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392)
392화. 간극(2)
“크게 다친 건 아닌데 최소 2주, 길게는 한 달 정도 쉬어야 한다네. 무리해서 춤출 생각 말고 그냥 앉아 있어.”
발목이 욱신거릴 때부터 어느 정도 예감하긴 했지만, 내 귀로 직접 듣는 건 그 충격이 달랐다.
피가 날 때까지 아랫입술을 세게 악물었다.
당장 다음 주가 출국이다.
[PARIS NIGHT> 댄스브레이크를 위해 다 같이 합을 맞춘 건데, 나 하나 빠지면 동선부터 전부 새로 짜야 했다.형들은 걱정하지 말고 쉬고 있으라는데 마음처럼 안 된다.
차성빈은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일러두었다.
“6인 동선이면 일주일 안에 충분히 맞추고도 남아. 너 걱정할까 봐 미리 말해둔다.”
“댄브는요?”
“그것도 동선 간략하게 줄이면 빈자리 없이 채울 수 있어.”
“형들 밤새야 할 텐데.”
“도서한 또또 걱정한다~. 째깐한 게 맨날 걱정이 많아.”
손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린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이렇게 틀어질 수가 있지.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건가.
그런데.
무대 한번 잘해보겠다고 욕심부린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
“하아….”
마른세수를 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돌덩이라도 얹은 것처럼 속이 무거웠다.
서이안이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내 옆에 앉았다.
“서한아, 괜찮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네, 괜찮아요.”
이미 터진 일은 어쩔 수 없다. 수습할 방법이나 고민해 봐야지.
내가 [Returning memories> 안무를 소화하는 건 불가능이다. 6인 안무를 짜는 건 형들에게 맡겨두자.
“저는 핸드 마이크 받아서 옆에 앉아 있는 걸로 하고, 커플곡은 퍼포먼스가 격한 [Figure out>보단 데뷔곡이나, 빌보드에서 반응 좋았던 팝 곡들로 뽑을까요?”
한 사람이 빠지면 당연히 6인 버전의 동선을 새로 짜야 한다. 이번 싱글 댄브 고칠 생각만 해도 형들 머리가 지끈거릴 텐데, 퍼포먼스적인 부담을 과하게 주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니다.
무리해서 연습하다가 누구 하나 더 다치면 그땐 정말 큰일이 나니까.
그러니 퍼포먼스 쪽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던 곡을 보여주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하준서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Every summer도 괜찮지.”
“으응, 그거 해외에서 잘 먹히잖아.”
그리고.
나는 보컬 연습에 매진한다.
단기간에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서 메인 보컬라인인 세현 형과 이안 형을 따라갈 수준은 되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동등한 수준으로는 보여야 했다.
춤도 안 추는 녀석이 노래도 못 해. 그런 뒷말이 나오는 건 최악이었다.
내 강점을 보여줄 수가 없다면 다른 쪽에서라도 메꿔야지. 이참에 이 악물고 보컬 실력이나 올려야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재윤 매니저를 올려다보며 머릿속으로 내린 결론을 전달했다.
“내일 보컬 수업 풀타임으로 잡아주세요.”
“…하루는 쉬는 게 낫지 않아?”
“시간 없어요.”
충분한 휴식도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거지.
시간이 금이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했다.
* * *
지난 19일, 더블즈 측에서 공지를 통해 서한의 부상 소식을 알렸다. 스타더스트 도서한은 연습 도중 발목 부상으로 인해 병원에 내원하였으며, 당분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받았다. 그러나 활동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의 뜻에 따라 스케줄은 참석 예정이며, 퍼포먼스를 메인으로 하는 무대에는 올라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팬들의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위험한 안무 짜지 말라고 최소 백 번은 얘기한 거 같은데 얘네 퍼디팀은 왜 이러는 거임? 싱글 컴백하고 나서 정규까지 몸관리 잘해야 하는데 국내며 해외며 애들 반 죽어나갈 때까지 굴려대다가 다치니까 연습 탓 ㅋㅋㅋㅋ
-무대 비하인드 보니까 다들 거의 졸고 있던데;; 이렇게 굴려 놓고 매번 아티스트 보호 운운하는 거 보면 더블즈 머리를 빠따로 내리찍고 싶달까
└정규도 여름에 낸다고 하지 않았나? 서한이는 몸도 덜 회복됐는데 또 굴려지는 거임? 진짜 내 새끼 그렇게 굴려먹을 거면 내놓고 다른 회사 가게 해줘요… 어딜 가든 지금 더블즈가 하는 것보다 잘해줄 듯
└매번 아티스트 본인 뜻 ㅋㅋㅋㅋ 아티스트 방패 세우는데 불쌍한 우리 햄찌만 존나 또 개고생하지…
-서한이 유독 많이 다치는 거 보면 굿해야 함 내가 아무리 무교라지만 도서한 찾아가서 소금 뿌려주고 싶을 정도임
└우리 서한이한테 소금을 왜 뿌려요….
└도서한을 퇴마하는 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우리 햄스터 소금에 절이지 말아요;;
-진심 궁금해서 묻는 건데 스케줄은 왜 강행하는 거야? 더스티들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지 않아?
└22222 다친 애 무대 위로 끌고 와서 앉혀놓으면 뭐가 달라져?
└근데 이건 서한이 뜻인 것 같기도 해 ㅠㅠ 본인이 파리스나잇 엄청 가고 싶다고 했었어 ㅠㅠ
└이건 맞음….
└열심히 연습 중이라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팬들한테 말했었는데 못 가게 되어서 슬퍼할 생각하면 내 마음이 다 찢어짐 ㅠㅠ 또 본인이 자책하고 있을 거 아니야 ㅠㅠ
└아 미친… 진짜 그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서프 마음이 미어진다
-아쉬운 건 백번 이해하는데 프랑스 쇼 프로 나가는 게 이번이 마지막도 아니고 계속해서 커리어하이 보여주고 있는데 다음 무대 때 더더 멋진 모습으로 우주먼지의 자랑, 메댄의 퍼포먼스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 너무 풀 죽지 않았으면 해 서한이는 그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충분히 빛나는걸!
└이거 서한이가 봤으면 좋겠다
└너무 따수운 더스티의 마음이다….
.
.
.
[PARIS NIGHT>의 라이브 방송 당일이 되었다.프랑스에 거주하는 더스티 이다빈은 떨리는 마음으로 TV를 켰다. 스포츠 스타의 이온 음료 광고가 두 번째로 반복되는 동안, 그녀의 심장은 쿵쿵 세차게 뛰고 있었다.
프랑스의 유명 쇼 프로그램, [PARIS NIGHT>에 케이팝 가수가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게 낯설기만 한 유학 생활 중 그녀의 유일한 낙이었던 K-POP.
2년 전만 해도 모두가 케이팝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그녀의 친구들조차 스타더스트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정도로 내 새끼들 많이 유명해졌다.
급기야 [PARIS NIGHT>에 공식 초청까지 받게 되다니. 더스티로써 어깨가 높이 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래라면 속 편하게 이 무대를 즐길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서한이는 괜찮겠지?’
발목을 삐었다고 들었다.
무리해서 스케줄을 강행하는 게 맞는 선택일지 모르겠다. 아티스트의 의견이라고는 하는데, 더블즈가 헛짓거릴 해놓고 아티스트 이름을 방패로 쓰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도서한의 부상 소식이 알려진 게 지지난주다.
일주일 남짓한 짧은 시간에 동선 수정하고, 다시 안무 맞추느라 고생했겠네.
누구보다 [PARIS NIGHT> 무대를 기대했을 서한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더스티 이다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도 잘하겠지!”
어찌 되었든 우리 애들은 보여줄 것이다.
그 살벌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았던 애들이 뭔들 못 하겠어.
단기간에 안무 수정하고 무대 만드는 데엔 도가 튼 녀석들이다.
해외 방송만 나가면 라이브로 까이는 아이돌들이 그렇게 많은데, 우리 애들은 그럴 일도 없다.
준비한 만큼만 보여주자.
그것만으로도 너네는 충분히 빛나니까.
더스티 이다빈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PARIS NIGHT>의 오프닝 영상이 재생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짙은 남색의 슈트를 차려입은 MC 알랭이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무스를 바른 건지 반질거리는 머리카락. 알랭은 유쾌한 진행으로 [PARIS NIGHT>을 최고 시청률의 쇼 프로그램으로 끌어올렸다.
가끔 선을 넘나드는 자극적인 멘트를 내뱉곤 하나, 그 또한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요소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화제성 하나는 끝내주니까.
이다빈은 관심 있게 모니터에 집중했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스타더스트가 단독 게스트로 나온 것은 아니다.
영국 출신의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로렌이 동반 출연자로 이 자리에 있었다.
화면 속에서 풍성한 금발의 여자가 다리를 꼰 채 싱긋 웃었다.
MC 알랭은 우렁찬 목소리로 둘을 소개했다.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두 빌보드 스타들이죠! 팝 싱어송라이터 로렌과 스타더스트를 모셨습니다!”
“와아아아!”
패널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가 화면 너머로 전해져왔다.
이다빈은 마른침을 삼키며 서한의 안색부터 살폈다. 발목에 깁스를 한 상태지만 낯빛은 밝아 보여서 다행이다.
‘마음고생 했을까 봐 걱정했는데.’
너튜브에서 동시 방영되는 [PARIS NIGHT>이다. 이다빈은 나머지 한 손에 휴대폰을 든 채 댓글 반응을 확인했다.
라이브 댓글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STARDUST!!! Im so glad to see them in PARIS NIGHT!!!
-Junseo, soooo cute!!!
-Feeling happy to see K-pop artist in this program
-I love stardust they’re real artist!! They perform with full of energy on stage
[Returning memories>의 성공 덕분일까. 이 정도로 우호적인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읽기도 버거울 정도로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은, 스타더스트의 해외 인지도가 훌쩍 올라갔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더스티 이다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Shine bright! We are stardust! 안녕하세요, 스타더스트입니다!”
강시우의 주도하에 시원시원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MC 알랭의 손에 다시 마이크가 들렸다.
하하호호 떠드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스타더스트 멤버들 중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나요?”
“으음. 봉쥬르…?”
“하하, 발음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요?”
“시청자분들을 위해 완벽한 인사를 드려야 하니까…! 오늘 한번 제대로 배워보겠습니다!”
“음. 오늘 인터뷰 쉽진 않겠어요!”
차성빈과 강시우가 연습해온 문장 몇 개를 카메라 앞에서 읊어 보았지만, 썩 좋은 반응이 돌아오진 않았다.
“멤버가 일곱인데 한 명쯤은 외국어를 잘할 줄 알았는걸요~.”
아예 대놓고 꼽을 주는데?
‘저 새끼 왜 저러냐?’
인터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녀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사라졌다.
외국어로 가득한 채팅 메시지 사이로 익숙한 언어로 된 욕설이 올라왔다.
-ㅅㅂ 저거 인종차별 하는 거 아님?
인정하기 싫지만 맞는 것 같다.
더스티 이다빈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사이, MC 알랭은 스타더스트를 내버려 둔 채 로렌을 향해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냐는 질문 외에 음악에 대한 인터뷰는 패스해 버리고, 아예 노골적으로 게스트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었다.
로렌의 대답이 다 끝나갈 때쯤이 되어서야, 건성으로 질문 하나를 툭 던져댄다.
“스타더스트의 싱글 Returning memories 무대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K-POP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댄스곡이라고 설명이 적혀 있네요. 근데 그 다리로 가능하겠어요?”
이다빈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가슴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은 분명 분노였다.
“저 미친 새끼가….”
시발.
도서한은 건들지 말아라.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