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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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과 새우 (1)
* * *
주연 배우 캐스팅이 픽스된 후, 이후 프리 프러덕선 일정은 물 흐르듯 빠르게 진행됐다.
상견례와 첫 대본 리딩도 무사히 치렀고 이제 첫 촬영이 시작됐다.
“재성이 강민이 서로 째려보고, 눈빛 더더더더!”
래원은 렉카차에 올라타서 메가폰에 대고 소리쳤다.
진지한 얼굴로 침을 꼴깍 삼키며 모니터를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다.
지금 이곳 촬영장은 강원도 고성의 삼포해변길.
1화와 16화 장면을 이어 찍고 있었다.
“컷! 좋았는데, 서로 마주 보는 타이밍이 좀 느렸어요. 한 번만 다시 가볼게요. ··· 레디, 액션!”
중요한 씬이라 원래는 임장호 감독의 몫이었지만,
그가 자신의 주장대로 이곳 동해안과 모래사장을 최종 로케이션지로 정하면서 옥영임 작가와 대판 싸우고는
돌연 래원의 B팀에게 촬영을 토스해버렸다.
“컷! 오케이! 느낌 좋네요, 15씬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래원이 메가폰을 들고 촬영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에 이제는 그 어떤 스텝이나 배우도 래원의 역량을 의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컷! 린화, 그 눈빛 잊지 말고, 그대로! 자아, 바로 린화 타이트 바스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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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마! 넌 날 이용하려고 접근했잖아. 내가 몰랐을까 봐? 사랑? 그딴 말에 속을 것 같아?”
강민에게 독한 말을 쏟아내는 린화.
허나 얼음장 같은 말투와 달리 그녀의 눈시울이 뜨겁게 젖더니 눈물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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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오케이! 잘 나왔어요. 끝!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찍을 거 다 끝난 거죠? 푹 쉬시고 다음 촬영 때 뵙겠습니다.”
래원의 오케이 사인과 인사를 끝으로 오늘 촬영이 모두 마무리됐다.
스텝과 배우들이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드라마 내용은 불꽃 튀는 막장으로 치달았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따뜻하고 훈훈했다.
“어우, 지현이 너무 잘하더라.”
“눈빛 연기 소름. 연기가 신인 연기가 아니야.”
“화면에도 너무 이쁘게 나와. 린화 팬 많이 생기겠어.”
특히 헤드 감독님들이 류지현 배우를 칭찬할 때마다 래원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역시 캐스팅하길 잘했어. 류지현은 앞으로 더 승승장구하는 배우가 될 거다. 그 시작이 우리 드라마가 되겠지.’
류지현 배우는 자신을 캐스팅한 게 래원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깍듯했다.
그녀에게 언니 류소현 씨는 요새 건강하냐고, 영화 크랭크업 후에 잘 지내고 있냐고 묻고 싶었으나,
래원은 괜한 오지랖이라는 생각에 이 같은 질문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지이이이잉-
촬영이 끝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임장호의 전화였다.
“네, 여보세요.”
– 래원아, 아 진짜 옥 작가 어떡하면 좋지?
휴대폰 너머로 임장호가 분통을 터뜨렸다.
“두 분 또 무슨 일 있으셨어요?”
– 하아···. 1화 바다씬 빼고 나머지 가편집본 보냈거든? 난리 났어, 아주! 그 쌈닭 장단을 어떻게 다 맞춰?!
“뭐라셨는데요?”
– 자기 대본에 대한 분석이 전혀 안 되어 있대. 미친.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자기가 직접 찍으라 해! 그 여자, 감독 알기를 아주 개똥으로 안다니까!
임장호의 목소리가 더욱더 격양되기 시작했다.
“선배 일단. 작가님이 요구하는 부분 중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수긍 가능한 부분만 만져서, 편집본 다시 보내봐요.”
– 납작 엎드리라는 시늉이라도 하라는 거지?
“나중에 혹시 진짜로 일 커졌을 때 우리도 할 말은 있어야죠.”
– 그건 그렇지. 떳떳하게 할 만큼 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지. ··· 하아, 그 여자 때문에 내가 미치겠다 정말!
“혼자서 직접 작가님 작업실에 가진 마시고, 저랑 동행하세요. 두 분만 있다가 뭔 사달이 날지 걱정되네요.”
– 내가? 절대 안 가! 나 혼자 그 마녀 작업실에 왜 가! 차라리 널 대타로 보내지···.
두 고래의 싸움은 쉬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 *
어느덧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첫 방까지 정확히 1주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오늘 SBC 신관 홀에는
그간 항상 서로를 피해오던 세 사람
SBC 배미란 사장,
드라마국의 이 국장과 김 부국장.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각자 자기 측근의 후배 PD들을 챙기기 위해 손수 행차하신 것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SBC 금토 미니시리즈 제작 발표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장내 가득히 박수가 울려 퍼졌다.
홀 내의 조명이 꺼지더니 무대 위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새삼스럽게 왜 그래?”
류지현이 연기한 린화.
그녀의 시니컬한 나레이션으로 하이라이트 티저 영상이 시작됐다.
“우리한텐 연애가 그런 거잖아. 일종의 비지니스.”
– 꽃 같은 재벌 3세 인생 [린화]
“재벌 위에 초재벌, 그게 바로 나야.”
– 재벌가 망나니 [재성]
“서민이 왜 서민인 줄 알아? ··· 주제넘게 가질 수 없는 걸 욕망하니까! 그러니까 평생 서민에서 못 벗어나는 거야!”
– 졸부집 망나니 [강민]
먼저 주요 배역들에 대한 캐릭터 소개가 박진감 있게 이어졌다.
그 후로는 짧은 스냅 장면들이 컷컷이 붙어 등장했다.
무슨 내용인지 하나하나 짐작하긴 어려우나, 말초 신경을 자극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는 극강의 편집이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막장 교향곡.
12월 1일 밤 10시에 시작됩니다.
스크린이 순식간에 블랙으로 컷 아웃됐고, SBC 신관 홀 전체가 암전이 됐다.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
박수 소리와 함께 장내가 환히 밝아왔다.
자리한 기자들의 얼굴도 밝아져 있었다.
배 사장, 이 국장 그리고 김 부국장의 표정도 환했다.
그만큼 하이라이트 티저의 반응은 상당했다.
물론 래원의 작품이었다.
“네, 옥영임표 마라맛 드라마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포토 타임을 갖겠습니다.”
강민 역의 배우 구민준.
재성 역의 배우 주혁재.
린화 역의 배우 류지현.
이 셋이 무대에 차례로 등장했다.
개인 컷을 찍은 후, 커플 컷과 단체 컷 포토 타임이 이어졌다.
“다음은 임장호 감독님과, 옥영임 작가님 나와주십시오.”
보통 제작발표회에 작가는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본 작업에 쫓기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가가 기자들 앞에 등판에 봤자 홍보에 그닥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의 대모 옥영임 작가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녀가 무대에 등장하자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는 배우들 때보다 더욱 거세졌다.
“이제 인터뷰 순서 진행하겠습니다.
배우 분들과, 감독님, 작가님께 질문이 있으신 기자 분이 계시면 손을 들어주십시오. 저희 스텝이 마이크를 갖다 드리겠습니다.”
질문 역시 옥영임 작가에게 제일 많이 집중됐다.
“Y뉴스 입니다. 하이라이트 티저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막장 교향곡’ 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요, 작가님의 작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옥 작가님, 소재와 배경을 ‘재벌가’로 잡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임장호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옥영임 작가님의 대본이 ‘이유 있는 막장’으로 유명한데 촬영 때 가장 신경 쓰고 계신 점이나 힘드신 점은 없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연예의 정석 입니다. 류지현 배우님, 주연은 처음이신데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디스타임 입니다. 주혁재 배우님, 류지현 배우님과의 연기적인 케미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도 말씀해 주세요.”
“구민준 배우님, 드라마 데뷔 축하드립니다. 스크린 연기나 무대 연기와 비교했을 때, 브라운관 연기가 특별히 어렵거나 다르게 느낀 점이 있으실까요?”
제작 발표회는 1시간 조금 넘게 진행됐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를 모두 마친 후의 배우들과 스텝들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기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텅 빈 SBC 신관 홀.
무대 뒤에 남은 드라마국 선배들과 ‘재벌의 세계’ 팀원들은 오늘 제작발표회를 무사히 끝낸 자축의 의미로 소리를 질렀다.
짧게 휘파람 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장님, 한 말씀 해주십시오.”
방송사 사장이 모든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지는 않는다.
그녀의 이례적인 등판에, 책임 프로듀서인 황태수가 한 마디 청했다.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드라마가 나올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하이라이트가 정말 두근거리더군요. 재벌의 세계, 기대하겠습니다. 막방까지 힘내주십시오.”
배미란 사장의 말에 모든 이목이 순식간에 도래원에게 집중됐다.
“여어, 도래원! 티저 장인!!”
“도티저! 도티저! 티저 장인, 도티저!”
래원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휴, 다들 그만 놀리세요.”
그런 래원을 기특하게 바라보는 배미란 사장과 황태수 책임프로듀서, 그리고 김 부국장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 * *
다음날 셋트장.
“10분만 쉬었다 가겠습니다.”
래원의 외침에 촬영장은 잠시 쉬는 시간이 됐다.
래원도 길게 기지개를 켜며 휴대폰을 꺼냈다.
“뭐지···?”
래미가 뭔가를 보내놓았고,
래원은 이를 확인한 후 폭소를 금치 못했다.
“푸하하하! 미치겠다. 네티즌들 진짜 웃기네.”
킥킥대는 래원을 발견한 배우들과 스텝들이 몰려들었다.
“도 감독님,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뭔데뭔데? 같이 봐요! 같이 웃어요!”
래원은 휴대폰의 캡쳐를 보며 허리를 접고 웃고 있었다.
바쁜 래원을 대신해서 열혈 모니터링 요원 래미가 보내준 것이었다.
“크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제 동생이 너무 웃겨서요.”
래원은 손사래를 치며 사람들을 보내고는 다시 휴대폰 속, 래미가 보내준 캡쳐 이미지들을 들여다보았다.
[재벌의 세계 티저 봤음? 진짜 징하더라!]ㄴ 어메이징!
[그거 앎? 저번 청춘런웨이랑 같은 감독이 만든 거래]ㄴ 레알?
ㄴㄴ ㅇㅇ보라뱀 제작사 다니는 지인피셜
ㄴ 어쩐지 이번에두 영업력 쩔엇!! 본방사수각!
ㄴ 청춘런웨이 조연출 한 명이랑 재벌의 세계 연출 한 명이 동일인인데? 이 사람인가? 도래원?
ㄴㄴ SBC는 이 감독이 무족권 모든 티저 만들게 법 만들어야 함ㅋ
까똑-!
래미에게서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래미] 오빠 지금 빵 터졌지ㅋ [래원] 어어ㅎㅎ 반응 완전 웃겨 [래미] 오빠는 좋겠다ㅋ 내가 동생이라서ㅋ 이렇게 챙겨주는 동생이 어딨냐? [래원] 그래ㅎㅎ 고맙다! 오빠 다시 슛 들어가야 해. 잘 자라.잠깐의 카톡에 래원은 마치 에너지 드링크를 통째로 들이마신 것처럼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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