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24
래원도 짧게 한 마디 남기자 마자,
“우와. 우리 오빠 언제부터 이렇게 잘 찍었어? 기사랑 댓글 반응도 죽이는데?”
옆에서 래미의 호들갑이 다시 시작됐다.
래미의 장난은 어느새 진지한 칭찬이 되어있었다.
[ 함현우X장모건.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되자 인생을 잃어버리고만 두 형제의 가슴 시린 드라마의 대장정 ] [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민세라의 인터뷰 “도래원 감독님 덕분에 제2의 배우 인생을 시작했죠.” ] [ 이란성 쌍둥이 형제의 아름다운 듀엣. 열린 결말인가 아닌가? ]래미가 래원의 얼굴에 들이민 휴대폰 속 포털 사이트 화면은 관련 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올해의 화제작이었으니까.
특히 이 종방한 후에 최근 3주 동안은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어서,
시청자와 언론사의 관심이 로 쏠렸더랬다.
별안간,
지이이이잉——
[강채령]래원의 휴대폰에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 떴다.
래원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 래원 감독님! 페르소나 너어무 재밌게 잘 봤어요! 감동도 재미도 의미도! 한가득 선물 받은 기분이에요.
“채령 씨 덕분에 잘 마무리했어요. 크게 도와주셨잖아요.”
– 도움보다는 선물, 혹은 투자라고 해두죠.
“뭐가 됐든 감사해요, 정말.”
– 감사하면, 내 부탁 하나 들어주세요.
“부탁이요?”
– 보고 싶어요. 지금.
강채령은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자란 것 같은 그런 사람.
래원을 향해 돌진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끊은 지 30분 만에,
강채령의 파란색 스포츠카가 래원의 집 앞에 미끄러지며 멈춰 섰다.
“다른 뜻은 아니고, 페르소나 마지막 회 보니까 그냥 감독님 얼굴이 너어무 보고 싶잖아요. 대체 이런 명작을 만든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싶고···.”
래원은 뭐라 대꾸할 수도 없이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런 여자는 처음이었으니까.
“제가 내일 출근 일정 때문에 술은 안 되고, 같이 카페라도 가실래요?”
“으음, 아뇨. 오다 보니까, 요 근처에 작은 공원이 있더라고요. 그 앞에 편의점도 있고요. 거기면 돼요!”
그렇게 래원과 강채령은 편의점에 들러 손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원래 아이스크림은 겨울에 먹어야 맛있어요.”
강채령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재잘댔다.
“차기작 ‘골드 버튼’은 어떤 드라마예요?”
“··· 유튜버들 이야기를 예능 드라마 포맷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래원은 투자사 명단에서 ‘천하 일보’를 확인했었기에, 강채령이 ‘골드 버튼’ 기획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보다.
지금 강채령의 반응은 찐 텐션이었으니까.
“와. 유튜버! 예능 드라마! 느낌 좋은데요? 예능 드라마는 뭐예요, 제가 잘 몰라서···.”
“저도 잘 몰라요. 하하. 이번에 처음 시도해보는 거거든요.”
“오호. 새로운 장르의 개척! K드라마의 선두주자 도래원!”
“크하하하.”
“작가님은 어떤 분이세요?”
“차여름 작가님이랑 박은정 작가님이 공동 작업하세요.”
“아! 작가님이랑, 작가님이시죠?”
“와우. 채령 씨 지금 무슨 버튼 누르면 술술 말하는 로봇 같아요. 업계 사람인 줄.”
“제가 전에 말 안 했나요? 우리 부모님 밑에서 안 태어났으면, 저도 배우나 감독해 봤을 거 같아요.”
“배우나 감독보다 더 잘 살고 계시잖아요. 돈 많은 시청자. 그게 최고죠.”
“네에? 돈 많은 시청자? 푸하. 이렇게 또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분은 처음인데요?”
“왜요? 맞는 말이잖아요?”
강채령은 래원을 한 번 흘겨보더니 활짝 웃고 만다.
“계속 돈 많은 시청자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래원 감독님.”
“그 돈을 제 드라마에 써 주셔서 제가 고맙죠.”
“에이, 감독님 덕에 투자금 이상으로 회수했는데요? 쉬운 일 아닌 거 알아요.”
“그래서 또 제 이름만 보고 투자해 주신 거예요? 에?”
“아···. 뭐, 그런 셈이죠. 돈 벌게 해주셨으니, 이번에도 믿고 맡겨보는 거죠.”
“마음은 고마운데, 다른 드라마에는 그러시면 안 돼요. 작가진, 출연진, 기획안 다 꼼꼼하게 살펴보시고 투자하셔야 해요. 요새 채널이랑 기획사가 엄청 늘어나면서 깡통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데요.”
“래원 감독님 가만 보면 잔소리 꽤나 하신다니까···. 걱정 마요! 원래 그러는데, 저한테도 이번 작품이 예외인 거니까요.”
“예외요?”
강채령은 몰라서 묻냐는 듯한 눈빛으로 래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래원은 그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물음표를 띄울 뿐이었다.
결국, 강채령이 답답했는지 먼저 화제를 돌렸다.
“에효···. ‘골드 버튼’ 이야기나 마저 해요. 투자자니까 다 캐물을 거예요!”
“하하. 네, 얼마든지요.”
“아직 뭐, 힘든 건 없고요? 제가 도울 일이라든가···.”
“그런 건 없는데···.”
“···?”
“선배 하나가 B팀으로 같이 하고 싶다고 그래서 고민 중이에요.”
“어떤 선배인데요? 평소에 사이 좋았나 봐요?”
“아뇨. 정반대였죠. 라이벌이랄까. 서로 싫어하는 사이요.”
“근데 왜? 왜 그분은 감독님 B팀을 자처한대요?”
“말은 노하우를 배우고 싶댔는데···. 그 의중을 잘 몰라서 일단은 보류하려고요.”
래원 역시 강채령에게 자꾸만 술술 털어놓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는 멋쩍게 웃었다.
“잘하셨어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죠.”
맞는 말이다.
래원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돌연,
강채령이 진지한 얼굴이 되어 말을 이었다.
“근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분이 누군지 모르지만, 래원 감독님 같은 분과 함께라면, 어쩌면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요.”
강채령이 이번에는 래원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왜냐면, 저도 그런 비슷한 마음이 들거든요.”
래원도 강채령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보았고,
강채령은 더욱더 눈을 반짝이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나도 변할 수 있겠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이요.”
* * *
다음날.
래원은 드라마국에 출근하자마자 지혜영을 찾았다.
의 B팀 감독으로 지혜영의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해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혜영의 반응이 사뭇 뜻밖이었다.
“응? 내가 오빠 B팀 들어가는 거 이미 결정된 거 아녔어? 새삼스럽게 왜 또 말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 지혜영에게,
래원은 ‘사실 하인혁이 이래저래 끼어들어서 너랑 두 사람을 두고 고민을 좀 했었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어? 어..어. 그래. 결정된 거지! 그..근데 확인차! 그래, 확인차 한 번 더 말해주는 거야. 내가 요 며칠 마무리하느라 너를 못 만나기도 했고.”
무사히 위기를 넘긴 래원.
“오빠도 싱겁기는···. 내가 유찬도 아니고, 까먹고 딴짓이라도 할까 봐? 그때 그 편성 회의 이후로 요즘 계속 아카이브 뒤져서 예능 프로그램 모니터 중이었는데?”
“아, 벌써?”
“뭐가 벌써야? 가을 편성이라며.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처럼 드라마 색깔 많이 들어간 것들로만 보고 있어. 괜찮은 것들은 정리해서 오빠한테도 공유할게.”
래원은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든든함에 왠지 모를 실소가 터져 나왔다.
“뭐야? 나 못 믿어서 웃는 거야?”
“아냐. 믿지. 못 믿는데 내 B팀을 어떻게 맡기냐? 잘 부탁한다고 웃는 거다!”
그러자 지혜영도 피식 웃었다.
한편.
피식—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함께 실소를 터뜨리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하인혁이었다.
그는 탕비실 문에 기대어 래원과 지혜영의 대화를 듣는 중이었다.
“아쉽게 됐네···.”
하지만 하인혁의 반응이 무언가 달랐다.
그의 성정대로라면 화를 내야 정상이었고,
버럭 소리치거나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이 제격이었다.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뭐든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게 작품이든, 사람이든 뭐든지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피식 웃으며 순순히 수긍하는 듯한 하인혁이었다.
“할 수 없지. 응원한다, 도래원. 나는 기존에 살펴보던 기획이나 다시 진행해야겠네···.”
하인혁의 혼잣말.
만약 이것을 누군가가 엿들었다면,
지금 하인혁이 래원과 지혜영을 향해 비꼬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들을 응원하는 것인지 헷갈렸을 것이다.
하인혁 본인조차 자신의 본심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으니까.
* * *
SBC 건물의 꼭대기. 사장실.
배미란 사장과 황태수 국장은 나란히 서서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차가 들려있었다.
창밖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여의도 전경이 환하게 들어왔다.
배미란이 이를 구경하며 입술을 열었다.
“어제 가 너무 휩쓴 거 아냐?”
“다른 팀에서 그런 말들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 같은데, 정작 시청자들이나 네티즌 반응은 당연하다는 식입니다.”
드라마 는 어제 SBC 연기 대상에서,
각본상(옥영임 작가), 최우수 연기상(민세라), 그리고 작품상까지. 연기 대상의 메인을 차지했다.
“당연하지. 시청률 30%가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 어려운 걸 해냈잖나.”
“그러게요. 래원이 녀석이 언젠간 마의 30%벽을 뚫을 줄은 예상했는데, 그걸 이렇게 빨리 해낼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소철않’이 휩쓸었던 거에 비하면 이번에는 별로 몰빵도 아니지 않나? 그냥 그때처럼 올해도 연속으로 도래원이 작품이라 내부에서 질투하는 말들이 나오는 거겠지.”
“저도 그렇게 보고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습니다. 이번, 대상 연기상에 원준혁이 타갔으니. 밸런스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슬카생’도 나쁘진 않았는데···. 하인혁 피디가 또 아쉽겠어. 중요한 상은 번번이 후배한테 다 빼앗기니.”
“그렇지도 않나 보더라고요. 어제 보니까 표정 좋아 보이던데요?”
“그래? 별일이네?”
“네. 그렇더라고요.”
“그나저나 어제 도 피디야말로 객석에 안 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
“편집실에서 밤새웠답니다. 감독판 DVD 발매 건으로요.”
“뭐? 그거야 천천히 해도 되잖아?”
“나중에 차기작 준비하면서 DVD 때문에 방해받는 일 안 생기게 하려는 모양입니다. 지금 은 작가들이 대본 작업하느라 바쁘니까, 이틈을 타서 DVD 편집을 미리미리 해치워두려는 요량 같습니다.”
이에 배미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면서 몸을 돌려 소파로 향했고,
상석에 자리한 채로 찻잔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하여간, 도 피디···. 일하고 싶어서 못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하긴 뭐, 툭 까놓고 연기 대상은 배우들이 주인공이긴 하지.”
황태수도 배미란을 따라 소파에 앉아 그녀를 향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것도 그렇고. 저는 가 국내에만 머무를 드라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장님.”
“그렇긴 하지. 시청률, 작품성 모든 면에서 수작이었으니.”
“시청자들 반응도 심상치 않습니다.”
“심상치 않다니?”
“종방했는데도 인터넷 드라마 커뮤니티랑 포털 토크톡 채팅방 분위기가 사그라들 기미를 안 보입니다.”
“그래?”
“두 형제의 이후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소설이나 만화로 2차 창작하기도 하고, 열린 결말을 해석하면서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하고, 아무튼 요새 방영 중인 드라마보다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례적이긴 하네.”
“···그래서 말입니다만.”
“···?”
“래원이를 이 기회에 우리 SBC 드라마국의 간판스타 PD로 제대로 키워보려고 합니다.”
“그야 나도 전부터 말했듯 찬성하는 바지.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해뒀고?”
“ 가지고 내년 TV 드라마 페스티벌 투어를 시켜보려고 합니다.”
“투어?”
“네. 국내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 백상예술대상. 뿐만 아니라 몬테카를로, 에미, 반프 같은 국제 페스티벌에도 전부 출품시켜볼 생각입니다.”
“좋지. 우리 드라마 판에도 봉주호, 박찬우 급의 감독이 나올 때가 됐으니까.”
“저희 세대에서 못 해낸 것을, 래원이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를 보면서 확신했습니다, 사장님.”
“나도 누구보다 그걸 기대하는 바야. 내 사장 임기 안에 이뤄지면 좋으련만···. 당장 진행시켜.”
“네. 차질없이 준비해보겠습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팍팍 밀어줄 테니까, 황 국장.”
배미란이 다시 찻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그리고는 두 눈에 이채를 띄우며 황태수 국장을 바라보았고,
이에 황태수도 등을 꼿꼿이 세우고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17화 – 리디북스
* * *
방송국이자,
이제는 모텔이나 다름없어진 SBC에서,
래원은 2박 3일을 보내고 집에 들어왔다.
감독판 DVD 편집 일로 하얗게 불태운 뒤였다.
“오빠 왔어?”
혼자 빈집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간만에 누군가가 반겨주는 집은 따뜻했다.
툭 —
래원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에서 대본을 하나 꺼내어 래미에게 던져주었다.
“이게 뭐야?”
“내년 여름 편성, 단막극 대본.”
“어? 차가을 작가님 거네? ‘소철않’ 때도 대본 좋았는데!”
“가을 작가님 캐릭터 취향이나 대본 스타일이 너랑 잘 맞는 거 같더라고.”
“이거 작가님이 나를 추천해주신 거야?”
“아니. 내가.”
“오빠가?”
“어. 내가 보기에 너 내년 개인 활동으로 그 드라마 하면 좋을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