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18
래원은 연기로도 외모로도 지금이 그녀의 전성기라 판단했다.
활짝 피어난 꽃송이가 어디까지 만개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TV를 끄고는 다시 작업실로 향하는 래원.
해야할 일이 있었으니까.
“영화 개봉 전에 얼른 정해야지. 내 다음 작품.”
* * *
크리스마스 이후 며칠이 지난 날,
안정원 실장은 인천 공항 입국장에 대기했다.
이것은 이선필과 스튜디오 다이아는 모르는 일정으로, 도래원의 사람으로의 할 일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휴 잭슨 디렉터님! 이쪽입니다. 한국에 다시 오신 걸 환영합니다.)”
휴 잭슨이 안정원을 알아보고 환히 웃으며 다가왔다.
그는 지난번에는 도쿄 출장 일정 사이에 서울 스케줄을 끼워 넣은 거였다면,
이번에는 오직 한국에 오기 위해 비행기를 탔더랬다.
그가 수행원들을 데리고 몸소 온 목적은 3가지였다.
1. 래원과의 계약
2. 달고나 게임의 현지 시장 조사
3. 충남 논산의 한옥 마을 여행
그는 동쪽 끝의 이곳 대한민국에서 새해를 맞이할 요량이었다.
미국에서보다 더 빨리 신년의 일출을 보고자 함이었다.
안정원이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도 감독님 통해서 부탁하셨던 여행 일정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
“(여기 가면 도 감독의 다큐 영상처럼 좋은 풍경도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는 건가요?)”
휴 잭슨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하하하. 네, 맞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도 감독님 다큐랑은 조금 다른 풍경일 테지만, 겨울 나름의 운치가 있을 겁니다.)”
안정원은 손님들을 모시고 서울 청담동으로 향했다.
연말이라 차가 많이 막혔다.
식당 예약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영동대교 남단에 위치한 유명 갯벌 장어집.
안정원이 휴 잭슨 일행을 모시고 프라이빗 룸에 들어가니,
영동대교와 한강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배경 앞에, 래원이 미리 앉아있었다.
“(이렇게 다시 보니 그때보다 더 반갑네요.)”
휴 잭슨이 래원을 보자마자 반갑게 포옹 인사를 건넸다.
안정원은 이 모습을 보며 래원에게 흐뭇한 미소와 함께 묵례했다.
“실장님도 같이 드세요.”
래원이 의자 하나를 빼며 안정원에게 손짓했으나,
“아닙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감독님.”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안정원.
그녀는 낄 데와 안 낄 곳을 칼 같이 구분하는, 낄끼빠빠가 확실한 사람이었다.
기분 탓인지 휴 잭슨은 안정원이 나가자 더 편하게 느끼는 눈치였다.
이내 애피타이저 접시가 치워지고,
곧 12가지 정찬과 메인 요리가 서빙됐다.
“(이야⋯. 이게 바로 그 도 감독님 다큐에서 나왔던 장어구이? 맞나요?)”
이곳은 휴 잭슨이 장어가 먹고 싶다고 해서 고른 장소였다.
물론 안정원이 알아본 곳이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네요.)”
한 입 먹더니 덩치에 맞지 않게 호들갑을 떠는 그였다.
먼 길을 온 손님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래원의 입에도 더 맛있게 느껴졌다.
안정원이 미리 골라둔 레드 와인을 곁들이니 풍미가 상당했다.
역시 그녀의 안목과 결정은 한 번도 래원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도 감독님, 최종 계약서 검토는 해보셨나요?)”
배가 어느 정도 차자 본론을 꺼내기 시작하는 휴 잭슨.
그간 래원과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 사이에 수정 계약서가 몇 차례 오가며 조건에 대해 합의하는 시간을 가졌더랬다.
잭슨 브라더스야 말할 것도 없고, 래원 역시 호락호락한 감독이 아니었기에 합의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렸다.
“(네, 검토했습니다. 서명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됐더군요.)”
“(좋습니다.)”
마지막 코스인 디저트가 나왔다.
“(도 감독님, 주식 하십니까?)”
“(네, 소소하게 재미로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주식 이야기를 꺼내는 휴 잭슨.
이것은 본론에서 벗어난 이야기처럼 들렸다.
“(미장은요?)”
“(미장은⋯ 들어가 있진 않았어도, 관심은 두고 있습니다.)”
“(좋네요. 그럼 올해 가기 전에 우리 주식 좀 사두시죠.)”
“(잭슨 브로 주식을요?)”
휴 잭슨은 디저트를 한 입 떠서 음미하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곧 다시 입을 열었다.
“(⋯ 디소니가 우리 지분의 상당량을 확보하고 최대 주주가 될 예정입니다. 사실상 인수죠.)”
디소니.
미국의 거대 미디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거대한 미디어 그룹으로, 미국 문화산업의 선두주자이며 문화 제국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출발해서 손가락에 꼽히는 문화 총괄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이제는 단순 문화계뿐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도 감독님은 이제 저의 중요한 사업 파트너입니다. 한배를 탄 사이라는 뜻이죠.)”
그가 이 같은 고급 정보이자 기밀을 래원에게 흘려주는 이유였다.
래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휴 잭슨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저 정보가 사실이라면⋯. 차기작에 더 욕심을 부려봐도 되는 건가?’
래원도 그 눈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며 생각했다.
‘게다가, 일전에 눈여겨 봐둔 펜트하우스 매매 기회가 훨씬 앞당겨질지도?’
동요하지 않으려 했으나, 자꾸만 래원의 마음속에 기대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15화 – 리디북스
* * *
새해가 밝았다.
래원의 1월은 영화 홍보 일정과 차기작 검토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2월 10일.
영화 이 개봉했다.
지난주 VIP 시사회와 며칠 전 언론 시사회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덕에 개봉 첫날부터 관객이 제법 든 편이었다.
예매율은 2위.
1위는 여전히 이 차지하고 있었다.
개봉한 지 두 달이나 지났는데도 부동이었고,
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력한 적수라고 판단하는 은 다음 주 발렌타인데이에 개봉을 앞둔 상황이었다.
래원은 관객의 반응이 너무도 궁금한 나머지, 이른 저녁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향했다.
대학가이자 지하철 2호선에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검정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상영관으로 들어섰다.
래원이 예매한 좌석은 맨 뒷줄의 정중앙이었다.
관객들을 구경하기 좋은 자리였으니까.
하나둘 객석이 차기 시작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드라마와 다른 영화의 묘미랄까.
시청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드라마와는 달랐다.
– 이거 로코인가보네? 네가 웬일이냐 로코를 다 보고⋯.
– 소기중 작품은 다 챙겨보거든. 드라마 이후로 완전 팬 됐잖아.
친구끼리 온 듯한 여자 2명의 대화가 들렸다.
계속해서 래원은 객석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 자기야, 도래미가 이뻐 내가 이뻐?
– 당연히 우리 귀요미가 이쁘지!
– 치이! 이 영화는 왜 고른 거야?
– 저번에 ‘달고나 게임’ 같은 거 봤으니까 이번에는 훈훈해지는 것 좀 봐줘야지. 이거 예고편 보니까 딱 우리 귀요미랑 보면 되겠다 싶더라고.
– 말은 잘해요!
대학생이나 직장인 커플들이 제일 많이 눈에 띄었고, 간혹 중년 부부도 보였다.
– 이거 감독이 그 예전에 자기가 보던 드라마 그거 뭐였더라? 윤혜심이 나왔던 거.
– 골드 버튼?
– 어어. 그거. 그거 감독이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한 거라던데?
– 그 감독 드라마 히트 많이 시킨 감독이잖어?
– 어. 영화는 어떠려나⋯.
저녁 식사 메뉴에 대한 수다나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는 래원에게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대화가 오가는 관객들에게 귀를 쫑긋 세웠다.
이윽고,
객석이 암전되며 영화가 시작됐다.
잠깐의 암전이 심판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처럼 느껴졌다.
영화 초반에는 스타 배우 [현아]의 화려한 삶과, [은우]의 평범한 일상이 나란히 독립적으로 등장했다.
[현아]는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를 몸소 실천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였다.보고 있으면 어이없게 자꾸 웃음이 나는, 그래서 밉지 않은 인물로 만드는 게 전략이었는데⋯.
통한 듯했다.
객석 곳곳에서 피식-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매니저를 대하는 태도나, 층간 소음으로 이웃과 싸운 후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처럼 대놓고 의도한 곳에서는 아예 껄껄껄 웃는 남자들도 있었다.
‘래미가 소화를 잘 해줬어. 얄밉지 않게 귀엽게.’
반면, [은우]의 등장씬에는 여자 관객들의 낮은 비명이 곳곳에서 울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라는 설정이었으나, 그의 비쥬얼은 그렇지 않게 매력적으로 돋보여야만 했다.
픽션이란 일상의 은유이긴 하지만, 영화는 영상 매체인 만큼 어느 정도의 시각적인 판타지가 필요한 법이었으니까.
영화에 진심인 만큼 [은우] 캐릭터를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행하며 날렵한 몸을 만들어온 소기중이었더랬다.
‘기중 씨랑 우리가 신경 써서 찍긴 했지.’
이것은 마치 문제집을 다 풀고 난 후, 선생님 바로 앞에 서서 채점 받는 기분이었다.
래원은 감독으로서 매 장면 어떠한 의도를 갖고,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그 반응을 지금 바로 앞에서 채점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힘들게 찍었던 장면이 나올 때면 촬영장에서 혹은 편집실에서 힘들었던 순간들도 떠올랐다.
때문에, 등받이에 기대어 편하게 볼 수 없었고,
두 눈은 어둠 속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느라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100분의 러닝타임이 끝나자 래원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너무 신경을 곤두세운 탓인 듯 했다.
파바바바밧——
객석 등이 켜지며 서서히 환해졌다.
‘우와⋯. 표정들이 좋아!’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져 있었다.
영화관에 들어설 때는, 학교 혹은 직장에서 보낸 하루의 노곤함이 묻어있던 표정들이 한층 지금은 가벼워졌더랬다.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거나, 상쾌하거나 개운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직접 관객들의 면면을 마주하는 일.
이것은 평론가나 언론 반응보다 짜릿했다.
지금 이 순간, 도파민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 강렬한 자극이 느껴졌다.
래원은 곧장 그 길로 집으로 향했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바로 작업실 모니터를 띄워놓고 인터넷의 영화 커뮤니티와 각종 영화관 어플 및 포털사이트의 별점과 평을 계속 새로 고치며 확인했다.
일반 관객들의 평이 점차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 눈과 마음이 모두 훈훈해지는 영화!
★★★★☆ 가볍게 볼 수 있는 로코인 줄 알았는데 완전 웃고, 가슴 찡하고 기대 이상이었음
★★★☆☆ 영화는 재밌는데 소기중이 너무 잘생겨서 화남
★★★★★ ‘달고나 게임’으로 짠맛 섭취 후, 보면 달달하고 좋음. 단짠단짠!
★★★☆☆ 도래원 감독은 드라마도 잘해, 영화도 잘해⋯. 재수 없어서 별 하나 뺐다!
이를 모니터하는 래원의 광대와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서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었다.
SNS에도 관객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 나도 연애든 친구든 새로운 사람 만나고 싶어지는 영화였어!
– 어릴 때 단짝 친구들이랑 교환일기 쓰던 거 생각났음>_<
– 남친이랑 봐도 좋고, 엄마나 친구랑 봐도 좋은 영화!
e어느탑스타의일기장 e영화관나들이
e현아♥은우 e응원해 e나도연애하고싶다
e믿고보는도래원감독
영화 제목의 해쉬 태그는 곧 10만 개를 돌파했고, 관련 해쉬 태그도 SNS에 도배되고 있었다.
블로그에도 점점 후기글이 올라왔다.
[추천글] ‘어느 탑스타의 일기장’ : 작년 하반기는 달고나 게임이었다면, 올 상반기는 이 영화닷! [영화 분석] ‘어느 탑스타의 일기장’ 도래원 감독의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리뷰] ‘외계인’ 이후로 뜸했던 소기중의 두 번째 전성기를 점쳐본다.특히나 여성 관객들에게 평이 좋았다.
언론에서도 이 영화 관련 기사가 클릭수를 보장해준다는 것을 알았는지 관련 기사가 발 빠르게 쏟아졌다.
[영화 ‘어느 탑스타의 일기장’, ‘달고나 게임’의 바통을 잇나?] [최근 들어 뜸했던 로코 영화의 반란! ‘어느 탑스타의 일기장’ – 예매율 1위, 2위 엎치락뒤치락]그러다가 자정 가까이 되어서는 급기야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찍고야 말았다.
1. 어느 탑스타의 일기장
2. 도래미
3. 소기중
4. 도래원
5. 하경석
6. 영화 쿠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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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일 버프를 받은 것이기는 하나,
그리고 스튜디오 다이아 홍보팀에서도 각종 리뷰어와 언론사들에게 리뷰를 부탁한 것도 있었지만,
영화계에서 흔히 있는 일은 아니라고 했다.
“나 오늘 또 생일 같네.”
래원의 35살 생일이 지난 지 딱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 아니지, 두 번째로 좋은 생일 선물이다!”
래원에게 최고의 생일 선물은 지난 39살의 생일날, 다시 한번 인생을 살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다음으로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았더랬다.
이내 래원의 시선은 모니터에서 작업실 책상으로 옮겨갔다.
책상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기획안을 펼쳐 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읽은 듯 구김이 많은 드라마 기획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