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신입 마법사, 신입 마검사
“아무래도 웨슬리가 마법부에 저와 내통하는 자가 있는지를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마력확인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갓 변경에서 올라온 이안이 세력을 만들었을리 만무. 그렇다면 마리브와 이어져 있다는 걸 간과할 수 없지 않겠나.
“하여, 선택하기 전에 마리브 저하께 여쭈어야겠지요. 웨슬리의 의심대로 저 외에 다른 눈과 귀를 심어둔 자가 있는지를요. 미니, 당장 서신을 보내게끔 준비해 다오.”
따악!
이안이 손을 튕기며 지시하자, 미니가 재빨리 서재에서 펜과 종이 따위를 챙겨 나왔다. 가만 듣던 로만드로가 질겁하며 이안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저하께서 심어둔 자가 있다 하시면, 그쪽 부서로 들어가는 것이 서로에게 의심을 덜 받을 길입니다.”
“아니지. 아예 모른 척, 따로 들어가는 게 옳지!”
“한 부서에 어찌 사람을 몰아넣겠습니까. 오히려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그 부서에서는 저에게만 시선이 꽂힐 터지요.”
또 혹시 모를 일이다. 이안을 감시, 견제하기 위해 같은 부서의 첩자에게 상대가 접근해 올지. 하지만 이것은 아주 나중인 경우의 수였고, 우선은 마리브가 이안 외에 다른 자를 쓰고 있는지 확인부터 하는 게 중요했다.
“저하께서 제대로 말씀해 주실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저를 떠보기 위하여 이리 선택지를 준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직감적으로 마리브에게 다른 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력석관리부가 아닌 다른 부서로 가는 걸 설명할 겸 겸사겸사 서신을 보내 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혹시 마리브 저하의 수족이 있다면 그곳으로 갈 것이라는 말인데…….”
“없다면 마력운용부로 갈 것입니다.”
“거기는 궂은일이 많아서 피로도가 높지 않겠나?”
“하지만 전 부서를 통틀어 아마 거의 유일하게, 웨슬리 장관보다 대장에게 충성도가 높은 부서일 것입니다. 외근직이 원래 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리 상관 위에 상관이 있다 하더라도, 밖에서 부대끼며 고난을 헤치는 대장만큼 신뢰가 있을 수는 없다. 게다가 그때 지나가며 본 것으로 보아, 부서 자체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을 것임을 예측 가능했다.
“마법지원부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거기는 사자의 주둥이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과 같아서요.”
특히나, 마법진의 오작동에 대부분 가담했다면 이안이 활동하기에 상당히 힘들 것이다. 사방에서 그를 감시하고 옥죄는 자들과 하루 종일 함께하면서, 어찌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적당히 균형 잡힌 마력운용부가 그나마 낫습니다. 이것도 다, 마리브 저하께서 첩자가 없다는 가정 아래에 세운 계획이지만요.”
스윽스윽.
이안은 유려한 문체로 서신을 작성해 나갔고, 이내 오후 중으로 마리브의 답신을 받을 수 있었다. 마법부에서 이안을 도와줄 만한 이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 * *
똑똑.
“들어오라.”
“웨슬리 장관님. 이안 히엘로 자작이 입부요청서를 보내왔습니다.”
보좌관의 보고에 웨슬리가 고개를 돌렸다. 입부하는 것 자체는 예견되어 있었으나, 어느 부서로 들어갈지는 참으로 궁금하던 차였다.
“부서는?”
“마법운용부라 합니다.”
“하하. 마법운용부?”
이것 좀 보게나, 웨슬리는 팔짱을 낀 채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마력확인식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나키나가 있는 곳이었으며, 그곳의 대장인 헤일은 상당히 다루기 까다로운 자였다. 원리 원칙을 고수하는 고리타분한 사내라, 웨슬리와 사사건건 조금씩 마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나오면 진짜 머리 아픈데. 짜증나게.”
“나키나와 인연이 있는 게 맞을까요?”
“그렇다면 오히려 같은 부서로 안 갔을 터다.”
“허면 다른 곳에서 변절자가…….”
정답 없이 계속 꼬이고 꼬이는 기분이었다.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결과가 보이지 않으니, 웨슬리는 문득 게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안이 고친 게 맞다.’
이안이, 변경의 쭉정이 같은 그놈이, 짧은 순간 마법진을 고친 게 맞노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어지러운 수 싸움을 할 것 없이 모든 게 명쾌해지지 않나. 하지만 웨슬리는 차마 인정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나도 못 하는 걸 그놈이 할 수 있을 리가…….’
이건 게일을 차치하고,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제국 역사상 웨슬리는 최연소 장관이 아니던가. 그만큼 마법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뜻인데, 이안의 등장으로 모든 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이안에게는 무조건, 무조건 조력자가 있어.”
얼이 반쯤 빠진 것처럼 중얼거리는 상관의 모습에, 보좌관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웨슬리는 대뜸 보좌관을 돌아보며 물었다.
“언제 입궁한다고 하던가?”
“자세히는 전언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자작의 호위기사를 황궁 훈련장에 보낼 생각인 것 같더군요.”
“호위기사? 붉은 머리?”
“예. 주중 자유 훈련날에 맞춰 입궁한다고 하니, 그 전까지 전서를 보내 달라 하였습니다. 장관님이 허락만 해주신다면 훈련장에서 볼일을 본 다음, 부원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하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겠다면서요.”
웨슬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찌 된 게, 입부 과정을 눈에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황궁 훈련장까지, 동선 하나하나가 버릴 것 없이 간결하지 않나.
“하여간 로만드로.”
곁에 딱 붙어서는 이것저것 도와주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웃옷을 챙기며 집무실을 나섰다.
콰앙!
집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법지원부.
웨슬리가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자, 서류에 파묻혀 있던 마법사들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장관님? 어, 어쩐 일이십니까?”
마력확인식에서 마법진 오작동으로 인해 개털리고 난 뒤 첫 출근이었다. 경직된 분위기로 그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였다. 웨슬리는 속으로 혀를 쯧, 찬 다음 지시했다.
“이안 히엘로 자작을 환영할 준비 하라.”
“이, 입부한다 합니까? 어디로요?”
표정이 묘하다. 마법지원부로 안 왔으면 하는 마음과, 반대로 왔으면 하는 마음이 한데 얽혀 만들어낸 표정이었다. 오면 제대로 갈궈서 과로사시켜 버리겠다는 위대한 계획이 있었으니.
“마법운용부로 간다 했으니, 그쪽에도 전언하라.”
“아, 네네. 알겠습니다.”
“…정신들 똑바로 차려.”
몇 년만에 들어오는 신입이었지만, 보통내기가 아니다. 게다가 뒤에는 마리브까지 덜렁덜렁 달고 있는 놈. 웨슬리의 당부에 다들 눈을 번뜩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걱정마십시오.”
“기대가 아주 됩니다. 하하하!”
“웃기는… 일이나 해.”
“앗, 넵넵.”
끼이익!
쾅!
웨슬리의 꾸중에 마법사들이 다시금 서류에 코를 박아댔다. 상관이 나가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를 쳐다봤다.
“신입 온다네.”
“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다. 몇 년 만인지, 원.”
“환영 제대로 해줘야지. 신탁의 빛이 진짜였는지 아닌지 확인도 하고.”
마법진의 오작동 때문에 마력의 힘이 더 증폭된 건 아닐까, 의심하던 차였다. 마법사들은 다시금 분주하게 움직이며 신입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들었어? 히엘로 자작, 마법운용부로 간다던데.”
“뭐? 정말? 그러면 그쪽은 진짜 팽 당한 건가? 록산전투에서 공이 컸으니, 이번에는 진짜 자리 잡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닐걸? 웨슬리 장관님이 선택 권한을 넘겨줬는데 이안 경이 직접 고른 거래.”
“아무튼 마법운용부는 난감해지겠네. 갑자기 이안을 맡게되고. 웨슬리 님께 완전히 눈밖에 나겠어.”
“자네, 잘 생각해 보게. 오히려 이번이 기회일 수도 있지. 웨슬리 님 대신 이안 경을 잘 조지기만 하면 점수 딸 기회 아닌가.”
“쉿. 말 조심해! 아무리 쭉정이래도 귀족은 귀족이시니. 하하하!”
이안이 마법운용부에 들어갈 것이란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안 그래도 수가 적은 마법부이지만, 외부에서도 워낙 주목하고 있는 사안인지라 황궁 곳곳 이 일을 모르는 자가 없다.
“엥?”
정작 당사자인 마법운용부 제외.
식당에서 밥을 먹던 마법운용부 대장 헤일이 숟가락을 떨구며 뒤를 돌아봤다. 이러쿵저러쿵 떠들던 자들이 헤일과 눈이 마주치자,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이게 뭔 소리래. 나키나. 너 저거 들었어?”
“방금. 사방에서 떠들어대니, 잘 들리던데.”
“너도 몰랐다는 말이네.”
와구와구, 식판에 얼굴을 처박던 토미가 헤일에게 물었다.
“문제 있어요? 신입 들어온다는데.”
“아니. 없지.”
“그럼 밥이나 먹어요.”
토미의 말에 헤일이 코를 훌쩍이며 다시 수저를 들었다.
하긴, 상관있나? 지금처럼 계속 일하면 되는 것인데. 세 사람은 뒤통수로 꽂히는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며 연신 밥만 퍼먹어댔다.
* * *
“이안! 이아아안!”
“시끄럽다, 베릭.”
“빨리 준비 좀 해봐. 왜 이렇게 느려?”
이안은 문고리에 매달려서 찡찡대는 베릭을 어이없이 쳐다봤다. 오늘은 황궁 자유 훈련날임과 동시에, 이안의 마법부 환영식이 있는 날이었다. 평소에는 제일 늦게 준비하는 자가, 이리 재촉을 해대니 웃기기만 했다.
“그리 기대되는가?”
“천려족 같은 놈들이 수두룩 빽빽하다며?”
“그래. 오늘 아마 네놈 코가 다 뭉개져서 올 것이다.”
이안은 커프스를 잠그며 중얼거렸다. 자유 훈련날은 말 그대로 훈련장을 개방하는 날이었다. 황궁에 출입 가능한 자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고, 친분을 쌓는, 일종의 쉬어가는 날인 셈이다.
“가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어려울 것 없다. 가면 다들 떠들고 있거나 단련을 하고 있을 터인데, 네가 원하는 자에게 정중히 인사 후 대련을 신청하면 된다.”
원래라면 궁 밖에서 이름 날리는 검사가 후원자를 만나 황궁 출입까지 도움을 받는 게 일반적이긴 했다만, 이미 이안과 베릭은 그 관계를 오랜 시간 다져온 터였다.
“이놈아, 영광인 줄 알아라. 어디 황궁 기사들과 겨룰 기회가 자주 오는 줄 알아?”
“로만드로 님. 하, 진짜 어이없네. 잘 보세요. 기사들이 영광일 테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박살 나는 경험을 해보겠어요?”
“박살 나는 건 네놈일 거다. 쯧쯧. 의사를 미리 불러놔야 하나…….”
로만드로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릭은 콧김을 뿜어내며 자아도취 한 채 검만 매만졌다. 준비를 마친 이안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검은 다른 걸 챙기지.”
“왜? 싫어!”
에너지를 흡수하면 터지는 의문의 흑색 검. 이안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리며 충고했다.
“거기 가면 반절 가까이 마검사일 것인데, 혹시 검에 문제라도 생기면 곤란하지 않겠느냐?”
“검이 부러질까 봐 걱정하는 거야?”
“네놈 목뼈가.”
“아아. 그런 거라면 괜찮아! 가면 다들 본인 무기로 싸울 텐데, 나 혼자 연습용 목검 들 수는 없잖아. 응? 그렇지요, 주인님?”
“…알아서 해라.”
베릭은 신난다는 듯 검을 붕붕 휘두르며 뛰어다녔고, 로만드로는 질색하며 그를 말려댔다. 바깥에서 마부가 준비됐다며 경적을 울려댔다.
“가자. 아, 그리고 로만드로 님.”
“으응?”
이안은 그에게 손을 뻗으며 웃었다. 저도 모르게 맞잡은 로만드로는 영문 모르게 따라 웃을 뿐이다.
“마지막 인사입니다. 마력운용자와 악수하면 행운이 주어진다고 하는데, 궁에 다녀오면 저는 이미 마법사가 되어 있을 테니까요.”
“아, 그렇군! 한 번 더 하지!”
“물론입니다.”
“나도, 나도 악수해 줘!”
“오냐. 검 좀 저리 치우거라.”
세 사람은 손을 꼭 맞잡은 채 행운을 나누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가늠하지도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