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39
촬영 헌팅지 조사차 비엔나에 대해 여러가지를 찾아본 바 있는 임현서도 그 이름에 반응하는 듯했다.
래원의 귀에 바짝 가까이 붙더니 놀란 투로 속삭이는 임현서였다.
“대박⋯. 선배, 저기 미슐랭 3스타 맞죠?”
그랬다. 그곳은 오스트리아 전역을 통틀어 몇 안되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었다.
나나 크루거는 곧장 전화를 걸어 식당 지배인으로 예상되는 사람과 통화를 하더니 예약을 잡았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나 크루거가 직접 우릴 마중 나오더니, 리무진에 미슐랭 3스타에⋯.’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지켜보던 안정원도 벙찐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래원의 반응에 나나 크루거는 한층 더 래원의 일행을 귀빈 대접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래원은 계속해서 적절한 리액션을 통해, 나나 크루거의 액션을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래원이 나나 크루거를 발견한 순간부터 의도된 리액션들이었다.
옆에서 시종일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있는 임현서에게, 래원이 속삭였다.
“현서야, 봤지? 액션을 만드는 건 리액션이다.”
이 말은 일종의 드라마 연출 기술이었다.
드라마 감독답게 빗대어 표현한 래원의 농담.
별 거 아닌 거 같은 말이 임현서의 가슴에 훅 날아와 콕 박혔다.
‘너무 멋진 말인데? 그렇지. 액션을 만드는 건 리액션이지⋯!’
* * *
호텔 라운지에서 보내는 비엔나의 첫날 밤.
“아아, 배부르고 야경 끝내주고!”
임현서가 부른 배를 두드리며 와인을 홀짝였다.
“그러게, 너무 좋다.”
미슐랭 3스타에서 맛본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은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래원과 임현서, 안정원의 입에 잘 맞았다.
사우어크라우트와 비너슈니첼, 호이리게, 디저트인 카이저슈마렌 등등.
비엔나 사람들과 비엔나 음식을 먹으니 이곳에 온 것이 제대로 실감이 났다.
래원은 이곳에서도 일을 멈출 줄 몰랐다.
배가 부르니 그만큼 일을 해야하다는 주의였으니까.
래원은 사흘 뒤에 있을 이곳 로케이션에서의 촬영 콘티를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콘티들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던 래원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얼굴은 사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를 먼저 알아차린 건 안정원이었다.
“감독님⋯? 무슨 일이세요? 표정이 안 좋아요.”
래원은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우리 이 콘티대로 촬영하면 안 되겠는데⋯?”
래원의 얼굴에 더욱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 *
자정이 넘은 시각.
안정원 실장과는 일단 내일 다시 회의하자며 룸으로 들어왔지만,
래원이 묵는 스위트룸은 불이 꺼질 줄을 몰랐다.
대신 테이블 가득히 콘티가 널부러져있었다.
이를 노려보며 래원이 말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선오]가 등장하는 커트 수를 늘리는 건 별로일 거고⋯.”
옆을 지키던 임현서의 표정에도 그늘이 졌다.
문제는 주인공 [선오]의 분량이었다.
드라마적으로는 [선오]의 능력이 발휘되었음이 드러나고, [선오]가 돋보여야 하는 시퀀스지만,
공연 장면이 들어있다보니 찍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연주자들의 연주하는 모습과 표정들, 객석의 광경, 조니 덴 같은 후원자들과의 장면들까지 말이다.
“특히 조니 덴의 분량을 활용해야하는 건 불변의 조건으로 가져가야 해.”
[선오]의 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콘티 하나하나를 짤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최종 정리하며 전체를 넓게 관조하던 중에 보이기 시작했다.
래원의 스위트 룸에 침묵만이 감돌았다.
“아!”
일순간,
임현서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소리쳤다.
“선배! 어쩌면⋯ 오히려⋯ 아예 반응에 집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래원이 눈을 들어 임현서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는 상기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조니 덴 같은 후원자들이나 관객들이 [선오]를 어떻게 보는지 그 반응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면, 물리적으로 [선오]가 많이 등장하지 않아도 [선오]의 액션이 느껴질 테니까요.”
“제법이다, 임현서?”
고민하고 있던 것들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하는 듯했고, 임현서가 뿌듯한 얼굴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요. 제가 지금 서당 개 몇년 차인데⋯.”
“지금 콘티에서 큰 수정없이, 카메라 앵글만 바꿔도 표현이 될 거 같다. 그러면 같은 장면, 같은 커트도 ‘주인공 [선오]를 향한 리액션’으로 탈바꿈 될 수 있을 테니까.”
이 순간, 임현서가 또 좋은 생각이 났는지 널부러진 콘티들을 하나하나 주워서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맞아요. 이렇게 순서만 살짝 바꿔주면⋯ 리액션들이 모여 더 강력한 ‘액션’의 형태를 띠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앵글은 저건 오버 숄더 샷⋯ 이건 로우 앵글 샷⋯.”
그러면 더이상 [선오]가 가려지지 않게 된다.
조니 덴의 분량도 충분히 확보가 되고, 드라마에 더욱더 힘을 실어주어 극적인 연출도 가능하다.
드디어 안개가 걷히고 광명이 찾아왔다.
이에 래원이 임현서의 등을 두드려주며,
“정말로 실력도 센스도 많이 늘었어, 임현서.”
진심 어린 말을 내뱉었고,
계속된 래원의 칭찬에 임현서는 쑥쓰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에이, 그냥 저는 선배가 말씀하신 걸 떠올렸을 뿐이에요. 선배가 그러셨잖아요, ‘액션을 만드는 건 리액션이다’ 라고요.”
이 말에 래원은 적잖이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사실 래원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한 것도 잊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제법이라는 거야, 임현서. 흘러간 농담을 붙잡아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적용시킨 건 너잖아. 네가 능력을 잘 발휘해서 해결책을 찾아낸 거란 뜻이야.”
래원의 말에 임현서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신입 수습PD 딱지를 뗀 이후부터 임현서의 꿈은 줄곧 래원이었다.
때문에 래원의 칭찬을 받는 것이 세상 그 무엇보다 기쁜 그였다.
한편, 래원은 진심으로 임현서가 대견했다.
자신이 그냥 스쳐지나가듯 흘린 말을 임현서는 귀기울여 들었고, 그것이 해결책이 될 거라는 판단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직접 콘티의 순서를 바꾸어내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으니까.
이것은 조연출로서는 200점짜리 행동이었고, 이제 감독으로서 독립할 수 있을 만한 자질을 증명해낸 것이기도 했다.
그를 물끄러미보던 래원이 다시 물었다.
“현서야, 네가 내 밑에서 조연출 한 게 얼마나 됐지? ‘골드 버튼’ 때 부터 였나?”
“네.”
돌이켜보면 임현서와의 시작은 특별했다.
래원의 인생 통틀어 몇 안 되는 악연 중의 악연이었으니까.
전생에도 그랬고 이번 생에서도 임현서는 하인혁이 래원을 골탕 먹이려고 심어놓은 지뢰였더랬다.
허나, 전생과 시작은 같았을지언정 이번 생의 결말은 달랐다.
래원에게 감명받은 임현서가 래원을 롤모델로 삼으며 마음을 바꿔먹고 하인혁에게서 돌아섰으니까.
그렇게 시작한 인연이 햇수로 5년, 만으로는 4년이 넘게 이어져온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나한테 뭘 배우긴 했냐, 임현서?”
반은 장난을 담아 묻는 래원의 질문에,
임현서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을 골랐다.
“셀 수도 없죠. 배우들이랑 스텝들을 대하는 애티튜드부터, 현장에서의 판단력, 프리프러덕션에서의 지휘력⋯.”
이를 듣는 래원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근데 그 중에서도 제일 어렵고, 제일 갖고 싶은 건⋯. 선배의 ‘확신’이에요. 나 자신에 대한 확실한 믿음, 함께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감독, 또 시청자들도 믿고 보는 감독이 되는 것. 이 모든 ‘확신’이요. 선배한테는 그게 있어요.”
래원은 임현서의 진지하면서도 절박함이 담긴 얼굴에서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임현서가 굳었던 표정을 애써 풀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저 스스로 확신을 갖고, 또 남들에게 확신을 주는 것⋯. 감독한테 꼭 필요한 자질이잖아요. 크든 작든 한 프러덕션을 진두지휘해야하는 위치니까요.”
“그건 나도 아직 어렵다, 인마.”
“에이⋯. 선배, 저한테까지 겸손한 척은 노잼입니다.”
“정말이야. 물론 한 작품 한 작품 할 수록 전보다는 데이터가 많이 쌓이니까, 조금씩은 더 수월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매 작품 나도 불안하고 확신이 없지.”
임현서는 의외라는 듯이 입을 벌린 채 래원의 말을 경청했다.
바로 옆에서 보기에도 래원은 늘 당당했고 거침없이 판단을 내렸으며, 결과 또한 매번 좋은 감독이었기에, 자신의 롤모델에게서 이러한 의외의 고백이 나올 줄은 몰랐더랬다.
“뭐예요⋯. 선배 같은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럼 저 같은 놈은요? 저 같은 놈은 어떻게 해야하는 거예요? 감독.. 포기해야하는 걸까요?”
임현서의 목소리 끝에 울컥거림이 느껴졌다.
래원이 씨익 웃으며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아니. 그런 마음가짐이 들었다는 게, 바로 네가 이제 감독으로⋯ 메인 연출로⋯ 데뷔할 때가 됐다는 뜻이야.”
이에 임현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껌벅거리자, 래원이 설명을 이었다.
“확신을 갖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건, 함부로 확신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건 곧 신중하다는 반증이잖냐.”
임현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이라는 사람은 그래야 해. 호수 위의 백조가 겉은 우아해보여도, 수면 아래에서 쉴새없이 발차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야.”
들어본 적 있는 비유였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꿈인 ‘감독’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임현서였다.
“어줍지 않은 감독들이나 쉽게 확신하지, 진짜 실력있는 감독들은 정반대야. 남들이 보기에는 자기 확신에 차있고, 신뢰가 느껴지지만⋯. 그건 내 팀원들이 안심하고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런 척하는 것 뿐이야. 사실 속마음으로는 늘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거거든.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무엇이 다수를 위하는 것일지 말이야. 함부로 확신할 수 없으니까.”
래원의 말을 들으며 실망에서 희망으로 눈빛이 달라진 임현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마치 밤 하늘의 별 같은 거네요, 확신은⋯. 감독은 닿을 수 없는 별 인 걸 알면서도, 거기에 최대한 가까이 가기 위해 부단히 산을 오르는 거고요.”
씨익 웃는 래원.
두 눈에 기특감을 가득 품은 채 임현서를 보았다.
“현서 네가 이제 정말로 입봉할 때가 됐나보다.”
지금 이 순간, 래원의 머릿속에 임현서의 데뷔작으로 제격인 대본 하나가 떠올랐으니까.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39화 – 리디북스
“입봉이요⋯? 제가..요?”
임현서가 말까지 더듬으며 래원에게 되물었다.
언제나 입봉을 꿈꿔왔더랬다.
래원 같은 감독이 되고 싶어서 래원의 옆에 꼭 붙어서 조연출 생활 내내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냈더랬다.
허나 항상 먼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입봉’.
그 2글자가 래원의 입에서 나온 것에, 임현서의 안에 놀람과 흥분감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한편, 래원의 머리에는 지금 그 초고 대본이 떠올랐다.
‘유찬이나 혜영이한테 주기는 면이 안 서고, 그렇다고 쌩판 남한테 주기는 아까운 단막극⋯. 현서가 딱 이겠어!’
차여름 작가의 보조작가가 썼다는 바둑 스포츠 드라마 4부작 말이다.
“그래, 입봉. 서당개 4, 5년이면 이제 하산하고 독립해야지.”
갖고 있던 고민 2가지가 한 번에 해결된 순간.
래원이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자,
“선배⋯.”
촉촉해진 눈으로 래원을 올려다보는 임현서였다.
“어우, 현서야. 그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보지 말고.”
그렇게 말할수록 임현서의 두 눈에 물기가 고이고 있었다.
“너 하는 거 봐서 입봉시켜주겠다는 말이야. 이번 드라마 촬영 잘 끝나면, 내가 선물로 괜찮은 대본 하나 소개시켜 줄게.”
마치 여신급 여자와의 소개팅을 약속받은 것처럼 양 볼이 발갛게 상기되는 임현서였다.
“그러니까 마지막 비엔나 로케이션까지 잘 마쳐보자! 이 콘티들 방금 우리가 회의했던 고대로 정리해놔.”
“넵!! 리액션이 액션을 만든다!!”
임현서의 손놀림이 빨라졌고,
래원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금 바둑 스포츠 단막극 대본과 임현서를 매치시켜보았다.
“선배, 다 정리했어요. 확인해보시겠어요?”
“잘했겠지. 고생했다, 가서 쉬어.”
“네, 혹시 보시고 문제 있으면 바로 전화 주세요. 잘 때도 폰은 머리맡에 둘 테니까요.”
“그래, 내일 보자.”
임현서가 나가자마자 래원은 일전에 차여름 작가가 보냈던 대본을 다시 열어보았다.
리액션이 액션을 만든다.
이는 연출 기법이다.
특히 이것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장르는 스포츠물이었다.
스포츠의 룰을 모르는 시청자나 관객에게, 경기 장면을 일일이 전부 보여주지 않아도, 리액션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주인공을 돋보이게 할 수 있고, 몰입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스포츠 중계’와 ‘스포츠 드라마, 영화’의 차이점이기도 했다.
차여름의 보조작가가 썼다는 바둑 단막극은 여느 스포츠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자매의 바둑 여정이 시작되는 대회,
주인공 자매의 한계를 시험하는 대회,
결국 승리를 거머쥐는 대회까지 총 3막 구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이러한 드라마를 지루하지 않게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경기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리액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초보 연출에게는 고난도의 작업이 될 테지만, 임현서는 여느 초보 연출과는 달랐다.
래원의 밑에서 4, 5년을 수련했으니까.
게다가 오늘 임현서가 보여준 능력대로라면 분명 제격일 것 같았다.
래원은 곧바로 문자 한통을 보냈다.
차여름 작가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도래원] 차 작가님, 저번에 보여주신 바둑 단막극이요. 괜찮은 감독을 찾았습니다. 입봉 감독이긴 한데, 제가 보증할 수 있는 똑똑한 놈입니다. 여차하면 제가 도와줄 수 있고요. 수정고 정리되는 대로 또 보내주시면 제가 매칭시켜 보겠습니다.래원은 휴대폰을 닫고, 임현서가 최종 정리해둔 콘티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역시 현서라면 잘 해낼 거 같다. 나한테 잘 배우기도 했고.”
래원은 이제 비엔나에서의 첫날 밤잠을 개운한 느낌으로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대본이나 작가에게도, 임현서에게도, 그리고 래원에게도 모두에게 최선이 될 거라 생각이 들었으니까.
* * *
콘티가 최종 정리된 후,
래원은 나나 크루거와 함께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인 ‘빈 국립가극장’의 인사들을 만나거나, 그 밖의 야외 헌팅지를 체크하며 바쁘게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스텝들과 배우들이 비엔나에 도착하며 마지막 에피소드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레디, 액션!”
래원의 힘찬 목소리가 메가폰을 통해 촬영장에 울려 퍼졌다.
오전부터 시작된 촬영은 해가 지도록 이어졌다.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을 기점으로 스텝들은 팀별로 2교대로 나누어 교체되었으며, 배우들 역시 낮까지만 촬영하고 빠지거나 오후에 투입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지금 12시간이 넘도록 촬영장을 지키고 있는 것은 래원과, 메인 조연출 임현서, 그리고 제작PD 안정원뿐이었다.
‘역시 지혜영 감독님이나 유찬 감독님을 모셔왔어야 했나⋯.’
안정원은 강행군을 이어가는 래원을 보며 후회가 들었다.
– 비엔나 로케이션은 A팀이 전부 소화하는 걸로 하죠. 찬이랑 혜영이는 편집에 집중시키려고요.
래원의 결정이었고, 그 고집을 꺾기 쉽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던 안정원이었다.
‘이렇게 12시간 연속으로 촬영을 하실 줄은 몰랐지⋯.’
안정원은 시계를 확인하며 혀를 끌끌 찼다.
그때,
“뭐야?”
“이거 뭐예요?”
갑자기 객석 등이 깜박깜박거렸고,
이상하다 싶어서 객석 쪽을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