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194)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194화(194/217)
< 194화 엇갈림 >
◈ 베네치아 공화국, 두칼레 궁전.
도제(국가원수)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중년 여성이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당신 소식 들으셨어요? 세상에! 지금 나폴리 왕국의 왕자님과 그 유명한 영국의 테오 샌더슨 백작님이 우리 궁전으로 오고 있다고 해요!”
루도비코 마노이니 도제는 호들갑 떠는 아내를 나무랐다.
“내가 당신한테 소식을 전하라고 했는데 그걸 모르겠소? 대단한 일 아니니 진정하시오. 그리고, 밖에 사람들도 있는데 제발 목소리 좀 낮추고!”
그러나 흥분한 도제의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네?”
“그렇게 소란 떨 것 없는 일이라니까? 우리 공화국에 오기 전에 신붓감을 찾는다고 여러 왕국과 공국을 돌아다녔다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소? 우리도 그중의 하나일 뿐이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노이니 도제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달 전, 나폴리 왕국에서 신붓감을 찾는다는 소식에 주변 왕실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하지만, 베네치아 공화국은 군주제 국가가 아닌 탓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베네치아는 나폴리 왕국의 방문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만약에 우리 딸 중의 하나가 나폴리 왕자와 결혼하게 되면, 프랑스 놈들도 찍소리 못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럼 함부로 침략도 못 할 테고, 덩달아 당신의 인기도, 권한도 올라가게 되는 거고요!”
“왕실 가의 결혼 동맹도 아니고··· 단순히 결혼만 했다고 해서 프랑스가 우리를 넘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요.”
“그게 그거죠, 뭐! 혹시 저번에 프랑스군을 박살 낸 자신감에 우리와 동맹을 맺고 프랑스를 더 압박하려고 결혼하려는 게 아닐까요?”
무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작은 나라인 만큼,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일찌감치 중립국을 선언하고 무기까지 내려놓았던 베네치아 공화국.
하지만 프랑스 혁명정부는 이탈리아 지역의 수많은 왕국과 공국을 적으로 규정짓고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베네치아 공화국이 중립국을 주장한다고 한들 프랑스의 침공은 이제 시간문제였고, 이런 나라의 위기를 도와줄 국가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한 때에 프랑스 대군을 격파한 나폴리 왕국과 결혼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힘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군주가 아닌 도제의 처지에서 그런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냥 형식적인 방문일 가능성이 커. 지금 사절단을 이끌고 오는 백작님이 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그럴 수도 있고.”
“글쎄, 그게 아니래도요! 제가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동안 다른 왕국에서는 왕자님이 나서지를 않았대요. 신붓감을 확인하고 이름 올리는 모든 일을 나폴리 내무 대신이 알아서 처리했답니다.
그런데 우리 공화국에는 왕자님이 직접 오시겠다고 통보를 했다잖아요? 이건 완전 다른 경우라고요!
우리 애들이 워낙에 이쁘고 똑똑하다고 여기저기 소문이 나는 바람에, 그 얘길 듣고 직접 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호호호-.”
“우리 베네치아에는 다른 왕국들처럼 애초에 방문한다는 나폴리 국왕의 통보 자체가 없지 않았소?”
“그러니까요! 왕자님이 어디서 우리 딸들 소문을 듣고 달려온 것이 확실하다니까요?”
“······?”
덜컹-
문이 열리면서 요란하게 차려입은 도제의 세 딸이 들어왔다.
도제 부인은 상기된 표정으로 남편에게 보란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도 눈이 있다면, 차려입은 우리 딸들을 좀 보세요! 얼마나 길쭉하고 예쁜지. 저 모습을 보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그건 남자도 아닐 거예요, 호호.”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이 예뻐 보인다지만, 사실 도제 딸들의 외모는 그렇게 내세울 수준은 아니었다.
못 생기지는 않았지만, 엄마를 빼닮은 강한 인상에 큰 체격은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엄마, 나 이 드레스 마음에 안 들어! 허리가 너무 두꺼워 보이잖아! 바꿔 입으면 안 돼?”
볼멘 목소리로 첫째 비앙카가 투덜거렸다.
“얘는~ 두껍긴 뭐가 두꺼워. 보기만 좋은데!”
“정말?”
“맞아! 언니는 허리가 두꺼운 게 아니고 엉덩이가 작아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엉덩이 큰 여자가 얼마나 보기 싫은데.”
“키아라! 넌 엉덩이도 작고 허리도 개미허리잖아?”
서로 칭찬하며 깔깔거리는 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마노이니 도제가 아내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큰 딸··· 카테리나는 왜 안 보이는 거요? 카테리나도 왕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겠지?”
‘카테리나’라는 말에 아내는 잔뜩 미간을 좁혀 투덜거렸다.
“당신은 이 중요한 시간에 걔를 왜 찾아요? 왕자님이 곧 들이닥칠 텐데. 그 선머슴 같은 애를 괜히 같이 세웠다간 우리 애들 이미지만 망친다고요! 우리 공화국의 품위도 팍 떨어뜨리고요.”
아내의 말에 표정이 확 달라지는 도제였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우리 애들 이미지를 망친다니? 그럼, 카테리나는 우리 애가 아니라는 말이요? 부인! 카테리나는 엄연히 우리 첫째 딸입니다! 첫째 딸!”
카테리나는 마노이니 도제의 첫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외동딸이었다.
카테리나의 어머니이자 도제의 첫 번째 부인은 공화국을 휩쓴 몹쓸 전염병에 걸려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후 세 명의 딸과 두 명의 아들은 지금의 두 번째 부인에게서 나온 자식들이었다.
옹졸하고 질투심 강한 두 번째 부인은 카테리나에게 은근한 차별을 일삼아 왔고, 그녀의 자식들 역시 자라는 내내 카테리나를 무시로 일관했다.
“부인! 두 번 말하지 않겠소! 카테리나를 당장 이곳으로 부르시오! 당장!”
도제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서야 비로소 아내는 주눅이 들어 입을 열었다.
“아까 하인들을 시켜 찾아보게 했지만, 아침부터 어디를 갔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없어요. 당신도 잘 아시잖아요? 걸핏하면 아침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거. 어차피 지금 찾아봐야 이곳에 오지도 못한다고요.”
“허허- 참.”
마노이니 도제도 무작정 아내를 몰아세울 수만은 없었다.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큰딸 카테리나는 근래 들어 부쩍 외출이 잦았다. 아버지인 자신도 얼굴을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어휴- 이 녀석은 또 어디를 나간 거야?”
걱정스러운 표정의 마노이니 도제가 아내 몰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
두칼레 궁전에 들어선 피에트로 왕자와 태오 일행은 베네치아 공화국 근위대의 극진한 호위를 받으며 도제(국가원수)의 접견실로 향했다.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이 잘 조화된 두칼레 궁전은 웅장하고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넘쳤다.
아름다운 조각상이 곳곳에 비치된 정원을 지나 금으로 장식된 계단에 이르러서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와- 정말 멋지네요!”
“그러게요. 아주 화려함의 극치군요.”
왕자의 탄식에 태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때 뒤에서 따라오던 그리말디 대신이 한마디 거들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더 대단했습니다. 지금은 경제 사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지면서 많이 검소해진 것이죠. 허허-”
“와- 이게 검소한 거라니···.”
계단을 오르며 정교한 석조 장식과 유리 공예품을 손으로 만져보던 왕자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됐다.
멈춰 선 피에트로 왕자는 남몰래 미소를 짓더니 태오에게 넌지시 말했다.
“후후- 백작님. 제 예상이 딱 맞았습니다.”
왕자의 말에 한발 앞서가던 태오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네? 맞다니요?”
“저기를 보십시오.”
왕자가 가리키는 곳을 살피니 궁전 벽에 금빛으로 장식된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국가원수인 도제를 상징하는 문양 같았다.
“혹시, 저 문양이 어제 배에서 보았던 그 문양입니까?”
“하하- 네 맞습니다! 딱 저 모양이었습니다. 그 보십시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우리가 어제 만난 분은 도제의 따님 중 한 분이 확실합니다. 하하하-”
크게 기뻐하는 왕자의 모습에 그리말디 대신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왕자님이 오늘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하하- 뭐 그럴 일이 있습니다. 하하하.”
이번 방문 중에 가장 많이 웃고 즐거워 보이는 피에트로 왕자였다.
*
세 사람이 근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도제의 접견실 입구로 들어서자, 루도비코 마노이니 도제와 그의 부인, 그리고 세 딸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6인의 보좌관과 10인의 위원회 위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도제로 보이는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이 여럿 서 있는 모습을 보자 피에트로 왕자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고 눈둘레근이 상승하면서 기쁨을 보여주는 미세표정이 수시로 잡혔다.
하지만 흥분에 사로잡힌 왕자와 달리, 태오의 눈에는 어제 보았던 검은 망토 여인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에 다시 한번 여기저기 열심히 살펴보았지만, 그 아가씨는 분명히 이 자리에 없었다.
‘···뭐지? 왕자가 방문한다고 몇 시간 전에 연락을 보냈으니, 도제의 딸들이 다 나왔을 텐데··· 그 아가씨는 안 보여···. 아직 준비 중인가? 아니면···?’
어쩌면 왕자의 추측과 달리 도제의 딸이 아닐 수 있었다. 현재로서는 그냥 베네치아 상류층 귀족 아가씨일 가능성이 컸다.
간단한 소개 인사를 나눈 후 마노이니 도제가 왕자에게 미소를 띠며 물었다.
“왕자님. 베네치아까지 오시는 길이 험하지는 않으셨나요?”
하지만 피에트로 왕자는 젊은 여성들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본 검은 망토의 여인을 찾고 있었다.
보다 못한 태오가 왕자의 옆구리를 찔러 주의를 시켰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왕자가 마노이니 도제에게 대꾸했다.
“아, 네··· 네. 여기까지 오는 데 날씨와 바람이 좋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하하.”
그때 마노이니 도제와 안면이 있던 그리말디 대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도제께서는 왜 그리 살이 빠지셨습니까? 너무 무리하게 일을 하시는 건 아니신지···.”
그리말디 대신의 말에 마노이니 도제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요즘 정세에 신경 쓸 일이 워낙 많다 보니 입맛이 통 없더군요.”
“아이고- 저런.”
그때 베네치아 공화국의 6인 보좌관 중의 한 사람이 태오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영어로 말을 건넸다.
“프랑스군을 크게 물리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샌더슨 백작님이 총사령관이 되셔서 군을 이끄셨다고요?”
“아- 네. 어쩌다 보니 사정이 그렇게 됐습니다.”
“정말 반나절 만에 5만 대군을 전멸시킨 건가요?”
“5만 대군 전부는 아니고 한 4~5천 명은 도망갔습니다. 나폴리 17라이플 연대의 공이 컸지요.”
태오의 말에 도제는 물론 보좌관과 10인 위원회 위원들이 크게 탄복했다.
“대승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 총사령관님을 뵙게 되다니··· 정말 존경스럽고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너무 영광입니다.”
프랑스군의 위협으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인 베네치아 공화국.
그런데 그런 두려운 프랑스군 5만을 가볍게 물리친 총지휘관이 자신들 눈앞에 있으니, 그들로서는 그저 대단하고 든든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태오가 마노이니 도제와 위원들에 둘러싸여 이번 전쟁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 뒤에서는 마노이니 도제 부인이 왕자에게 딸들을 인사시키고 있었다.
“인사드리옵니다. 첫째 비앙카 마노이니 라고 합니다.”
“둘째 키아라 마노이니입니다.”
“영광입니다. 셋째 마르리타 마노이니입니다.”
그녀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는 왕자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
한껏 들떠서 들어왔던 조금 전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제 딸들의 인사가 끝나자 피에트로 왕자는 급히 도제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 혹시··· 또 다른 따님은 안 계십니까?”
왕자의 질문에 도제 부인은 남편을 슬쩍 훔쳐봤다.
태오와의 대화에 정신이 팔린 마노이니 도제의 모습을 확인한 부인이 활짝 웃으며 강조했다.
“제 딸은 여기 세 명이 전부입니다! 여기 세 딸만이 제 딸이죠! 그 외에 아들이 두 명 더 있고요, 호호. 자식이 다섯이라 왕자님께서는 제게 딸이 더 있는 줄 아셨나 보네요. 호호호-”
피에트로 왕자는 실망스러운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도제 부인의 말에 따르면, 어제 본 검은 망토의 여인은 도제의 딸이 아닌 것이 확실했다.
‘하긴. 그녀가 도제의 딸이라면··· 이 자리에 없을 리가 없겠지.’
더구나 도제 딸들의 생김새가 다들 엄마를 쏙 빼닮았는데, 어제 본 그녀는 외모가 전혀 달랐다.
실망한 왕자의 속마음도 모른 채 도제 부인은 딸들 자랑을 하느라 바빴다.
“호호- 요즘 다른 왕국에서 어찌나 많은 혼사 얘기가 들어오던지요. 하지만, 많이 망설여집니다. 결혼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호호-. 글쎄, 지난번에는 말이죠. 우리 비앙카가 아니면 안 된다면서······”
도제 부인의 딸 자랑은 끝이 없었다.
‘하-’
그렇게 만나 보고 싶었던 여인이 도제의 딸이 아니었다니.
큰 실망에 한숨만 나오는 피에트로 왕자였다.
*
루도비코 마노이니 도제와의 만남은 두 시간여에 걸쳐 이루어졌다
낙담한 얼굴로 침묵에 빠진 왕자를 대신해 그리말디 내무 대신과 태오가 대화를 풀어가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공화국 근위대의 호위를 받아 도제가 내준 배를 타고 숙소까지 갔다.
수로를 따라가는 커다란 배에는 분명 그날 저녁에 보았던 금박의 문양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배 한구석에서 한참을 침울하게 있던 왕자가 태오에게 입을 열었다.
“도제의 딸이 아니라··· 베네치아의 어느 귀족 아가씨였나 봅니다. 그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름을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아쉬움이 짙게 밴 풀죽은 왕자의 목소리에 태오는 그의 등을 토닥였다.
“아마 물었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꼭꼭 숨기는 모습인데다, 그날 우리가 하인 복장이었던지라, 아가씨를 지키고 있던 귀족 남자도 절대 대답해 주지 않았을 것이고요.”
“네··· 그렇죠. 아무래도 그랬겠죠.”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피에트로 왕자를 태오가 걱정스레 살폈다.
‘일이 생각보다 많이 꼬이네··· 다시 만나기 힘든, 왕자에게 딱 맞는 참 괜찮은 아가씨였는데. 도제의 딸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을.’
도제의 딸이었다고 해도 왕실 혈통이 아니어서 곤란한 마당에, 일반 귀족의 딸이라면 나폴리 왕실에서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그 아가씨가 베네치아 어느 가문의 딸인지 당장 찾을 길이 막막하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다고 도제에게 부탁해 마음에 꼭 드는 아가씨가 있으니 베네치아 모든 귀족 집안 아가씨들을 집합시켜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나···.’
곧 나폴리 왕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다시 그 아가씨를 만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