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213)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213화(213/217)
213화. 런던 대홍수 (1)
◈ 1년 후. 1799년 7월 중순.
테오 결혼정보회사, 5층 대표실.
태오는 창밖을 내다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분명 역사책에는 런던 대홍수 발생 전에 이상 기온 상승이 기록되어 있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지금의 폭염이 폭우가 시작되는 전조가 아닐까?’
런던은 일주일 가까이 30도를 웃도는 이상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마다 넘쳐날 정도였다.
미래에 있을 때 살펴본 바로는 런던 대홍수가 있기 전에 강한 폭염이 지속됐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대홍수와 관련한 정보만이 주로 남아있을 뿐, 구체적으로 이 폭염이 어느 시점부터 발생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 폭염이 단순한 더위일까? 아니면, 런던 대홍수 전에 발생했었다는 그 폭염일까?
오늘은 7월 15일. 런던 대홍수가 역사 기록대로 8월 초라면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어. 그렇지만 기록이 잘못된 것이라면?’
런던 하수관 정비 사업은 거의 다 완성이 되었고, 템스강 범람에 대비해 제방이나 모래주머니, 차수막 등 각종 재난 대비 시설도 모두 완비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렇게 나름의 대비를 했다고는 해도 지금은 18세기.
실제 큰일이 벌어졌을 때, 이 시대의 허술한 재난 대응 수준으로 제대로 대처가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결국, 집중호우 발생 전에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대처법이다.
하지만 템스강 저지대 주변에만 십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있다.
이들을 일시에 대피시킨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간 군부대를 통해 재난 대피 유도 훈련을 몇 차례 하긴 했지만, 통신 수단이나 방송 시스템이 없는 18세기에서의 대피는 그만큼 더디고 큰 혼란을 초래할 수밖 에 없다.
안전한 대피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저지대 주민 모두를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열흘 정도 대피소에 머물게 하는 것이 정확한 재난 발생일을 모르는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40도에 가까운 천막에서 며칠간 생활 하게 되면 노약자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 또한 십만 명의 식사나 위생도 큰 문제였다.
거기다 당장 벌어질 재난이 아니라는 심리가 발동하면, 통제에 잘 따르지 않게 되어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일사불란하고 신속하게 지시에 따르게 하려면, 당장 내일 재난이 터진다는 긴급 대피 명령을 발동해야 해.
하지만 그렇게 긴급대피를 했다가 다음 날까지 아무 일이 생기지 않으면, 그 이후부터는 우리의 대피 지시에 잘 따르지 않으려 들 텐데…. 휴- 대피하는 것조차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나.’
결국, 지금 시점에서는 정확한 예측만 이 수많은 주민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역사에서조차 대홍수가 발생한 날짜는 제각각이었고, 폭우가 언제부터 일어났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태오가 고 개를 돌렸다.
“네, 들어오세요.”
덜컹-
문이 열리고, 루크 하워드 런던 왕립 기상원장이 들어왔다.
“백작님? 저를 찾으셨다고요?”
“아, 네! 원장님. 어서 여기 앉으시죠.”
그런데, 자리에 앉은 하워드 원장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무척 어두웠다.
최근에 이상 폭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뭔가 다른 고민이 있어 보였다.
“혹시… 기상원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하워드가 가만히 고개를 젓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상원에는 별문제 없습니다.”
“그럼?”
잠시 뜸을 들이던 하워드 기상원장이 말했다.
“…지금 런던 상공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니요?”
“계속되는 이상 폭염 때문인지, 기온의 상승과 바람, 그리고 구름의 생성 등 모든 것이 여태껏 보아오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온도나 바람, 수증기가 런던 상공 위로 몰리고 있는데, 마치 자기들끼리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속도와 크기로요…”
태오는 놀란 눈으로 하워드 원장에게 바짝 다가가 물었다.
“런던 상공으로 엄청난 수증기가 모이고 있다는 게 어떤 의미죠?”
“폭우가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대로 간다면 상상하기 힘든 양의 물 폭탄이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폭우 가능성에 관해 물으려 하워드 원장을 부른 태오로서는 귀가 번쩍 뜨일만 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요? 그럼 언제쯤 그 폭우가 쏟아질 것 같습니까?”
“그건 그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기상이라는 건 불과 몇 시간 전에도 변화무쌍하니까 말이죠.”
“그래도 굳이 예측해 보라면요? 걱정하는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다면 어떻게 될지, 원장님의 개인적인 판단을 듣고 싶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하워드 원장이 어렵게 입을 뗐다.
“제가 보기에 이 열기가 지속되고 공기가 갇혀버린다면… 적어도 일주일 안에 런던에 큰 홍수를 일으킬 폭우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놀란 얼굴로 태오가 물었다.
“일주일 안에요?”
“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예측일 뿐입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지역신문에라도 기고해서 경고했을 수준의 이상 변화이긴 한데… 왕립 기상원장이라는 공식적인 직함을 가진 자리에 있으니, 오히려 함부로 말하기가 조심스럽고 두려워서… 그것이 참 괴롭네요.”
미래의 역사에서 루크 하워드는 대홍수를 일주일 전에 예측했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었다.
“괴로워하실 것 전혀 없습니다. 지금부터 원장님은 실제 이 비구름이 언제 폭우를 내릴지를 분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주세요.
런던 중심부에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진다면 템스강은 범람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준비해 둔 제방이나 모래주머니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 그 전에 저지대 지역의 주민을 빠르게 대피시키려면 원장님의 예보가 꼭 필요합니다.”
너무 앞서가는 듯한 태오의 발언에 하워드 원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기… 그런데, 백작님께서는 제가 하는 예측을 그대로 다 믿으시는 건가요?”
“단순한 예측을 믿는 게 아닙니다. 왕립 기상원 원장이 내린 분석 결과입니다. 당연히 믿고 따라야죠.”
“하지만, 수만 명이 넘는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할 정도로 확실한 상황인지는 저도 자신할 수가 없습니다. 괜히 설레발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21세기의 역사에서 보았던 하워드는 기상원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부담 없이 예측하고 그 내용을 신문에 기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하워드는 높은 직책에 따른 책임감 때문에 자기 판단에 좀더 신중해지면서 주저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판단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설사 그런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평소와는 다른 이상 징후가 뚜렷한 이상 과도할 정도로 대비를 하는 것이 바르다고 봅니다. 그러니 원장님은 다른 걱정하지 마시고 언제 비가 올지만 열심히 분석해 주세요!
아무튼, 원장님이 판단하기에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는 거죠?”
“네. 보통 이렇게 덥고 습한 공기가 바람을 타고 올라가 구름이 형성되다 며칠 뒤에 비를 뿌리며 지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패턴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환 과정이 이상할 정도로 단절돼 있어요.
그동안 기온이 높게 상승하면서 대기 중에 축적된 수증기량이 많아졌지만, 이 들이 이동은 하지 않고 장기간 런던 상공에 정체되어 있는 셈이죠.
여기에 강한 폭염은 줄어들지 않으면서 공기가 머금고 있는 수분기가 한없이 팽창돼 자꾸만 비구름이 쌓여가게 하고 있고요. 분명 처음 보는 형태의 움직임입니다.
이러한 때에 조금만 대기상태가 불안정해도 심한 폭우가 내리게 될 겁니다.”
태오는 원장의 구체적인 설명에 런던 대홍수를 불러올 폭우임을 확신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책임지고 알아서 할 테니, 원장님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비상 상황이라고 생각하시고 폭우가 내릴 시간을 찾아내는데 전력을 다해 주세요.”
하워드 원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한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마리아 공주와 수많은 런던 시민의 생명을 앗아갔던 커다란 재앙이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
미래에서 기록된 날짜보다 빨랐지만, 모든 상황이 런던 대홍수임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거잖아?’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태오는 고민 끝에 조지 왕에게 이 상황을 전달하고, 곧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의회와 정부의 허락이 떨어져야 남은 기간 재난 대비를 하고, 수만 명의 주민을 대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들과 관료들은 대형 재난이 오고 있다는 태오의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위성과 슈퍼컴퓨터로 기상을 분석하는 현대에서도 날씨 예측이 크게 빗나가 애를 먹기 일쑤.
하물며 18세기 과학 수준을 가진 이들이 폭우 예측이라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이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태오 역시 미래에 기록된 ‘런던 대홍수’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이렇게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왕립 기상원장 루크 하워드를 내세워 폭우 발생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게 한 후, 재난 대피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태오 자신이 지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그동안 태오가 보여줬던 성과를 잘 아는 의원이나 고위 관료들로서는 더 이상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결국 상·하원 의원들의 결의에 따라 재난 대처를 위한 긴급 활동이 전격적으로 개시되었다.
◈ 6일 후. 1799년 7월 21일, 템스강.
여기저기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지만, 런던은 여전히 푹푹 찌는 듯한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태오는 이른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템스강 여기저기를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샌더슨 백작님! 백작님!”
차수막 역할을 할 나무판자를 흔들어보고 있던 태오 뒤에서 하워드 기상원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장님? 무슨 일이세요?”
“아무래도… 내일 새벽부터 비가 시작될 강력한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빨리 저지대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두려움에 질린 하워드의 눈빛은 태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내일 새벽이요?”
“네! 대기상태가 굉장히 불안정하고 비 구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비를 뿌리기 시작할 겁니다.”
“확실히 내일 새벽부터 내릴 것 같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하워드 기상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네, 솔직히 말해서 시각을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일 중으로 반드시 내릴 것으로 저는 판단합니다.
일단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저 구름 속에 숨은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폭우가 온종일 끝도 없이 쏟아질 것이고요. 그러니 내일 새벽 전에는 대피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태오의 눈에는 어제와 큰 차이가 없는 구름의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역사 속의 기록은 분명 8월 초였다.
하지만 하워드 원장의 눈에는 확연히 다른 뭔가가 잡힌 듯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대피를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래 역사에서 기록된 런던 대홍수의 날짜가 부정확한 지금. 태오는 루크 하워드 원장의 말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
태오는 로저스 대령을 불러 지금의 상황을 전하고 긴급대피 작전을 하달했다.
“임시 숙소로 사용할 천막은 준비가 다 된 상태지?”
“네, 며칠 전에 햄스테드 히스에 임시 피난처를 완성해 둔 상태였습니다. 주민의 이동만 잘 지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피난이 시작되면 십만 명에 가까운 주민이 일제히 움직이기 때문에 큰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어. 그간 우리가 연습한 대로 질서 있는 대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게.”
“네, 백작님.”
태오는 군 지휘관들과 여러 차례의 회의와 모의 훈련을 통해 템스강 범람에 대비한 재난 대피 훈련을 해왔었다.
그것이 제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기 만을 바랄 뿐이었다.
***
런던 메이페어(Mayfair), 태오의 저택.
“마리아! 마리아! 준비가 다 된 거요?”
태오가 메이페어 저택으로 급히 뛰어 들어가며 소리쳤다.
집안은 피난 준비로 어수선했다.
2층에서 내려온 마리아 공주는 태오를 보자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네, 준비는 거의 다 됐지만, 얼마나 큰 비가 내리길래, 이렇게 피난까지 가야 하는 건지….”
태오는 불안한 표정의 마리아 공주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미래의 기록에서는 몇 시간에 걸친 엄청난 폭우로 템스강이 범람하였고, 그렇게 넘쳐난 물은 코번트 가든의 거리를 휩쓸고 곧 메이페어 지역도 모두 잠기게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리아 공주도 함께 수장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이오. 그러니 어서 빨리 피합시다.”
햄스테드 히스(Hampstead Heath), 임시 피난처.
웨스트민스터 지역과 그 인근지역까지 대규모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끝없는 이동이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다.
대략 8만 명이 넘는 주민이 임시 피난처로 이동하는 대장관을 연출했다.
그동안 반복해서 훈련하고 계획한 덕분에 걱정했던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또, 지대가 높은 햄스테드 히스 (Hampstead Heath)까지 많은 수의 수레와 마차가 동원되어, 노약자나 무거운 짐을 실어 날라 대피 이동 속도도 크게 올렸다.
대피소가 마련된 햄스테드 히스 언덕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천막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고, 주변에는 간단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간이 병원과 의료진까지 대기했다.
각 임시텐트에는 일주일은 먹을 수 있는 식량과 이불, 여분의 옷 등이 준비됐고, 각종 위생용품도 마련되어 있었다.
다행히 여름이라서 날씨가 춥지 않아 한밤에 추위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할 필요 없었다.
***
“와- 규모가 어마어마해요. 언제 이런걸 다 설치한 거죠?”
피난처 입구에 들어와 언덕에 설치되어 있는 수많은 천막을 본 마리아 공주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했으니 반년 넘게 준비한 셈이지요.”
“정말 대단한 규모네요.”
집사와 하인들이 열심히 짐을 나르며 태오 집안에 배정된 텐트로 움직이는 사이에 하워드 기상원장이 다가왔다.
“백작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준비를 잘하고 계셨네요, 원장님.”
하워드는 가장 먼저 도착하여 피난처에서의 각종 침수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었다.
태오가 다소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하늘을 보면 구름의 모습이 며칠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데… 어떠세요? 정말 비가 많이 내릴까요?”
비도 오지 않는데, 하던 일과 집을 버려둔 채 갑자기 대피소로 가야 한다는 것에 불만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백작님, 지금 런던 하늘의 구름은 제가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특이한 구름 형태입니다. 만약 저 구름에서 비를 쏟아낸다면 템스강 주변과 그 인근은… 그야말로 지옥으로 변할 겁니다.”
하워드 기상원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오랜 세월 구름을 사랑하고 하늘을 통해 그 움직임을 수도 없이 관찰하면서 누구보다 구름과 습도의 변화를 자기 몸처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그였다.
그런 하워드가 저토록 두려워하는 눈빛이라면 일반인이 그리지 못한 참혹한 재앙이 그의 머릿속에는 그려지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그래, 지금 저 구름을 보고 비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하워드 기상원장뿐이야. 그의 판단을 믿고 따라야만 해.’
그때 로저스 대령이 급히 다가와 태오를 찾았다.
“백작님! 백작님!”
“로저스 대령! 그래, 다른 지역의 이동은 마무리했는가?”
로저스 대령은 다른 지역에 세워둔 대피소에 피난민을 이동시키고 왔다.
“그렇습니다. 참, 그리고 아멜리아 공주님을 발견해서 대피소로 이동시켜 드렸습니다.”
“아멜리아 공주님?”
“네, 공주님께서 저지대 경계선에 계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전을 위해 모시고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양을 가 있던 아멜리아 공주가 런던 대홍수로 사망했다는 기록을 21세기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지 왕이 가장 사랑했던 막내 딸로도 유명했는데, 아멜리아가 죽고 난 뒤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은 조지 왕은 정신병증이 한층 더 심해졌다는 기록도 본 적이 있었다.
“그래, 아주 잘했네! 잘했어!”
그렇게 런던 주민에 대한 긴급대피가 무사히 마무리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