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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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발표회 (2)
걱정이 많이 됐는지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던 최지철 CP 역시,
래원이 만든 하이라이트 영상을 직접 보고는 안도하기 시작했다.
‘꽤 괜찮은데···?’
그 안도감은 점차 감탄으로 바뀌었다.
황태수 PD도 영상이 1분쯤 넘어가자 걱정을 덜어낸 듯 편안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이 새끼··· 분할 컷까지 깔끔하게 잘 수정했네.’
화려한 런웨이 무대로 시작한 티저는 이제 각 캐릭터 하나하나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 밑바닥에서 탑 모델로 인생 역전하는 흙수저 [정건후]
“제가 모델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저한텐… 꿈꾸는 것조차 사치예요.”
– 다 가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 아무것도 가지지 못 한 패션계 다이아몬드 수저 [한나은]
“내 인생이 언제 내 꺼였던 적이… 있었나요?”
“이 세상에 내 껀 없다. 전부 아빠 것, 엄마 것일 뿐.”
황태수는 피식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등장인물 어필이 명확하고 매력적이야. 심지어 인혁이가 만든 것보다 괜찮아. 잘 하면 전화위복이 되겠어.’
또각. 또각. 또각-
길게 쭉 뻗은 다리.
하이힐을 또각거리는 클로즈업 샷.
카메라 화면이 늘씬한 몸매를 쭈욱 훑으며 위로 올라간다.
이어지는 바스트 샷.
도도한 입술을 삐죽이면서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는 여인.
여진 선생이다.
그녀의 워킹에 바다가 갈라지듯 인파가 양옆으로 갈린다.
– 프로페셔널함. 그리고 출중한 모델 경력과 실력, 막강한 리더십을 겸비한 멘토 [여진]
“런웨이 위에서 네 부모님이 누군지는 중요치 않아. 네가 어떤 모델인지, 어떤 사람인지만 보이니까.”
황태수가 입술을 부드럽게 잘근거렸다.
그는 이제 전화위복을 완전히 확신하고 있었다.
‘도래원 이 새끼는 대체 뭐지? 인혁이도 연차에 비하면 꽤 잘 만드는 건데···.’
한편, 제작 발표회 객석에 나란히 앉아서 이 모든 것을 지켜봐 온 이 국장과 김 부국장은 동상이몽(同牀異夢) 이었다.
드라마국의 수장인 두 사람은 무대 뒤의 상황을 전부 전해 듣고 있었기에, 자꾸 바싹 말라가는 입술에 연신 침을 적시고 있었다.
‘저걸 진짜 그 눈치 꽝 꼴찌 신입이 만들었다? 오늘 큰일 안 터진 건 다행이지만··· 흐음, 저번 회식 때 그 신입한테 주목하던 분위기도 그렇고··· 어째 내가 생각했던 거랑 영 딴판으로 흘러가는데···?’
이 국장은 최지철CP와 동기지만 먼저 국장을 달았다.
당연히 서로가 견제 대상이었고
이 국장은 최지철을 경계하기 때문에 도래원의 활약이 탐탁지만은 않았다.
반면, 김 부국장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실룩거리며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도래원? 호박이 아주 넝쿨째 굴러들어 왔네.’
김 부국장은 이 국장보다 더 선배 기수였다.
후배가 먼저 국장으로 올라가 있는 지금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지철과 손을 잡고 차기 국장/부국장 자리를 노리고 있기에, 김 부국장의 입장에서는 최지철의 선전이 곧 자신의 선전이었다.
그러니 그의 입장에서 지금 도래원은 복덩이였다.
하이라이트 티저 시연이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마무리된 후, 장내가 다시 밝아지며 라운드 인터뷰가 이어졌다.
황태수 감독, 엄하늘 배우 그리고 유하나 및 도종건 배우가 무대 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수십 대의 카메라 렌즈가 이들을 향했다.
“안녕하세요, Y뉴스 입니다. 하이라이트 보니 컨셉이 확 와닿았어요. 통통튀는 매력과 사이다를 겸비한 작품이 될 것 같은데요, 이 부분 관련해서 황태수 감독님, 연출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고 계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Q스포츠 입니다. 엄하늘 배우님께 질문드립니다. 이런 멘토 역할은 처음이신 거 같아요. 최근에 로맨스 주인공만 하시다가 이렇게 한발 물러선 포지션도 처음이신 거 같구요. 이 작품, 이 역할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드라마 후반부에 유하나 배우님과 도종건 배우님 러브 라인 있나요? 러브 씬 수위는 어느 정도 되나요?”
“주연 두 분은 연기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으신데 주연 맡으신 소감과 각오 한 마디 해주세요.”
최지철CP, 하인혁 그리고 래원을 비롯한 다른 스텝들은 무대 뒤에서 이 모습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최지철.
갑자기 래원의 곁에 다가오더니 낮게 속삭인다.
“도래원이 잘 봤다. 제법이드라?”
“아, 감사합니다.”
“유튜브랑 공홈에도 공식 하이라이트 티저, 니 꺼로 올려.”
“아··· 그건 제 꺼보단 인혁 선배님이 먼저 만들어두셨던 걸로 올리는 게 도리일 것···”
“도리는 무슨··· 시청자들한테 인정받는 게 전파료 받아먹는 우리가 할 도리야. 책임 프로듀서가 하라면 하는 거지, 토를 달고 그러냐. 아까 프레스 반응 좋았잖냐.”
“···네. 알겠습니다.”
래원은 최지철의 지시에 곤란한 듯 말끝을 흐렸지만,
사실 지금 래원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래원의 눈에, 무대 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답하는 황태수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 삶에서는 래원이 지금 황태수 PD가 앉아있는 저 자리에 앉는 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계속 이렇게 간다면··· 이번에는 얼마나 빨리 입봉하게 될까? 이젠 나도 내 미래가 기대된다.’
이윽고 포털 사이트 뉴스탭에 실시간으로 제작발표회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각종 SNS에도 기사 링크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 꿈★을 향한 청춘들의 직진! ‘청춘 런웨이’ 첫 방 기대감 UP↑ ] [ 도종건X유하나 – 아이돌의 이유 있는 모델 변신! ] [ 엄하늘, 탑 모델 출신 의 멘토로 색다른 매력 변신 예고! ]기사가 점점 더 많이 올라올수록 관련 검색어 순위도 점점 상위로 치고 올라왔다.
1위. 청춘 런웨이 첫 방
2위. 엄하늘 나이
3위. 도종건 키
4위. 유하나 다이어트
5위. 명희경 작가
6위. 황태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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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측은 이 여세를 몰아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하이라이트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당연히 오늘 시연 때 선보인 래원의 영상이었다.
모든 헤드 스텝들이 고민의 여지 없이 동의하여 만장일치로 내린 결정이었다.
* * *
“이걸 진짜 오빠가 만들었다고?”
래미의 상기된 목소리.
유튜브 영상에서 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이라이트 티저 영상을 거의 외우려는 셈인지, 몇 번이고 계속 돌려본다.
“그냥 편집만. 편집만 내가 한 거야.”
“그렇지? 어쩐지 장난 아니게 초고퀄이야.”
오빠한테 놀리는 듯이 말을 던진 래미였지만, 사실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활짝 웃은 얼굴과 양 볼에 깊게 패인 인디언 보조개가 그 방증이었다.
래미가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래원도 덩달에 뿌듯해졌다.
포털 사이트의 토크톡 채팅방, 드라마 커뮤니티 및 유튜브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
[★겉바속촉★ ‘청춘 런웨이’ 하이라이트 영상 공개 – 겉은 청춘들의 빅매치! 속은 달달한 로맨스?]ㄴ 영상 퀄 오진다! 뽕이 차올라!
ㄴ 본방사수 각ㅋㅋㅋ
ㄴ 엄스카이 걸크러쉬!
ㄴ 연출이 미쳤네ㅋㅋ
ㄴㄴ 카메라 워킹 뮤뱅인줄ㅋㅋ
ㄴ 종거니 기럭지 실화임?
ㄴ 브금 완전 설레!!!!!
ㄴ 유하나 몸매 쩐다.. 와..
ㄴ 하이라이트만 봐도 믿고 보는 작감배!
직접 몸담은 드라마가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으면, 본인까지 덩달아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비록 막내 조연출이라도 말이다.
이것이 래원이 지난 생에서부터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드라마를 절대 포기 못 하는, 마치 마약과도 같은 이유 중 하나였다.
* * *
TV 드라마의 1화 초동 시청률은 보통 배우 캐스팅과 하이라이트 티저가 결정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드라마의 뚜껑이 열리기 전에는 시청 여부를 결정할 사전 정보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래원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불러온 반향은 생각보다 컸다.
드라마국 데스크에서는 첫 방송을 며칠 앞두고, 최지철CP와 황태수PD가 때아닌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태수야, 래원이한텐 메이킹 영상 맡기고, 예고편은 그냥 원래대로 인혁이 줘.”
“사실 메이킹이야 제작사가 해도 되는 거고···. 진짜 중요한 건 예고편이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인혁이를 두고 갓 입사한 막내 조연출한테 예고편을 맡기는 건 좀 아니지.”
“도래원이 그냥 신입이에요? 형님도 하이라이트, 마음에 드셨다면서요.”
“그거야 일회성이고 워낙 중요하니 기수 파괴보다 실력이 우선이라고 쳐도 예고편은 다르지···.”
“부장님!”
“고작 1분도 안 되는 거 15개 만드는 건데, 웬만하면 인혁이한테 계속 맡기자. 너도 인혁이 그 자식 자존심 알잖아.”
“형님! 고작 그 1분짜리가 시청률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 아시잖아요. 저 지금 후배 자존심까지 챙겨줄 여유 없습니다.”
“태수야,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 1번 조연출이 유일하게 자기 맘대로 실력 발휘하는 게 예고편 만드는 건데···. 그 기회를 갓 들어온 막내한테 뺏기면 어떨지···.”
“제 입장은요? 마지막 연출작이니 전부 다 잘 해내고 싶고, 박수받으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 정말 이해 못 해주세요? 형님도 겪으셨잖아요!”
“······.”
“객관적으로도 다음 예고편은 도래원한테 맡기는 게 우리 팀 전체를 위하는 선택이에요. 형님도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딴 건 몰라도 편집 실력은 인혁이보다 한 수 위인 거 확실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자기소개서 다시 찾아보니까 대학생 때 영화 동아리 했더라. 편집실 출신이라도 되는 건지···.”
“OJT 때부터 걔가 어디 보통 신입이었어요?”
“··· 그럼. 이렇게 하자.”
“···?”
“어차피 2,3화 예고는 인혁이가 만들고 있는 거 쓸 거지?”
“네. 당장 첫 주에 나가야 하니까···.”
“그럼 4화, 5화 예고편을 인혁이랑 래원이한테 하나씩 맡겨보고. 그 결과물로 평가하는 거 어떠냐?”
“좋습니다. 누가 4화, 누가 5화 편집할지는 제가 정하죠. 비공개로요.”
“블라인드 테스트로 하자는 거냐?”
“네. 형님이랑, 덕규가 판단해주시고. 결과 놓고 다시 이야기하죠.”
“그렇게 해라. 어휴, 내가 네 고집을 어떻게 꺾겠냐.”
황태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최지철을 아랑곳하지 않고, 폰을 꺼내 들었다.
곧바로 두 사람에게 개인 톡을 보낸다.
– 인혁아, 2,3화 예고편 다 돼가지? 마무리되면 3화 뒤에 붙일 4화만 준비해줘. 5화는 아직 하지 말고. 다음 주 수요일까지!
– 래원아, 4화 뒤에 붙여나갈 5화 예고편. 다음 주 수요일까지 준비해라. 하이라이트 했던 거처럼만 하면 된다.
같은 시각. 이 카톡을 받고서 곧바로 칼 같이 답장하는 두 사람.
– [인혁] 아.. 넵! 모레까지 드리고 4화로 넘어가겠습니다.
“5화는 왜 하지말란 거지? 설마, 그 새끼···?”
이유를 찾던 하인혁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도래원이 떠올랐다.
그 외에 다른 연유를 생각할 수 없었다.
이에 하인혁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폰을 집어 던졌다.
한편, 래원은 황태수의 연락을 받고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듯한 흥분감에 취해있었다.
“벌써 예고편을 맡겨준다고···?”
– [래원] 네. 준비하겠습니다.
답장을 보낸 후에도, 카톡 창을 한동안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예고편 편집의 왕도는 단 하나다.
많이 해보는 것.
이미 지난 삶에서 래원의 손을 거쳐 간 예고편만 거진 수백 편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번 예고편 작업은 래원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될 듯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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