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67
차기작에 대해서는 본인이 먼저 도장 찍었다고 이야기 꺼내기 전까지는 함부로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 것 말이다.
“··· 아직 준비 단계예요.”
“에이, 감독님 안 속네? 이렇게 무방비 상태일 때 쿡 찌르면, 말해줄 줄 알았는데···.”
“하하, 제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타입은 아니죠.”
“기사 봤어요. 원작 각색 작품을 준비 중이시라고요.”
“네, 맞습니다.”
“기대되는데요?”
“네?”
“래원 감독 차기작 기대된다고요. 그게 뭐든.”
민세라가 래원을 보며 싱긋 웃었고,
래원의 머릿속에는 더더욱 물음표만 떠올랐다.
‘민세라, 푹 쉬고 오더니 철들었나? 그 싸가지는 다 어디로 간 거지? 이 태도는 대체 뭐야?’
* * *
여의도 근방의 인도어 골프 연습장.
탕-!
래원이 타석에 서서 한창 어프로치 연습 중이었고
황태수는 흐뭇한 얼굴로 래원의 연습을 구경했다.
“굿샷! 래원아, 너 쌩초보 치고는 꽤 친다?”
“연습 많이 하라는 뜻으로 듣겠습니다, 선배.”
래원은, 과거에 유찬에게 배워둔 골프를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은 몰랐다.
‘형! 사회 생활하려면 골프는 칠 줄 알아야지! 편집실에 죽치는 게 능사가 아니라니까?!’
당시 유찬의 핀잔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짜식, 고맙네. 술 한번 사야겠다.’
래원은, 앞에 대기 중인 골프공을
매트 가까이 굴려 갖고 와서는 다시 스윙 포즈를 잡았다.
타앙-!
인도어 연습장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골프공.
“래원아 너, 돌아오는 봄이면 이 닭장 벗어나서 같이 라운딩 나갈 수 있겠냐?”
“봄까지면··· 3-4달밖에 안 남았는데, 글쎄요. 차기작 준비도 들어가야 하고···. 라운딩은 여름은 돼야 가능하지 싶습니다.”
“열심히 연습해. 너랑 같이 돌고 싶어하는 분이 계셔.”
“저랑요? 어떤 분이···?”
“배미란 사장님.”
“아···?”
“아무나 같이 라운딩 안 도는 분인데, 널 아주 이쁘게 보신 거 같다.”
“어우, 올겨울은 골프 연습만 해야겠는데요?”
래원의 농담에 황태수도 허허허 웃었다.
“참, 내년 편성 거진 다 정리됐어.”
이 말에 다시 진지한 얼굴이 되어 황태수를 보는 래원.
“3분기, 4분기 택해라. 언제 할래?”
“4분기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번에는 여유 있게 사전 제작으로 가고 싶었으니까.
‘일단 최대한 전체 사전 제작을 시도해봐야지. 안 되면 반 사전제작이라도···.’
“그리고 래원아,”
“네?”
황태수가 갑자기 뜸을 들였다.
“··· JC그룹이 투자작을 찾고 있단다.”
‘JC그룹이라면, 훗날 드라마 제작 사업에 크게 손댈 기업인데···. 지금부터 슬슬 시동을 거는 건가?’
“우리 거에서도 내년 편성 중에 딱 하나, 고를 건가 보더라.”
“그래요? 잘됐네요.”
“투자 버짓이 자그마치 250억이란다.”
“히익···. 250억이나요? JC 단독으로요?”
“그렇다니깐.”
요즘의 16부작 드라마 제작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금액이지만,
한 기업이 단일 투자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이건 너한테 기회다, 래원아. 네가 그때 때, JC푸드에서 들어온 햇반 PPL 기막히게 해냈잖냐. 너 차기작 기획안 나오면 바로 JC에 들이밀어 보자.”
‘만약 JC그룹의 250억을 내가 따내기만 한다면, 100% 사전제작으로 갈 수 있을 텐데···.’
충분한 제작비와 여유로운 제작 기간.
이는 드라마 감독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세팅이었다.
“네, 기획안 서둘러 준비해볼게요. OSMU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원작 먼저 트라이해보고 나서, 작가도 찾으려고요.”
“오오! 기획부터 래원이 네가 전부 판을 짜겠다? 크하하하!”
황태수는 래원을 향해 제법이라는 듯이 고양된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서 천천히 4분기에 한다는 거구나. 생각해둔 원작은 있고?”
“네, 웹툰 요.”
“그거 영상화 판권 아직 안 팔렸냐?”
“네, 알아봤더니 컨택한 곳은 꽤 되는데 웹툰 원작자가 까탈스러운 타입인가 봐요. 좀처럼 판권을 안 내준다네요.”
“까탈스러운 타입이면, 너는 어쩌려고 그러냐?”
“저는 다 계획이 있습니다, 선배.”
래원이 씨익 웃더니, 다시 한번 자세를 잡고는 시원하게 스윙을 날린다.
타앙-!
래원의 공이 경쾌한 마찰음을 내며 저 멀리 연습장 돔의 끝까지 날아갔다.
인기 웹툰 .
일과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39세 남자들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는 이야기로,
30, 40대 남성 독자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의 호응을 얻은 작품이었다.
이 웹툰의 스토리와 작화를 모두 해낸 작가의 필명은 ‘월미도88’ 이었다.
‘월미도88’은 굉장히 독특하고 비밀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래원은 과거에 그와 연을 맺은 적이 있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67화 – 리디북스
* * *
래원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월미도88’과 그의 웹툰 이력을 검색해보았다.
래원이 지난 생을 통해서 알고 있는 정보와,
현재까지 대중에게 공유된 정보를 대조해보기 위함이었다.
월미도88은 작품마다 내놓는 족족 히트를 쳤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그는 본인의 유명세를 즐기기보다는 은둔 생활을 자처하는 작가였다.
필명처럼 월미도에 틀어박혀 살면서 웹툰만 그리는 사람이었다.
“맞아. 이거였지! ‘월미도의 선물’.”
3년 전.
월미도88의 오랜 데뷔작 이 영화화됐고,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일부 원작 팬들을 제외한 대중들의 호응도 굉장했다.
자연스레 그의 다른 작품들에도 판권 경쟁이 불 붙었다.
하지만 월미도88은 돌연, 당시 논의 중이었던 모든 판권 계약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중들의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래원이 지금 검색해서 뒤지는 중인, 포털 기사와 웹툰 및 드라마 커뮤니티에도 그 흔적들이 있었다.
[ ‘월미도88’의 일방적인 판권 계약 파기 – 판권료 장사 가능성에 무게 ]ㄴ 그렇게 안 봤는데 돈독 오른 거였음?
ㄴ 월미도의 선물 영화가 대박 나긴 했지
ㄴ 최애 웹툰 실사판을 극장에서 보나 했는데 아쉽ㅠㅠ
일각에서는 월미도88이 이 같은 해프닝을 통해 몸값을 높여 판권료 장사를 하려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굴지의 제작사 여럿이 역대 최고치의 판권료를 산정해서 다시 들이밀어 봐도 월미도88은 꿈쩍도 안 했으니까.
그의 영상화 거부 이유는 앞으로도 끝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허나 래원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지난 생에서 직접 월미도88의 입을 통해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그때 생각나네.”
이제는 지워져 버린 과거.
래원이 하인혁의 조연출을 하던 시절의 일이었다.
당시 래원은 하인혁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간선 버스를 타고 월미도까지 그를 만나러 갔었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나중에 유명해질 그의 웹툰 의 드라마화 판권을 따내기 위해서였다.
그때 하인혁은 래원이 이를 허락받아올 때까지 매주 월미도로 보낼 속셈이었다.
당연하게도 래원은 매주 월미도88에게 쫓겨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자꾸 보면 정이 든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래원이 월미도에 11번째로 갔었던, 석 달째.
결국 그날 월미도88은 래원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며 빗장을 풀어주었고,
두 사람은 인천 바다 앞에서 활어회에 소주를 까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월미도의 선물. 나한테는 뼈아픈 영화거든요. 영화판 놈들한테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요···.’
라고 고백하던 월미도88의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의 눈빛이 까만 밤하늘의 별빛처럼 형형했었으니까.
‘웹툰이랑 다른 영화의 호흡과 관행을 이유로 들면서, 하나씩 손 대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말도 없이 한귀진 캐릭터를 완전히 삭제해버렸죠. 시사회에서 처음 알았어요. 제 성격상 태클 걸 거 아니까 미리 말을 안 해준 거더라고요.’
한귀진은 웹툰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월미도88이 자신의 20대를 투영한 페르소나 같은 캐릭터였다.
‘한귀진 없는 월미도의 선물은, 뭐랄까 그 만화와 함께했던 제 20대 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긴 느낌이었어요. 제가 좀 예민하죠···.’
원작자를 존중하지 않았던 영화화 각색.
그 과정과 결과 모두에 월미도88은 적잖이 상처를 받은 모양이었다.
그는 항상 웹툰 속에 자신의 인생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삶을 담아왔다.
그래서 현재 래원이 차기작으로 각색하고 싶은 는 물론,
과거이자 미래의 래원이 하인혁의 사주로 매달렸던 까지.
월미도88은 영상화 작업으로 작품이 훼손되는 상황을 굳이 만들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혼자서 소박하게 생활을 하는 터라 웹툰 작업만으로도 충분히 잘 먹고 잘살 수 있었으니까.
그때 그 사정을 모두 들은 래원은 더는 월미도88에게 판권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매주 하인혁한테 까이고 구박받고, 무시당하고···. 그러다 공황장애 와서 휴직했었지.”
래원에게는 아픈 기억이었다.
불현듯 그때의 흉터가 어쩌면 이번 생에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래원은 를 다시 한번 정주행했다.
한참을 웃다가 코끝이 시큰해지는 경험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어느새 끝이 나버린 웹툰.
“아···. 진짜 너무 재밌네.”
과거에 월미도88에게 들은 바로는,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의 아버지를 투영해서 만든 캐릭터였다.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월미도88을 키우셨던 그의 아버지.
그 인생을 기리고 싶었던 아들의 마음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래원은 그 마음이 너무도 이해됐다.
순간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39살 생일날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던,
회귀 전의 래원 자신을 떠올렸다.
“도저히 포기가 안 된다. 꼭 드라마로 잘 만들어보고 싶어, 이 작품.”
래원은 미리 수소문해서 저장해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월미도88의 건조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SBC 드라마국 PD 도래원입니다.”
-······.
“다름이 아니라 를 드라마로 꼭 좀 만들어보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작가님의 의도 제대로 살려서 멋지게! 정말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 안 됩니다. 판권 절대 안 파니까 전화 이만 끊겠···.
“앗! 작가님, 작가님! 잠시만요! 잠깐 시간 내주시면 제가 직접 작업실로 찾아뵙고 자세히 설명 드리고 싶은데요.”
– 아뇨. 됐습니다. 영상화에 관심 없어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직접 오셔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여러 제작사랑 감독님들이 왔다가 헛걸음하고 가셨으니까요.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고 철통 방어를 해대는 월미도88.
하지만 이는 오히려 래원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래원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으니까.
* * *
“헐!! 오빠! 나 검색어에 올랐어!”
‘샤이닝 보이즈’의 신곡 ‘예스!’와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1시간 만의 일이었다.
비록 하위권이었지만 [도래미] 이름 석 자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랐다.
샤이닝 보이즈의 인기에 편승된 관심이었다.
“우와···! 대박! 와···!”
래미는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고, 캡처까지 하며 굉장히 신기해했다.
래원의 눈에는 그 모습이 귀여웠다.
허나 관심과 악플은 비례한다고 했나?
지금 래미를 향한 반응이 딱 그랬다.
[ 도래미! 샤이닝 보이즈(Shining Boys) MV에 ‘청순美’ 가득한 소녀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ㄴ 얼굴이 딱 원더빅 상이네ㅋ
ㄴㄴ ㅇㅇ 원더빅 연습생이래
ㄴ 얼굴도 존예인데 표정이 완전 열일한다!
ㄴㄴ ㅇㄱㄹㅇ 내 취향임ㅎㅎ
ㄴ 뭐야? 찾아보니깐 전에 재벌의 세계에 잠깐 나왔던 걘데?
ㄴ 레알 어려ㄷㄷㄷ 미성년자ㄷㄷㄷ
ㄴㄴ 어쩐지 풋풋! 상큼!
ㄴ 우리 기용이랑 붙는 장면 왤케 많음?
ㄴㄴ 아 ㅅㅂ 킹받네?
ㄴㄴ 다 받아! 눈웃음치는 게 기용이 전여친이랑 닮아서 더 짜증남;;
ㄴㄴ 인상이 재수없다. 별로.
다행히 래미는 래원을 닮아서인지 멘탈이 강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와우! 악플도 달리고, 많이 컸네 나! 그치 오빠?”
래원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샤이닝 보이즈’의 신곡 공개로 원더빅 주식은 상한가를 쳤다.
곡 반응도,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도 예상대로 뜨거웠다.
래원은 어플을 켜서 보유하고 있는 원더빅 주식을 직접 확인했다.
난리난 온라인 반응을 반증하듯 붉게 물들어 있는 화면.
래원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좀 더 갖고 있다가, 고점에서 빠져야겠다. 당분간은 계속 오를 테니까.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래원은 원더빅 주식이 급락하게 되는 시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