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7
래미가 래원을 발견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오빠아!!”
“축하해, 내 동생!”
다른 멤버들도 다가와 래원에게 인사했다.
“축하해요, 노노카, 이나, 솔라. 다들 수고 많았어요. 최고의 무대였어요.”
브라이트 걸스의 1위가 오늘 처음은 아니었지만,
공중파 중에서도 가장 공신력 있는 SBC 인기K팝 1위는 처음이라 다들 흥분 상태였다.
대기실은 가히 축제 분위기였다.
래원은 래미와 다음 주에 스케줄 없는 날 같이 맛있는 외식을 하기로 약속하고는, 다시 드라마국으로 복귀했다.
당장 내일 1, 2부 내부 시사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제주도 로케이션 사전 답사 이후,
로케이션 매니저와 스케줄러는 제주도 촬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꼼꼼히 준비하고 있었다.
래원이 각별히 신경 쓰는 것도 있었고,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촬영지라는 것 때문에 후반부 프로덕션은 제주도 로케이션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반 사전제작 시스템이다 보니, 1, 2화 방영이 시작되고 나서 제주도 촬영에 돌입하는 것으로 스케줄이 정리됐다.
래원과 유찬도 이 일정에 맞추기 위해 그에 앞선 나머지 촬영을 바쁘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름 내내 야외 촬영장과 세트장 및 편집실을 오가다가,
내부 시사회가 어언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또한 드라마국 차기 국장 선출이 다음 주로 예정돼 있었고,
더욱이 3주 후에는 제작 발표회,
한 달 뒤에 첫 방까지···.
앞으로 다사다난할 일만 한가득인 래원이었다.
* * *
다음 날,
SBC 신관 홀에 많은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의 내부 시사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투자사를 대표해서 JC푸드의 안주인과 강채령이 자리했고,
“도 감독님, 재밌게 볼게요.”
주연 배우들과 헤드 감독들 및 주요 스텝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객석에 들어섰다.
염탐하러 온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착각일까?
이 국장과 그 라인의 문겸 부장, 임장호 PD는 물론이고 하인혁도 사뭇 진지한 얼굴로 장내에 착석했다.
이어서, 래원이 자신의 라인이라고 믿는 김 부국장, 그리고 최지철 부장, 변덕규 PD가 래원의 등을 두드리며 들어섰다.
그들은 홀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책임 프로듀서 황태수를 흘겨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편.
차기 국장 후보인 황태수 부장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인 만큼,
다음 주 국장 선출을 앞두고,
객석에는 SBC 임원들과 이사회도 자리했더랬다.
배 사장과, 고 부사장, 박 감사 그리고 그 뒤로 줄지어 들어서는 이사진들.
동시에 드라마국 PD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일반적인 내부 시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이상의 긴장감이 객석에 감돌기 시작했다.
래원도 이들이 착석하는 것을 목도하자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대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윤지협 선배 떠나고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재촬영도 했고, 작은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았잖아. 최선을 다했어.’
분명 오늘 시사회에 자신이 있는 래원이었으나,
위압적인 객석의 기세에 가슴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시사회로 황태수 선배의 평판이 달라지겠지. 그게 다음주 국장 선출에 영향을 미칠 거고···. 전생에는 윤지협 선배가 이 악물고 시사회를 치른 덕에, 황태수 선배가 국장이 됐었으니까.’
래원은 시선을 돌려 황태수 선배와 배미란 사장, 그리고 다른 임원진들과 이사진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굳은 얼굴로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내, 객석의 하우스 조명이 모두 꺼지며
무대 위 스피커를 통해 서스펜스 무드를 가득 풍기는 OST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곧, 스크린이 밝아지고
타이틀이 뜨면서 본격적으로 오늘 내부 시사회의 시동이 걸렸다.
래원은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05화 – 리디북스
1화 첫 장면은 어느 종합병원의 병실에서 시작됐다.
코마 상태로 누워있는 [요한]과 [유진]
그리고, 그 둘의 사이에 [보라]가 책 한 권을 놔두는 장면이었다.
두근두근 의미심장한 비트의 스코어가 깔리며 극의 초반 집중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래원이 음악감독과 고심해서 픽스한 배경 음악이었다.
“기다릴게. 보고 싶다, 요한아.”
[보라]의 대사.이 순간, 움찔거리는 누군가의 발가락.
서스펜스 연출을 가미해서 [요한]과 [유진] 중에 발가락인지는 끝내 화면에 비춰주지 않았다.
이윽고,
보라가 떠난 후 간호사가 들어온다.
못 보던 책을 발견한 간호사.
무슨 책인가 싶어 집어 들어 펼치자,
화면은 10년 전 과거로 튄다.
외모도, 처한 상황도, 성향도 정반대인 이란성 쌍둥이 형제 [요한]과 [유진]의 일상이 대조적으로 등장한다.
먼저, 그늘진 얼굴에 차가운 눈빛이 매력적인 반골 기질의 청년 [요한].
낮에는 연기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똑같이 ‘배우’의 꿈을 꾸며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두 형제.
동생 [유진]은 연기력도 스타성도 인정받고 이미지도 좋은 영화배우로,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산다.
장모건 배우는 선한 인상에 차분하고 젠틀한 성격에 완벽주의로 [유진]을 표현하고 있었다.
촬영장에서도 대사 하나 허투루 내뱉는 법이 없고, 리허설도 꼼꼼히 챙기는 장면이 등장하며,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프로의식이 투철한 데다가 겸손하기까지 한 모습이 이어졌다.
‘이야, 역시 도 감독님 리스펙! 잘 나와서 기분 좋다.’
반면, 함현우는 형 [요한]을 염세적이며 비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보는 불만투성이의 비관론자로 그리고 있었다.
도래원 감독, 옥영임 작가와 합의한 연기 노선이었다.
함현우는 전작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에서와 달리 즉흥적이고 거침없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말투도 습관도 걸음걸이도 전혀 다른 인물로 표현했다.
때문에 함현우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찍을 때는 너무 재수 없게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근사하게 편집됐네? 내가 연기하는 요한, 마초 같고 꽤 멋있다?’
이윽고, 2화 상영이 이어졌다.
초반부에 [보라]가 [요한]과 이별하는 장면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둘의 인연이 맨처음 시작된 공원에서 말이다.
[보라]역의 민세라는,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세련되게 나온 이별 장면 연출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화면 예쁘다! 나도 잘 나오고, 마음에 들어! 참, 곧 제주도 로케가지. 이런 톤이면 로케 촬영도 무지 기대되는데?’
2화의 하이라이트.
화재 장면이 이어졌다.
화염 속에서 형을 구하려는 [유진].
그런 그를 피해 세상을 떠나려는 [요한].
둘이 몸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함께 추락하고 만다.
‘CG까지 들어가니까 엄청 스펙터클하네!’
신영진 촬영 감독도 객석에서 이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확인하며 뿌듯해하고 있었다.
신영진과 도래원이 이 씬을 1, 2화의 그 어떤 장면보다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어느덧 2화의 엔딩.
불의의 화재 사고 후 부상을 당한 채 군데군데 붕대를 감은 [요한]과 [유진]이 병실에 누워있다.
1화 처음에 나온 병실과는 다른 곳이다.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겨우 의식을 차린 건 함현우 배우, 즉 [요한] 뿐이었다.
“두 분 다 이 정도로 멀쩡하신 건 기적입니다, 장요한 씨.”
“⋯ 저는, 유진인데요. 장유진?”
뭔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다른 사람같은 얼굴을 한 [요한(유진)].
그 순간 바이탈 모니터 효과음이 삐이이— 하고 아웃되더니,
2화가 끝이 났다.
짝짝짝짝짝-
스크린이 꺼지고 객석이 밝아올 동안
장내에는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불이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은 이 국장이었다.
다음 주 국장 선거를 앞두고 심기가 불편했던 탓인지 두 입술을 꽉 다물고, 날카로운 눈매로 주위를 흘겨보며 서둘러 객석 문을 나섰고,
그 뒤를 문겸 부장과 임장호 PD가 뒤따랐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으나 질투와 불만 그리고 경계하는 눈치를 가득 풍기며 나가버린 세 사람.
래원은 굳이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잘 봤어요. 나도 더 분발해야겠네요.”
하인혁의 목소리였다.
하인혁은 지금 한창 방영 중인 의 선전 덕분인지 한층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저도 슬카생 잘 보고 있습니다, 인혁 선배.”
하인혁이 바쁜 모양인지 그저 씨익 웃고는 객석을 나섰다.
그 웃음이 왠지 재수없다고 느끼는 와중에,
“도 감독니임!”
강채령이 JC푸드의 안 주인을 대동하고 래원을 향해 걸어왔다.
“사모님이 도 감독님이랑 인사하고 싶으시다셔서요.”
“어머, 너무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연출이 엄청 세련된 게 전작보다 더 잘 될 거 같은데요? 느낌이 딱 왔어요!”
“하하. 사모님께서 소중한 투자금 지원해주신 만큼 잘 되어야 할 텐데요···.”
“대박 기대할게요, 수고해주세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래원을 보던 JC푸드의 안 주인의 두 눈이 반달을 그리며 휘어졌다.
주위에 래원을 찾는 사람이 점차 많아졌고,
강채령은 래원에게 입 모양으로 ‘파이팅!’을 외쳐주며 JC푸드의 사모와 함께 자리를 떴다.
곧바로 나타난 황태수 부장이 임원진에게 래원을 인사시켰다.
“도 피디, 너무 수고했어!”
배미란 사장이 화색도는 얼굴로 래원의 손을 붙잡았다.
옆에서 박 감사가 반만 웃는 표정으로 거들었다.
“잘 봤습니다.”
래원은 일일이 소개를 받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가 이 국장 라인의 가장 윗선이라는 것을.
그 때문인지 애써 웃는 척하는 그였으나, 래원을 보는 눈에 달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촬영 중간에 포지션이 갑자기 바뀌어서 고생 엄청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같은 멘트로 래원을 살짝 찔러보는 것은,
고 부사장이었다.
다음 주 국장 선거에서 김 부국장의 당선을 바라고 있는 인물.
이에 배미란 사장이 질세라 거들며 틈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뭐, 그런 일이 있었던 게 하나도 티가 안 날 정도로 너무 훌륭하네. 시청자 반응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과찬이십니다. 후반부에 더 힘 받을 수 있게 남은 촬영도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겠습니다.”
래원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배 사장과 고 부사장 그리고 박 감사를 향해 골고루 감사의 제스처를 표했다.
이 세 명의 임원진 뒤에는 이사진들이 포진해서 지금 래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래원과 시선이 마주치자 먼저 고개를 숙여 눈인사를 보내기도 했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래원도 살짝 묵례를 건넸다.
시사회 전에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굳은 얼굴로 무표정을 고수해서 래원을 떨게 했던 이들이,
지금은 래원에게 온화하기 이를 데 없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적어도 오늘 시사회가 황 선배의 국장 선거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일은 없겠네.’
래원의 마음이 편해졌다.
갑자기 누군가 등 뒤에서 래원을 툭 쳤다.
“여어! 도래원이. 우리 팀의 복덩이!”
김 부국장이었다.
그를 의식했는지 황태수가 뒤로 물러서며 몸을 사렸다.
김 부국장은 그런 황태수를 못 본 체하고는, 래원의 어깨를 주물주물하더니 함박웃음을 지었다.
“잘 봤다. 수고 많았어. 껄껄껄. 내가 너 같은 후배 보려고 여태까지 SBC에 남아있었나 보다. 껄껄껄.”
“좋게 봐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부국장님이 신경 써주신 덕이죠.”
래원은 느낄 수 있었다.
차기 국장 후보인 김 부국장과 황태수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을 말이다.
두 사람은 래원을 사이에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 * *
“어? 브잇걸··· 맞죠?”
“맞네, 피카좌!”
“싸인 한 장만 부탁드려요.”
“저 엄청 팬이에요!”
“실물이 더 예쁘시네요!”
“사진 같이 찍어주실 수 있어요?”
래원이 래미와 저녁 식사를 하는 1시간 동안.
벌써 6명이나 래미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네거나, 싸인 및 사진을 부탁했더랬다.
이 때문에 래원의 심기가 점점 불편해졌으나,
‘다음에는 무조건 룸으로 예약해야지. 룸이 다 차 있을 줄은 몰랐네···.’
반면, 래미는 몇 달간 단련이 된 건지
예의 환한 미소를 보이며 친절하게 응했다.
‘내 동생 프로답네···. 힘들지도 않나? 아이돌, 정말 극한 직업이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래원.
가방에서 챙이 넓은 캡모자를 꺼내어 래미에게 씌워주었다.
“챙겨오긴 했는데, 설마 진짜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도래미.”
“웅! 나 많이 컸지, 오빠? 꺄르르.”
래원이 걱정할까 봐, 되려 농담으로 받아치는 래미였다.
“스테이크 식었겠다. 다시 데워달라 그럴까?
“아냐. 먹을 만해.”
래미의 웃는 얼굴에 인디언 보조개가 전보다 깊게 패여 있었고,
힘든 스케줄 탓인지 젖살이 빠져보였다.
“팍팍 많이 먹어. 건강이 최고인 거 알지?”
“어우 잔소리! 카메라에 이쁘게 나오려면 다 댓가가 필요하다고! 거저 되는 건 없더라.”
“넌 잘 먹을 때가 제일 예뻐!”
“우리 회사 쌤들도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네.”
“진짜야. 네가 집 떠나 있으면서 잠시 잊었나 본데··· 래미야, 오빠 드라마 PD다? 내 눈 꽤 정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