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26)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26화(26/217)
26화 연쇄살인범
◈ 루퍼트 윌슨 법정변호사 집무실
자리에서 일어선 베네딕트 로드니 치안판사가 윌슨 법정변호사에게 당부했다.
“윌슨 경. 그럼, 잘 부탁합니다. 번즈 백작님의 애통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샌더슨 씨를 꼭 좀 도와주세요. 백작 부인께서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습니다.”
“네, 걱정마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바쁜 공무로 로드니 치안판사가 집무실을 나가고, 태오와 윌슨 법정변호사는 하던 얘기를 이어갔다.
“윌슨 경께서 담당하고 계시는 왕좌재판소라는 곳에서 번즈 백작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왕좌재판소가 정확히 어떤 사건을 다루는 곳이죠?”
18세기의 영국 법원이나 법조 체계는 태오도 잘 모르는 세계였다.
“네. 런던에는 세 개의 재판소가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왕좌재판소는···”
18세기 말 런던에는 왕좌재판소, 재무재판소, 민사법원. 이렇게 세 개의 재판소가 존재했다.
왕좌재판소의 법정변호사는 주로 범죄 사건을 다루었고, 재무재판소의 법정변호사는 각종 세금이나 벌금 등에 대한 사건, 민사법원의 법정변호사는 액수가 작은 소액 민사사건을 담당했다.
“그럼, 변호사라도 사무변호사는 법정에 설 수가 없나 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법정은 법정변호사만이 출입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에는 신사계급으로 인정받는 ‘법정변호사’ 외에 ‘사무변호사’라는 것이 존재했다.
사무변호사가 법정 밖에서 의뢰인에게 법률 자문과 지원을 하는 것이라면, 법정변호사는 주로 법정 안에서 법적 주장을 제시하고 심문을 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다.
특이한 것은, 사무변호사가 자신이 맡은 고객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 분쟁을 해야 하는 경우, 법정변호사에게 다시 의뢰하여야 했고, 그에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법정변호사에게 수임료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이는 귀족 출신인 법정변호사들이 체면을 지키면서 돈을 버는 우회 수단으로 이용됐다.
반면, 직접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받고 일하는 사무변호사들은 신사로서 대접을 받지 못했고, 일반 상인들과 다를 바 없는 계층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풍토는 의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같은 의사라도 궁전에 들어가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신사계급으로 대우받았던 것에 반해, 일반 시민에게 직접 돈을 받으며 진료를 보는 의사들은 상인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오늘 태오가 찾은 루퍼트 윌슨 경은 유서 깊은 백작 집안의 차남으로서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왕좌재판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정변호사였다.
“참, 샌더슨 씨, 아까 저한테 급히 알아볼 자료가 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최근 2~3년간 런던과 그 인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찾고 싶은데··· 사건이 얼마나 될까요?”
태오는 번즈 백작이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연쇄살인범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그놈이 저지른 다른 살인 사건을 찾아내야 한다.
윌슨 경이 자료를 넘기며 말했다.
“음··· 공식적으로 보고가 되어 법정에서 다루어진 살인 사건은 최근 몇 년간 20건 안팎이었습니다.”
연쇄살인범을 특정하기에는 너무 적은 수였다.
하지만 과학수사 수준이 형편없는 시대라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흐지부지된 살인 사건이 많을 것이다.
또한 명확하지 않은 거주민 등록으로 인한 숨겨진 사건까지 고려한다면, 왕좌재판소까지 올라간 사건은 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태오에게 필요한 자료는 재판소까지 올라간 공식적인 사건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살인 사건의 기록들이었다.
“윌슨 경. 혹시 살인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기록 같은 건 없을까요?”
“미송부 자료라고, 런던과 그 주변에 일어났던 살인 사건에 대한 최초 조사 기록이 있긴 합니다. 용의자를 찾는 데 실패해서 피해자에 대한 조사로 그친 사건 기록들이죠. 그런데 그걸 왜 찾으시는지.”
태오가 반색하며 물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그 자료를 윌슨 경도 가지고 계십니까?”
“네, 있습니다. 범죄 사건 중에 다른 건 몰라도 살인 사건은 초동수사부터 제가 따로 기록해 두었거든요. 보복 범죄나 재범 관련 살인 사건을 변론할 때 가끔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요.”
“아! 그렇습니까?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그 기록을 조금 볼 수 있을까요?”
“보는 거야 가능한데··· 근데 그게, 양이 좀 많아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뭐. 일단 한번 보시기나 하시죠.”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난 윌슨 경은 옆방에서 꽤 큰 나무 박스 하나를 들고 왔다.
쿵-
책상에 내려놓은 박스 안에는 윌슨 경이 나름대로 정리한 살인 사건에 대한 두꺼운 노트가 수십 여권 채워져 있었다.
한 권을 꺼내서 펼쳐보니 사건이 발생한 장소와 시간, 피해자의 신체적 특징, 당시 현장 상황, 날씨, 주변 사람들의 증언 등 중요 사건 기록들이 빼곡히 기재되어 있었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는 그림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비록 과학수사가 자리잡히지 않은 시대에다 한참 지난 사건들이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 정도 자료라면 꽤 세밀한 추리가 가능해 보였다.
역시 윌슨 경이었다. 태오가 원했던 것 그 이상의 자료였다.
다만, 시간순으로만 노트를 정리해 놓다 보니 사건의 종류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현대 사회같이 문서 오피스의 기록이었다면 쉽게 분류할 수 있고 찾아보기도 훨씬 수월했겠지만, 지금 시대에서 그런 편의를 바랄 수는 없는 일.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원하는 내용을 뽑아볼 수밖에 없었다.
태오는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었다.
어쩌면 억울한 안토니 번즈 자작의 생명줄이 될 수도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었다.
“정말 윌슨 경은 대단하시네요! 미제사건들을 이렇게 꼼꼼하게 정리를 잘해 놓으시다니요.”
“아닙니다. 사건 직후에 수사 자료를 옮겨 적은 것뿐인데요, 뭘. ···그런데, 이 자료들로 도대체 뭘 하시려는 건지 정말 궁금하군요.”
“저는 번즈 자작이 누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억울함을 풀어 주고 싶어서요. 그걸 위한 참고 자료로 쓰고 싶습니다.”
윌슨 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번즈 자작은 정황증거가 워낙 확실해서 사실상 교수형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던데···.
재판소로 올라가지도 못한 이런 자료들로 과연 자작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을까요? 힘들 텐데요?”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러려면 이 자료들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윌슨 경.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이 자료를 일주일가량만 빌려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먼지만 쌓여있던 자료를 일주일이나 빌려달라는 말에 윌슨 경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네? 이 많은 자료를 전부 다요?”
“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뭐. 빌려드리는 거야 문제는 없지만, 이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아닙니다. 이 자료가 없었다면, 저 역시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가 번즈 자작의 혐의를 벗길 수 있다면, 모두 윌슨 경의 이 자료 덕분일 겁니다.”
현대 사회라면 수사 자료 유출에 해당하는 심각한 범법행위였겠지만, 이 시대에서는 크게 문제 될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백작 부인과 관할 치안판사의 당부까지 있던 터였다.
오히려 런던 지식인들 사이에 유명세를 떨치는 테오 샌더슨이 간곡히 자료를 요구하자, 윌슨은 자신의 노고를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해하는 눈치였다.
◈ 6일 후, 햄프스테드 태오의 집.
“됐다! 휴···.”
6일 만에 자료를 전부 정리한 태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소에서 정식으로 다뤄진 살인 사건은 24건에 불과했지만, 윌슨 경이 작성한 노트에 기록된 살인 사건은 3년간 200여 건이 훌쩍 넘었다.
태오는 200여 건이 넘는 사건을 다시 정리하는 데만 나흘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중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성이 보이는 기록만을 분류하는데도 꼬박 이틀 밤을 새워야 했다.
그렇게 해서 최종 선택된, 번즈 백작 사건과 상당히 유사한 미제 살인 사건은 무려 9건.
태오가 예상했던 그 이상의 놀라운 결과였다.
‘3년 전에 있었던 노숙자와 매춘부 살해사건을 시작으로, 그 이후에 발생한 상인이나 귀족 살인 사건 등···. 모두가 번즈 백작과 같은 위치에 목이 그어져 죽어 있었어.
없어진 물품도 귀중품이 아닌 몸에 부착된 물품들이었고, 기타 다른 정황들도 너무나 흡사해. 최소한 이 9건은 동일범의 소행이 확실해 보인다.’
노숙자나 매춘부, 서민, 상인 등과 번즈 백작까지. 기록에 그려져 있는 자상의 위치와 모양, 크기가 아주 일정하게 닮아 있었다.
그리고 특이점이 하나 더 있었다.
시간순으로 9건의 사건을 배열하자 피해자의 신분이 점점 격상되는 경향이 명확하게 포착됐다.
처음은 거리의 부랑자 그다음은 매춘부, 하층민, 평민, 부유한 상인, 귀족의 순이었다.
이것을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귀족의 신분까지 상승하고 있었다.
‘살인의 대상, 방법, 살인 후의 행동 등···.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동일 연쇄살인범의 범행이 확실해. 그것도 일반적인 연쇄살인이 아닌 사이코패스에 의해 저질러진 연쇄살인이라는 징표가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사이코패스 성향의 연쇄살인범은 예외 없이 범행에서 특정한 흔적을 남긴다.
특히, 단추나 브로치 같은 피해자의 부착물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에게는 전리품과 같은 의미로 작용한다.
유전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가, 정신적·신체적 학대와 같은 환경적 요소가 더해지면 범죄적 성향의 사이코패스로 성장하게 된다.
성인이 된 사이코패스의 머릿속에는 유년 시절 받았던 폭력이나 학대에 대한 반발과 복수심을 해소할 특별한 ‘판타지’가 만들어지고, 이를 실현 할 적절한 대상을 찾아다니면서 판타지 실행을 위한 ‘사냥’을 준비한다.
그러다 결국 적당한 사냥감을 찾게 되면 자신만의 ‘의식’을 단행할 장소를 물색한 후, 살인에 착수하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이들은 타인의 고통이나 괴로움 따위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기에 피해자를 하나의 사물처럼 대하면서, 어린 시절 받았던 무력감을 살인을 통해 해소하는 ‘의식’을 치르게 된다.
그래서 이를 두고 ‘역할이 뒤바뀐 살인범의 유년기와 재회하는 의식’이라고도 한다.
사이코패스는 무력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이 통제권을 쥐고 멋대로 할 수 있는 것에 대단히 흥분하게 된다.
그리고 살인 후에는 수집한 피해자의 증표나 신체 부위를 꺼내 봄으로써, 살해 당시에 가졌던 권력이나 통제력을 계속해서 느끼려는 토템의 과정을 즐긴다.
촤르륵-
지도를 펼친 태오는 9개의 미제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하나씩 표시해 보았다.
‘흠··· 크로이던 3건, 브롬리 2건, 베케넘 4건···.’
사건이 일어난 곳을 선으로 그어보자 대체로 가깝게 붙어 있는 지역들이었다.
범인은 이 근방을 돌아다니며 3년간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번즈 백작이 살았던 메이드스톤 지역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9건의 살인 사건 발생지역과 번즈 백작의 살해된 장소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 그럼, 백작 건은 동일범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태오는 빈 종이를 꺼내, 다시 원점부터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쓱쓱-
태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복잡하거나 구상이 잘되지 않는 경우 빈 종이에 메모해가며 상황을 파악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해결 방법이 떠오르곤 했다.
‘흠, 그래. 확실히 3년 전부터 특별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살인 사건이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생겨났어.’
처음에는 가장 손쉬운 상대인 거리의 노숙자나 매춘부를 상대로 시행됐고, 이것이 어느 정도 숙달이 되고 자신감이 붙자 상인이나 젠트리, 낮은 계급의 귀족, 높은 귀족으로 점점 그 대상의 신분도 격상시킨 것으로 판단됐다.
이렇게 계획한 듯한 피해자의 신분 상승 역시,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는 범죄형 사이코패스가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방식이었다.
휙-
태오는 윌슨 경의 사건 기록 노트를 다시 펼쳐 들었다.
피해자 9명이 살해당한 장소들을 확인해 보니 조건이 모두 비슷했다.
평소 인적이 드문 곳이었지만, 피해자들이 일정 시간에 맞춰 매일 다니는 길이었다.
아마도 사전에 그 길을 알고 있던 범인이 그 장소와 시간을 노렸던 것 같았다.
그때 태오의 눈에 첨부된 메모가 하나 들어왔다.
『피해자 존 제너가 살해된 장소는 이곳 지리를 매우 잘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주변 지역주민들의 증언.』
‘9건의 살인 사건이 모두, 인적이 드물고 지역주민이 아니면 잘 모르는 장소에서 살해당했어. 여기까지 보면, 해당 지역에 오래 살아 그쪽 지리가 익숙한 인물의 동일 범죄라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아직 자동차가 없는 시대이니, 말이나 마차가 닿을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범인은 사건이 발생한 인근에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번즈 백작이 살해당한 메이드스톤 지역은 저 사건들이 발생한 장소와는 거리가 너무 멀단 말이야. 살해당한 산책로도 지역주민들만 아는 그런 장소도 아니었고··· 백작의 살해범과 저 9명의 살해범은 다른 사람이라는 건가?’
번즈 백작이 살해당한 장소가 인적이 드문 장소이긴 했지만, 앞서 벌어진 사건들처럼 그렇게 외진 곳은 아니었다. 마을로 들어와 조금만 걸으면 누구나 보이는 산책로였다.
동일범이라면 왜 이번에는 누구나 올 수 있을 법한 이런 산책로를 선택해 살인을 저질렀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동일범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9건의 살해 수법이 번즈 백작의 사건과 무섭게 일치했다.
태오는 아무리 생각해도 9건의 살인 사건과 번즈 백작의 사건은 동일 사이코패스의 범죄로 의심됐다.
‘그런데, 갑자기 왜 메이드스톤까지 왔을까? 그것도 흔한 산책로를 택해서?’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설정한 완벽한 환경 아래에서만 범행을 시도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혹시 이번에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죽여야 할 이유라도 있었나? ’
골똘히 고민하던 태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끼워 맞출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실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중에는 자신의 패턴에서 벗어난 범죄를 벌이기도 한다.
어쩌면 3년간의 살인으로 자신감이 붙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가 자신의 범행 지역을 벗어나 번즈 백작의 지역까지 사냥감을 확장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혹시 신분이 격상된 대상을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지역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메이드스톤에 특별히 머물러야 했을 이유가 있었고, 그 기회에 적당한 대상이 나타나 급하게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떻게 보든, 번즈 백작 살해는 범인의 자신감 표출임과 동시에 사이코패스적 연쇄살인의 본격적인 시작일 수 있었다.
‘백작이라는 높은 권력자를 꺾은 놈은 아마도 형언할 수 없는 극치의 쾌감을 느꼈을 테지. 그리고 이젠 그 살인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살인마로 변해버렸다. 분명히 어떤 특징적인 흔적을 남겨두면서 또다시 이유 없는 자기만족의 살인을 하려들 거야.’
그것은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가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더구나 이 연쇄살인범 때문에 안토니 번즈 자작까지 억울한 교수형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빨리···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하는데.’
똑. 똑. 똑.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태오가 하녀 루시의 노크 소리에 머리를 들었다.
“무슨 일이야, 루시?”
“머레이 남작 부인께서 보낸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머레이 남작 부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