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73
이에 일순간 카톡 창이 멈춰 섰다.
[래원] 낭만도 목표도 없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스타트업 대표 자리에 앉게 된 개연성을 잘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차가을] 네넵, 아무래도 스타트업하면 열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소종선’은 낭만도 열정도 없는 캐릭터여야 하니까요! [차여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 [차가을] 맞다, 우종세 배우는 어떻게 됐어요? [래원] 어제 오케이 연락받았습니다. 대본을 빨리 보고 싶어해요ㅎㅎ [차가을] 꺅>__<쇳불도 단김에 빼랬다.
작가진과의 톡을 마친 래원은,
당장 캐스팅 성사를 위해 머리를 굴렸다.
십여 년 전,
배우 함현우와 작업 경험이 있는 황태수 선배.
그리고 배우 원준혁의 소속사 ‘ABC팩토리’.
둘 중에 어디로 먼저 전화를 걸지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72화 – 리디북스
–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SBC 드라마국 PD 도래원입니다.”
‘ABC팩토리’의 매니지먼트 팀장이 전화를 받았고,
래원은 바로 본론을 꺼내놓았다.
“저희 내년 4분기 편성, 16부 미니 주연에 원준혁 배우 캐스팅 건으로 연락 드렸습니다.”
간단하게 작품의 개요와 일정을 브리핑한 후, ABC팩토리 팀장으로부터 전자 명함을 받은 래원.
– 기획안 주시면 전달하겠습니다, 피디님.
“네, 보내드리고 이 번호로 문자 남기겠습니다.”
지이이잉—
래원이 ABC측에 기획안을 보내려는데, 먼저 진동하는 휴대폰.
작가 팀에서 보내온 1,2부 대본 초고였다.
래원은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대본 파일을 열었다.
처음에는 1부만 읽으려 했으나 2부까지 멈추지 못하고 한 번에 읽어버렸다.
“크하하하. 너무 재밌네? 웹툰 팬들도 좋아할 것 같다.”
보통 16부작 1,2부 대본의 핵심은 ‘주연 캐릭터’에 있다.
2화 안에 주연들의 매력, 욕망 그리고 목표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이입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16부까지 시청자들을 끌고 갈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합격점인 초고였다.
[현수], [강다원] 그리고 [소종선]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잘 드러나 있었고, 셋의 관계성도 돋보였기 때문이다.“아, 3부 왜 없어···.”
[강다원]이 클라이언트로 만난 [하지나]와 원나잇으로 뜨거운 밤을 보내고,다음 날 아침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뜨는 모습에서 2부가 끝났다.
3부가 궁금해지는 엔딩이었다.
“초고치고는 꽤 탄탄하게 나왔는데?”
래원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기획안에 대본 1, 2부까지 얹어서, 원준혁의 소속사 ABC 측에 보내고 문자를 넣었다.
[조금 전에 연락드렸던 도래원 입니다. 저희 드라마 기획안과 1, 2부 초고 드렸습니다. 회신 기다리겠습니다.]이제 다음은 최종 보스 차례였다.
숨을 한 차례 크게 몰아쉬고는 전화를 거는 래원.
– 어, 래원아.
“선배, 함현우··· 기억하시죠?”
황태수가 전화를 받았고,
래원은 바로 본론을 들이댔다.
– 함현우? 함현.. 아, 현우! 알지! 현우는 왜?
“[현수] 역에 함현우 캐스팅하려고요.”
– 뭐어? 현우 활동 안 한 지 거의 4, 5년 되지 않았냐? 이미지는 딱 이긴 하다만···.
“그래서 선배한테 연락드린 거예요.”
– 글쎄, 내가 도움이 될까 모르겠다?
“일단 연락처 주시면, 함현우한테는 선배한테 소개받았다고 선배 이름 좀 팔게요.”
그래야 함현우가 만나주기라도 할 것 같았으니까.
– 그래, 주긴 주는데. 연락처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고. 나도 연락 안 한 지 꽤 돼서···.
“네, 해보고 아니면 그때도 다른 방법 찾으면 되죠.”
지금껏 꽂힌 배우는 무조건 캐스팅하고야 말았던 래원.
황태수에게 연락처를 받자마자 통화 버튼을 눌러보았다.
신호음이 한참 이어졌다.
‘안 받는 건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끊으려던 찰나.
– 네, 여보세요.
“··· 함현우 씨?”
– ······. 어디..시죠?
“안녕하세요, SBC 드라마국 PD 도래원 입니다. 황태수 CP님께 소개받고 연락드렸습니다.”
함현우는 목소리만 들어도 웅크린 채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 같았다.
잔뜩 움츠러든 그가 황태수 선배를 언급하자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 아아, 황 감독님이요···?
“황태수 선배가 책임 프로듀서고 계시고, 제가 연출하는 미니시리즈의 기획안과 1,2부 초고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 저..한테 미니시리즈..를요?
“연기 다시 하셔야죠, 함현우 씨.”
이대로 썩이기에는 아까운 재능이었다.
함현우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 ······.
“··· 여보세요? 현우 씨···?”
– 네, 보내주세요. 언제까지 회신 드리면 될까요?
“저희는 빠를수록 좋죠. 1주일 정도면 어떠세요?
– 알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려요. 함현우 씨한테 꼭 어울릴 만한 역할이거든요.”
– 감사해요. 저를.. 잊지 않고 연락..주셔서. 황 감독님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함현우 씨가 직접 전하게 될 겁니다.”
– 예?
“황태수 선배한테 인사, 직접 하시게 될 거라고요.”
– ······.
“우리 드라마, 함현우 씨도 같이하시게 될 테니까요.”
래원의 확언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 * *
평일 낮의 어느 카페.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한가했다.
“도래원 감독님이시죠?”
한 남자가 래원을 향해 걸어오더니 대뜸 말을 걸었다.
얼굴의 1/3을 덮은 덥수룩한 머리에,
선글라스 마냥 어두운색이 진하게 들어간 두꺼운 렌즈의, 뿔테 안경을 쓰고 있는 남자.
“네, 그런데요? ··· 누구시죠?”
그가 두꺼운 뿔테 안경을 벗더니
한결 커진 눈으로 환하게 웃으며 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원준혁 입니다.”
“··· 원준혁 씨요?”
“네, 이러면 아무도 못 알아봐서 편하거든요. 하하하.”
“그 머리는··· 가발이에요, 그러면?”
“네, 감쪽같죠? 완전 편해요. 한여름만 빼고.”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니 원준혁이 맞았다.
덥수룩하게 덮은 가발이 그 잘생긴 마스크를 가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거적때기 같은 옷을 입은 그에게 래원이 되물었다.
“그럼 평소에도 이러고 다니시는 거예요?”
“네, 이러면 굳이 매니저나 실장님을 달고 다닐 필요가 없어요. 자유의 몸이 되죠.”
해맑게 웃는 원준혁.
듣던 대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리고 저 원래 제 작품은 제가 직접 봐요. ABC랑 재계약할 때 조건으로 내건 거였거든요. 광고는 몰라도 작품에는 터치 안 하기로.”
“어떻게 보셨어요, 저희 기획안이랑 초고?”
“딱 저 던 데요, [강다원]? 제가 해야죠. 누가 하겠어요? 개런티만 대충 잘 맞춰주세요.”
“하하. 감사합니다. 이런 분인 줄은 몰랐네요?”
“왜요? 생각보다 너무 쉬웠나요?”
“크하하하. 쉽다기보다는··· 굉장히 화끈하시네요.”
“저 처음 보면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 업계가 다들 바쁘잖아요. 할 거면 빨리하고, 안 할 거면 얼른 알려줘야, 다음 일이 진행되죠.”
“맞습니다. 모든 배우가 준혁 씨 같으면 좋을 텐데···!”
래원은 사이다 한 잔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되었고, 초면부터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근데 이거 하면 월미도88 작가님 직접 뵐 수 있는 거죠?”
“네? 네. 자리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죠.”
“저 월미도88 덕후거든요!”
“아···! 그럼 성덕이시네요?”
“그런 셈이죠! 게다가 [강다원] 딱 저 아닌가요? 39세의 나이에 맞지 않게 동안인 미소년 그림체에, 삶의 낭만이 중요한 남자! 자유로운 영혼!”
“아···. 네.”
원준혁은 생각했던 것보다 자뻑이 굉장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자기 매력을 스스로가 너무 잘 안달까?
여자들은 귀엽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같은 남자로서는 TV에서 보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홀딱 깨는 느낌이었다.
뭐, 나쁘지는 않았다.
텐션이 낮은 것보다야 이편이 같이 작업하기에는 나으니까.
“반응이 왜 그러시죠? 그래서 저 캐스팅하신 거 아녔나요?”
“네, 맞아요. 하하하. 저희 작가님들이 추천하셨죠.”
“만찢남, 제가 꼭 해내겠습니다! 성덕으로서 책임지고! 반드시!”
“조..좋네요, 그 각오.”
래원은 뭔가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네?”
“지금 저랑 같이 가실 곳이 있어요, 준혁 씨.”
“··· 어디요?”
* * *
강다원.
39세 음악감독. 오션 사운드 대표.
래원은 원준혁을 데리고,
웹툰 화면 속 2차원의 [강다원]이 아니라
실제 눈 앞에 살아 숨 쉬는 3차원의 [강다원]을 만나러 이곳에 왔다.
“어어···. 강다원이랑 제가 비슷한 건, 음악감독이라는 것뿐인데··· 괜찮으시겠어요?”
하람 감독이 민망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이곳은 음악감독의 작업실이었다.
“그럼요. 대중들한테 음악감독이 생소한 직업이라 연기 디테일을 위해서 하람 감독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어? 그러고 보니, 저 여기 와본 적 있어요!”
하람에게 차분하게 도움을 청하는 래원 옆에서,
원준혁이 신이 난 듯 두리번거렸다.
“맞아요. 저도 기억해요. 예전에 우리 작업실에서 OST 녹음하셨었죠.”
“준혁 씨, 노래도 잘해요?”
“그럼요!”
자신감 넘치는 원준혁의 대답.
하지만 하람 음악감독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래원의 눈을 보며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 저었다.
전작 ‘시간사’에서 부터 같이 호흡을 맞춰온 하람 음악감독.
래원과도 잘 맞지만, 차가을 작가의 대본을 해석하는 능력 또한 뛰어난 감독이기에
래원은 이번에도 하람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도 즉각 오케이 했다.
기획안이나 대본도 확인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하람 역시 래원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흔쾌히 결정 내릴 수 있었다.
기획안과 대본보다는 그걸 쓰고 만드는 사람이 먼저였으니까.
그러니까 래원에게 오늘 하람과의 만남은,
음악감독과의 미팅이기도 했지만
[강다원] 캐릭터의 래퍼런스 조사 차원이기도 했다.“하람 감독님, 드라마에 나오는 BG 음악 중에 보통 얼마나 감독님이 직접 작곡하시나요?”
원준혁의 질문.
하람은 차분하게 스코어(Score), OST 그리고 프리익지스팅 뮤직(Pre-existing Music)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아 맞다, 도 감독님. 저번에 말씀 주신 모차르트요. 웹툰 다시 보면서 다양하게 찾아놨습니다. 프리익지스팅은 모차르트 위주로 가도 될 것 같아요.”
래원과 하람 감독은 이제 서로 척하면 척이었다.
이래서 선배 연출들이 했던 스텝 감독들이랑 계속하는 거구나 싶다.
“음악감독은 프리 프러덕션 때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하시는지, 설명 좀 부탁드려요.”
원준혁이 사뭇 진지한 얼굴이 되어서 하람 감독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음, 우선 드라마 대본과 기획안을 보고 작품에 맞는 음악 컨셉을 정하는 게 우리가 하는 첫 번째 일이에요. 프리익지스팅을 선곡하고, 주요 테마 음악을 작곡하죠. 녹음, 편곡, 믹싱이랑 마스터링까지 끝내면 이제 내보낼 수 있는 스코어나 OST가 완성되는 거고요.”
“와아우! 그걸 전부 이 안에서 하시는 거예요?”
원준혁이 10평 남짓한 이곳 작업실을 돌아보며 물었다.
전문가용 고급 스피커와 세 대의 모니터가 놓여있고, 믹싱과 마스터링에 필요한 여러 장비나 기계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안쪽에는 작은 녹음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