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49
제작사이자 투자사 대표의 전화였으니까.
“네, 대표님.”
– 도 피디님! 아, 혹시 촬영장이신가요?
“아뇨. 편집실입니다.”
– 그럼 본론만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그⋯.
웬일인지 박현만이 잠시 뜸을 들였다.
– 그러니까 그⋯. 래미랑 노노카 보컬 유닛 공개요.
“네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가을이고, 래미의 보컬 유닛 활동이 시작될 시기였다.
– 우리 브잇걸 애들 카메오 방영분이랑 오픈 기사 릴리즈 날짜에 맞춰서, 유닛도 같이 공개하고 음원 발표하려고 합니다.
“아⋯.”
– 상부상조가 될 것 같아서요.
“지금까지 수정된 대본에 따르면 7화에 한 번 나오고 15화에도 나옵니다.”
– 네, 그럼 일단 7화에 맞춰서 준비해야겠네요. 카메오 오픈 날짜나 앞으로 일정 조율은 홍보팀이랑 이야기해도 될까요?
“그럼요. 제 선에서도 컨펌된 거라고 연락 넣어두겠습니다.”
지금 박현만은 드라마 ‘골드 버튼’의 투자자이자 브잇걸의 프로듀서로,
드라마 감독이자 브잇걸 멤버의 보호자인 래원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박현만은 브라이트 걸스의 유닛 프로젝트에 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답지 않게 뜸을 들인다거나, 전부터 들어온 래미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여러 정황상 그러했다.
래원의 생각에도 박현만의 전략은 꽤나 효과적일 것 같았다.
물론 두고 봐야 아는 거지만 말이다.
그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드라마도 같이 상부상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래원은 퇴근을 포기하고 ‘브라이트 걸스’ 촬영분을 더 공들여서 재편집하기로 했다.
“오늘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다. 깔끔하게 해치워버리지 뭐.”
* * *
금방 돌아온 목요일.
오늘은 의 3화가 방영되기 하루 전이었다.
아침부터 포털 사이트가 떠들썩했다.
다름 아닌 ‘구민준’의 특별 출연 소식 때문이었다.
[ 구민준, 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 “도래원 감독님은 제 머리를 올려주신 은인!” ]ㄴ 구민준 첫 드라마가 재벌의 세계 아녔나? 그거 연출 도래원 아니었는데?
ㄴㄴ 메인은 아니고 크레딧에 도래원도 있었음
ㄴㄴㄴ 아 맞네. B팀 감독이었네.
사람들의 문자메시지나 각종 단톡방에서도 화젯거리였으며,
– (링크) 미쳤다! 울 민준 오빠가 골드 버튼 나온대!
– 예능 드라마라는데 뭔 캐릭일까?
– (사진) 촬영장 스틸컷 떴다!
– 와 씨⋯. 대박 존잘!
– 아침부터 힘이 난다, 힘이 나!
– 오늘의 카페인은 구민준임ㅋ
때문에 떠들썩하기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구민준 뉴스 보셨어요?”
“어. 골드 버튼? 네가 지금 3번째다.”
“어머, 그 뉴스 보고 팀장님 떠올린 게 저만은 아닌가 보네요.”
“다들 토요일에 방콕하면서 챙겨보라고. 월요일 회의 때 구민준 이야기할 거니까.”
“네? 푸하하. 팀장님이 그런 진지한 얼굴로 농담도 하시고, 하하하!”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는 직장이며 학교며, 아침 인사로 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아니! 내가 우리 민준 오빠 본방 사수 좀 하겠다는데, 영어 학원 따위가 나의 사랑을 가로막아?”
“세기의 사랑 납셨네, 납셨어⋯.”
“영어 쨀까?”
“째면 너네 엄마가 가만히 있으시겠냐?”
“그치? 맞아 죽겠지?”
“그냥 재방 봐.”
“우씨⋯. 골드 버튼은 왜 넷플에 없냐고! 재방 언제 또 찾아보냐고!”
이튿날, 금요일 밤 10시 3화가 방영됐고.
토요일 밤 10시에는 4화가 방영됐다.
시청률은 각각 11.9%와 13.1%를 찍으며 비교적 가파른 상승 추이를 보여주었다.
특히 13%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4화 엔딩에 등장한 구민준 덕분이었다.
대학로에서 재즈 댄스 버스킹을 하는 [학식 누나]의 앞에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나타난다.
관객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가운데,
[학식 누나]의 버스킹을 끝까지 지켜보는 그 사내.결국 마지막 남은 관객이 된다.
유일한 관객에게, 땀방울을 빛내며 인사를 건네는 [학식 누나].
이에 사내는 푹 눌러쓰고 있던 커다란 모자를 벗는다.
그는 바로 슈퍼스타 ‘구민준’이었다.
멋쩍은 듯이 씨익 미소짓는 그.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친 후 입을 쩍 벌린 채 놀라고 마는 [학식 누나].
둘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4화 엔딩!
래원은 집에서 13% 돌파 소식을 전달받고는 뿌듯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크으! 역시 편집 수정하길 잘했네. 저 기가 막힌 편집은 대체 누가 했대?”
이것으로 시청자들은 향후 6일간 이 드라마를 기다리며 다음 주 금요일 밤 10시에 놓치지 않고 TV 앞에 앉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포털의 토크톡 채팅방은 실시간으로 달아올랐다.
ㄴ 여기서 끝낸다고? 미쳤습니까, 휴먼?
ㄴ 와⋯. 시간 순삭 드라마ㄷㄷ
ㄴ 구민준 얼굴 짧은 순간에도 열일하네
ㄴ 구민준은 [학식 누나]랑 엮이는구나
ㄴ 어제 엄하늘도 [급식 동생]이랑 나올 때 씬스틸러 죽였는데 다음주 기대돼ㅋㅋ
ㄴㄴ 레알. 사제 로맨스 클리셰일 줄 알았는데, 참교육하는 B사감이었어ㅋㅋㅋ
ㄴㄴ B사감과 러브레터 모티브 웃음 벨이었다 증말!
ㄴ 으악! 작감님들아 나를 죽일 셈임?
ㄴ 이걸 어떻게 기다려엇!
ㄴ 누가 나 좀 냉동 시켜주셈.. 담주 금욜10시에 녹여줘.. 제발..
ㄴㄴ 파티원 추가요! 나도 피 말라 죽게 생김요;;
토크톡 채팅을 모니터하는 래원의 입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만든 드라마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고, 설레게 하고, 기다림을 선사한다는 것.
매번 굉장히 짜릿한 경험이었으니까.
다음날.
래원은 주말에도 편집실 통조림을 자처했다.
이튿날 출국 일정 때문이었다.
힘에 부칠 때면 토크톡 채팅방이나 드라마 커뮤니티에 들어가 반응을 모니터하며 히죽대는 것이 래원에게는 곧 비타민이었고 카페인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월요일의 태양이 떠올랐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인천 공항 출국장을 나서는 래원.
래원의 비지니스 클래스 항공권에 적힌 도착지는, ‘미국 LA 공항’이었다.
에미상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한 출국 일정이었다.
초행길이 아니라 낯설지 않았다.
재작년에도 본선에 노미네이트 돼서 참석한 적이 있는 시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에미상(Emmy Awards).
몬테카를로 님프 상 및 밴프 로키 상과 함께 국제 3대 TV 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가 이었지?”
래원의 첫 미니시리즈였더랬다.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래원에게는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다.
국제 시상식에 한 번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국제 인사들과 안면을 틀 수 있고, 시야 또한 넓힐 수 있었으니까.
당시를 추억하며 어느덧 기내에 탑승한 래원.
목에 수면 베개를 낀 채였다.
이륙하자마자 그간 부족했던 수면을 채우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위이이이이잉——
이윽고 비행기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에미상. 이번에는 트로피를 받아올 수 있을까?’
래원이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상상을 하는 동안,
래원을 실은 비행기는 점점 더 높게 비상하고 있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40화 – 리디북스
* * *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 LA 사람들보다 16시간 빠르게 산다.
때문에 지금 점심시간이 한창인 대한민국의 라디오와 TV 뉴스 그리고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에미상 시상식 생중계에 여념이 없었다.
바로 지금 LA에서는 TV 드라마 부문 시상이 한창 진행 중이었으니까.
서울 시내 곳곳의 대형 전광판 TV에도 페르소나 팀이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이 커다랗게 송출되고 있었다.
– 지금 화면에 익숙한 얼굴이 보이네요. 화이트 슈트를 멋지게 소화하시고 계신 도래원 감독님, 그 옆에 드라마 의 주역 함현우 배우님, 장모건 배우님, 그리고 민세라 배우님도 보입니다.
시민들이 보고 있는 휴대폰 속 포털 실시간 검색어와 메인 화면 기사에도 관련 소식이 앞다투어 띄워졌다.
[ 함현우·장모건·민세라, 에미상 TV드라마 부문 노미네이트에 그쳐 ]ㄴ 까비ㅠㅠ 함현우 정도는 받지 않을까 싶었는데⋯!
ㄴ 연기 존잘이었지.. 아쉽ㅜㅜ
ㄴㄴ 얼굴도 존잘임ㅋ 사진 뜬 거 보니까 서양인들도 오징어로 만들어버림ㅋ
ㄴ 상 탔으면 좋았겠지만 노미만으로도 엄청난 거라고 생각함
ㄴㄴ 맞음. 외신들이 한국 배우에 관심 갖는 것만 보고서도 국뽕에 취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의 식곤증을 확 깨게 해줄 소식이 터졌다.
▶속보◀ 도래원 감독 로 에미상 TV드라마 부문 감독상 수상!
“캬!! 래원이가 드디어 해냈구나!”
“SBC의 복덩이야 복덩이!”
“크으! 진짜 자랑스럽다.”
“너무 저세상 레벨이라 질투할 겨를도 없다. 대단해, 증말!”
특히 SBC 드라마국은 이 소식에 층 전체가 들썩이도록 쾌재를 부르짖었다.
그중에서도 국장실의 황태수와 사장실의 배미란이 구내전화를 주고받으며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들에게 도래원의 수상은,
자신의 수상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 와우! 황 국장! 지금 도 피디가 수상 소감으로 자네 언급하는데?
“⋯⋯.”
배미란과 전화를 하며 유튜브 생중계를 보던 황태수.
순간 만감이 교차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 황 국장, 후배 잘 키워서 출세했네, 출세했어. 도 피디가 자네한테 신세 진 게 많은가 봐? 뭘 저렇게 구구절절 읊어?
래원은 에미상 시상식 무대 위에서, 자신의 드라마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도와준 분이라며 황태수를 향한 감사 인사를 표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황태수는 정말로 자신이 에미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기쁘고 뿌듯하고 감사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한편,
이 (전)국장과 김 부국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된 드라마국 내에서 서로 불편한 눈짓을 주고받았다.
이윽고 두 사람이 마주한 곳은 옥상 정원.
담배를 한 개비 씩 입에 물고,
한숨이 뒤섞인 연기를 뻐끔뻐끔 내뱉을 뿐. 한동안 말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하아⋯. 형님 이대로면 내년 편성 0순위는 도래원이랑 황 국장 라인이겠는데?”
“지철이 좀 불러봐라. 비상 상태다 비상사태!”
김 부국장의 말에 이 (전)국장이 최지철에게 연락을 넣었고,
그가 한달음에 옥상정원으로 달려왔다.
“부국장님, 부르셨다고요?”
“도래원이 어쩌냐?”
“··· 그 녀석이 잘 만들긴 했잖아요. 페르소나.”
“야, 지철이 인마!!! 물러 터져서는! 너는 내년 편성 걱정도 안 되냐?”
김 부국장의 불호령에 최지철과 이 (전)국장이 깨갱했다.
최지철은 사실 도래원의 선전이 완전히 싫지만은 않았다.
신입사원 직무 교육 때부터 도래원은 자신이 키웠다고 믿는 그였으니까.
불과 지난 국장 선거 전까지만 해도 도래원이 자기 새끼라고 믿었더랬다.
물론 그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충격은 꽤 강렬했지만, 오늘 같은 일은 비단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 이 자리에서 이 같은 속내를 들켜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인상을 잔뜩 구긴 김 부국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년 편성에서 우리 라인 드라마가 한자리라도 더 차지하려면, 이대로 좌시해서는 안 돼.”
“그럼⋯. 제가 뭘 하면 됩니까, 형님?”
“⋯ 일단, 다음 주에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
“⋯?”
“그것부터 손 좀 써야겠다.”
“그래야겠네.”
“그것까지 도래원이 휩쓸어버리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을 테니⋯.”
“부국장 형님, 너무 심려치 말아. 지철이 형이랑 내가 손 써볼 테니까.”
김 부국장과 최지철 그리고 이 (전)국장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결의를 다졌다.
* * *
며칠 후.
LA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향하는 기내.
래원의 캐리어 안에는 묵직한 트로피 하나가 들어있었다.
– 에미상 TV드라마 부문 감독상 –
래원이 두 번의 노미네이트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원래 같았으면 이 트로피는 래원의 집 안 거실 장식장 안에 한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그것도 가장 높은 칸의 한가운데에.
하지만.
‘내년에는 내가 SBC에 없을지도 모르니까⋯.’
래원은 이 트로피의 행선지로 다른 곳을 염두에 두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래원을 실은 비행기가 제트기류를 피해 북극항로 상공을 날아갈 동안,
드라마 또한 순항 중이었다.
구민준이 카메오로 본격 등장한 5화.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토크톡 채팅방이 실시간으로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