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63
“··· 말이 나왔으니 한 번 다시 들어볼까?”
보컬 트레이너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더니,
대표실 블루투스 스피커에 무선으로 연결했다.
대표실의 최고급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지는 곡.
예스(YES)!
‘샤이닝 보이즈’ 멤버들의 톡톡 튀는 소년다운 발랄함과 펑키한 에너지를 담은 곡이었다.
짝사랑하는 상대가 결국 자신을 바라보게 됐을 때, ‘예스!’ 라고 쾌재를 부른다는 가사와, 그 신나는 감성을 청량한 멜로디로 표현했다.
“래미로 캐스팅 진행하지?”
곡을 다 들은 박현만이 더는 고민할 필요 없겠다는 듯 말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연기력으로는 애들 중 최고죠.”
가장 먼저 수긍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은 연기 트레이너였다.
“아, 우리끼리 결정할 게 아니라 비쥬얼 디렉터 의견도 들어봐야 하나?”
박현만이 되묻자,
퍼포먼스 트레이너와 보컬 트레이너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따로 정식 제안 드려보기는 해야겠지만,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래미가 샤이닝 보이즈 신곡 이미지랑도 맞고, 마스크도 워낙 출중하니까요.”
“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샤이닝 보이즈 애들이랑도 잘 어울리고요.”
“좋아. 그럼 비쥬얼 디렉터랑은 내가 따로 이야기하지. 그리고 디렉터 최종 의견까지 듣고 내가 직접 이야기할게. 도래미네 보호자한테.”
“네, 알겠습니다.”
“일단은 래미를 모델로 콘티 진행하라고. 시간이 없으니까.”
“네, 대표님.”
“그럼, 점심 같이들 할까?”
“좋습니다.”
네 사람은 허기진 배를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가 수월하게 끝나서인지 다들 얼굴이 한결 밝아져 있었다.
* * *
저녁 10시.
어제 13화에 이어서 14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래원이 이를 모니터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교실 세트장이었다.
다음 주 종방을 앞두고
오늘, 마지막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이곳.
지금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모두가 휴대폰을 들어 14화를 모니터하고 있었다.
그저께 화요일, 결방을 마치고 2주 만에 재정비해서 나온 의 14화 시청률은 최고 21%까지 육박하던 것이 10%대로 곤두박질쳤다.
2주 만에 나온 것이기도 할뿐더러, 이미 지난 몇 차례의 부정적인 이슈로 시청자들의 민심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반면 오늘 목요일, 지금 막 방송되고 있는 14화의 시청률은 기세가 좋았다.
같은 시각, SBC의 모니터실에서 실시간 분당 시청률을 확인하고 있는 황태수 부장이 단톡방에 이를 중계 해주었다.
“와아!!!!!”
단톡방의 메시지를 확인한 세트장의 스텝과 배우들 모두가,
마치 월드컵 한일전을 응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다 같이 함성을 질렀다.
‘와우! 이 기세면 다음주 16부까지 잘해서 25% 넘기는 거 기대해봐도 되겠는데?’
래원은 혹여 부정이라도 탈까 싶어 이 말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형, 비투페라토르 평론 봤지.”
“당근 바로 봤지.”
조연출 유찬의 물음과 당연하다는 듯 반응하는 래원.
“그 평론 버프 때문인가?”
“그것도 있겠지?”
“진짜 완전 대박적으로 잘 썼더라. 대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 완전 베일에 싸여있대서 더 궁금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연배는 어느 정도 되신 분인지···.”
“······. 큼큼.”
래원은 괜스레 헛기침을 했다.
“형은 뭐 들은 거 없어? 비투페라토르에 대해서?”
“어···? 어,없지. 내가 뭘 알겠어.”
“갓투페라토르! 갓!갓! 그는 신이야!”
혀를 내두르는 유찬의 반응에 래원은 죄책감이 들었지만 할 수 없었다.
비밀은 비밀이었으니까.
계속 14화 모니터를 하면 좋겠지만,
자정 전에 모두를 퇴근시키려면 지금 서둘러야 한다.
래원은 어렵사리 입을 뗐다.
“자, 이제 21씬 슛 들어갈게요. 모두 스탠바이 해주세요!”
“빨리 찍고 집에 갑시다!”
유찬도 조연출답게 눈치 있게 거들며, 스텝들과 배우들이 사기를 북돋웠다.
오늘 마지막 촬영은 이제 단 두 장면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조명기가 다시 켜지고,
촬영팀이 카메라를 들었다.
배우들도 분장 수정을 마치고 자기 자리로 위치했다.
“좋습니다. 레디, 액션!”
래원의 외침에 모두가 숨을 죽이며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었다.
.
.
이 교실에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장면이다.
현재의 교사 [박태하]가 7년 전처럼 책상에 앉아서 교환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이소은]도 책상에 앉아서 교환일기를 쓰고 있다.
둘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볼 수는 없다.
[박태하]가 현재의 빛바랜 교환일기에 펜을 들고 글씨를 쓴다.동시에, [이소은]의 앞에 놓인 과거의 교환일기에 이 글씨가 저절로 새겨진다.
「 끝내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과거였나 봐. 미안해, 정말 미안해, 소은아. 」
이를 읽은 [이소은]이 슬며시 미소짓는다.
그리고 그녀도 펜을 든다.
「 네가 왜 미안해? 네 잘못도 아닌데···. 괜찮아. 나는 이곳에서, 너의 추억 속에 계속 살아있으니. 이걸로 충분해. 」
과거의 [이소은]이 쓴 글자가 현재의 [박태하]의 빛바랜 교환일기에도 그대로 새겨진다.
물 빠진 잉크의 색감으로 말이다.
두 사람은 교환일기 속 서로의 필체를 보며 우는 듯 웃는다.
.
.
“컷! 오케이!”
“와, 이 장면을 원테이크로 이렇게 잘 해낼 줄이야.”
래원의 컷 소리에, 그간 숨죽이고 카메라를 들었던 표인하 감독이 혀를 내둘렀다.
“소현 씨, 완전 물이 올랐네! 지금 인생작 찍고 있는 거 알지?”
표인하 감독이 계속해서 너스레를 떨었다.
류소현은 쑥스러운 듯 웃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바스트랑 클로즈업 동시에 딸게요. 물오른 이소은 먼저 갈까요? 하하.”
“넵. 준비됐습니다!”
류소현의 씩씩한 대답.
[이소은]과 [박태하]의 바스트 샷과 클로즈업 샷이 연이어 무탈하게 진행됐다.그리고 마지막 촬영 장면, [박태하]의 문학 수업.
1화와 다르게 달라진 눈빛으로 열심히 수업에 임하는 [이지은]을 보여주는 씬이었다.
“컷!”
래원의 마지막 컷 소리가 세트장에 경쾌하게 울렸다.
“와, 절대 안 끝날 거 같았는데 드디어 끝났네요.”
래원이 시원섭섭한 투로 말했다.
아직 편집과 최종회 방영까지 1주일은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반년간 대장정의 마침표를 목전에 둔 순간이었으니까.
짝짝짝짝짜짝——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남자 스텝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래원에게도 달려들었다.
“어···어? 뭣들 하시는···. 아악···!”
래원을 높이 들고는 헹가래를 던지는 남자 스텝들과 배우들.
“수고하셨습니다, 도 감독님!”
“미니시리즈 입봉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
“워후우우!!!” “와아아!!!”
“도래원! 도래원! 우윳빛깔 도래원!”
여자 스텝들과 배우들은 옆에 박수를 치며 목소리를 보탰다.
손에는 꽃다발이 한 아름씩 들려있었다.
“다들 입봉 감독이랑 정말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어휴, 고생은 무슨···. 너어무 재밌었습니다, 감독님!”
여자 스텝들과 배우들이 달려와 래원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어우,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래원은 정신없는 상태로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굉장히 좋았다.
“이제 다들 푹 쉬세요. 저는 편집 빡세게 해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어보겠습니다.”
“아! 맞다! 래원 감독님 저희 배우들 찍은 거 이번 주말에 방송이에요.”
“꼭 본방사수 해주세요!”
“꼭 보셔야 해요, 꼭 이요!”
양수호, 류소현, 류지현, 그리고 오늘 촬영 분량은 진작에 끝났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우정세까지.
네 배우가 함께 큰 소리로 당부했다.
네 명은 얼마 전 드라마 홍보차, SBC의 간판 예능 촬영을 했었다.
SBC 측에서 의 마지막 15, 16화 방송을 앞둔 주말에 전략적으로 홍보 예능 편성을 잡은 것이다.
“그럼요, 당연히 봐야죠. 아마 편집실에서 폐인 신세로 보게 될 테지만요···.”
“보시면, 재밌으실 거예요. 킥킥”
“저희가 어쩌다 보니 도 감독님 이야기 지인짜! 많이 했는데, 작가 언니들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맞아요. 아마 편집 많이 안 됐을 거 같아요.”
“패널들도 감독님한테 관심이 많던데요? 초고속 입봉에다가, 밴프 상도 이슈였고.”
“하하하. 그래서 저희가 래원 감독님을 좀 많이 팔았어요. 어디까지나 우리 드라마를 위해서!”
네 배우는 한껏 신이 난 목소리가 되었다.
“뭔진 모르지만, 드라마 홍보에 제가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 같으니··· 좋네요.”
대체 무슨 말인지, 뭘 팔았다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웃어 보이는 래원.
이번 주말에 확인해보면 될 일이었다.
“자, 그럼 푹 쉬시고 종방연에서 뵐게요!”
래원은 꽃다발을 가득하게 이고는 스텝과 배우들에게 손대신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지이잉— 이이잉——
모두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황태수CP] 21.7% 자체 최고 시청률 찍고 끝났습니다!더 정확한 수치는 내일 새벽에 닐슨의 발표를 들어야 알겠지만, 오차를 생각해도 엄청난 선방이었다.
이 기세면 다음 주 15화, 16화의 시청률은 더 기대해봐도 상황이었다.
버프가 남아있으니 말이다.
이쯤 되자, 조금 전 배우들이 잔뜩 웃으며 이야기한 에 대체 어떤 이야기가 오갔길래, 저렇게 신이 났는지
래원은 몹시 궁금해졌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64화 – 리디북스
* * *
SBC의 편집실.
오늘도 의 메인 감독 래원과, B팀 감독 지혜영은 편집실에서 썩고 있었다.
지혜영이 한 장면을 계속 되감아가며 보는데,
이를 눈치챈 래원이 물었다.
“왜? 뭐가 문제야?”
“벌써 몇 번째 보는데도 뭔가 마음에 안 드네···. 하아···. 나도 지금 이게 뭔···. 푸하하핫. 오빠 얼굴 왜 그래?”
화면을 보며 한숨만 쉬던 지혜영이
래원의 얼굴을 보더니 빵 터지고 말았다.
“오빠, 지금 몰골이 말이 아닌데? 그 까치집 진 머리만이라도 좀 어떻게 해 봐.”
“야, 너도 마찬가지거든! 너도 다크써클 점점 내려와서 턱까지 가게 생겼어.”
특히 래원은 2박 3일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었다.
3일 내내 편집실, 구내식당, 샤워실, 수면실만 오갔더랬다.
“대학 때 생각난다. 이틀 밤새워서 시험공부 하던 때.”
지혜영의 말에
래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대학 때의 기억은 너무 오래되어 가물가물했다.
대신 지난 삶이 생각이 나기는 했다.
그때도 지금도 똑같이 편집실에서 밤새고 썩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으나, 이번에는 온전히 내 작품이라는 사실에 힘이 났다.
“끝까지 힘내보자. 시청률 25%의 고지가 눈앞에 있드아!”
“그러게. 3, 4일만 지나면 이 모든 게 끝이 난다! 시원섭섭하시겠어, 오빠?”
“아직 실감은 안 나.”
이 말에 지혜영은 래원을 물끄러미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돌려 편집 작업에 집중했다.
다시 손을 바삐 움직이며 편집에 몰두하던 둘.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지혜영이 불현듯 소리쳤다.
“맞다! 오빠, 시간 됐는데?”
“어?”
“2박 3일. 시작했겠다.”
“아···! 그건 봐야지.”
배우들이 꼭 보라고 신신당부했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지혜영이 모니터 중 하나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온에어 중인 사내 방송 SBC 을 틀었다.
우리가 쓴 이 글자가 ♪♬
너와 내 이야기로 남아 ♪
영원히 기억될 우리의 추억 ♬
양수호가 우리 드라마 OST ‘교환 일기’를 부르고 있었다.
감미로운 발라드가 귀를 사로잡고,
[ 기상 특보 ★ 양수호 때문에 전국에 비 쏟아져! ]재치 있는 예능 자막이 눈을 사로잡았다.
[심★장★마★비!]“어휴. 2박 3일 PD들은 자막 만드느라 머리 빠지겠다. 그치 오빠?”
“쟤네 맨날 편집실에서 살잖아. 예능국이 우리보다 더 하더라. 리얼리티라 촬영 분량이 어마어마하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