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142)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142화(142/217)
142화. 개럿 공작의 계획
◈ 다음 날 아침, 메이페어(Mayfair) 태오의 저택.
“네? 정말입니까? 이 소설에 나온 모든 얘기가 리오에게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고요?”
로빈슨 씨가 놀란 얼굴로 태오에게 되물었다.
그는 어제저녁 태오로부터 건네받은 ‘어느 청년의 슬픈 회고’ 초판본을 밤을 새워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그렇습니다. 우리 회사 정보 조사관들이 조사한 사항을 토대로 여러모로 교차 검증해 본 결과 리오 에드워즈 경의 진술이 모두 사실로 판명됐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게 된 것이고요. 물론 가문이나 이름 등에 대한 언급은 조금 다르게 설정했지만요.”
“그렇지만, 북아메리카에 있었던 이야기들은 당장 확인 작업이 어려운 일이 아닙니까? 전적으로 리오의 말만 믿고 써야 했을 텐데…. 그 이야기들이 과장되거나, 혹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 기억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그렇지만 확인된 사실들과 리오 경의 진술은 시간상으로나 인과 관계상 일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진실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북아메리카로 직접 건너가 리오의 진술들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또 무엇보다 당시 범행에 가담한 자들을 찾아내야 하고요. 그래야 앞으로 있을 소송에서 리오 경이 원래의 지위를 되찾을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두 해 전의 일도 아니고, 십오 년도 넘은 과거의 행적을 좇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죠. 읽어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이 소설의 성공에 자신합니다. 그리고 북아메리카로 건너가서도 이 책이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나 제보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북아메리카로 이 책을 보내야겠군요?”
“네, 그래서 다음 주에 책이 대량으로 찍어 나오는 대로, 북아메리카 사우스캐롤라이나 출판사로 책을 보내 그곳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볼 작정입니다.”
“그거 아주 좋은 전략이네요. 거기 사람 중에는 당시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이 책을 읽고서 결정적인 제보도 가능하겠군요?”
“네, 그래서 이 소설을 북아메리카로 보낼 때, 적당한 우리 쪽 사람을 함께 보낼 계획입니다. 관련 수사를 촉구하고, 상황을 바로바로 전달해 줄 연락책이 꼭 필요해서요.”
“그렇겠군요. 그나저나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을 사람은 구하셨습니까?”
태오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게,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북아메리카까지 가는 데만 최소 두 달이 넘게 걸리고, 소송의 성격상 최소 1년은 거기에 상주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을 찾기가 정말 어렵네요.”
태오의 말에 로빈슨 씨는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그곳에… 제가 가는 건 어떨까요?”
“네? 로빈슨 씨가요?”
“네! 제 사위의 일이라서가 아니라, 이 책을 읽고 너무나 울분에 차더군요. 그런데 이것이 모두 사실이라니… 꼭 내 손으로 그 나쁜 놈들을 잡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딸아이의 뱃속에 제 첫 손주가 생겼다는 말을 며칠 전에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된 이상, 손주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제가 나서고 싶습니다.
다행히 북아메리카에서 담배와 면화 농장 등을 크게 운영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도움을 받기도 좋고요.”
뜻밖의 자원에 태오는 크게 기뻐했다.
“정말 로빈슨 씨가 가주신다면야 그보다 더 좋은 적임자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하시는 농장 일도 바쁘실 텐데….”
“그 점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우리 농장에서는 벌써 몇 해 전부터 관리인들이 대부분의 일 처리를 해와서 저는 사실상 손 놓은 지 오래됐습니다. 물론 리오가 떠나서 좀 타격을 입긴 했지만, 안 사람과 아들들이 있으니 저 없이도 충분히 잘 돌아갈 겁니다.
다음 주에 책이 나오는 대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샌더슨 경께서는 제가 북아메리카에 가서 해야 할 일과 알아볼 일들을 자세히 정리해 주십시오.”
“물론이지요. 제가 법정변호사님과 의논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이거 정말 한시름 놓았네요.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요? 저희 집안일에 이렇게 신경 써주시니 제가 더 감사드려야죠.”
◈ 한 달 후, 개럿 에드워즈 공작의 타운하우스.
쾅- 쾅-
개럿 공작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공작 앞에는 키 큰 남성이 모자를 두 손으로 가지런히 부여잡은 채 서 있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자는 런던 도서출판 협회장 롤링스 씨.
“그동안 출판 대여점 사장들과 신문사, 잡지사 대표들에게 내가 후원한 돈이 얼마인데, 그깟 책 판매 하나를 못 막고 있어?”
한 달 전, 갑자기 도서출판 대여점을 강타한 소설책이 한 권 등장했다.
로건 작가의 ‘어느 청년의 슬픈 회고’라는 책이었다.
크게 두껍지 않은 이 소설책은 출간된 지 불과 한 달 정도 만에 입소문을 타면서 영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담담한 회고록 형식의 얇은 소설책에 불과했지만, 기존의 어떤 작품보다도 감동과 눈물, 분노 그리고 호기심을 자아내며 큰 호평이 뒤따랐다.
문제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뒷소문이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백작이 개럿 공작이고, 불쌍한 주인공이 리오 에드워즈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급기야 개럿 공작의 귀에까지 흘러들어 온 것이다.
며칠 전 이 책을 읽고 난 개럿 공작은 상황이 아주 심각해졌음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열한 백작이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밀스러운 공작의 행적이 이름만 다를 뿐 장소마저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그 내용을 확인한 개럿 공작은 큰 충격을 받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대처가 너무 늦었다.
로건 작가의 소설은 이미 영국 전역을 들썩이게 하고 있었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복사본 대여를 어떡하든 막아보란 말이야!”
“공작님, 문제는 복사본이 아니라 소설책의 판매량입니다. 판매량이 너무 높아서 복사본을 막는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맨날 복사본을 빌려 보던 인간들이 언제부터 원본 책을 샀다고 그 난리야? 미친 거 아니야?”
“책이 두껍지 않아 가격이 싸게 책정돼 부담이 없는 데다가, 책 표지의 그림이 멋지게 들어가 있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내용과 쓸쓸한 주인공의 뒷모습을 담은 예술적 표지는 책 자체의 소장 가치를 높여 소설책 구매를 활발히 이끌었다.
개럿 공작이 몇 년 전에 펴낸 ‘나의 사랑하는 에드워즈가를 위하여’의 판매 속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중에 빠르게 전파됐다.
“그럼, 협회장으로서 책 판매를 막을 방법이 정말 없단 말이야?”
“내용상 특별히 문제시되는 부분이 없는 데다가, 현재 유통을 하는 곳이 소위 ‘북카페’라는 형태의 전국적인 대여점이라 그 판매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 같습니다.”
“그 북카페라는 곳도 대표가 있을 것 아닌가? 대표가 누구야? 그 사람을 당장 구워삶아서라도 막아야 할 것 아니야?”
“북카페 대표와는 아는 사이라서 어떡하든 막아보려 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그 책의 출판부터 배포까지 모든 일을 샌더슨 경이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그 북카페를 좌지우지하는 최대 투자자가 바로 테오 샌더슨 경이었고요.”
“…뭐?”
어이가 없는 표정의 개럿 공작이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것이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샌더슨 경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라니.
‘뭐야? 그럼 이 자식이 작가를 고용해서 출판하게 했다는 건가? 리오의 여론몰이를 위해서?’
리오 에드워즈를 집으로 데려가 보호하는 것도 모자라, 출판까지 주도하고 있다면, 자신을 상대로 대적하고 있는 것이 명명백백해졌다.
* * *
개럿 공작은 홀로 서재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쉽게 소문을 잠재우려고 테오 샌더슨을 찾아간 것이 오히려 시끄러운 싸움으로 번진 꼴이 돼버렸다.
거기다 영지 일부에 대한 퇴거 소송을 리오 에드워즈 측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집안 사무변호사로부터 들려왔다.
여기서 밀릴 수는 없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켜온 자리이던가.
‘먼저 영지 퇴거 소송으로 관심과 주목을 최대한 끌어내 자신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드러내려는 수작이다. 그리고 소설과 퇴거 소송의 승리로 대중의 지지를 업고서, 최종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확인받는 소송을 제기하려 들겠지.’
드르륵- 탁-
개럿 공작은 자물쇠가 채워진 서랍에서 서류첩 하나를 꺼내 들었다.
휙-
서류첩을 열자, 십수 년 전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 발간된 신문 일부가 나타났다.
『딜런 농장 일가족 참변… 원인 모를 죽음』
신문 하단 구석의 끔찍한 제목 아래에는 일가족 세 명이 모두 사망했다는 짤막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리고 스크랩된 기사 옆으로 딜런 에드워즈 가족의 사망 확인 검인서 사본이 함께 묶여 있었다.
‘딜런의 아들 리오 에드워즈… 이 아이는 그때 딜런 부부와 함께 분명 독살되어 죽었어. 당시 신문 기사도, 의사의 검시 기록도, 심지어 교회 장례식까지 모두 이렇게 세 명이 죽었다고 명확히 남아 있고.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리오라고 주장하는 놈은 볼 것도 없이 가짜야.’
개럿 공작은 이 모든 것이 동생 제프리 에드워즈의 멍청한 농간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지금 리오라고 주장하는 놈이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죽은 리오 에드워즈를 잘 알고 있었고, 그 아이인 척 연기를 하고 있어. 그렇다면 어릴 때 죽은 리오와 함께 북아메리카에서 자란 놈일 가능성이 커.
제프리 녀석은 자메이카에서 딜런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가짜 리오의 소식을 듣고 이게 웬 건수냐 싶어 냉큼 데리고 온 것일 뿐이고. 샌더슨 역시 그럴듯한 사연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거지.
하지만, 문제는 내가 여기서 가짜 리오의 진짜 정체를 밝히려다 내 과거의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다는 거야.’
영지에 대한 퇴거 소송이 들어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이 증거 서류들을 들이밀면서 진짜 리오 에드워즈는 이미 죽은 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자신이 내미는 증거자료들이 조작이 아니라는 입증이 반드시 필요했다.
즉, 북아메리카 관계 신문사나 수사당국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어차피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그런 자료들을 급한 마음에 내밀었다가, 그 증거자료를 언제, 어디서 확보한 것이냐는 추궁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개럿 공작은 자서전을 통해, 당시 딜런 에드워즈의 행방을 찾지 못해 몹시 애달파하는 심정을 절절히 표현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망 자료를 기다렸다는 듯이 들이밀게 되면, 자서전을 쓰기 전에 이미 사망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행방을 모른 척 거짓 쇼를 한 것 아니냐는 도덕적인 비난까지 직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것은 딜런 가족의 죽음과 애초에 어떤 연관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강력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이 사망 확인 자료를 지금 내밀게 되면, 내가 그들의 행방을 계속 알고 추적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는 꼴일 뿐이야. 고작 퇴거 소송 하나 이기자고 이런 의심받을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지.
그래, 퇴거 소송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신분 진위 확인 소송에서 이 명확하고도 강력한 증거를 제시해야 해.’
자신의 거짓말이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북아메리카와의 거리상 최소 5개월 이상의 시간 차이가 있어야 한다.
즉, 진실로 포장하기 위한 시간적 숙성이 필요했다.
‘일단, 이번 퇴거 소송에서는 딜런이 아들을 낳았다는 것 자체가 거짓 주장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해야 한다. 실제로 아들을 낳았다는 어떤 공식 기록도 남아 있지는 않은 데다, 나는 지금껏 출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듯이 연기를 해야 내가 쓴 자서전의 내용과도 일치하게 되니까 말이지.’
그렇게 퇴거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일은 싱겁게 끝이 나고 더 나설 일도 없게 된다.
하지만 만일 퇴거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그때는 가지고 있는 증거들을 총동원해 리오가 가짜라는 사실을 밝히면 되는 일이다.
‘퇴거 소송에 최종 패소하게 되면, 그때서야 딜런이 리버풀에서 아들을 출산했다는 사정을 알게 됐고, 북아메리카에서 이주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모두 죽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인제야 접하게 됐다고 주장하는 거지.
그리고 나는 북아메리카 관계 기관으로부터 딜런 가족의 사망 자료를 요청해, 신문 기사와 교구 장례기록, 사망 확인 검인서 등을 받게 되면, 도덕적인 비난과 독살의 사주에서 자연스럽게 벗어 날 수 있을 거고.
또 그렇게 되면, 현재의 리오가 가짜라는 것도 명백하게 밝혀지면서, 신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리해 내 지위를 굳건히 지킬 수가 있게 되는 거야. 후후후-’
리오 에드워즈가 사망한 것이 확실한 이상 승리는 의심할 것 없이 분명했다.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저 인내의 시간뿐이었다.
◈ 1779년 12월 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로건 작가의 집에는 신문사나 잡지사로부터 온 수많은 편지로 북새통이었다.
연락을 받고 온 태오도 어마어마하게 쌓인 편지를 보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문사나 잡지사에서 로건 작가에게 직접 연락이 닿지 않자, 출판사를 통해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18세기는 아직 현대적인 ‘인터뷰’ 형태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지 교환을 통해 작가의 의견을 듣고 신문이나 잡지사에서 적당히 각색하여 내보내는 방법이 대세였다.
“샌더슨 경, 대부분의 편지가 경의 예상대로였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실제 가문에 관한 것인지에 관한 물음입니다. 특히 에드워즈 가문의 개럿 공작과 리오 에드워즈의 이야기가 많았고요.”
기대했던 반응 이상이었다.
두 달 넘는 시간 동안, 로건 작가의 ‘어느 청년의 슬픈 회고’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책은 도서판매 대여점을 통해 수많은 지역에 급속도로 퍼졌는데, 지금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런던에서는 소설 속의 젊은 청년이 누구이며, 그 간교한 백작은 누구냐로 연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이 개럿 공작과 리오 에드워즈였다.
덕분에 일방적으로 기울었던 무게의 추가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론장(public sphere)을 뜨겁게 달군 작품으로 인해, 그 실제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안달이 난 대중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덩달아 안타까운 주인공을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져갔다.
“이제 다음 주부터 개럿 공작을 상대로 법원에 정식으로 제기했던 일부 영지에 대한 퇴거 소송이 시작될 겁니다.
여기에 맞춰 로건 작가님은 작중 속의 주인공이 리오 에드워즈였고, 그의 실제 삶을 그대로 녹여냈음을 신문사나 잡지사에 밝히기만 하면 됩니다.”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배심원들은 여론의 추이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일단 일부 영지에 대한 ‘퇴거 소송’은 리오가 에드워즈 가문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재산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즉 가문 재산의 진짜 소유자는 리오이니 가짜 소유자인 개럿 공작은 영지를 내놓고 퇴거하라는 의미였다.
18세기의 영국에서 개인의 재산권에 관한 권리는 현대와 비교해서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만큼 크게 보호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강력한 재산권 보장에 앞서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가문의 정통성’.
아무리 가문의 재산을 오랫동안 소유하고 그와 관련해 법적 관계가 굳건하다고 하더라도, 가문의 진짜 후계자가 등장하면 소급하여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이었다.
이것은 귀족의 재산이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가문 전체’의 소유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만약 리오 경이 개럿 공작에게 행한 퇴거 소송에서 뜻밖의 승리를 거둔다면, 법원은 리오 경이 에드워즈 가문의 적통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될 겁니다.
반대로 리오 경이 개럿 공작에게 지게 된다면, 에드워즈 가문의 적통은 그대로 개럿 공작이 가지게 되는 것이고요.”
“그럼, 퇴거 소송에서 리오 경이 승리해 재산이 넘어오면, 개럿 공작이 가지고 있는 작위도 리오 경에게 바로 돌아오는 건가요?”
태오가 고개를 저었다.
“법정변호사에게 물어보니, 퇴거 소송이 승리로 끝난다고 해도 당장에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합니다. 단지 리오가 가문의 진짜 후계자라는 게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인식되는 것뿐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그사이에 북아메리카에서 개럿 공작의 범죄 사주와 관련된 강력한 증거들이 나와 이곳 영국에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그때는 공작 작위도 본래의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자리에 일어서며 태오가 말을 이었다.
“작가님은 이제 신문사와 출판사에 작품 속의 주인공이 리오 에드워즈라는 것을 밝혀주는 편지를 최대한 많은 곳에 보내 주십시오.
저는 이제 리오의 첫 데뷔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다른 준비를 좀 하러 가야 할 것 같네요.”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