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Opened a Matchmaking Agency in 18th Century London RAW novel - Chapter (86)
18세기 런던에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86화(86/217)
86화 도박
엘리사의 방에서 나온 태오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야? 이 밤에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와 있는 거지?’
거실은 북적대는 사내들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태오는 긴장된 사내들의 감정을 느끼면서 거실 소파 한편에 앉았다.
그런데 맞은편 소파에 지친 기색으로 앉아 있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진흙탕이라도 뒹군 듯 옷 여기저기가 흙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그의 뒤로는 버틀러 경 농장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내 십여 명이 심각한 얼굴로 중년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태오가 버틀러 경에게 물었다.
“버틀러 경? 무슨 일이죠?”
그제야 태오를 확인한 버틀러 경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아, 네. 샌더슨 경. 지금··· 에반스 자작 집에 큰 사달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큰 사달이라니요?”
“에반스 자작 농장의 검둥이들이··· 몇 시간 전에 큰 반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반란···이요?”
버틀러 경이 흙투성이의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네. 여기 있는 이 사람은 에반스 자작의 농장 관리인인데, 에반스 농장의 검둥이들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켜 겨우 도망쳐 나와서 우리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이 친구는 예전에 우리 농장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저희하고도 잘 아는 사이입니다.”
순간 태오는 에반스 자작 집에서 느꼈던 흑인 노예들의 증오 어린 눈빛과 감정이 번뜩 떠올랐다.
당장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지 못한 감정이 감지됐었는데, 괜한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다.
에반스 자작 농장의 ‘머피’라는 관리인이 몸서리를 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몇 년 전에도 다른 농장의 노예 반란을 멀리서 지켜보긴 했지만, 이렇게 거세게 일어난 반란은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수십 명의 동료 관리인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목이 잘려 나갔고, 산채로 불에 태워졌습니다. 저는 그 아비규환 속에서 간신히 도망쳐 나왔고요.”
버틀리 경이 둘째 아들 벤자민을 돌아보며 말했다.
“벤자민! 우리 농장도 곧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지금 창고 앞에 농장 관리인들과 쓸만한 노예들이 모였는지 확인하고 와. 대비를 해야 해!”
“네, 아버지!”
반란 노예들은 자기 농장을 접수하고 나면 점차 다른 농장으로 옮겨가면서 그곳의 노예들을 선동해 반란의 규모를 키워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에반스 자작의 농장과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규모가 큰 반란이라 어디까지 그 여파가 번질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영국군이 도착해 반란을 진압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기 때문에, 인근 농장주들은 군대의 도움을 받기 전에 총을 들고 미리 대비해야 했다.
규모가 작은 농장의 경우에는 흑인 노예까지 몽땅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도 있겠지만, 버틀러 경의 농장처럼 수백 명의 노예가 있고, 보존해야 할 많은 재산이 있는 상황에는 다른 곳으로 피신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인근에 있는 영국군이 오기 전까지 농장을 지키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란이 일어난 에반스 자작 농장은 버틀러 경의 농장과는 꽤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오가는 길이 좁고 험한 편이라, 어두운 밤에 여기까지 침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턱수염이 긴 농장 관리인이 말했다.
“근처에 있는 영국 군대에 바로 사람을 보냈으니까,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겁니다. 우린 그때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버틀러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살아나온 머피에게 물었다.
“머피 씨. 레오나드 경은··· 아니, 자작님 집안 식구들은 모두··· 무사한 건가요? 노예들이 집으로 밀어닥치기 전에 도망쳐 나왔겠죠?”
그녀의 물음에 관리인 머피는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상황이 정말 급박했습니다. 수백 명의 검둥이가 들불처럼 무섭게 들고 일어났어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자작님 가족분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제대로 확인도 못 했습니다.”
버틀러 경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새로 지은 에반스 자작의 저택은 농장 안에 있어. 이미 검둥이들에게 농장이 전부 넘어간 이상··· 모두 죽었겠지.”
그의 냉정한 말에 분위기가 더욱 침울해졌다.
그런데,
“아닐지도 모릅니다!”
머피의 말에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무슨 소리야? 아닐지도 모른다니. 그럼 탈출이라도 했단 말인가?”
“검둥이들이 농장과 저택을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점령하는 바람에 탈출은 분명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관리인이고 뭐고 죄다 저택 앞마당에 끌려 나와 죽어있었습니다.
검둥이들은 분풀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죽이거나, 죽여서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자작님 가족들은 한 분도 보지를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집사나 가정부까지도요.”
“하지만, 도망가봐야 집안일 텐데. 자네야 탈출하느라 못 봤겠지만, 곧 발각되지 않았겠나?”
머피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한 시간 넘게 숨어있다가 겨우 탈출했습니다. 그때까지 에반스 자작 가족은 한 분도 못 봤습니다. 그 시간이면 벌써 찾아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도망 나올 때까지도 못 본 것을 생각하면, 아직 찾지 못한 게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에반스 자작의 저택이 크다고 해도 한 시간 동안 찾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건가?”
“그게 말입니다. 아이작 에반스 자작님이 몇 년 전에 새로 집을 건축하면서, 노예 반란을 염두하고 가족이 몸을 숨길 수 있는 비밀 공간을 집안에 마련해 뒀습니다.”
버틀러 경이 무릎을 ‘탁’ 쳤다.
“아! 맞네. 맞아. 나도 그런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
“네. 그런데 그 공간은 자작님 가족 이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도 그렇고 관리인들도 존재만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검둥이들의 폭동 소식을 듣자마자 모두 그곳으로 대피하지 않았나 합니다. 하지만, 그런 비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노예도 많이 있으니까 시간이 걸릴 뿐 결국 찾아내고 말 겁니다.”
자메이카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크고 작은 노예 반란이 있었다.
특히, 십여 년 전 ‘테키’라는 노예가 부활절에 일으켰던 반란은 자메이카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악명 높았다.
이날의 반란으로 농장주와 그 가족, 관리인 등 백여 명에 달하는 백인들의 목이 잘려 나갔고, 근방 수 킬로의 건물과 농작물이 모조리 불태워졌다.
충격을 받은 아이작 에반스 자작은 새롭게 집을 건축하면서 만약을 대비해 가족이 잠시 숨을 수 있는 비밀 공간을 집안에 만들어 두었다. 군대가 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머피의 말대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보통 반란 노예들은 백인 주인 가족부터 찾아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발각될 가능성이 컸다.
관리인 머피에게 버틀러 경이 물었다.
“머피, 현재 농장에 반란을 일으킨 검둥이가 몇 명이나 되는 것 같나?”
“노예 천여 명 중에, 반란 가담 인원은 한 300여 명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 300명씩이나?”
너무 많은 숫자였다.
젊고 혈기 왕성한 흑인 노예 300여 명이 반란에 가담했다면, 농장의 총 몇십 자루 가지고는 제압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근처 항구에 정박하고 있는 영국군의 도움을 받기까지는 최소 하루의 시간이 필요하다.
첫째 아들 조나단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머피 씨의 말대로 에반스 자작의 가족들은 모두 비밀 장소에 숨어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고하신 아이작 에반스 자작님은 평소 치밀하고 신중하신 분이셨어요. 절대 허술하게 발견될만한 곳에 은신처를 마련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반란 검둥이들에게 주인 가족은 처단 1순위입니다. 자작 가족을 찾아내지 않는 한 절대 농장을 떠나지 않을 거고요. 그들은 반드시 에반스 자작 가족을 모두 찾아내 살해하려 들 겁니다. 그러니 그전에 우리가 가서 어떡하든 도와야 합니다.”
그러자 셋째인 스티븐 버틀러가 크게 반대하고 나섰다.
“형! 미쳤어? 지금 에반스 자작 집에 가서 구하러 들어간다는 건 죽으러 가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너무 무모한 짓이야. 영국 군대가 올 때까지 우리 농장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그리고 안타깝지만, 이미 자작 가족은 검둥이들한테 모조리 죽었을 게 분명해!”
“자식아! 그래도 한때는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들이야! 정말 숨어있다면 얼마나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겠어?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라고!”
“뭘 처지를 바꿔 생각해? 제이콥은 우릴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는데? 엘리사 일은 또 어떻고? 그리고, 설사 은신처에 숨어있다고 해도, 검둥이들이 미쳐 날뛰는 한복판에 들어가서 뭘 어쩌겠다고? 형, 정말 제정신이야?”
“인정도 없는 자식 같으니라고!”
“형은 왜 말을 그렇게 해! 지금 인정이 문제가 아니잖아!”
버틀러 경이 버럭 소리쳤다.
“둘 다 그만해! 지금 너희들이 다투고 있을 때냐?”
두 아들이 입을 다물자 버틀러 경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나단 말이 맞다. 돌아가신 아이작 에반스 자작님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그 집식구들을 그렇게 쉽게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야.
수년 전 우리 농장 가까이서 벌어졌던 노예 반란을 생각해봐.
그때 아이작 자작님이 우리 농장으로 행여나 반란이 번질까 봐 수십 명의 무장 관리인을 보내 주셨던 일 말이야. 우리가 직접 위험에 처하지도 않았었는데도 그런 도움을 주셨던 분이야.”
스티븐이 아버지의 말에 반박하려다, 형 조나단이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젓자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런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위험에 처한 에반스 가족을 나 몰라라 외면한다는 것은 은혜도 모르는 가문이라는 수치스러운 소리를 듣기 딱 좋을 거다.
더구나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도 희박해질 것이고.”
인근 지역에서 노예 반란이 터지자, 아이작 에반스 자작은 버틀러 경의 농장으로 수십 명의 무장 관리인을 보내 준 적이 있었다.
그 일로 인해 아이작 자작은 주변 농장주들로부터 큰 칭송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두 집안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신경을 썼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돈독한 사이로 지냈었다.
“맞습니다, 아버지. 다른 농장이 당하고 있어도 도와줘야 할 판에, 그래도 오랜 시간 정을 쌓았던 에반스 자작 집안이 위험에 처한 것 아닙니까? 만약 아이작 자작님이 살아계셨다면, 우리는 군말 없이 달려갔을 겁니다. 우리가 이대로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부끄럽고 불명예스러운 가문으로 손가락질받게 될 겁니다.”
명예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시대라, 큰아들 조나단의 말에 모두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스티븐은 여전히 답답해했다.
“아버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야 저도 굴뚝같지만, 도대체 무슨 수로 돕겠다는 거죠? 우리 인원은 기껏해야 30~40명이에요. 이 작은 인원으로 가봤자 검둥이들의 도끼에 모두 무자비하게 살육당하고 말 거라고요!
그리고, 에반스 자작 가족들도 이미 죽었을 겁니다! 뻔하다고요! 다 죽은 마당에 도대체 누굴 구하러 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정말 다들 왜 이러세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스티븐의 말에 누구도 반박을 못 하고 망설였다.
그런데 그때.
줄곧 듣고만 있던 태오가 무거운 입을 뗐다.
“만약, 반란 노예들이 아직도 에반스 자작 저택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면··· 살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보통 반란 노예들은 주인집 사람들을 전부 찾아내 잔인하게 살해한 후 곧바로 집에 불을 지릅니다. 이것은 아프리카 부족 출신인 그들에게 하나의 의식 같은 행동 패턴이죠.
그런데 만약, 아직 저택에 불이 나지 않았다면, 주인집 사람들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태오의 말에 머피가 손뼉을 치며 동조했다.
“어! 그러고 보니 맞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관리인 숙소와 농기계 창고는 모조리 불을 질렀습니다. 관리인들을 다 끌어내 살해한 후에 바로 불을 질렀죠. 그런데 자작님 집에 횃불을 든 검둥이들이 계속 들락거렸지만, 제가 도망쳐 나올 때까지 불을 지르지 않고 있었습니다.”
태오가 관리인 머피에게 물었다.
“머피 씨?”
“네?”
“제가 며칠 전에 에반스 자작님 댁에 갔었을 때 보니, 흑인 노예들 상당수가 굉장히 젊고 자메이카에 온 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던데, 맞습니까?”
머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절반 이상이 작년과 올해 구매한 놈들입니다. 그나마 있던 검둥이 중에도 나이가 있는 노예들은 제이콥 자작님이 대부분 팔아버렸지요.
아까 도망 나오면서 언뜻 봤을 때도 반란 검둥이들 대부분이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는 젊은 놈들이었고요.”
태오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300여 명의 흑인 노예들을 무작정 상대한다는 것은 스티븐 경의 말처럼 너무나 무모한 짓이 될 겁니다. 더구나 이미 에반스 자작 가족이 죽었다면, 아무 의미 없이 목숨을 거는 바보 같은 짓이 될 수가 있겠죠.
하지만 여전히 저택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면, 우리도 도박을 걸어볼 만합니다.”
“도박이라니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반란 노예들이 여전히 불을 지르지 않았다면, 아직 에반스 자작 가족을 찾지 못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배팅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 됩니다.
더구나, 반란 노예들이 에반스 자작 가족을 내일 새벽까지 끝내 찾지 못한다면, 몰려올 영국군이 두려워 찾는 걸 포기하고 집에 큰불을 지르려 들 겁니다. 기름을 있는 대로 퍼붓고 불을 낸다면, 아무리 안전한 은신처라도 건물 전체로 퍼지는 엄청난 열기와 연기로 인해 위험해 빠질 수가 있습니다. 반란 노예들은 그걸 노릴 거고요.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에반스 자작 저택이 이미 화염에 휩싸여 있다면 섣불리 다가서지 말고, 아직 불이 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가서 구해 볼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태오의 논리에 크게 탄복한 표정의 버틀러 경이었다.
그러나 금세 답답한 얼굴로 변했다.
“하지만··· 에반스 자작 저택에 불이 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무슨 힘으로 그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샌더슨 경, 혹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그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가 되어야 합니다. 즉, 우리가 반란 노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로 보여야만 승산이 있습니다.”
태오의 알 수 없는 말에 버틀러 경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라니요? 검둥이들이 우리를 두려워할 까닭이 없지 않습니까?”
“네. 당연히 그럴 겁니다. 저들에게 백인 농장주나 관리인은 죽이고 싶은 대상이니,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원하는 상대겠죠.”
“그런데 어떻게 두려워하는 상대로 보이게 한다는 거죠?”
“쉽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란 노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가 누구겠습니까?”
“?”
“반란 노예들에게는 총으로 무장한 영국 군인들이 가장 두려운 상대가 될 겁니다.”
“뭐, 그거야 저희도 알지만, 영국군은 내일 날이 밝아야 겨우 우리 농장까지 올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다 다시 깊숙이 위치한 에반스 자작의 농장까지 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테고요.
그렇게 군인들이 올 때쯤에는 그놈들은 전부 산으로 숨어들어 가겠죠. 에반스 자작 집안사람들은 전부 몰살됐을 것이고요.”
“맞습니다. 영국 군대가 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군대가 올 때까지 우리가 영국군을 대신해서 에반스 자작의 집안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점점 더 알 수 없는 소리였다.
“우리가 영국군을 대신한다니요?”
“영국군을 대신한다는 것은··· 우리가 영국 군대인 것처럼 행세해보자는 겁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