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105)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105화(105/217)
< 105화 소문의 정체 >
번즈 백작의 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무렵, 프랑스의 왕실과 고위층을 중심으로 어떤 커피 하나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프랑스의 공작이 한 무역 상인에게서 귀한 커피라면서 대접을 받은 것이었는데, 그 향과 맛에 깜짝 놀란 공작이 루이 16세에게 그 커피를 진상하면서 일이 시작됐다.
곧 그 커피는 프랑스 고위급 신료들과 귀족들에게 전파되었다. 그런데 그 향이 어찌나 좋았던지 직접 맛을 보지 못한 시종들 사이에서까지 그 원두커피에 관한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나갈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소량으로 들여온 문제의 커피 생두는 보통 사람들은 구하지도 못할 정도로 귀해지면서 가격도 엄청나게 폭등했다.
안토니 번즈 백작이 프랑스 커피를 입에 올리자, 주변 회원들이 하나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거 다 상술입니다. 프랑스 놈들이 어떤 놈들입니까? 우리가 먹는 로스트 비프를 조롱하면서도 자기들이 먹는 흉측한 개구리 음식은 무슨 엄청난 요리처럼 둔갑시켜 자랑질하는 놈들이지 않습니까?”
이 당시 영국 사람들의 쇠고기 중심의 식생활은 유럽에서도 아주 유명했는데, 프랑스인들은 영국인들이 즐겨 먹는 로스트 비프(Roast Beef)를 그저 소고기 덩어리에 소스를 발라 굽는 것이라면서 요리라고 볼 수 없다고 비웃었다.
이에 영국인들은 개구리 요리를 별미로 먹던 프랑스인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비하했다.
“그래요, 뻔합니다. 별맛도 없는 징그러운 개구리를 잡아다 아주 거창한 요리인양 과장하는 놈들이니 그 커피도 다를 게 없겠지요.”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애덤 스미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커피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만에 하나 프랑스의 그 커피 맛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까지 큰 여파를 미칠 여지가 있습니다.”
“스미스 교수님? 큰 여파라니요?”
“그동안 청나라의 ‘차’ 때문에 우리 영국의 많은 ‘은’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고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만약 정말 프랑스가 그렇게 대단한 향과 맛을 지닌 커피를 개발했다면, 커피 소비가 적었던 우리나라에서 차에 이어 커피 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심각한 무역의 불균형이 초래될 수가 있겠지요. 저는 그것이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고작 커피 같은 기호품 하나로 왜 저렇게 호들갑인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18세기의 커피나 설탕, 면화, 차 등은 21세기로 치자면 자동차나 반도체와 같이 고부가가치의 수출 품목이었다.
따라서 이 분야의 물품들을 수입해야 하는 국가는 그만큼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였다.
특히 영국의 경우, 커피가 발달한 다른 유럽국가와는 달리 은은한 맛을 지닌 ‘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 차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여오면서 엄청난 국부가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와중에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프랑스의 커피가 영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영국 경제는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백발의 한 신사가 입을 열었다.
“흠··· 전 며칠 전에, 그 대단하다는 프랑스 커피를 어렵게 구해 직접 마셔봤다는 지인의 얘기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맛을 봤다는 사람의 얘기가 나오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백발의 신사에게로 옮겨갔다.
“그 지인분이 어떻게 드셔본 거죠? 드셔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커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인데, 구하기 힘들다는 그 생두를 프랑스에 오가는 상인을 통해 원래 가격의 몇 배나 비싸게 주고 어렵게 구해 먹어 보았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여기저기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래서요. 그 맛이 도대체 어떻다고 하던가요?”
“커피의 쓴맛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프랑스 사람들의 허풍이었다고 하지요?”
클럽 회원들은 맛이 별로라는 말을 듣고 싶어 안달이 난 눈치였다.
역사적으로 영국과 프랑스는 사사건건 부딪치고 전쟁까지 겪으면서 사이는 더욱 벌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지금 진행 중인 북아메리카 식민지와의 전쟁에서 프랑스가 전쟁 물자를 몰래 식민지 군대에 공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이가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지인분이 마셔봤다면서요? 허 참, 궁금합니다! 어서 그 맛이 어떤지 결과를 알려주세요, 결과를!”
흥분한 회원들의 재촉에 백발의 신사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친구는 평생 커피를 다룬 친구인데··· 살면서 그런 향과 맛의 커피는 처음이었다고 했습니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회원들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강하게 드리워졌다.
“친구 말로는 그 대단하다는 프랑스 커피 맛이 특히 영국인들에게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무슨 소리세요? 왜 우리에게 더 문제라는 말이죠?”
“그 원두커피는 마치 부드러운 차와 같은 풍미를 지닌 커피라, 프랑스 사람보다 영국 사람들이 훨씬 더 좋아할 만한 맛이라고 크게 염려하더군요.
거기다 현재는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지만, 상인 말로는 프랑스로 곧 물량이 대거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러면 가격도 훨씬 내려갈 테고, 아마 그때쯤이면 영국으로도 물건이 풀리지 않을까 합니다.”
그의 말에 클럽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곧 여기저기서 걱정과 한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드러운 차와 같은 커피라니··· 어허, 이거 정말 큰 일이네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가뜩이나 농산물 수출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마당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맛의 커피가 영국에 들어와서 얼마나 많은 국부가 프랑스로 유출되겠습니까?”
“스미스 교수님 말마따나, 지금 청나라의 차를 수입하느라 한 해에 유출되는 은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인데, 이젠 프랑스 커피라니요. 너무 걱정입니다. 그 프랑스 커피가 들어오기 전에 대대적 불매운동이라도 미리 벌여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휴-. 왜, 우리는 커피 하나 제대로 재배 못 해서 프랑스한테 이리도 밀리는 건지. 그동안 너무 커피를 등한시하고 청나라 차에 의지했습니다. 정말 답답한 일입니다.”
무역수지의 적자 문제로 각종 전쟁까지 벌어지는 국제 정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클럽 회원들이었기에, 이들의 우려가 괜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태오는 아까부터 뭔가 이상했다.
‘프랑스 커피···?’
커피에 대해 문외한이던 태오였지만, 지난 1년간 커피 농장을 관리하고 정보를 알아보면서 유럽에 유통되고 있는 커피에 대해서 상당한 정보를 갖추고 있었다.
커피 무역을 주도하던 네덜란드부터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칼 등이 취급하는 커피와 종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그 향과 맛을 보면서 각 지역의 커피 취향이나 맛의 차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그중에서 네덜란드나 프랑스는 질 좋은 커피로 유럽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클럽에서 말하고 있는 정도의 특별한 커피는 결코 아니었다.
또, 회원들이 걱정하며 얘기하고 있는 대단한 수준의 커피를, 커피에 있어 최고 전문가인 스펜서 씨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프랑스 생도맹그의 내로라하는 커피 농장의 주인들이 도리어 태오 농장의 생두를 사려고 야단법석을 떨지 않았던가?
‘어··· 잠깐. 부드럽고, 향미가 풍부한 커피라고?’
순간 태오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시점에 정체 모를 커피가 등장해서 이토록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어딘가 이상했다.
프랑스에 없던 커피가 갑자기 등장한 시점도 수상했다.
‘가만있어 봐···. 그래. 작년 10월경에 미리 우리 커피를 사서 간 빈센트 씨가 프랑스 무역상이었잖아? 나보다 훨씬 먼저 출발했었고. 게다가 우리 농장의 커피를 가져간 무역 상인들은 전부 프랑스 출신들인데···?’
프랑스 무역상 빈센트가 250통의 생두를 먼저 구매해 간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태오가 백발의 신사에게 확인하듯 다급히 물었다.
“혹시 그 커피가 어느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인지 아십니까?”
신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것까지는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커피라면 아마도 생도맹그섬에서 나온 커피가 아닐까요?”
백발의 신사 얘기만으로는 그 커피가 태오 농장의 커피임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니야··· 아무래도 내 커피가 맞는 것 같긴 한데··· 이거, 확실한 증거가 없네.’
그런데 그때, 백발의 신사가 뭔가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참! 그 친구가 그 커피 이름인가, 농장 이름인가를 노트에 크게 적어놓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상인한테 물었다고 하네요. 혹시 나중에라도 주문하려면 이름을 알아야 하니까요.”
태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혹시, 그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백발의 신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름이 S···T 뭐였나? T로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죄송합니다. 직접 보긴 봤었는데, 갑자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태오가 바로 되물었다.
“혹시 ‘T&S 커피’ 아니었습니까?”
태오의 말에 백발의 신사가 두 눈을 치켜뜨더니, 손뼉을 크게 치며 맞장구쳤다.
“아, 맞아요, 맞아! T&S! 분명 T&S 커피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프랑스 제품에 영어 이니셜 발음이라 이상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하, 늙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는 건지···. 그나저나, 샌더슨 경은 그 이름을 어찌 아셨습니까?”
태오는 어안이 벙벙했다.
‘뭐지··· 그럼, 내 커피 얘기가 맞잖아? 도대체 두어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
태오의 표정을 훔쳐본 번즈 백작이 물었다.
“샌더슨 경? 혹시 그 커피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태오가 엷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네. 그게 말입니다. T&S 커피는 프랑스 식민지인 생도맹그섬이 아니라, 영국의 식민지인 자메이카 섬에 있는 커피 농장 제품입니다.”
태오의 말에 회원들이 크게 웅성거렸다.
“아니, 프랑스에 난리가 난 그 커피가 자메이카 섬에서 나온 커피였다는 겁니까? 그럼 우리 영국의 커피 농장이란 말씀이세요? 영국인 소유라고요?”
“그렇게 대단한 자메이카 커피 농장을 왜 우리는 아무도 몰랐죠?”
그때 한 신사가 환한 표정으로 태오에게 물었다.
“아 맞다! 샌더슨 경이 지난 1년 동안 자메이카에 계셨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그곳에 계실 때 그 농장을 보신 것 아닙니까? 그 커피 맛도 보시고요?”
어이없는 웃음만 나오는 태오였다.
지금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 놓고, 클럽 회원들의 걱정거리 원흉이 된 원두커피가 자기 커피였다는 사실이 너무 황당했다.
시음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영국도 아니고 엉뚱하게 프랑스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렇게 큰 소동이 일어났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샌더슨 경! 말씀 좀 해주세요. T&S 커피가 우리 영국인 것이 맞는 건가요? 그리고 맛은요? 정말 그렇게 대단했어요?”
이제 모두의 시선이 태오의 입으로 향했다.
“아까부터 얘기하시던 커피 농장에 관한 얘기를 듣고 저도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메이카 섬에서 재배된 T&S 커피가 확실해 보이네요.
당연히 영국인이 운영하는 농장의 제품이고, 맛은 꽤 좋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 커피 무역상들이 열 배가 넘는 돈을 주고 사 갔을 정도이니까요.”
“10···10배라고요? 세상에!”
태오의 말에 놀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한 신사가 따지듯 물었다.
“아니··· 그런데, 영국의 농장인데 왜 프랑스 놈들한테 그 좋은 커피를 팝니까? 더구나 자메이카의 커피는 대부분 영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커피로 깐깐한 프랑스 상인들이 정말 샀을까요?
죄송하지만 샌더슨 경의 말은 앞뒤가 안 맞아요. 제 생각에는 자메이카가 아니라 생도맹그섬에 있는 프랑스 커피 농장이 맞아 보이는데요?”
태오가 고개를 저었다.
“T&S 커피는 자메이카에서 1년 정도밖에 안 된 신생 농장의 제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농장 이름도 생소하고 잘 모르실 거예요.
첫 열매를 수확하고 가공까지 마쳤지만, 판로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킹스턴 항구 앞에서 시음회를 열게 되었죠.
그러다가 그때 맛을 본 무역 상인 중에 프랑스 상인들이 경매 등을 통해 큰돈을 주고 구매해간 것이고요.
아마도 지금 프랑스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커피는 제일 먼저 커피의 가치를 알고서 250통을 구매해 간 프랑스 무역상의 제품일 겁니다.
하지만 또 다른 프랑스 농장주이자 큰 무역상이 T&S 커피 생두 5천 통 이상 계약을 하면서 꽤 많은 양을 가져갔기 때문에 앞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은 조금 내려가지 않을까 하네요.
어쨌든, 프랑스인들에게 팔아서 영국이 큰 이득을 챙긴 셈이니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무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상세한 설명에 몇몇 회원들이 수군거렸다.
그런데 유심히 경청하고 있던 애덤 스미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태오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샌더슨 경? 막후 사정을 너무 자세히 아시는데, 혹시요··· 혹시 그 커피가 샌더슨 경의··· 농장 제품 아닌가요?”
애덤 스미스의 뜬금없는 물음에 클럽 안 회원들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곧 조용해지며 태오의 입으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태오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역시 스미스 교수님이시네요. 네, 맞습니다. T&S 커피는 제 농장의 제품입니다. 그리고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프랑스의 커피도 우리 농장에서 나온 제품이 거의 확실한 것 같고요.”
뜻밖의 대답에 클럽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회원들의 분위기는 갈렸다.
경쟁국인 프랑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놀라운 원두커피를 영국인 그것도 자기 클럽의 회원이 생산해냈다는 것에 크게 감격한 회원들도 있었지만, 믿기 힘든 얘기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반신반의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이러한 전혀 다른 감정을 읽은 태오는 속으로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프랑스 제품이라고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는 T&S 커피를 영국 사회에 영향력 있는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서부터 바로잡아, 올바른 소문을 퍼트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자메이카에서 나오면서 커피 생두를 제법 많이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며칠 뒤 특별 모임을 통해 우리 클럽 회원분들께 T&S 커피를 영국에서 가장 먼저 대접해 드리고 싶군요.
아마 프랑스에서 난리가 난 것보다 훨씬 더 제대로 된 T&S 원두커피를 즐기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하하.”
와아-
자신감 넘치는 태오의 발언에 인텔리젼스 클럽 안은 순식간에 흥분으로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