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5
드라마 ‘골드 버튼’ 이야기, ‘심덕분’ 캐릭터, 민세라 사건에 대한 후일담, 과거 윤혜심 사건의 앙금 등등.
래원과 윤혜심은 기분 좋게 취해서, 다음 촬영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윤혜심은 대리 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흥얼대다가 배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혜심 언니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 아니, 이 시간에 전화를 다하길래 놀라서 받았지.
“헤헤헤. 이 언니가 미란이 네 생각나서 했다, 왜!”
– 언니 술 마셨구나. 많이 취했어?
“아닌데? 한 개도 안 취했는데?”
– 취했네, 취했어⋯. 누구랑 마셨길래?
“우리 도 피디!”
– 도래원 피디?
“응. 참 괜찮은 사람이더라 도 피디. 내 양아들 삼고 싶어.”
– 어이구, 도래원이가 뭘 어떻게 했길래 깐깐한 우리 혜심 언니 마음을 샀을까?
“저번 세라 사건. 세라 곁에 도 피디가 있어서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윤혜심이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에 배미란은 거실에서 전화를 받다가,
혹여 다른 가족이 들을까 싶어 테라스로 자리를 옮기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도 피디가 그 사건 이야기했어? 뭐랬는데?”
– 자기는 다! 안데.
“뭘? 알아?”
– 뭐라더라? 민세라 씨가 겉은 되게 까칠하지만, 그건 솔직해서 그런 거래.
“아⋯. 도 피디가 그런 말을 해?”
– 어. 내면이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해서, 싫어하는 사람을 대놓고 피하는 타입이지, 뒤에서 욕하고 따돌릴 사람은 아니라고. 두둔해주던데?
“사람 파악을 잘 하네, 도 피디가⋯?”
– 드라마 감독이 사람을 잘 알아야지. 맨날 밥먹고 들여다보는 게 그건데⋯. 결론은 무지 좋은 감독인 거 같다고, 도 피디.
“그리고 또 다른 말은 없었어?”
– 다른 말?
“세라 이야기라든가⋯.”
– 세라? 아, 둘이 친한 거 같던데?
“친하긴 하지. 세라도 도 피디를 되게 신뢰하더라고.”
– 단둘이 같이 술도 자주 마시고 그랬나 봐.
“단둘이? 세라가 단둘이???”
– 어. 오늘 나랑 그런 거처럼 그냥 배우랑 감독이 작품 얘기하면서 마시는 거지 뭐. 말 들어보니까 세라 술 꽤 잘 마시는 것 같더라? 너 닮았나보다, 야.
배미란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아는 민세라는 아무리 일적인 자리라도 남자와 단둘이 술을 마시는 일이 없었다.
데뷔 때부터 그랬다.
민세라는 스캔들이 터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으니까.
혹여 그럴 빌미조차 만들지 않는 게 민세라의 철칙이었다.
그 덕에 스캔들 하나 없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 여보세요? 미란아?
“어, 어⋯.”
– 왜 말이 없어? 전화 끊어진 줄 알았네.
“아, 피곤해서⋯. 이만 끊어야겠다. 언니, 조심히 들어가.”
– 어? 그..그래. 너도 잘 자라.
“다음에는 우리끼리도 술 한잔하자.”
배미란은 전화를 끊고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세라는 매번 도 피디 작품에 관심이 많았어.”
그것을 배미란은 배우가 유능한 감독에게 갖는 일적인 관심이라고만 치부했더랬다.
문걸즈 해체 이후, 배우로 자리 잡기 위한 민세라의 열정은 실제로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남자 스텝이든 배우든 단둘이라면 술은 물론 식사도 않던 아이인데⋯.”
민세라가 도도하고 재수 없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것은 이 같은 그녀의 철칙도 한몫했음을,
배미란은 잘 알고 있었다.
안 그런 척 누구보다 민세라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던 배미란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세라가 도 피디한테 그 이상의 감정이 있는 거라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배미란은, 그다음이 궁금해졌다.
“만약에 그게 맞다면, 도 피디는?”
* * *
다음날.
배미란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황태수 국장에게 연락해서 오늘 A팀 스케줄을 캐물었다.
“스케줄표 파일 메시지로 드렸습니다, 사장님. 근데 무슨 일로⋯?”
“아냐, 알 거 없어. 별일 아니니까.”
배미란은 일정표를 살펴보더니,
“1시부터 상암동 세트장? 오케이!”
그 길로 부리나케 출근 후
오전 업무를 스피디하게 마쳤다.
그리고 점심시간.
외근을 핑계 삼아 상암동으로 차를 몰고 출발하는 배미란.
“세라가 나를 닮아서 안목이 괜찮아.”
배미란은 민세라가 도래원을 마음에 두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흡족했다.
“이렇게 된 이상 도 피디의 마음을 알아야겠어.”
배미란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하나뿐인 딸, 그것도 엄마 노릇을 못 해준 공백기 때문에 죄책감이 한가득인 딸,
‘민세라’가 걸려있는 문제였으니까.
이에 배미란은 액셀 페달을 꾸욱 밟았다.
“만약에, 만에 하나, 도 피디도 같은 마음이라면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도래원을 향한 배미란의 기세처럼,
지금 그녀의 차는 서강대교를 건너며 시원하게 질주하고 있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27화 – 리디북스
* * *
[학식 누나]와 [급식 동생]의 집 거실.여느 남매답게 TV를 보며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야, 너 좋아하는 여자 생겼냐? 그것도 네 주제에 연상녀?”
“⋯ 시비 걸지 마라.”
“어우씨, 이게 누나한테!”
“너가 먼저 시비 걸었잖아!”
[학식 누나]가 어퍼컷을 날려보지만,“야! 너 진짜 죽을래? 누나한테 너??”
“그러니까 먼저 성질 건드리래?!”
[급식 동생]은 익숙한 듯 누나의 손길을 탁탁탁! 막아내며 요리조리 잘도 피한다.래원은 모니터로 이를 지켜보면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나’와 ‘이재윤’의 남매 케미가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았으니까.
이나가 이국적인 외모를 갖고 있고
이재윤은 한국인답게 생겼으나,
둘의 공통점인 쌍꺼풀 진 커다란 눈과 하얀 피부 덕분인지,
거기에 두 배우의 남매로 보이기 위한 연기적인 노력까지 합쳐져서
찰떡같은 캐스팅 궁합을 보여주고 있었다.
감독에게는 이러한 순간이 뿌듯하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 받는 순간말이다.
때문에 지금 이나와 이재윤의 연기를 지켜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 래원이었다.
“이 누님은 네가 걱정돼서 그러지!”
“걱정 같은 소리 하네.”
“야, 너 그 성질머리로 어떻게 연상녀한테 어필하려고 그러냐? 30대면 너 같은 애는 남자로 보이지도 않을 텐데?”
“⋯[고필우] 형이랑 합방한 거 봤냐?”
“그럼.”
“아, 그걸 왜 보냐고!”
“알고리즘에 다 뜨는데 안 볼 수가 있냐?”
“⋯⋯. 그럼 그냥 신경 꺼. 참견하지 말고.”
“누군데?”
“아, 씨⋯!”
[급식 동생]은 계속 알짱거리는 [학식 누나]가 귀찮기만 할 뿐이다.“누구냐고! 나도 아는 사람이야?”
“아, 꺼지라고!”
“누군데? 네가 만났을 30대면⋯. 혹시 학원 선생님?”
“드라마 찍냐?”
“아냐? 그럼 누구지? 30대⋯. 30대라⋯. 혹시 유튜버야?”
“⋯ 뭐⋯? 아, 아니..거든!”
[학식 누나]는 동생의 약점을 잡았다는 듯이 놀린다.“맞네! 네가 아는 30대면 학원 선생님 아니면 유튜버 뿐이잖아. 유튜버 맞구나?”
“아..아니라고!!!”
이상할 정도로 불같이 성질을 내는 [급식 동생],
그 위로 [학식 누나]가 장난스럽게 비웃으며,
“이 자식이 누굴 속이려고.”
.
.
“컷!”
래원이 아빠 미소를 머금고 외쳤다.
이나의 [학식 누나]와 이재윤의 [급식 동생]은 지켜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컷 소리가 나고 카메라가 꺼지자,
배역의 옷을 벗은 이재윤이 걱정스레 이나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이나야, 괜찮아? 내가 아까 너무 세게 쳐냈지?”
실제 나이로는 이나가 21살,
이재윤이 24살로 이재윤이 오빠였다.
이나가 자신의 팔을 들어 살펴보더니,
“어? 살짝 긁혔네?”
“으악. 진짜? 미안해 이나야⋯! 살살 치려고 했는데, 감정 처리를 잘 못했다. 미안!”
어쩔 줄 모르는 이재윤.
“괜찮아. 긁힌 지도 몰랐어. 하나도 안 아파.”
“진짜로?”
이나가 해맑게 웃었고,
이재윤은 그런 이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수줍어했다.
래원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곁눈질로 보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귀여웠으니까.
“좋을 때다⋯.”
래원은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그들을 불러 다음 장면을 논의했다.
이나와 이재윤은 사뭇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래원의 디렉팅에 본인들의 의견을 보태는 식으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래원이 조금 전,
이나를 보는 이재윤의 달달한 눈빛을 읽었다면,
지금 래원의 눈빛을 읽고 있는 이가 따로 있었다.
자기 배우인 이재윤과 이나를 향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도래원의 눈빛을,
배미란 사장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배우들한테 애정과 믿음이 있는 사람이네.’
배미란 역시 드라마국 출신으로 조연출부터 PD, CP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기에,
래원이 감독으로서 내뿜는 눈빛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껏 배미란은 제작PD에게만 넌지시 알린 채, 촬영장 한쪽 구석에서 의 촬영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도래원’을 관찰했다.
쉬는 시간이 되자
현장 스텝과 배우가 배미란의 존재를 눈치채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사장님?”
“와우!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요. 나 신경 쓰지 말고 일들 봐요.”
허나 그 누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SBC의 사장이 직접 세트장에 행차하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는데 말이다.
결국.
배미란은 자신의 존재가 촬영에 방해가 되고 있음을 눈치챘다.
의도는 그게 아니라도 현장 사람들은 배미란의 존재 자체를 감시로 여길 것이다.
“열심히들 하는 모습 보니 좋은데요? 오늘 저녁은 생고기 회식입니다.”
“우와아아!!!”
배미란은 잘 알고 있었다.
사기(士氣)를 북돋아 주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법인 카드를 꺼내 드는 것임을.
스텝들이 환호했고,
배태람을 비롯한 헤드 감독들은 다음 장면을 준비하면서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사장이 우리 드라마에 관심 있나 봐?”
“뻔하잖아. 도 감독 때문이지 뭐.”
“전작 가 초대박쳤잖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서 밀어주려는 거지.”
“하여간 래원 감독님은 참 신기해.”
“뭐가?”
“윗사람한테건, 아랫사람한테건, 같은 팀 스텝이든 배우든 다 평판이 좋잖아. 이 일 하면서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그러게? 이 업계에 10년 구르면서 사장이 직접 촬영장에 행차하는 건 또 처음 본다.”
“뭐가 됐든 난 좋네. 회식도 시켜주시고.”
“야,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그만큼 빡세게 찍으라는 무언의 압박이지.”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 있나? 그냥 잘 먹고 열심히! 찍으면 되지, 뭐.”
“나는 열심히 이상으로 잘! 찍어서, 도래원 사단에 들어갈 거다!”
“도래원 사단? 그런 게 있어?”
“아니. 없는데, 앞으로 생기지 않겠어? 이렇게 사장까지 밀어주는 감독인데?”
헤드 감독들은 이내 수군거림을 멈추고,
자기 맡은 바 최선을 다했다.
배미란의 의도가 적중한 듯 보였다.
회식으로 일순간 배우 및 스텝들의 사기가 충전됐고,
덕분에 오늘 남은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