합을 맞췄던 안무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아직 숙련되지 않은 채로 소화해야 하는 까다로운 동선.
반 박자 더 빠르게 뛰어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때려 박은 상태였다.
쾅.
착지할 땐 자연히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고, 그렇기에 요령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선을 단축하기 위해 조금 더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왔고, 가속도가 붙었다.
그 무게는 고스란히 두 발목이 감당해야만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반사적으로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악!”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한 바퀴를 더 굴렀다. 연습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다급히 발목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본 형들이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야, 도서한! 괜찮아?”
“서한아! 안 다쳤어?”
발목에서 기분 나쁜 욱신거림이 느껴졌다.
착지할 때 잘못 발을 디딘 것이 분명했다.
“아윽….”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좋지 않은 신호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