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1
두 매거진의 인터뷰를 놓고도 각 매거진의 SNS 댓글과 드라마 커뮤니티 등지에서 다양한 반응이 오갔다.
– 피카좌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안 계셨구나···.
ㄴ 구김살 하나 없이 밝아서 몰랐음
ㄴ 도래원이 그만큼 잘 키운 듯
ㄴ 이 남매가 애틋한 이유가 있었네!
ㄴㄴ 레알. 피카좌 수상 소감할 때 맨날 도래원 감독 언급해서 좀 그랬는데, 이제 이해 감ㅇㅇ
– 인터뷰 존좋···! 드라마에 진심이라서 좋다 도래원!
ㄴ 와 진짜 이렇게 하나하나에 다 의미 부여하는 줄은 몰랐음
ㄴ 비투페라토르에 뜬 ‘골드 버튼’ 후일담만 봐도 그렇잖아ㄷㄷㄷ
ㄴ ㅇㅇ 감독 스타일이 겁나 꼼꼼하고 집요한 듯
– 근데 SBC는 도래원 감독 키워서 내보내기 억울하겠다
ㄴ JC만 좋은 일 시켰지 뭐ㅋ
ㄴ JC가 도래원한테 투자 많이 해서 돈으로 처바른 드라마 만들어주면 난 좋음!
– 도래원 차기작 카더라 없냐?
ㄴ 매번 새로운 거 시도하는 사람이라 이번에는 뭐 할지 기대됨ㅋㅋ
ㄴ 안 해봤던 거 하려나? 쌔끈한 추리물 같은 거 어떨까?
ㄴ 난 법정물이나 의학물 같은 거 보고 싶음!! 도래원 감독이 하면 고증 쩔거 같아!!
ㄴ 안 했던 장르 중에서는···. 액션?
한편, 이 모든 것을 발 빠르게 모니터 중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스튜디오 다이아’의 콘텐츠 전략실 본부장 이선필이었다.
그는 이미 [idoL]과 [매거진D&M] 발간 첫날부터 회사 근처 서점에 달려갔더랬다.
이후 두 매거진의 SNS와 드라마 커뮤니티를 하루에 한 번씩은 모니터하는 그였다.
지금도 굳게 다문 입술을 한 채 쭈욱 모니터를 마친 이선필.
잠시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두 세 번쯤 울렸을까?
상대가 금방 전화를 받았다.
“안정원 실장, 도 피디랑은 일하기 어때?”
– 워낙 성격 자체가 깔끔하신 분이라 저로서는 매니지먼트 하기에 편합니다.
“가만있자···. 자기가 동행했던 매거진 스케줄부터였나?”
– 예, 본부장님. 도 감독님은 공식 일정 [idoL], [매거진D&M]부터 모셨습니다.
“그럼 차기작 소식 뭐 들은 거 없어? 오며 가며 귀띔이라도 해줬을 거 아냐. 대충 뭐랑 뭐를 놓고 고민 중이다, 같은 거라도.”
– ······.
“왜 가타부타 말이 없어?”
– ··· 특별히 없었습니다.
“안 실장···.”
– 예?
“잊지 말라고. 자기 월급은 결국 내가 주는 거야.”
– ··· 예, 압니다.
안정원의 어조는 시종일관 건조했다.
이선필은 그런 그녀의 속을 알 수 없어 답답했으나, 지금 그보다는 도 피디의 차기작에 대한 생각으로 답답한 마음이 더 컸다.
“그래, 뭐···. 도 피디한테 겨우겨우 계약 따내고 첫 작인데, 무슨 작품이 됐든 하고 싶은 대로 팍팍 밀어줘야지 뭐. 별 수 있나.”
는 개국공신인 래원의 차기작에 편당 수십억 대의 예산, 드라마 1편 전체로 치면 수백억 대의 예산을 편성하려 준비 중이었다.
이는 모회사인 ‘JC ENM’이 ‘스튜디오 다이아’를 크게 키울 작정으로 이미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가능했다.
‘스튜디오 다이아’가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입지를 얻어야, 다음 단계인 방송사 건립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
이를 알고 있는 이선필은 자연스럽게 래원의 차기작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성과와 직결되기에.
“그래도 도 피디는 찍기만 하면 BEP는 항상 넘겼으니까, 믿어 보는 수밖에···.”
그래서 손익 분기점을 빠르게 넘기고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대중적인 장르의 드라마를, 래원이 차기작으로 고르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라는 이선필이었다.
“최악은 첫 작부터 해외로 토껴 버리는 거지. 홍 대표님이 계약서 조항을 도 피디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다 맞춰서 수정해주실 줄은 몰랐는데···. 하아···.”
안정원도 그의 속내를 모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안 실장, 도 피디 차기작은 무조건 국내 드라마여야 해. 알지?”
이에 전화 너머의 안정원은 딱히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또한 그것이 이선필의 입장에서는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뭐야, 왜 대답이 없어? 혹시 해외 제작사나 방송사에게 연락 온 건 없었지?!”
– ··· 제가 알기로는, 없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없어야 해. 혹시 연락 오거든 도 피디한테 전하기 전에 나한테 먼저 보고해.”
– ··· 예.
물론 대답뿐이었다.
안정원은 지금 이 순간, 이선필과 얼굴을 부딪치지 않고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이 퍽이나 다행스러웠다.
면대면이라면 표정을 감추느라 곤욕스러웠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말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답만 잘 하면 되니.
“근데 안 실장, 혹시 나한테 뭐 숨기는 건 아니지?”
– ··· 그럴 리가요.
“그렇지? 그럼 계속 수고 좀 해줘.”
– 예.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이선필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찜찜함에 기분이 그다지 좋지가 않았다.
* * *
혼밥, 혼영, 혼코노 등등 이제는 뭐든 혼자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TBN의
오늘 래원의 스케줄은 이것을 녹화하는 것이었다.
“31살의 드라마 감독, 도래원 입니다.”
집 거실에 앉아, 가슴에 작은 마이크를 달고 오프닝 멘트를 딴 래원.
몇 가지 간략한 단독 인터뷰를 딴 후에 제작진은 래원의 집 구석구석에 작은 관찰 카메라를 설치했다.
거실, 부엌, 화장실, 래원의 방까지 총 10대는 족히 되어 보이는 카메라가 래원을 관찰하기 위해서, 책장 사이나 천장 구석 등 래원의 시선을 빼앗지 않는 곳에 자연스럽게 설치되고 있었다.
소품 팀과 안정원 실장이 애써 준 끝에,
지난 번 때에 이어서 거실 외의 다른 공간도 보다 깔끔해졌다.
일관된 블랙 앤 화이트 컨셉이 래원의 이미지에도 잘 어울렸다.
이윽고, 이제 혼자만의 시간인 듯 아닌 듯 전 국민에게 노출될 래원의 일상이 녹화되기 시작됐다.
다른 스텝들과 안정원 실장은 모두 보낸 상태로, 메인 연출과 작가만 이 집에서 유일하게 비공개 장소인 래미의 방에서 모니터하고 있었다.
래원은 노트북을 펼치며 그간 미뤄왔던 유럽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패키지 여행 프로그램을 참고하기도 하고, 포털에 행선지를 검색하면 뜨는 블로그를 유심히 살피면서 정보를 모았다.
“영국 런던으로 인(in)해서, 스위스 들렀다가, 이탈리아 피렌체, 프랑스 파리와 니스, 모나코 몬테카를로. 여기까지는 체크 완료!”
이미 출국 항공권과 호텔은 부킹이 된 상태라,
여기에 맞춰 세부 일정을 정리했다.
“언제 어디서 아웃(out)하는 게 좋을까?”
입국 항공권은 아직 오픈 티켓이라, 몬테카를로 이후의 일정은 미정인 상태.
“오스트리아 빈도 들를 수 있으면 들러야겠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의 일정은 최대한 여유 있게 잡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업무 스케줄 차, 미팅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쯤,
띠.띠.띠.띠. 띠리리——
현관문 도어락 소리가 나며 래미가 들어왔다.
“오빠아!”
“왔어?”
“뭐 하고 있었어?”
“우리 여행 계획.”
“맞다. 벌써 2주도 안 남았네.”
“래미야, 이게 다 뭐야?”
방송을 의식한 것인지 잔뜩 장을 봐온 래미.
“뭐긴, 우리 오빠 몸보신 시켜주려고.”
“뭐 해줄 건데?”
“스키야키!”
“전골?”
“그래, 전골이라고 부르자. 소고기 전골!”
래미는 팔을 걷어붙이고 각종 채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래원도 그 옆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하게 소고기를 양념과 함께 굽고, 소스를 만들었다.
거의 10년간 서로의 엄마이자 아빠가 되어주었던 남매의 세월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15분? 20분? 만에 뚝딱 완성된 소고기 전골.
래원은 물론 래미도 배고팠는지, 식탁에 앉자마자 대화는 사라지고 거의 흡입 수준으로 먹었다.
한편, 이들이 식시하는 모습을 모니터하던 메인 PD와 작가가 넋두리했다.
“래미가 예상외로 굉장히 털털한데?”
“그러게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것 같은 이미지인데, 요리가 수준급이에요.”
“그리고 도래원 감독, 태가 너무 좋다. 이야···. 젓가락질만 해도 그림이 나오잖아.”
“그러니까요. 메이크업도 안 했는데 피부가 어쩜 저렇게 좋죠?”
“자꾸 보고 있으니까 화나려고 하네? 분명 저 사람도 나처럼 맨날 편집실에서 썩고, 불규칙하게 살 텐데···.”
“젊어서 그렇죠 뭐. 이제 막 30대 됐다잖아요.”
“크하하. 그래, 그런 거로 하자. 나이 때문인 걸로.”
식사 후,
나란히 싱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마친 남매는 이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래미는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TV를 봤고,
래원은 자기 방에서 기획안과 대본을 검토했다.
한참을 대본만 들여다보았기에,
모니터하던 스텝들이 분량 걱정을 시작할 때쯤,
래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형! 저 다 검토했어요. ··· 할게요. 잘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 … 하하하, 나도 나 말고 다른 감독이 형 작품 각색하는 건 못 참지! ··· 대신, 이번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각색해도 되죠? 당연히 형한테 컨펌은 받을 거고요. ··· 각색 작가도 내 마음대로 고를 거예요. ··· 좋아요, 오케이! 겨울 끝나기 전에 월미도에 한 번 갈게, 술 한 잔 사줘요. ··· 어. 연재 펑크 안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 몸이 더 중요해. 건강 잘 챙기고요, 조만간 봐요.”
이 전화의 수신인이 정확히 누구인지 상대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래원의 말만 들어도 짐작할 수 정보는 꽤나 많았다.
이어서 래원은 까날 쁠뤼 측에서 보내온 소설을 2권을 꺼내어 꺼내 보다가,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러브콜을 보내온 다리오 본부장에게 보내는 회신이었다.
물론, 카메라에 잘 찍히는 위치였다.
래원은 제작진에게 요청해서 일부만 편집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뱁새가 황새 되려니 가랑이가 찢어지겠네, 아주···. 내 팔자에 차기작을 2개 동시 준비가 웬 말이야···. 하아···.”
이 역시 계산하에 내뱉은 혼잣말.
그때,
똑.똑.똑.—
짧은 노크 후에 래미가 들어왔다.
“오빠, 뭐해?”
“기획안이랑 대본 보지 뭐.”
래미는 래원의 곁에 다가오더니 래원이 보고 있는 것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일돌이! 국내 드라마, 해외 드라마. 꼭 같이해야겠어?”
“들어온 작품이 좋다 보니 욕심이 나고, 다행히 스케줄도 둘 다 여유있게 잡을 수 있는 작업들이라, 서로 지장 안 주고 프리 프러덕션을 길게 가질 수 있거든.”
“웅, 어련하시겠어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도래원 감독님께서?”
이것 또한 래원이 래미와 사전에 이야기해 둔 것이었다.
래원은 이번 예능 출연을 단순히 섭외에 응하는 것과, 이미지 메이킹의 용도로만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이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덕분에, 모니터하던 메인 PD와 작가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더랬다.
“헐, 대박! 이대로 차기작 공개 가는 건가요?”
“연예인이 아니라 쓸 거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떡밥이 마구마구 터져 나오는 구만.”
“떡밥이 아니라, 이건 대어예요, 대어!”
오늘 거의 온종일 녹화를 한 후에,
저녁 늦어서야 추가로 래원과 래미의 투샷 인터뷰까지 따고 모든 촬영이 종료됐다.
– 도래원 감독님은 평소에도 원래 이렇게 집돌이신 거예요?
“저희 오빠는 집돌이 아니고, ‘일돌이’예요. 장소 안 가리고 어차피 일만 하거든요. 밖에서도 일, 집에서도 일. 약속도 일 관련 약속만 하고요.”
래미의 말에 웃음을 참고 있던 스텝들.
컷! 소리가 나자 여기저기서 킥킥댔다.
– 그런데 이렇게 이 프로에서 차기작을 공개해버리셔도 되는 건가요?
“제 차기작이 뭐라고요. 물론 아직 도장 찍기 전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게 리얼리티 예능의 묘미라고 배웠습니다. 하하하.”
이는 전부 래원이 의도한 것이었다.
‘솔직한 일상을 보여주다 보니 어쩌다가 차기작까지 공개하게 돼버렸다’라는 스탠스.
스튜디오 다이아와 계약하자마자, 계약서에 원래 없던 단서 조항을 추가한 대로 해외 작업을 먼저 할 경우, 홍 대표와 이선필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기에.
이 같은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됐다.
빼도 박도 못 하니까.
게다가 이렇게 실수로 저질러버렸다는 스탠스라서 안정원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해외 진출이 55%의 확신 뿐이 안 들면, 나머지 45%의 국내 작업까지 동시에 진행해서 100%의 작업을 하면 되지 뭐.’
스튜디오 다이아와 계약은 했지만 SBC에 있을 때보다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작업하고 싶은 래원이었다.
때문에 홍 대표와 이선필의 논리에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예능 초보인 저 때문에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래원은 주차장까지 나가 스텝들을 배웅하고는 안정원에게 메시지 한 통을 넣었다.
[래원] 실장님, 제 차기작 통해서 공개하게 됐습니다. 까날 쁠뤼 작업과 월미도88의 웹툰 원작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겁니다. 까날 쁠뤼와 하게 될 원작 소설은 유럽 일정 마치고 정리될 것 같아요.같은 시각,
래원에게는 항상 대기조인 안정원.
이를 곧장 확인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파악한 래원의 성정대로라면 이러한 공개 방식은 필시 계획하에 결정한 것이리라.
[안정원] 예, 저도 지금 전달받은 것으로 하고 이 시각부터 공식적으로 움직이겠습니다.답장을 보내기가 무섭게,
지이이이잉——
안정원의 전화에 모르는 번호가 뜨며 울렸다.
“여보세요?”
– 실장님, 팀 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 다름이 아니고, 도 감독님 차기작 관련 건으로 방송 내보내기 전에 컨펌을 받아야 할 거 같아서 연락드렸어요.
“어떤 컨펌인가요?”
– 도 감독님이 예능에 익숙지 않으시다보니 혹여 뒷일까지는 예상치 못하고, 섣불리 차기작 공개를 저지르신 건 아닌 건가 싶은데···. 이거 공개돼도 되는 건가요?
이에 안정원은 차분하게 답했다.
자신도 이미 전달받아서 알고 있고, 공개해도 된다고.
그리고 도래원 감독님이 섣불리 저지른 일은 아니며, 나름대로 이것저것 염두에 두시고 결정한 일이라고 말이다.
– 와아. 감사합니다! 그럼 안심하고 편집하겠습니다!
전화 너머로 메인 PD가 이게 웬 횡재라는 투로 소리쳤고,
안정원은 적당히 인사를 건네고 끊었다.
이선필의 반응이 우려되기 시작했다.
“본부장님이 워낙 문어발이라···. 어쩌면 벌써 어디에선가 소식을 들었을지도 몰라. 무조건 오늘내일 중으로 보고해야 해.”
방송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고하면 너무 늦는다.
그랬다가는 사표 쓸 각오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