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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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결실 (2)
* * *
서울 도곡동.
SBC 사장 배미란의 집.
토요일 밤, 시곗바늘이 10시를 가리키자
배미란 사장 내외와 아들이 거실 소파에 모였다.
드라마 마지막 화를 본방사수 하기 위해서였다.
배미란 사장의 남편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로,
방송물을 먹은 배미란과는 달리 보수적인 가풍의 사람이었지만,
이 집은 퍽 화목한 편이었다.
20대 초반의 외동아들도 수더분해서 엄마 배미란을 잘 따랐다.
“이 드라마 자기가 밀었던 건가 봐? 관심이 각별하네?”
남편의 물음에 배미란은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평소에 TV를 별로 안 보는 아들도 만큼은 본방사수를 했다.
“나두 재밌어. 마라맛 막장 드라마.”
아들은 심드렁하게 던진 말이었지만,
배미란은 자신의 최측근 황태수 부장이 처음으로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이라,
마치 자신이 아들한테 지지받는 기분이 들었다.
“저 배우 어때? 지금 소녀 팬으로 나오는 애.”
재아의 사인회에 등장한 도래미 장면.
배미란의 물음에 두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 존예야 엄마.”
“난 처음 보는 얼굴이다. 단역 같으면서도, 풍기는 느낌이 그냥 단역 같지는 않은데?”
“어···? 쟤 저번에도 한 번 나오지 않았나? 재아가 로미오와 줄리엣 노래로 공연할 때 객석에 있었던 애잖아. 누구야 엄마? 안 유명한 신인 배우나 아이돌인가?”
“우리 피디 친동생이래.”
“아, 그래? 확실히 그냥 단역이나 조연에 머물기에는 좀 튀는 얼굴이네.”
“그치? 내 눈에는 괜찮아 보이는데, 남자들 눈에도 괜찮은가 궁금해서 물어봤어.”
이때, 휴대폰을 만지면서 드라마를 보던 아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와,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니까.”
“응?”
“저 여자애 지금 토크톡이랑 드라마 커뮤에서도 다들 난리야. 누구냐고.”
“그래?”
배미란은 아들의 말에 화면 속 도래미를 더욱 자세히 뜯어보았다.
‘스타성이 보이는 얼굴이야.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요즘 흔하디흔한 강남 미인상도 아니고, 편안함을 주는 귀여운 인상의 자연 미인. 게다가 목소리도 듣기 좋다. 아직 훈련되지 않은 것 치고 발성도 또렷하고.’
30년 넘게 방송물을 먹으면서 생긴 습관이었다.
신인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재어보고 가능성을 타진해보게 되는 것.
‘도 피디가 거의 키우다시피 했다던데···. 20대면 도 피디도 아직 앤데···. 남동생도 아니고 여동생을 어쩜 저렇게 잘 키웠대?’
배미란은 오지랖인가 싶었지만, 자신도 자식 키워본 엄마 입장이라 자꾸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도 피디한테 나이에 비해 성숙한 아우라가 풍기는 건가? 부모님이 지금 계셨으면 엄청 좋아하셨겠네···. 남매가 쌍으로 방송가의 주목을 받고 있으니···.’
마지막 장면.
동해 절벽에서 일출을 등지고 강인과 재성이 등장했다.
1화 첫 장면에서 린화, 재성, 강인 세 사람이 만났던 바로 그 장소였다.
새빨간 포르쉐 한 대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달려들듯 절벽 가로 들어선다.
운전석에는 강인, 조수석에는 재성이 탄 차다.
강인은 절벽 끝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듯하더니, 그대로 엑셀을 더욱 세게 누르며 절벽 너머 바닷속으로 돌진한다.
강인은 린화를 이용하려 접근했으나 이제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
린화 역시 강인의 진심이 싫지 않았지만, 재성과의 정략결혼을 무를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자신이 부린 욕심 때문에, 이제는 재성에게 인생이 송두리째 발목 잡힌 처지가 된 것이다.
린화는 어쩔 수 없이 강인에 대한 감정을 지워버리려 더욱 매몰차게 그를 거절하고 홀대한다.
강인은 끝내 린화의 진심을 알지 못한 채, 자신과 재성이 함께 사라져 주는 것이 그녀를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한다.
그렇게 그들의 끝없는 욕망과 함께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두 남자.
드디어 이것으로 8주간 SBC에서 방영됐던 금토 16부작 미니시리즈 가 무사히 끝났다.
바로 휴대폰을 꺼내 황태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배미란.
[배미란] 황 부장, 최종화 시청률 최고치가 얼마 떴어? [황CP] 16.3% 나왔습니다. 확실한 건 새벽에 닐슨에서 뜨는 거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오차 범위 내에서 선방한 것 같습니다. [배미란] 뭐, 첫 방 생각하면 좋은 마무리네! 수고했어, 황 부장! [황CP] 래원이가 임PD랑 옥 작가 사이에서 애 많이 썼는데,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ㅎㅎ [배미란] 황 부장이 도 피디 단막극 들어가기 전에 몸보신 좀 시켜줘ㅎㅎ [황CP] 네, 사장님! [배미란] 그거 4월 말이지? 제목이.. 레이스 장갑.. 뭐였더라? [황CP] 입니다. [배미란] 여러모로 궁금한 작품이네ㅎㅎ [황CP] 래원이 녀석, 믿고 지켜봐 주시면 잘 해낼 겁니다. [배미란] 좋아, 기대해보겠어ㅎㅎ배미란은 휴대폰을 닫고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도래원. 이번 단막극을 보고 나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그릇이 작은놈한테 거품이 낀 건지, 아니면 정말로 대기만성 인재인지를 말이야.’
* * *
노트북 앞에 앉아서 초시계를 뚫어지라 보고 있는 래원과 래미.
지금은 예화 예고 합격자 발표 3분 전이다.
땡-!
정각 알람이 울리자마자,
래원이 빠른 손놀림으로 합격자 발표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 옆에서 래미는 초조한 듯 마른 입술을 뜯고 있었다.
– – –
[합 격 통 지 서]수험번호: 21-17171771
성명 : 도래미
합격과: 연기과
상기자는 2021학년도 본교 입학 예정자로 선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예화예술고등학교장 (직인)
– – –
“꺄아!!!!!!”
집 천장을 뚫을 듯 돌고래 소리를 지르고는
이내 꺄르륵 거리며 활짝 웃는 래미.
양 볼에는 인디언 보조개가 깊게 파였다.
기뻐하는 래미의 모습 덕에,
지금 이 순간 래원도 덩달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방방 뛰던 래미는 휴대폰에 불이 난 듯 메시지를 주고받더니,
친구들한테 한턱 쏘기로 했다며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도래미!”
래원은 현관문을 나가는 래미를 불러 잡고 용돈을 두둑이 챙겨주었다.
“너무 늦지 않게 와.”
“헤헤. 웅!”
래미가 나간 후,
래원은 곧바로 주식 어플을 켰다.
이제 드디어 이사할 집을 알아봐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넣어둔 주식을 확인했다.
예상했던 대로 빨간 글자들이 가득했다.
특히 유성 그룹의 ETF인 ‘KODEX 유성 그룹’과 유성 자동차 주식이 5배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도합 1500만 원을 넣어둔 게 거의 8000만 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작년에 유성 그룹의 수장이 별세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쳤지만, 얼마 전 자율주행 전기차 ‘갤럭시 카’ 사업 계획을 발표한 후로는 연일 고공행진이었다.
래원의 예상대로였다.
“와우! 이 정도면 월세 말고 전세나 반전세로 갈 수도 있겠는데?”
래원은 이제 노트북으로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탭에 접속했다.
서울의 방 2개짜리 집 매물을 찾아보며 꿈에 부풀었다.
* * *
[막장인가 막창인가]여의도에서 막창, 곱창, 대창으로 가장 유명한 집.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이 간판에 네온사인 불빛이 들어왔다.
여기서 오늘, 드라마 종방연이 있다.
가게 앞에 늘어선 기자들을 뚫고 모든 배우들과 스텝들이 모이고,
임장호 PD와 옥영임 작가, 그리고 주연 배우들 류지현, 주혁재, 구민준이 2단 케이크 앞에 섰다.
[★재벌의 세계는 끝났지만, 현생은 계속된다★]라고 쓰인 케이크를 컷팅하면서 다 같이 서로 수고 많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임 감독님! 건배사 한 말씀 해주십시오!”
사람들이 잔을 채우며 소리쳤다.
“저보다는 우리 옥 작가님이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하하. 저는 재미없는 사람이라···.”
이에 옥영임 작가가 빙긋 웃으며 맥주잔을 채웠다.
“제가 또 이런 거 시키면 절대 안 빼죠.”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잔을 높이 들고 외치는 옥 작가.
“마!시고 취!하는 게 제!일이다”
“마취제!!!!!”
음식점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모였다.
종방연의 시작을 알리는 케이크 컷팅과 건배사가 끝나고, 이제 각 테이블마다 시끌벅적 지역 방송이 시작됐다.
임장호와 옥영임은 서로 다른 테이블에 멀찍이 떨어져 앉더니, 이후로 일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전처럼 불꽃을 튀기며 싸우지는 않았지만, 대신 한파가 불어 닥친 것처럼 냉전에 돌입했다.
두 사람 사이의 골은 쉽게 회복되기 힘들어 보였다.
“도 감독님, 저 술 한 잔 주세요!”
돌연 래원의 앞에 류지현 배우가 소주잔을 들고 다가와 앉았고,
래원은 멋쩍게 웃으며 잔을 채워주었다.
“린화 소화하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요.”
“절 린화에 추천해주신 분이 감독이라고 들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녜요, 류지현 씨가 잘해서 얻은 기회죠. 나는 서로 윈윈하자고 캐스팅 제안한 것 뿐이구요.”
“에이, 그래두 배우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에요, 감독님! 정말 말로 다 표현 못 할 만큼 감사해요. 저 이런 기회에 너무 목말랐었거든요.”
“참, 언니분.. 류소현 씨는 괜찮아요?”
“네···? 언니요?”
“아, 으음. 영화 끝나고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기를 갖는다고 들었거든요. 자세한 건 모르지만.”
래원은 일부러 ‘공황장애’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공황장애가 정말 힘든 병이라고 들었기에 래원의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마음이 쓰였으나,
괜히 아는 척해서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민감한 사생활에 대해 함부로 언급하는 걸 좋아할 연예인은 아무도 없다.
“아아, 네, 저희 언니.. 쉬면서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언니까지 걱정해주시구, 참.. 뭐랄까, 좋은 분 같아요 감독님은.”
“하하. 칭찬을 들었으니 저도 칭찬으로 돌려드릴게요. 류지현 씨는 앞으로 더 잘 되실 겁니다. 기회에 목마를 일은 이제 없을 거예요.”
류지현은 지난 삶에서도 언니 류소현보다 유명한 배우가 됐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일찍 주연을 맡고 평도 좋으니, 보다 일찍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에휴,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말씀만으로도 힘이 돼요!”
그 사실을 모르는 류지현은 래원의 칭찬을 그저 덕담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였다.
“감독님!! 지현이만 주시지 마시고요.”
“저희도 술 한 잔 주십쇼!!!”
주혁재와 구민준이었다.
“감독님 덕분에 촬영 재밌게 잘 마쳤습니다.”
“저두요.”
“래원 감독님은 완전 자기 작품처럼 찍어주셔서 솔직히 좀 놀랐어요.”
“맞아. 솔직히 B팀 감독님들 바쁘면 대충 찍는 분들 많은데···.”
래원 주위가 시끌벅적해지자,
어느새 옥영임 작가도 다가왔다.
“정말이야?? 도 피디?”
“네? 뭐가요?”
그녀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심각한 얼굴로 되물었다.
“자기 바로 다음 작에 메인 연출 입봉한다며?”
“아아···. 네.”
“뭐야, 자기 입봉작은 당연히 나랑 해야지!!”
“그냥 4부작 단막이에요. 엄밀히 따지면 정식 입봉은 아니죠.”
“그럼, 자기 미니시리즈 입봉 작가는 나야 나!”
“하하하, 작가님께서 해주시면 저야 황송합니다.”
래원의 이런 반응에도 옥영임은 여전히 섭섭한지 입을 삐죽이며 또 물었다.
“4부 단막은 누구랑 해? 어떤 작가?”
“같이 입봉하는 신인이에요. 김윤하 작가님이라구.”
고개를 갸우뚱하던 옥영임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김..윤..하..? 그 김윤하?!”
“······?”
“어머머, 도 피디! 걔랑 해? 진짜 이 업계는 너어어무 좁네! 김윤하 걔 재작년까지 내 보조 작가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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