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216)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216화(216/217)
216화. 행복한 재회 (2)
태오가 미소 띤 얼굴로 신분을 밝혔다.
“나는 테오 샌더슨이라고 해요. 이 농장 주인이지요. 아가씨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우리 농장에 새로 들어온 모양이네요?”
“어머! 공작님!”
‘테오 샌더슨’이란 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녀가 소쿠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마리아 공주가 소쿠리를 주워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놀랐나 봐요?”
“죄…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소쿠리를 받아 들고서 급히 부엌으로 뛰어 들어간 젊은 흑인 여자가 소리쳤다.
“아줌마! 아줌마! 어서 나와 보세요! 오셨어요! 샌더슨 주인님이 오셨다고요!”
그녀의 외침에 두 명의 중년 흑인 여성들이 헐레벌떡 식당 밖으로 뛰쳐나왔다.
“엇! 주인님 아니세요!”
“아이고- 주인님! 흐흑-”
태오는 울음을 터트리며 나오는 이들이 베키와 제니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아- 그래! 베키! 제니! 잘들 있었어? 하하하-”
연신 눈물을 훔치며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들이 마리아 공주를 보더니 갑자기 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아이고, 주인마님이시죠?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흐흑-”
“주인마님! 인사 받으세요!”
놀란 마리아가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가 너무 늦게 찾아온걸요. 이렇게 만나게 돼서 나도 너무 반가워요.”
한참을 흐느끼며 기뻐하던 베키가 옆에 있던 젊은 흑인 여자를 잡아끌어 태오 앞에 세웠다.
“주인님! 이 아이가 누구인지 모르시겠어요?”
태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글쎄… 모르겠네. 새로 들어온 우리 농장 식구인가?”
태오의 말에 제니와 베키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주인님, 쥬바 아시죠? 그 쥬바의 딸 ‘아바’가 그사이에 이렇게 큰 거 랍니다. 호호-”
“…뭐라고?”
깜짝 놀란 눈으로 태오가 아바라는 젊은 흑인 여자를 살폈다.
그러고 보니 엄마 쥬바를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오-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쥬바를 똑 닮았어! 세상에… 그 아기가 이렇게 이쁘게 잘 자랐구나!”
태오의 말에 쑥스러워하며 미소 짓는 아바.
오래전 노예선에서 아바를 품에 안고서 눈물짓던 쥬바의 모습을 지금도 태오는 잊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아바와 정답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베키와 제니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동료들에게 주인 부부가 왔음을 알렸다.
곧 많은 농장 식구들이 내려왔고, 눈에 익은 얼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샌더슨 공작님!”
“아! 이거, 노아 아닌가!”
농장 관리인 노아는 어느새 아이가 넷이나 되는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었고, 다른 흑인들도 장가나 시집을 가서 그사이에 많은 아이가 생겨나 있었다.
스펜서 씨는 나이가 있다 보니 이제는 주로 아랫마을에서 생활하다가 가끔만 올라온다고 하였다.
어른들에게 늘 말로만 듣던 태오를 처음 보는 농장의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서성이며 큰 호기심을 보였다.
그때 저 멀리서 샘슨과 쥬바가 허겁지겁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광주리를 들고 오던 쥬바는 태오를 보자마자 바구니를 내팽개치고 뛰어 왔다.
“아- 주인님! 주인님이 정말 오셨군요! 흐흑-”
눈물을 흘리며 달려온 쥬바에게 그간의 안부를 물었는데, 과거와 달리 영어를 무척이나 잘 구사했다.
절뚝거리며 다가온 샘슨도 눈시울을 붉혔고, 마리아 공주를 보더니 또 한 번 감격해 눈물지었다.
한껏 상기된 표정의 관리인 노아가 농장 식구들에게 목청 높여 말했다.
“자, 자! 다들 여기서 이러지들 말고, 이제 공작님을 모시고 우리 식당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식당으로!”
***
공동 식당에 모인 농장 식구들은 태오와 마리아 공주에게 각자의 가족을 소개하고 인사를 갖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농장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생각지도 못한 환영 노래와 율동은 태오 부부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만들었다.
노아의 말에 따르면, 태오가 온다는 소식에 한 달 전부터 아이들끼리 준비를 했다고 한다.
간단한 환영 행사가 끝나자 샘슨이 태오에게 다가왔다.
“두 분께 꼭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제가 주인님께 약속드렸던 일이기도 하고요, 허허-”
샘슨은 태오 부부와 농장 식구들을 이끌고 공동거주지로 향했다.
농장과 정반대 쪽에 있는 공동거주지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아름다운 꽃들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어머나 화단이 너무 이뻐요!”
아직 거주지를 보지도 않았는데 마리아 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21세기에 돌아갔을 때는 그저 숲이 우거진 길이었는데… 이 길이 이렇게 예쁘게 꾸며져 있었구나.’
태오 부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서 즐겁게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드디어 공동거주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와-”
태오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산뜻한 목조 주택이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게 줄지어 서 있었다.
분명 21세기에서 보고 왔었지만, 200년이 훨씬 지난 낡은 모습과는 정말 많은 차이가 났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요!”
마리아 공주는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거주지를 둘러보았다.
산속에 이렇게 앙증맞고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주인님, 주인마님. 이제 저희 모두가 준비한 진짜 선물을 보러 가셔야죠. 허 허-”
샘슨의 뒤에 서 있던 흑인 노예들도 모두 함박웃음을 지으며 태오 부부의 반응을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곳에 올 태오와 마리아 공주를 위해 틈날 때마다 만들었다는 집.
농장의 식구들은 공들여 손수 만든 태오의 집을 얼른 보여 주고 싶어 안달이었다.
저벅저벅-
공동거주지의 끝을 돌아 들어가자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눈 앞에 멋진 목조 주택 한 채가 보였다.
“아-와-”
“하-”
마리아와 태오의 입에서 동시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21세기에 돌아가서 보았던 집과는 다른 집이라고 해도 될 만큼 근사하고 아름다웠다.
계단과 손잡이부터 문과 창문, 예쁜 집 구조까지…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림 같은 집이었다.
감격에 가득 찬 태오가 농장 식구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걸 모두가 함께한 거야? 우리를 위해서?”
“네! 샘슨 아저씨랑 피터 아저씨가 나섰고, 저희도 많이 도왔어요! 하하-”
그때 마리아 공주의 손을 꼭 잡고 있던 꼬마 흑인 아이가 잔뜩 볼멘소리로 외쳤다.
“맨날 우리보고 주위 돌멩이 치우라고 하고선요, 아이들은 집 안에 절대 못 들어 가게 했어요! 주인님 오시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거든요. 주인아저씨? 오늘은 들어 갈 수 있는 거지요?”
“하하하- 그래, 그래.”
흐뭇한 마음으로 태오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열었다.
긴 복도를 지나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태오와 마리아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름다운 거실 풍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21세기에 와서 보고 놀랐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태오 부부가 놀란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에 오랜 기간 공사에 매달렸던 샘슨을 비롯한 농장 식구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뿌듯해했다.
샘슨이 태오의 등을 떠밀면서 말했다.
“주인님! 아직 놀라기는 이릅니다. 주인님의 침실 방은 특별히 더 신경 썼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허허.”
고개를 끄덕인 태오는 거실에서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마리아 공주를 남겨둔 채 샘슨을 따라갔다.
덜컹-
샘슨이 침실 방문을 연 순간 태오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21세기에서도 분명히 보았던 침실.
하지만 그때는 나무로 만든 멋진 침대에 감탄하는 데 그쳤었다.
그런데 18세기의 방 안 분위기는 돌아간 21세기에서 본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손으로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특별한 우아함이 가득한 침대와 가구들.
벽에는 은은하고 신비로운 빛깔의 옅은 푸른색이 칠해져 있어 환상적인 느낌마저 들게 했다.
21세기 때는 200년이 훨씬 지나있었던 터라 푸른색의 천연 안료가 빛이 바래지고 색이 변하면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때 옆으로 다가온 노아가 벽을 손으로 쓱 훑으며 말했다.
“샘슨이 어느 날 침실 방의 벽을 칠해야 한다면서 푸른색의 안료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게 워낙에 가격이 나가는데, 자기 주급으로 대신해도 되니 꼭 구해달 라고 하지 뭡니까?
그래서 방을 정신 사납게 왜 푸른색으로 칠하냐고 물으니, 창문 밖으로 보이는 블루마운틴의 푸른 안개와 잘 어울리는 방 색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성이 갸륵해서 스펜서 씨와 제가 그냥 사비로 사줬지요. 그런데 칠하고 보니 은은한 푸른색이 정말 산맥의 푸른 안개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더군요. 하 하-”
이 당시 푸른색의 안료로 사용되는 것은 청금석이었는데, 현대와 같은 페인트가 없던 시절이라 매우 고가의 재료였다.
덜컥-
그때 샘슨이 의기양양하게 창문을 열어 활짝 젖히니, 푸른 안개로 감싸진 블루마운틴의 멋진 풍경이 펼쳐졌고, 방 안 벽의 푸른 빛과 조화를 이루면서 정말 안개 속에 두둥실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떠세요, 주인님? 나쁘지 않지요?”
“아 그래! 너무 멋져… 정말… 샘슨… 고마워. 정말 마음에 들어.”
태오는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어졌다.
자기와 마리아를 위해 이토록 공을 들였다는 게 너무나 고마웠다.
그때 방으로 마리아 공주가 들어왔다.
“어머나!”
마리아는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 펼쳐진 장관에 너무 놀란 나머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때요? 내가 당신에게 늘 말하던 블루마운틴 풍경이?”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집 안 구경을 마친 태오와 마리아는 농장 식구들과 거실에 둘러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농장에 처음 정착했던 시기의 이야기, 샘슨과 쥬바의 결혼 스토리, 농장을 넓히면서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들, 농장 식구들의 결혼과 보석 같은 아이들의 탄생 등.
태오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흘러나왔다.
“쥬바 컬렉션에 이어서 아바 컬렉션이 생겨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엄마인 쥬바보다 아바가 고른 커피 열매가 더 맛이 좋다니까요!”
노아의 말에 마리아 공주가 환하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대단해요! 공작님이 쥬바만큼 뛰어난 인재는 나오기가 어려울 거라면서 늘 걱정하셨는데, 쥬바보다 더 뛰어나다니요. 내일 꼭 아바의 커피를 마셔보고 싶네요.”
쥬바가 부끄러워하는 아바를 쳐다보며 대꾸했다.
“저도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이 아이가 저처럼 향이나 맛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몇 번 가르쳤더니, 저보다 더 잘 골라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덕분에 수확량도 대폭 늘었고요.”
태오가 쥬바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정말 노아의 말처럼, 당장 아바 컬렉션을 준비해야겠는걸? 딸과의 대결이라니. 쥬바도 긴장이 좀 되겠는데? 하하.”
“주인님! 아무리 딸이지만 제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질 수는 없지요! 호호”
“그나저나, 쥬바랑 이렇게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후후.”
쥬바는 수줍어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주인님. 저는 그때 노예 경매선에서 주인님이 제게 베풀어 주셨던 은혜를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우리 ‘아바’는 주인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 이렇게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는 영어도 전혀 못 알아듣고 말도 못 해서 제대로 감사의 인사를 못 드렸어요. 그저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자는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그게 살면서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는 이렇게 제 입으로 주인님께 고마움을 전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눈에 눈물이 가득한 쥬바였다.
“나야말로 쥬바에게 너무 고맙지. 쥬바의 특출난 재능이 없었다면 ‘블루마운틴 T&S 쥬바 컬렉션’이라는 명품 커피도 나오지 못했을 테니까.”
“그것도 전부 보잘것없는 제 능력을 높이 봐주신 주인님 덕분이죠.”
***
늦은 밤.
농장 식구들과 즐거운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난 태오와 마리아는 두 사람의 보금자리로 들어왔다.
언제 했는지 벽난로에 불까지 피워 놔 집안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마리아는 태오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편한 자세로 누웠다. 낮에 보았던 방과는 또 다른 멋진 분위기가 풍겼다.
절기상으로는 겨울이었지만, 방안가득한 온기 덕분인지 쌀쌀한 자메이카의 밤공기가 오히려 상쾌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두 사람은 자메이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오늘 농장 식구들에게서 받았던 감동에 대해 밤늦도록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 2주 뒤. 자메이카 킹스턴 항구.
2주간 자메이카에서 꿈같은 휴식이 끝나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날.
태오는 항구 주변의 상선과 상점에서 많은 선물을 구해 농장 식구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농장 관리인 노아에게는 농장 식구를 위해 써달라고 말하고 큰돈을 몰래 맡겨두었다.
그리고 몇 년 내로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두 사람은 농장 식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샘슨과 피터, 슈바와 아바를 비롯한 농장 식구 몇 명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배웅을 한다면서 항구까지 함께 내려와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배가 출항한 후에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갑판 난간을 잡고 손을 흔들어 주던 마리아가 말했다.
“얘기로만 들었다가 직접 농장 식구들을 만나 보니 다들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솜씨 좋은 샘슨이나 피터도 그렇고, 관리인 노아도 너무 좋은 사람이고, 특히 쥬바는 마음씨도 얼굴도 너무 고와요. 아바도 얼마나 이쁘고 착하던지. 베키, 제니도 그렇고… 정말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었어요.”
태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