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170)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170화(170/217)
170화. 학교 방문
◈ 1788년 11월 중순. 테오 무역회사, 부대표실.
테오 결혼정보회사 4층에 있는 무역회사에는 사이먼 휴즈 부대표와 테오 스쿨(Theo School)의 스키피오 마셜 교장이 태오와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키피오 교장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 참, 대표님. 왜 우리 학교 입구 벽에 특별 기부자 명단을 걸어놓지 않았습니까?”
테오 스쿨 교문 벽에는 돌에 새겨진 이름이 걸려 있었다.
학교에 1만 파운드 이상을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명단이었다.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교육사업인 만큼 부자들의 참여 유도를 위해 짜낸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참여로 걸린 이름은 많지 않았다.
태오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조지 왕이나 번즈 백작, 매너스 공작, 맥스웰 백작 정도였다.
“네, 그 명단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그게, 몇 주 전부터 기부하겠다는 귀족이나 젠트리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네? 갑자기요?”
“네! 런던 근처의 어떤 백작님께서는 무려 5만 파운드나 기부하겠다고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5만 파운드나요?”
“네, 대신에 대표님께서 자기 영지에 한번 들러주시기를 바라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들러주기를 원한다니요? 왜요?”
영문을 몰라 하던 태오의 머릿속에 순간 프랑스 혁명이 떠올랐다.
“혹시… 프랑스에서 벌어진 폭동 때문에 그런 건가요?”
스키피오 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사실 요즘 대표님의 이름이 귀족들보다 서민과 빈민들 사이에 아주 크게 돌고 있다고 하잖아요?”
“제 이름이 왜요?”
“네, 소작농들 처우 개선도 그렇고, 빈민 병원에 매년 엄청난 기부를 한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을 모두 가난한 아이들을 먹이고 공부하고 거기다 주급까지 줘가면서 학교를 운영한다니… 지금 서민들 사이에서 대표님을 칭송하는 분위기가 뜨거울 정도입니다.
아마도 그런 대표님의 명성에 숟가락을 살짝 얹게 되면, 프랑스에서와 같은 폭동이 일어나도 최소한 목은 잘리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는 거죠.”
프랑스 혁명의 끔찍한 상황은 각종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영국 사회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혁명은 같은 서민들에게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사건이었지만, 귀족이나 지주들에게는 큰 공포감을 안겼다.
게다가 프랑스에서 탈출해 넘어온 성직자나 프랑스 귀족들의 참담한 모습은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졌다.
그러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꽤 많은 귀족과 부자들이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학교라는 테오 스쿨(Theo School)에 공공연히 기부의 의사를 밝히면서 거액의 기부금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이먼 휴즈 자작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그러네요. 행여나 영국에서도 민란이 일어나서 자기들에게도 달려들까 봐 겁이 났나 봅니다.
학교 교문에 떡하니 자기 이름이 걸려 있고, 서민들에게 워낙에 인식이 좋은 대표님과 친분을 과시하면 죽음은 면할 것이라는 계산이 선 것 같습니다.”
스키피오 교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반응들이 꼭 나쁘다고 보지 않아요. 어찌 됐든 귀족들의 행동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는 거니까요.
속마음이야 어떻든 행동이라도 그렇게 한다면 이 사회가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 며칠 뒤, 켄싱턴 결혼정보회사
1층으로 내려가던 태오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필 마리아 공주가 수행 하녀들과 1층 입구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공주가 앉은 테이블 맞은편에는 도미니치 백작이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따분해하는 공주에게 T&S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이 일과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야외 테이블이 만석인지, 마리아 공주가 1층 입구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주치지 않고 몰래 빠져나갈 수 있을까?’
마리아 공주에 대한 마음의 싹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 될 수 있는 한 만남을 피하고 있는 태오였다.
망설이던 태오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입구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마침 고개를 든 공주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태오가 인사하자, 공주는 환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공주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수행 하녀들까지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태오를 돌아봤다.
“샌더슨 경?”
“아… 네.”
“오늘은 또 어디 가세요?”
“조금 일이 있어서요.”
“샌더슨 경은 정말 매일 바쁘시네요. 결혼회사 운영에다 거리 조성에, 커피 사업, 방직 무역에 호텔, 카페… 또 무슨 다른 사업이 있으세요?”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공주 성격상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으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바쁘네요.”
“학교라니요?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곳 말인가요?”
“네, 뭐. 그렇죠.”
“그런데 학교를 왜 가시는데요? 혹시, 학교도 운영하세요?”
“네, 뭐….”
마리아 공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알수록 대단한 분이시네요. 학교를 운영하고 계셨는지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학교도 수입이 되는 사업인가요?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제가 벌어들인 수입을 사회에 환원하는 개념으로 일종의 장학사업이죠.”
장학사업이라는 말에 공주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장학사업이요? 그럼 공짜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뜻인가요?”
“뭐, 그런 셈이죠.”
“작은 규모라도 학교를 설립하고 학생들을 공짜로 가르치려면 돈이 상당히 들어갈 텐데요?”
“네. 뭐… 돈이 제법 들어갑니다.”
마리아 공주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제가 우연히 샌더슨 경에 관한 얘기를 들었는데, 영국에서 돈이 되는 모든 일은 샌더슨 경의 차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던데요?
그럼 그 많은 돈을 벌어서 공짜 교육을 하는 데 사용한다는 말씀이세요?”
마리아 공주는 태오를 돈만 밝히는 장사꾼쯤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
하지만 지금은 공주와 될 수 있으면 감정적으로 멀리 떨어져야 할 시기.
일일이 설명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죄송하지만, 공주님.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그럼 다음에.”
그러나 쉽게 물러서지 않는 공주였다.
“그러지 말고 그 장학사업 좀 잠깐 얘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실은 우리 왕국에서도 아이들 교육 시설을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자금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필요해 보류 중이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마리아 공주가 교육사업에 이렇게 관심 있어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공짜로 교육을 해준다고 부모들이 학교로 아이들을 보낼까요? 부모들은 공부보다는 당장 빵을 살 돈이 필요하다고 일을 보내려 할 텐데요.”
정확한 그녀의 지적에 태오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 맞습니다. 그게 가장 큰 걸림돌이죠. 그래서, 학업을 잘 따라온다면, 보통의 아이들이 일해서 실제로 벌어들이는 평균 수입을 매주 주급 형태로 보장해 준다고 내세웠습니다.
물론 그래도 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선뜻 맡기지는 않고 있지만, 배움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부모들은 굴뚝 청소를 하게 하느니 미래를 생각해 우리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아이가 입학할 겁니다.”
“그러면 차라리 밖에서 일해서 받는 주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부모들도 학교로 많이 보내줄 것 같은데요.”
태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됩니다. 노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면, 배움이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 거예요. 배움이나 지적 욕구가 있는 아이들이 들어와야 학교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래도 없이 하루 종일 노동으로 때우는 것보다 글을 읽고 쓰고 점점 똑똑해지는 아이들이 주위에 많아지면, 다른 아이들이나 부모들도 점점 생각이 달라지게 될 겁니다.”
아이들은 노동이 아니라 교육을 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태오의 신념에 공주는 탄복한 표정이었다.
“제가 지금까지 샌더슨 경을 돈만 아는 사업가로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네요.
그런데 그렇게 운영하려면 재원이 얼마나 들어가죠? 주급까지 보전해 준다니… 저는 도무지 상상이 안 가네요.”
“뭐, 꽤 많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대충 말씀하지 마시고, 정확히 좀 알려주세요. 정말 참고하고 싶어서 그래요.”
국민의 교육에 이렇게 관심을 두는 걸 보니, 확실히 한 나라의 공주다웠다.
“일단 지금 계산으로는 일 년에 5만 파운드 정도 들지만, 앞으로 학생들이 많이 늘고, 3년제 기초학교와 2년제 전문학교를 함께 운영할 예정이라, 년 70만 파운드 이상의 돈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학생 정원에 따라 더 많이 들 가능성도 있고요.”
공주의 입이 벌어졌다.
“70만 파운드요? 그 많은 재원 조달이 매년 가능하세요?”
“그 정도의 돈을 조달 못 할 거로 생각했다면, 애초에 이 사업을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태오의 말에 공주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와- 몰랐어요! 샌더슨 경은 정말 엄청난 부자셨군요?”
공주의 반응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은 태오는 마차가 서 있는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공주님,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빨리 학교로 가봐야 하거든요.”
“잠깐만요!”
“……?”
공주가 두 눈을 끔뻑이며 애원 조로 부탁했다.
“저도 가보면 안 될까요?”
“어디를요?”
“운영하신다는 학교 말이에요.”
“공주님께서요?”
“네! 아까 말씀드렸듯이 나폴리 왕국에 아이들을 위한 작은 기숙 학교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본보기가 필요합니다. 꼭 좀 부탁드릴게요.”
공주의 진지한 태도에 태오도 어쩔 수가 없었다.
“도미니치 백작님께 허락은 받으셔야죠?”
“문제없어요!”
마리아 공주가 백작에게 달려가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했다.
백작은 여느 때처럼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왕국의 일이라는 공주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함께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 * *
테오 스쿨(Theo School)은 코번트 가든의 빈민가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마차는 빈민가를 가로질러 올라가야 했다.
런던 빈민가를 처음 보는 마리아 공주는 열심히 창밖을 살폈다.
그런데 마차 창밖으로 허름한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차림의 신사와 귀부인들이 여럿 보였다.
분명 이런 곳에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보였는데, 그들은 손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 쇼핑하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남성들은 좋은 재질의 조끼와 코트를 입고 얼굴에는 하얀 가루까지 바르고 있었고, 여성들은 볼륨 넘치는 화려한 드레스와 온갖 장식이 갖춰진 모자를 쓴 채 주위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는 어김없이 헐벗은 아이들과 걸인들이 몰려와 구걸을 했다.
마리아 공주가 의아한 얼굴로 태오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뭐죠?”
그들을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오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돈을 주고 비참한 빈민들의 삶을 구경하는 겁니다. 일종의 ‘빈민 투어’라고 할 수 있죠.
런던의 부익부 빈익빈이 너무 커지다 보니, 귀족들에게는 이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동물원처럼 신기한 볼거리가 되는 셈이죠. 상대적으로 자기 생활에 관한 만족과 우월감도 느끼고요.”
“아… 말도 안 돼….”
눈살을 찌푸리는 공주였다.
* * *
테오 스쿨(Theo School)의 입구에 들어서자 조금 전까지 어두웠던 마리아 공주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잘 조성된 녹지와 깨끗한 환경이 슬럼가에서 보았던 씁쓸한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는 기분이었다.
“와- 방금 거리와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주위에는 정장 비슷한 옷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밝게 웃으며 책을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어머- 학생들 옷이 너무 예쁘네요! 저 옷도 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건가요?”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매번 옷을 구하는 것이 서민층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 우리 학교에서는 교복이라는 것을 만들어 입히고 있습니다.
참, 저번에 보신 길버트 화이트 재단사 아시죠? 그분이 직접 고안해서 만든 옷입니다.”
손뼉을 치며 마리아 공주가 감탄했다.
“아, 어쩐지… 옷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화이트 씨 솜씨셨군요.”
마리아 공주는 기성복 매장에 걸린 드레스를 보고 많이 놀랐었다.
품질이나 모양은 파리의 고급 맞춤 의상실보다 더 나았는데 가격은 훨씬 저렴했다.
게다가 이미 만들어진 옷을 취향에 맞춰 이것저것 입어보면서 고른다는 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의상을 만들어내는 길버트 화이트 씨의 솜씨에 여러 번 감탄했었다.
그런 재단사의 손을 통해 나온 학생들의 교복이라 그런지 그 모양이나 맵시가 남달랐다.
옷을 입고 걸어가는 학생들의 얼굴에서도 좋은 옷을 입은 귀족들만큼이나 자부심이 넘쳐흘렀다.
“아이들이 집으로 갈 때 저 옷을 입고 가면 다들 부러워서 쳐다본다고 하더군요. 그 덕분에 동네 아이들이 부모한테 졸라서 교육 문의하러 오는 경우가 요즘 부쩍 많아졌습니다. 자기들도 교복을 입고 싶다면서요.”
“아,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저도 만약에 우리 왕국에서 학교를 세우면 예쁜 교복을 입혀야 할 것 같네요.”
워- 워-
마차는 이내 학교 안에 있는 교무처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마차에서 내린 공주와 백작은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기에 바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 요소를 바탕으로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잘 살린 건물이었다.
자그마한 학교를 생각했던 공주로서는 주변의 넓고 세련된 큰 규모의 건물들에 적잖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와- 작은 도시 같아요. 건물들도 하나같이 멋지고요. 이게 정말 무료 교육 사업을 위한 건가요?”
“저는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간이라고 해서 건물들도 볼품없이 싸구려인 건 싫었습니다. 더 큰 꿈을 갖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랐지요. 그래서 학교 환경에 조금 더 투자했습니다.”
“조금 투자한 게 아닌 거 같은데요? 남들에게 작은 빵조각 하나 나눠주는 것도 아까워하는 귀족들이 대부분인데… 정말 대단하세요!”
“하하,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제가 쓰기엔 지나치게 많은 돈을 벌었으니, 그만큼 돌려주는 것뿐이죠.”
“…….”
마리아 공주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태오의 모습에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의 눈에 태오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공주님, 백작님?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