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43
43 – 3780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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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와, 드루와!
* * *
사건이 정리된 후,
팀은 이튿날 바로 4화 촬영을 재개했다.
현장 분위기는 확실히 전보다 진지해졌다.
‘이번 이슈를 전화위복으로 만들려면, 잘 찍어서 1화부터 입소문을 타야 해.’
래원도 마찬가지였고,
모두가 무언의 기합이 들어 있는 듯 필사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다음 찍을 장면은 11씬.
[마리코]와 [안승헌]은, [박규산] 남작이 그간 꾸민 일들을 추적하여 진상을 밝힌다.이에 대한 몽타주 씬의 일부였다.
“감독님, 여기서 [안승헌]이 이렇게 대사 없이 액션만 하는 게···. 괜찮을까 모르겠어요.”
“아, 대사가 있는 게 편하실 거 같으세요, 수호 선배?”
“네, 아무래도요···. [마리코] 대사만 많은데, 이걸 [안승헌]이 같이 나눠서 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요.”
양수호 배우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장면을 만들어보고자 건의를 했을 것이다.
허나 잠자코 있던 엄하늘은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수호야, 김 작가님이 다 생각하신 게 있으시니 이렇게 쓰셨겠지. 대세에 지장 없으면 그냥 대본대로 가자.”
“······.”
“[마리코]랑 [안승헌]이 캐릭터가 다르잖아. 이 사건을 대하는 온도 차도 다르고. 그러니까 [마리코]는 흥분해서 자기가 알아낸 것들을 떠들어대고, [안승헌]은 대조적으로 묵묵히 추적해서 진실을 파헤치고.”
“으음, 그니까 누나 말은 작가님이 캐릭터 때문에 대사를 일부러 몰았다? 좋아. 그럼, 그냥 대본대로 할게요.”
신인 작가의 대본은 항상 현장에서 배우들의 크고 작은 태클이 많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때 감독은 대본과 배우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달랐다.
‘이렇게 촬영이 쉽다고?’
“자, 그럼 11씬 슛 들어가겠습니다.”
래원의 기분 탓일까?
모두들 래원이 어렵게 설득하지 않아도, 김윤하 작가의 대본을 더 존중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녀를 결백을 믿지 못하고 표절이라고 치부했던 사람들이, 그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이러나 싶을 정도였다.
래원은 흡족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레디, 액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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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헌]은 경성의 자기 집 근처에 [노미령]이 [마리코]와 함께 머물며 몸을 숨길 거처를 마련해준다.“고맙습니다. 당신한테는 항상 도움만 받네요.”
[노미령]의 인사에, [안승헌]은 그저 가만히 묵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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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좋습니다. 바로 투샷, 투샷, 투샷 따고 넘어가도 될 거 같아요.”
방금은 풀샷으로 담았다면,
바로 이어서, 같은 장면을 노미령-안승호, 마리코-안승호, 노미령-마리코. 세 쌍의 투샷을 찍었다.
순조롭게 마무리 된 후 넘어간 다음 씬.
[안승헌]은 [마리코]와 함께 집을 나선다.의뢰해뒀던 흥신소 세 곳을 차례차례 방문하여
[박규산]의 비밀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이 씬은 몽타주로 엮을 거고, 오디오 없이 나중에 BG랑 나레이션 입힐 겁니다. 표정 연기랑 움직임만 잘해주시면 돼요. 그럼 바로 가보겠습니다! 레디, 액션!”
래원의 외침에 엄하늘과 양수호, 그리고 흥신소 단역 배우들이 심각한 얼굴로 큰일을 도모하는 듯 대화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대사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장면이기에 실제 배우들의 입에서 나온 대화 내용은 정말 아무 말 대잔치였으나, 표정과 움직임만큼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던 래원의 얼굴에 만족스러움이 차올랐다.
“컷!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잠깐 쉬었다가, 리허설 해보고 갈게요.”
이후 하나둘씩 밝혀지는 [박규산]의 비밀.
그가 실은 제대로 ‘남작 작위’를 받은 것이 아니라 불륜관계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부모의 혼인 증서를 불법으로 조작하고 각종 파렴치한 친일 행위를 일삼았던 것도 드러났다.
엄하늘[마리코]과 양수호[안승헌]는 촬영에 앞서서 서로의 감정을 합의하고, 래원의 디렉팅에 따라 대사 타이밍을 맞추며 리허설을 해보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실제 슛 들어간 것처럼 한 번 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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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박규산]이 [연홍]을 죽였던 거군요. 자신의 비밀을 덮기 위해서···.”
[마리코]의 읊조림에, [안승헌]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연홍]도 죽이고 재산도 가로채기 위해, 그녀와 이부자매였던 우리 [미령]이한테 접근했던 거구요.”
[마리코]가 쓸쓸히 말하자, [안승헌]은 옆에서 그저 가만히 주머니 속 하얀 레이스 장갑 한 짝을 꺼내 만져본다.“네, 그 여인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도네요. ‘아무리 귀족 행세를 한대도, 진실을 이길 수는 없지요.’ ··· 그게 이런 뜻이었군요.”
그는 과거, 경성에 돌아온 날 밤.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 [연홍]을 만났고
그녀가 떨어뜨린 장갑 한 짝을 주웠던···.
혼마치에서의 일들을 떠올리며 아련히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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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이대로만 갈게요.”
래원이 ‘레디, 액션!’을 외치자 두 배우는 조금 전 리허설 때 보다도 더 깊은 감정으로 [마리코]와 [안승헌]에 분했다.
이 장면 역시 큰 어려움 없이 마무리되면서 오늘의 낮 촬영이 모두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녁 드시고, 6시부터 화재 씬 찍겠습니다.”
조연출 지혜영과 진행 감독이 안내하는 동안,
래원은 문득 중요한 게 생각난 듯 유찬을 불렀다.
“찬아, 소방서에 협조 요청 넣었어?”
“넵! 6시까지 소방차 2대랑 구급차 1대 보내준대.”
“수고했어. 밥 먹으러 가자.”
세트장 근처의 백반 식당.
자연스레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며 밥 먹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아니, 그걸 맞고소 안 하고 그냥 넘어간다고? 도 감독, 고구마 좋아해? 답답하게 왜 그래?”
래원과 김윤하 작가가 연극 측을 선처해 준 것에 대해,
신영진 촬영감독이 밥풀을 튀기며 묻자,
옆에서 엄하늘 배우와 유하나 배우가 맞장구를 쳤다.
“작가님은요? 이대로 정말 괜찮으시대요?”
“그러게요. 감독님께서 증거 못 찾아드렸으면 빼박 표절 작가 되실 뻔했는데···.”
래원은 이에 동요하지 않고 식사를 하며 차분히 답했다.
“김윤하 작가님이랑 같이 내린 결정이었어요.”
신영진 촬영감독과 엄하늘 배우가 또 되물었다.
“그래, 뭐, 김 작가님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그럼 너는?”
“맞아요! 이거는 래원 감독님이라도 나서서 맞고소를 해야죠!”
하지만 래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드라마PD 중에 표절 시비에 한 번도 걸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때문에 이전의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여럿 있었다.
래원이 기억하는 가장 큰 사건은, 하인혁이 메인 PD로 연출했던 16부 미니시리즈에 악의적인 표절 시비가 붙었던 케이스였다.
‘그때 하인혁 그 새끼 성정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구사했었지···?’
그 소송은 3심까지 갔으나 결과적으로 무혐의 판결이 났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시간 낭비와 감정 소모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소송 진행 중에 작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어서, 케이블 판권이나 OTT 판매가 거의 불가능했던 게 굉장한 손해로 남았었다.
‘그런 과오를 굳이 나까지 되풀이할 필요는 없지.’
모든 일에 신경을 쓰면서 살 수는 없으니, 필요한 씨앗만 적재적소에 뿌리면서 뿌린 대로 거두자는 것이
다시 이번 생을 사는 래원의 지론이었으니까.
“맞고소를 하지 않은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괜히 그 장단에 똑같이 놀아났다가 우리 드라마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래원이 다시 차분하게 입을 열자,
신영진 촬영 감독이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뭐, 그렇긴 하지. 요새는 방영된다고 끝이 아니라, 이후에 해외 판권이나 OTT나 케이블 방영권도 팔아야 하니까.”
“네, 괜히 잡음 많은 작품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면, 광고 판매도 판권 판매도 다 손해 볼 수가 있거든요. SBC도 이 이유로, 저와 작가님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굳이 문제 삼지 않기로 했구요.”
래원의 말에 엄하늘 배우도 이제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 거기까진 미처 생각 못 했는데, 그럴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요즘 대중들은 사실이나 진실이 뭐든, 그보다는 ‘이미지’를 오래 기억하니까요.”
래원이 이처럼 자기 생각을 조분조분 늘어놓을 때,
뒤쪽 구석 테이블에서 식사하며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민세라 배우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사람을 함부로 믿는 쉬운 타입은 아니었네.’
민세라는 마치 생물학자가 흥미로운 생물을 발견하고 이리저리 관찰하는 것처럼
쌍꺼풀 진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대신 래원을 분석하고 있었다.
‘오히려 근거 있는 확신이 있을 때만 비로소 믿음을 갖는, 자기 기준이 명확한 사람 같아. 게다가 줏대도 있어서 그 믿음과 소신을 쉽게 굽히지 않는 타입인 듯?’
민세라에게 이제 래원은 매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신기하고도 특별한 생명체였다.
* * *
래원은 4부작 단막극 방영 1주 전, 제작 발표회 이틀을 남겨둔 오늘도 역시 밤샘 작업 중이었다.
1화에서 4화까지 모든 촬영을 끝내고, 이제 편집만이 남은 상황.
편집실에 틀어박혀서 편집 감독과 함께 씨름하고 있었다.
“감독님, 앞 씬에서 한 프레임만 더 자를게요. 그리고 뒤에 바로 화재 씬 붙여주세요.”
편집 감독은 래원의 말대로 버튼을 눌렀다.
[안승헌]이 [마리코]와 함께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박규산]이 꾸민 일들을 추적해 진상을 밝혀낸다.그런데 [박규산]은 화재에 휘말려 불타 죽고 만다.
지금 한창 이 시퀀스를 편집 중이었다.
“점핑해서 스피드는 사는데, 너무 좀 급하네요. 여기서 한번 몽타주 디졸브로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좋습니다.”
래원과 이번 편집 감독은 죽이 척척 잘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래원이 이전의 삶에서부터 여러 차례 같이 일했던 편집 감독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른 채 편집에만 몰두하다가,
어느새 4화 편집 막바지에 이르렀다.
잠시 [연홍]으로 살았던 [노미령]은, 거짓 죽음으로 말소됐던 신원을 회복한다.
그리고 [안승헌]과 결혼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외가가, ‘만석꾼의 의병 집안 출신’ 이었음을 소상히 알게 된 [노미령].
그녀는 친일파로 변절한 아버지의 ‘오카무라 대저택’에서 벗어나, 외가의 뜻을 이어서 독립운동에 가담한다.
한편, [마리코] 역시 이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며 자신의 일본 이름 ‘오카무라 마리코’를 버린 후 한국 이름을 찾아 [안승헌],[노미령] 부부의 독립운동에 뜻을 함께한다.
“디졸브, 음악 프레임 인!”
한창 편집 중인 래원의 말을 뚫고 돌연,
지이이이이잉—
요란하게 진동하는 래원의 전화.
“전화 받으시고, 좀 쉬었다 하시죠?”
편집 감독의 제안.
래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 ··· 아, 안녕하세요, 도래원 감독님이시죠? 저어, 연극 작가예요.
래원은 졸리던 차에, 이 같은 상대의 인사에 화들짝 놀라 잠이 다 깼다.
“··· 안녕하세요.”
– 사실 만나 뵙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방영이 코앞이라 바쁘실 거 같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드렸어요.
“네, 무슨 일이시죠?”
– 정말 죄송했다는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시놉시스 봤을 때 저는 정말 표절인 줄 알았거든요. 더 확실하게 알아보기도 전에 흥분해서 너무 큰 실수를 했네요. 꼭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나중에 도울 일이 있으면 뭐든 돕고 싶으니, 편하게 연락주세요.”
“네, 그럴게요. 사과는··· 일단 받아두겠습니다. 저희 작가님께도 연락 드려주셨으면 합니다.”
– 그럼요! 김윤하 작가님께도 바로 연락드릴게요. 정말..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뭐든 도움 필요하시면, 제 번호 저장해두셨다가, 편하게 연락주세요. 정말로 뭐든지요.
진심이 전해지는 통화였다.
‘그래,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법이니까.’
뭐든 돕겠다는 연극 작가의 말.
이에 래원은 당장 뭔가를 기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믿음에 대한 댓가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인연이 훗날 생각지 못하게 도움이 될지도?’
작가의 번호를 저장하며 왠지 모를 이 막연한 기대감을 즐기기로 했다.
* * *
SBC 신관 홀.
오늘은 드라마 첫 방영을 닷새 정도 앞두고, 제작 발표회가 있는 날이었다.
국내 연예부 매체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모여들었다.
무대 뒤에는 양수호, 엄하늘, 민세라, 유하나, 구민준 배우와 래원이 분장을 받고 있었다.
이 배우들의 인기를 방증하듯, 여느 단막극 제작 발표회와는 다르게 수많은 기자들이 몰아닥쳤다.
특히 한류 스타 양수호의 제대 후 복귀작이라 많은 관심이 쏠렸다.
시작 시각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얼굴은 기대로 들떴다.
객석에는 드라마국 식구들도 자리했다.
김 부국장과 황태수 부장이 함께했으며, 배미란 사장도 따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객석에 착석한 기자들을 둘러보던 김 부국장의 얼굴이 별안간 사색이 되었다.
“뭐야, 조민..이잖아? 천하일보에서 조민이가 왔어?”
“네? 그럴 리가···.”
황태수가 옆에서 눈이 휘둥그레지며 고개를 돌려 살폈다.
김 부국장의 말대로 저 멀리 조민 기자가 앉아있었다.
“제가 딴 놈 보내 달라고 그렇게 사정사정을 했는데···.”
황태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천하일보 연예부 기자 조민.
제작 발표회에서 매번 악의적인 질문을 쏟아내며 제작진을 골탕 먹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아, 어쩌냐···. 래원이 자식 오늘이 처음이라 대처도 잘 못할 텐데···. 하, 씨! 이제 곧 시작할 거라 어떻게 손 쓸 수도 없고···.”
김 부국장도 손목시계를 보고는 속수무책으로 혀를 끌끌찼다.
이윽고,
제작 발표회가 시작됐다.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 그 의문의 사건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나운서의 멘트로 하이라이트 티저가 재생됐다.
5분 남짓한 이 영상을 본 기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일하러 온 기자들이 다들 자신의 본분을 잊고 시청자가 되어 푹 빠져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이 턱 벌어진 채로, 온몸과 온 시선을 영상 속에 빼앗긴 것만 같았다.
이 같은 객석 반응을 감지한 래원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성공이다!’
이 드라마의 미스터리 톤에 맞게, 하이라이트 티저를 휘몰아치듯 숨도 못 쉬게 만들었다.
이러한 의도가 통하자 기쁘기 그지없었다.
이후, 포토 타임이 이어졌다.
“배우분들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양수호, 엄하늘, 민세라, 유하나, 구민준.
다섯 명의 배우들이 차례로 무대 위에 올라가 기자들과 인사하며 플래쉬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서
무대 위 배우들 사이로 도래원이 들어섰다.
“연출을 맡으신 도래원 감독님을, 박수로 환영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짝—
무대 위에 다섯 배우와 도래원이 자리한 후,
“그럼 지금부터 질문이 있으신 기자분께서는 손을 들어주시면, 저희 스텝이 마이크를 드리겠습니다.”
제작 발표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라운드 인터뷰가 시작됐다.
아니나 다를까, 조민이 손을 번쩍 들었고
이를 본 드라마국 PD들이 소리 없는 탄성을 질렀다.
‘아, 하필 저 새끼가 왔네?’
‘어쩌지. 도래원은 아직 조민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을 텐데, 그냥 당하게 생겼네···.’
‘래원이 자식, 입봉부터 웬 날벼락이냐.’
배미란 사장 역시 그의 악명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마이크를 잡은 조민의 목소리가 SBC 신관 홀 장내에 울렸다.
“천하일보, 조민 입니다. 도래원 감독님, 몇 가지 질문드리죠.”
무대 위의 래원을 바라보는 조민.
그의 눈이 비뚜름하게 빛났다.
이에, 다른 드라마국 식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과 달리
오직 한 사람, 하인혁만은 조민 기자의 출연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재밌는 구경거리가 나겠는데? 도래원, 어디 한 번 박살 나봐라.”
반면, 조민 기자를 마주한 래원의 가슴에는 기분 좋은 흥분감이 일었다.
두려울 게 없었다.
사실 래원은 2년 차 신입PD가 아니라, 이미 방송국 물을 15년이나 먹은 방송쟁이였으니까.
‘이야, 조민 기자님, 오랜만입니다? 드루와, 드루와! 뭐든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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