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168)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168화(168/217)
168화. 공주의 맞선
◈ 런던 메이페어(Mayfair), 태오의 저택.
퇴근 후 곧장 서재로 올라간 태오는 식사도 거른 채 일에 열중했다.
마리아 공주의 매칭 조사 결과를 토대로 회원목록에서 적당한 회원을 찾는 중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많이 당황했지만, 태오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하려 애를 썼다.
‘그래, 외모적으로 내 이상형이라는 건 인정해. 하지만 외적으로 끌리는 마음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한다. 빨리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눈에서 멀어지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도 식게 될 거야.’
하지만 직접 얘기를 나누면서 느낀 공주의 성향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공주가 가진 가치나 지향점,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왜 나하고 비슷한 게 많은 것 같지? 아니면 내가 지금 마리아 공주에게 첫눈에 빠져 내 멋대로 끼워 맞추고 있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상사병에 걸려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면서 내심 얼마나 답답하게 여겼었던가.
강박증이나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 하루 종일 생각하고 온종일 보고 싶어 집착하며 괴로워하던 그들.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 하고,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목숨을 걸듯 매달리며 위태로워 보이던 사람들을 보면서, 사랑만으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메이카에서 엘리사 양이 상사병으로 죽어가던 것처럼, 상사병은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상대를 생각하면 설레고 두근거리지만, 정작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입맛도 없어져 몸은 점점 쇠약해진다.
아주 심한 경우, 극도의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일까지도 발생한다.
‘외로움에 빠진 나의 뇌가 지금 착각을 일으키는 거야. 무의식 저편에 나도 몰랐던 이상적인 모습에 굶주렸던 감정이 올라온 거지.
사랑은 주고받는 건데, 일방적으로 처음 본 상대한테 내 마음만 주고 빠져든다는 건 말이 안 돼. 정신 차리자, 현태오!’
심한 상사병에 걸려 힘들어하던 환자들에게 우선 상대를 그만 사랑하라고 늘 충고했었다.
사랑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그 욕망을 채우려고 들수록 더 심한 감정 낭비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앞에 쌓인 일이 한가득이야. 쓸데없는 일에 감정을 낭비하지 말고 그냥 내게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해결하는 데 집중하자.’
태오가 마리아 공주의 매칭 질문지를 들고 결심했다.
‘그래! 차라리 이럴 바엔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매칭 점수를 살펴서 내 마음이 착각이란 걸 확인해 보는 게 더 낫겠어.’
결정사 대표로서 이러면 안 되지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객관적 점수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쓱싹- 쓱싹-
질문표 점수를 토대로 자신과의 매칭 점수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
잠시 뒤.
매칭 점수 결과에 태오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모든 점수합계가 98% 이상의 일치성을 기록했다.
그것도 점수를 박하게 받기 위해 보통 회원들보다 훨씬 세분화시킨 검사에서 나온 결과치였다.
마리아 공주는 외모뿐만이 아니라, 성향까지 완벽하게 들어맞는 이상형이었다.
‘하- 이거… 진짜 큰일이네.’
첫눈에 반한 자신의 감정이 순간의 착각이 아니었다는 얘기일 수 있다.
‘그래도 안 돼! 지금 내 처지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는 일이야. 거기다 상대는 정략결혼을 하려는 왕국의 공주이고.’
18세기에 살고 있지만, 자신은 21세기 사람. 거기다 그녀는 한 왕국의 공주 신분이다.
모든 상황이 거대한 벽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내 마음이 더 빠져들어 조절 못 하게 되기 전에 어떡하든 멈춰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적합한 신랑감을 구해주고, 그녀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해야 할 것 같았다.
◈ 한 달 후. 테오 스트리트의 레스토랑.
태오는 마리아 공주에게 한 달간 세 번의 만남을 주선했다.
스튜어트 가문의 백작, 앨버멀 가문의 자작, 코번트리 가문의 후작.
외국의 철모르는 귀족 집안의 딸 정도로 여기고 얕잡아 보고 나왔던 신사들은 마리아 공주의 지식과 교양 수준에 크게 당황하는 눈치였다.
오늘 만나기로 한 세 번째 후보자, 코번트리 가문의 더글라스 후작 역시 그러했다.
이날 화려한 의상으로 한껏 치장하고 나온 후작은 약속한 시간보다 한참 늦게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두 명의 몸종을 거닐고 나타난 후작은 마리아 공주의 미모에 무척 흡족해했다.
“아이고, 샌더슨 자작님!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시라면 좀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시지 그랬습니까? 그럼 더 일찍 나왔을 텐데요, 하하.”
약속 시간보다 한참이나 늦은 것에 심기가 불편했던 마리아 공주가 매섭게 쏘아붙였다.
“후작님께서는 상대의 외모에 따라 시간을 달리 정하시나 보네요?”
살짝 얼굴을 붉힌 더글라스 후작이 곧 정중히 사과했다.
“아,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아름다운 마리아 양을 직접 뵙는 바람에 순간 말실수를 한 것 같네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후작의 태도에 태오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물론 그의 심리상태나 성격 등은 이미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시대 귀족이 가진 특유의 거드름과 지위가 낮은 사람을 천시하는 습성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더글라스 후작은 여성 앞에서 그런 점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공주는 그런 모습을 굉장히 못마땅해하는 것 같았다.
태오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최대한 바꿔가면서 두 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다행히 처음의 냉랭했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지자, 마리아 공주도 표정을 풀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 얘기에서부터 토머스 홉스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오갔는데, 영국의 문학가와 철학가들이었지만 더글라스 후작보다 마리아 공주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었다.
“하하, 이거 영국분도 아니신데 어떻게 이렇게 영국의 문화와 철학에 대해 조예가 깊으신 거죠?”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등은 그 나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잖아요. 글 속에는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잘 드러나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더글라스 후작은 자신의 부족함을 만회하려는 듯 슬쩍 정치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작은 왕국의 아가씨라 국제 정세는 잘 모르리라 여긴 듯했다.
“……최근 프랑스 혁명으로 우리 영국과 주변 국가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와의 상황이 좋지 못하죠.
마리아 양의 나폴리 왕국도 우리 영국이 도움을 주지 않으면 바로 프랑스 쪽에 붙을 거란 소문이 돌더군요.
하지만 프랑스 놈들은 천성이 아주 아주 비열합니다. 나폴리 국왕이 프랑스놈들에게 선심을 바라고 붙었다가는 아주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겁니다.”
더글라스 후작은 강대국인 영국의 힘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겁을 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공주는 그의 의중에 말려들지 않았다.
“네, 맞아요. 우리 왕국이 작은 나라는 아니지만, 주위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서 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하지만 후작님이 들으셨다는 소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네요.”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나폴리 왕국은 한때 프랑스나 스페인,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었다.
“네? 어떤… 점에서요?”
“영국도 그렇고 프랑스도 그렇고, 힘 있는 나라들이 우리와 협상을 맺고 군사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다른 목적이 있지 않겠어요?
우리 왕국은 지중해에 바다를 끼고 있어서 함선이나 상선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이니 전쟁을 하기에도 무역을 하기에도 지정학적으로 최적의 국가이지요.
또 시칠리아섬의 자원도 풍부하고 곡물도 많이 나니 지중해를 통해 수입하면 많은 득을 볼 수도 있을 거고요.
저는 얻는 것 하나 없이 영국이나 프랑스가 우리 왕국에 선심을 베푼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도리어 더 많은 이득이 있기에 움직이는 게 아닐까요?”
공주의 똑 부러진 대답에 더글라스 후작은 당황했고, 태오는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 * *
이전에 만났던 두 사람과 달리 더글라스 후작과는 꽤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마리아 공주의 표정은 내내 밝지 못했다.
후작과의 만남을 마친 후, 도미니치 백작과 마리아 공주는 태오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더글라스 후작님은 어떠셨나요?”
“뭐… 그냥 그랬어요.”
“오늘까지 총 세 분을 만나보셨는데, 마음에 드는 분은 없으셨습니까?”
태오의 질문에 마리아 공주는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네! 딱히 끌리는 분은 없었습니다.”
“…….”
매칭 질문지에 답한 것 말고 다른 것이 있을지 모른다.
아무래도 공주가 원하는 이상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공주님은 평소 어떤 남성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계셨나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태오의 질문에 마리아 안나 공주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돈 많고, 잘생겼으면 해요. 당연히 권력도 있어서 우리 왕국에 큰 도움이 돼야 하고, 제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들어주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해요.”
“…….”
그녀의 말에는 조금의 진심도 담겨 있지 않았다.
“왜 일부러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공주님은 결혼에 흥미가 전혀 없으신 건가요?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공주님과 장난을 칠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공주님의 일을 보고 있습니다. 공주님도 큰 비용을 지급하면서 소개를 받고 계신 것이고요!”
태오가 정색하고 나오자 공주가 미안해했다.
“죄송해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결혼 생각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결혼을 하겠다고 1년이나 런던에 있으시려는 거죠? 제가 보기에 공주님은 당차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본인의 신념대로 행동하시는 분 같으신데요.
공주님 성격에 결혼이 그렇게 싫었다면, 애초에 런던에 오지 말아야 하지 않았나요?”
공주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무리 큰 나라가 아니고 공주에 불과하다 해도… 제 위치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에요. 그리고 제 욕심 하나 때문에 왕국의 국민을 저버릴 수도 없고요.
그러니 부모님 뜻대로 제가 마음에 드는 남자보다, 조금이라도 우리 왕국에 도움이 되는 남자와 결혼해야겠지요.”
얼마 전 태오는 나폴리 왕국의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귀족을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나폴리 왕국의 국왕 페르디난도 4세는 왕이 되기 위한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왕이 되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왕비인 마리아 카롤리나는 여대제인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로서 당대 최고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 국제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페르디난도 4세는 정치에 관한 부분은 아내에게 일임한 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는 자식들의 교육을 엄격하게 하면서 주변의 강대국과의 결혼을 통해 나폴리 왕국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노력했는데, 특히 영국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타고나기를 자기 소신이 뚜렷한 마리아 공주였지만, 엄격한 어머니의 뜻만큼은 거역하지 못하고 신랑감을 구하러 영국까지 온 것이었다.
어쩌면 어머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1년간 도피성으로 런던으로 온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전 이곳에 무척 잘 왔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빨리 결혼해서 어서 런던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마리아 공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말했다.
비록 결혼을 위해 런던으로 오게 됐지만, 테오 스트리트에 와서 처음 느끼는 활기찬 매력에 공주는 흠뻑 빠져 있었다.
나폴리 왕국에서는 볼 수 없는 좋은 환경과 커피 향 가득한 카페, 서점과 극장, 음식점… 그리고 활기찬 시민들을 보며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샌더슨 경? 우리 이러지 말고 산책이나 할까요?”
“산책이요?”
“네! 저나 샌더슨 경이나 결혼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잖아요?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게 최고죠!”
* * *
마리아 공주는 도미니치 백작과 하녀들을 거느리고 테오 스트리트를 산책했다.
카페와 의상실, 꽃집, 극장, 레스토랑, 잡화점, 빵집 등 거리 이곳저곳을 신기한 듯 둘러보던 공주가 태오에게 물었다.
“이 거리는 영국 정부에서 전부 조성한 건가요? 정말 대단하네요. 회사나 카페 주변도 그렇지만 이렇게 직선으로 난 거리를 걸으면서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해요. 다양한 구경거리들로 인해 매번 새로운 느낌도 들고요.”
그때 마리아 공주의 눈에 ‘테오 스트리트’라고 쓰인 거리 푯말이 들어왔다.
“아, 맞다! 테오 샌더슨 경! 너무 재밌지 않나요? 샌더슨 경의 이름이랑 이 예쁜 거리의 이름이 똑같아요. 궁금해서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국왕 폐하의 명으로 새롭게 정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저번에 보고 샌더슨 경의 이름하고 같아서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후후.”
재밌어하던 마리아 공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쑥스러워하는 태오의 반응이 이상해서였다.
순간 공주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설마… 이 거리? 샌더슨 경의 이름을 딴 거리는… 아니겠죠?”
태오가 대답을 못 하고 계속 머뭇거리자 눈치를 챈 공주가 화들짝 놀라 했다.
“와- 맞군요? 그럼, 이 거리를 샌더슨 경께서 만드신 건가요?”
“뭐, 사업상 거리를 조성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마리아 공주가 바닥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도요?”
“네.”
“어머, 세상에! 그럼 이 돌바닥이며 레스토랑, 카페, 호텔 전부 구상하신 건가요? 이렇게 거리 전체를 애초에 계획하에 만드신 거예요?”
“네… 뭐,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어쩐지, 왜 런던 중심가도 아니고 이곳만 이렇게 잘 꾸며놨는지 늘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신이 난 공주가 뒤에 따라오던 도미니치 백작에게 소리쳤다.
“백작님! 백작님은 아셨어요? 이 거리 전부 샌더슨 경께서 구상해서 만드신 거래요! 세상에! 놀랍지 않아요? 이런 동화 같은 거리를 전부 구상하셨다니!”
몹시 피곤해 보이는 도미니치 백작이 마지못해 응수했다.
“아, 그렇군요. 대단하네요, 허허. 그나저나 공주님? 인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시죠?”
백작의 애원 가득한 표정에도 생기 가득한 공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 구경하기에 바빴다.
“와! 저 옷들 좀 보세요! 어머나- 저렇게 미리 만들어놓고 파는 건가요?”
공주가 의상실에 진열된 옷들을 가리키자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성복이죠. 아주 솜씨 좋은 재단사분이 미리 만들어서 나중에 치수만 조정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눈을 반짝이던 마리아 공주가 백작을 이끌고 의상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작님! 아직 집에 가기엔 이르잖아요? 우리 의상실에 들어가서 옷 구경 좀 해요. 그냥 보기에도 파리의 드레스보다 더 좋아 보여요!”
순간 백작의 눈에 공포감이 서렸다.
“네? 공주마마, 의상을 보신다니요? 집에도 옷이 넘쳐납니다. 그냥 다음에 옷을 맞추심이….”
“아이참, 백작님도. 여긴 맞춤옷이 아니래요. 이미 옷이 다 만들어져 있다잖아요? 그냥 들어가서 입어만 보고 치수만 조절하면 간단히 끝나는 일인 것 같아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백작은 막무가내의 마리아 공주에게 이끌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따라 들어갔다.
‘그 뻣뻣한 백작도 마리아 공주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고 마는군.’
태오는 피식거리며 공주의 뒤를 따라 의상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