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82
“그..그렇죠.”
두 사람의 대답은 YES였지만 표정은 NO였다.
“형님, 솔직히 우리가 많이 불리하긴 하죠. 도래원이 백상 노미됐다면서요? 만약에 상이라도 타면, 그걸로 또 홍보 효과 날 테고···.”
“휴···. 도래원. 전에 장호네 B팀 할 때부터 불안 불안하긴 했어. 그 호랑이 새끼를 진즉에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두 선배의 대화에 임장호도 의 기억을 떠올리며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당시 B팀 감독이었음에도 메인 연출이었던 임장호보다 옥영임 작가와 더 잘 통했고, 평판도 더 나았던 도래원.
그런데도 미워할 수 없게 항상 선을 지켰던 도래원.
그리고, 시청률이 우리 일의 전부는 아니라며 임장호에게 술잔을 건네며 위로하던 도래원.
‘질투까지 하지는 말자. 그러면 내가 더 비참해지니까.’
임장호가 이 같은 생각에 빠져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TBN ‘문학소년’도 같이 올라갔다던데, 그러면 연출상이나 작품상 수상은 힘들지 않을까요? 배우상 정도면 모를까.”
“그쪽은 완전 연차 있는 감독이라 적어도 연출상은 그쪽이 조금 더 유력할 거 같긴 합니다.”
문겸과 임장호는 마지막 자존심 만큼은 지키려,
대놓고 래원을 질투하지는 않았으나 대신 한껏 경계하고 있었다.
“그 팀 서유럽으로 로케 다녀온 건 어땠대요?”
“그 이탈리아의 유명한 장인이 카메오로 출연해줬다더라. 듣기로는 꽤 거물이었던 거 같은데?”
“······.”
“······.”
괜히 물어봤다가 본전도 못 찾은 문겸.
계속해서 쏟아져나오는 도래원의 미담에 그와 임장호의 입은 굳게 닫히고 말았다.
“얘들아, 이번에는 잘 좀 해보자! 조선 소울메이트! 올 연말에는 나 어깨 좀 펴고 다니게 해줘! 국장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 자식들아.”
이 국장의 말에 문겸과 임장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각오를 다졌다.
* * *
“레디, 액션!”
의 국내 첫 촬영 날.
지금 한창 [강다원]과 [하지나]의 1화 장면을 찍는 중이었다.
두 사람이 음악감독과 클라이언트로 회의 자리에서 처음 만나, 그날 밤 원나잇까지 가는 극적인 전개였다.
회의 뒷풀이를 빙자한 술자리를 끝내고,
[강다원]은 클라이언트 [하지나]를 데려다준다.묘한 분위기 속에서 [하지나]가 던지는 한마디.
“예쁘면 나 놓치지 말아요, 오늘 밤.”
.
.
“컷! 오케이!”
래원의 컷 싸인이 떨어지자마자 엄하늘이 눈썹을 팔자로 만들며 혀를 내밀었다.
“으악! 오그라들어!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아요?”
“네에, 도발적이고 좋아요 아주.”
배태람 감독이 싱글거리며 답했다.
이에 원준혁도 텐션이 한껏 올라간 투로 입을 열었다.
엄하늘과 두 사람은 어느새 반말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하지나 진짜 매력 쩔지 않아? 나 이런 여자 너무 좋아!”
“어우, 난 싫어.”
“왜, 지금 엄청 괜찮은데?”
“이런 씬은 내 성격이랑 너무 다르단 말야!”
“큭큭, 잘하고 있어, 엄하늘.”
“내가 하지나의 반의반만 끼 부릴 줄 알았으면 이렇게 오래 솔로로 안 있었을걸? 어우···.”
엄하늘이 뾰로통하게 말하며 래원을 힐끔거렸다.
원준혁은 그런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녀가 마냥 귀엽다는 듯 웃었다.
엄하늘의 묘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래원도 마찬가지였다.
‘이 커플 캐스팅 누가 했는지, 참 자알 했다!’
동갑인 두 사람의 성격도 좋고 워낙 베테랑이라 촬영이 술술 진행됐기에,
래원도 덩달아 텐션이 올라갔다.
현장 분위기가 좋은 것만큼 감독 입장에서 마음 편안한 것은 없었으니까.
* * *
그날 밤.
“오빠!! 기사 떴어!!”
빼꼼히 방문을 열고 래미가 외쳤다.
자기 일인 듯 얼굴이 활짝 핀 래미는 래원이 한창 일하는 중인 것을 보고는 다시 방문을 닫았다.
“엠바고 풀렸나 보네?”
래원은 콘티를 짜다 말고 포털에 접속해서 반응을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 도래원PD ‘시간을 돌리는 사물함’, 백상예술대상 후보 예상 밖의 행운♣ ] [ ‘시간사’ 도래원 감독 “시청자분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 ]ㄴ 이분 얼굴로 연출하심?
ㄴ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 공존시키는 연출력 레알 소름이었음
ㄴ 연출상은 갓직히 시간사가 받을 만 하지
ㄴㄴ 놉! 문학 소년에 한 표!
ㄴ 5252 믿고 있다규!
[ ‘시간을 돌리는 사물함’ 류소현, “최우수연기상 노미? 아직 이르다 생각” ]ㄴ 류소현 인생작 인정
ㄴ 이소은이 류소현이고 류소현이 이소은이었지ㅋㅋ
ㄴㄴ 레알ㅇㅇ 본체랑 배역 구분이 안 될 정도
ㄴ 이소은 주그지마ㅠㅠ 아련미 철철ㅠㅠ
[ SBC ‘시간사 VS. TBN ‘문학소년’ 백상 주요 3개 부분에서 대격돌☆ ]ㄴ 난 뭐가 받든 만족할 듯ㅋ
ㄴ 둘 다 꿀잼! 허니잼! 대존잼 이었음
ㄴ 제작비 대비는 시간사가 압승이지
ㄴ 본격 공중파 대 종편 경쟁이네
각 포털의 뉴스 탭과 실시간 검색어는 ‘백상예술대상’ 관련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동시에 래원의 휴대폰이 지인들의 축하 톡으로 불이 난 듯 울려댔고,
래원은 결국 무음 모드로 해둘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땐 차라리 바쁜 게 다행인가?”
당장 눈앞의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일정을 생각하면 들뜨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책상 위에 놓인 콘티 작업을 끝내야만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래원은 애초에 괜한 기대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삶에서 래원이 품었던 기대의 끝에는 항상 실망뿐이었으니까.
현재 래원의 몸은 29살이지만 정신 만큼은 그때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나 보다.
“콘티나 짜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윽고 오늘 짜야 할 콘티를 모두 정리한 래원은 휴대폰을 열어, 가득 쌓인 메시지와 톡을 쓱 훑어보았다.
[월미도88] 축하드려요. 소철않도 잘 부탁··· [함현우] 자랑스럽습니다 감독님, 진심으로··· [민세라] 소식 들었어요. 멀리서 항상 응원··· [JC 홍 실장님] 도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엄하늘] 나의 자랑스러운 래원 감독! 축하··· [우종세] 축하축하드림! 연속 두 작품 함께··· [정지예] 축하드리고 다시 기회주셔서 고맙··· [배미란 사장님] 도 피디, 축하해. 차기작도··· [원더빅 박현만] 역시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 [류소현] 백상 노미라니! 감독님 덕분인 것··· [양수호] 제대 후 걱정 많았는데 피디님 만나··· [옥영임] 도피디이이! 축하해! 다음엔 나랑···.
.
간만에 연락 온 반가운 사람들도 많았다.
래원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노미네이트 까짓거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서로 안부 주고받을 좋은 핑곗거리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니 부담이나 기대 따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진심으로 상을 받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미 노미네이트 만으로도 래원의 지난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칭찬이 됐으니까.
“그래도 누가 받게 될지는 궁금하다.”
* * *
차여름과 차가을의 작업실.
“그러면 더 우울한 톤으로 대사를 쳐볼까..요?”
래미는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 모든 게 처음이고 설렜다.
지금 두 눈이 의욕에 불타고 있었다.
“아니아니. 우울까지는 아니고, 좀 더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으로.”
래원에게 지금 래미는 동생이 아니라 배우였다.
하지만 래미는 오빠 래원을 집에서 남매 사이로 보는 것이 아닌, 감독으로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아직은 민망한 모양이었다.
래미와 래원의 왠지 모를 어색한 대화에,
두 작가와 함현우, 그리고 류소현은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세요!”
“뭐랄까··· [현세민]은 당돌하기도 하고, 몸은 여기에 있지만 정신은 어딘가 딴 데 가 있는 거 같은 소녀야. 월미도88 작가님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안개 자욱한 숲속을 혼자서 방황할 것 같은 느낌? 항상 누군가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동시에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의 소녀!”
“으음···. 대충은 알겠어..요. 일단 한 번 해볼게!..요.”
보다 못한 차여름이 입을 열었다.
“크하하. 래미 씨, 감독님한테 그냥 말씀 편하게 하는 게 어때요? 보는 저희가 다 어색하고 웃겨서 못 봐주겠어요. 그래도 되죠, 도 감독님?”
“맞아요. 어차피 촬영장에서도 두 분 관계 모르는 사람 없을 텐데요 뭐.”
“네, 다른 분들이 괜찮으시다면야···. 말 편하게 해, 도래미.”
어느새 래미와 친해진 류소현이 웃으며 거들었다.
“이제 래미가 우리 감독님한테 반말하는 유일한 배우네? 그거 엄청난 권력이다?”
이에 래미도 긴장이 풀리는 듯 피식 웃었다.
오늘의 대본 리딩은,
[현수]를 중심으로 하는 배역들이 모여 캐릭터 톤을 픽스하기 위한 자리였다.그의 딸인 [현세민]과,
그녀의 학교 미술 선생님이자 [현수]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이소이]까지 말이다.
“그럼 정리한 캐릭터 톤으로 2부 9씬 부터 다시 읽어볼게요.”
래원의 주문에 배우들과 작가진이 대본을 앞으로 넘기는데,
불현듯 함현우가 곤란한 얼굴로 래원을 보았다.
“근데요, 감독님.”
“??”
“제가 딸은 물론이고 여동생도 없어서···. 자칫 [현세민]을 대할 때 혹여 이성적인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어갈까 봐, 솔직히 걱정됩니다.”
“그런 걱정, 하실 수 있죠···. 현우 씨 형제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저 남동생 하나 있습니다.”
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을 골랐다.
캐스팅 교체 전에 정지예가 함현우의 스킨십을 계속 피해서 저런 걱정을 하게 된 것일 수도 있고, 그의 성격 자체가 워낙 예민하고 철저한 편인 데에서 온 군걱정일 수도 있다.
“그럼 세민이를 편하게 나이 차 많이 나는 남동생이라고 생각하시면요?”
“아···.”
“이 아이의 부모이자 유일한 가족은 나뿐이라는 느낌? 때론 얄밉고 속도 터지게 하지만 내가 챙겨주고 돌봐줘야 할 대상으로요.”
“한 번 그렇게 해볼게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요.”
“네, 예를 들면 [현수]한테는 마트에서 매번 생리대를 사서 세민이를 챙겨주는 게 현우 씨가 남동생 속옷 사다 주는 정도로 별일이 아닐 거예요. 아빠로서 늘상 해오던 일이니까.”
“그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하니 감이 좀 잡히는 것 같습니다.”
함현우의 굳었던 얼굴이 한결 편안해진 듯했다.
“참고로 [현수]와 [현세민] 부녀는 사실 월미도88 작가님이 아버지와 본인을 투영한 인물들이라고 합니다.”
래원의 말에 함현우와 래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자극이 된 듯했다.
이윽고 함현우의 대사를 시작으로 대본리딩이 재개됐다.
“이야, 세민이 너, 웹툰 작가가 꿈이야?”
“웅, 그거 돈도 많이 벌 수 있대!”
“···돈? 돈 때문에 웹툰 작가를 하고 싶은 거야?”
“꼭 돈 때문만은 아니지. 그림 그리는 것도 재밌고, 이런저런 상상하면서 이야기 만드는 것도 좋아. 근데···.”
“근데?”
“돈도 중요해. 내가 언제까지고 아빠한테 혹처럼 붙어 있을 수만은 없잖아. 나도 얼른···”
“혹 아니야. 세민아, 너 아빠한테 혹 덩이 아니야. 복덩이지.”
“아빠···. 난 아빠가 좋은 아줌마 만나서 재혼도 했으면 좋겠고 그래. 진심이야. 날 이만큼 키워줬으면 됐지. 안 그래?”
래원은 래미의 완전히 달라진 연기 톤 처리에 조용히 감탄하고 있었다.
‘짜식, 금세 알아듣고 잘 고치네. 함현우랑 케미도 아까보다 훨씬 더 산다. 이 정도면 안심이야.’
함현우처럼 래미도 연출의 주문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금방 본인의 연기로 승화시킬 줄 알았다.
아직은 어린 신인 배우임에도 다른 프로 배우들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속도와 센스였다.
드라마는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터라 배우에게 꼭 필요한 재능이었다.
한편, 래미를 바라보는 차여름과 차가을의 눈빛도 달라져 있었다.
‘대사 처리도 괜찮고, 표현력이나 감정선도 나무랄 데가 없어.’
‘도래미 놓쳤으면 어떡할 뻔했어···! 찰떡이야.’
래미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류소현과 함현우도 마찬가지였다.
“래미야, 대본 리딩만으로도 이러면 내일 현장에서는 얼마나 잘하려고 그래? 언니 무섭다?”
“아아, 언니···. 자꾸 그러시면 저 얼굴 빨개져요.”
“큰일이다. 래미한테 안 묻히려면 분발해야겠어.”
“아, 선배님까지···!”
사실 래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시선이었다.
표현은 못 하고 있었지만 지금 누구보다 흡족한 건 래원이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씁쓸한 감정도 들었다.
래미가 [현세민] 캐릭터에 이토록 감정이입을 잘하는 것이, 래미 본인과 닮아서 그런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젊은 아빠 [현수] 손에 자란 [현세민].
노쇠한 아버지 손에 홀로 자란 ‘월미도88’.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오빠 래원의 손에 큰 래미.
이러한 생각에 래원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지난 삶의 나와 너에게 미안하지 않게 이 드라마 보란 듯이 성공시키고 싶다. 오빠가 네 데뷔작만큼은 최고로 잘 찍어주고 싶어.’
래미는 이같은 래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칭찬받은 고래마냥 들떠서 래원을 보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81화 – 리디북스
* * *
“세민아, 너 현장학습이 다음 주랬나?”
“아빠 바쁘잖아. 신경 안 써도 돼.”
“에이, 신경을 안 쓰긴! 아빠가 우리 세민이 김밥 싸줘야지이!”
“진짜 괜찮대두. 샌드위치 사서 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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