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9
제149화. 차기 장관 후보 등록
마법부는 이례 없는 혼란과 마주했다. 장관과 보좌관, 두 자리가 동시에 빈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것이 불미스러운 일을 말미 삼아 이리되었으니, 마법부 전체의 입장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회의장에 모인 대장들의 언성이 높아진 것도 당연하다.
“언행을 삼가라.”
“아니, 마법지원부를 조사단에서 배제하겠다니요!”
“배제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부서를 위주로 조사단을 꾸리겠다 하였지요.”
“그 말이 그 말이지 않습니까? 이런 사달이 있었을 때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마법지원부의 역할입니다. 이는 타 부서의 월권행위라고요!”
“하면, 게일 저하를 해치려 했던 웨슬리 장관의 직속 부서가 그 조사를 이어서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그대들은 입이나 다물고 짜져 있으시게나.”
“장관을 모셨으면 제대로 모셨어야지! 이런 일이 있을 때까지 마법지원부 대장은 무엇을 하셨소?”
“하! 우리는 마법사들이다!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조심해라! 웨슬리는 반역자나 마찬가지니까!”
콰앙! 쾅!
여기저기서 서류철로 테이블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운용부인 헤일 대장만 코를 훌쩍이며 주머니를 뒤적거릴 뿐이다. 회의가 길어지니, 담배라도 좀 피워야겠다면서.
드르륵!
그때, 소란을 가르고 문이 열렸다. 이안이었다. 당시 대장들은 인사 회의에 들어가 있느라 현장을 목도하지 못하였고, 목도한 자들 중에서는 오로지 이안만이 웨슬리와 대적하였으니, 마법부의 대표로 황제 폐하의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것이다.
“이안, 왔나?”
“네. 좀 늦었습니다.”
“아니다. 고생했어.”
헤일이 앉으라는 듯 의자를 빼주며 등받이를 툭툭 두드렸다. 그의 뒤에는 토미와 나키나 역시 넋을 반쯤 뺀 채로 붙들려 있었다. 황제의 긴급회의만큼이나, 이곳에서도 거센 언쟁이 오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매에 피가 묻어있군.”
“아, 괜찮습니다. 제 것이 아닙니다.”
헤일의 물음에 이안은 가볍게 웃는 것으로 대답했다. 다들 그들이 속닥거리는 것을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마법부에 내려지는 처분이 무언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이안, 다들 무어라 하시던가?”
“소상히 전달하라. 하나라도 빼먹지 말고.”
“어찌 갓 들어온 신입 한 명만 부르신 것인지, 원.”
“다른 마법사들은 믿지 못하겠다 이거지.”
“웨슬리 장관 덕분에 우리 입장이 아주, 아주 대단해졌어요! 젠장!”
각 부서의 대장들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씩 내던졌으나, 이안은 자리에 앉아서 옷매무시까지 확실히 정리했다.
“뜸 들이지 말고!”
“제가 괜히 뜸 들이는 것으로 보입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이안이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삽시간에 얼어붙는 분위기. 다들 심상치 않은 처분이 내려졌을 것이라 여겨,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재밌군.’
이안의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챈 헤일만 제외. 그는 피식 웃으며 담배만 질겅거렸다. 막내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테이블 아래로 장난스레 손가락을 까딱거렸기 때문이다.
“게일 저하께서 일어나셨습니다. 아십니까?”
“뭐? 정신을 차리셨단 말인가?”
“크게 다치신 부분은 없고?”
“네. 거동에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면, 저, 저주는? 실제로 걸렸다 하시던가?”
다들 긴장하며 되묻자, 이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주위에서 각색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우려하고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벌어진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마법부 존폐의 위기다.”
“금기의 마법 관련 자료는 아직인가?”
“이안, 계속 말해보게. 가능하다면, 사족까지 모두.”
이것이 바로 이안이 과하게 무게를 잡은 이유였다.
현재 황실의 의중을 전달하는 자는 오로지 이안이었으며, 실세로 떠오르는 마리브와 관련 있는 자도 오로지 이안이지 않은가. 정보의 불균형은 자연스레 권력으로 되돌아올 것이고, 이는 차기 장관직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다.
“마법부 존폐의 문제가 아니라, 바리엘 존폐의 문제입니다. 하여, 황실에서는 게일 저하에게 실담물약을 통하여 진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였으니, 현재 보관 중인 것들은 모두 폐기하고 새로이 만들어 올리라 명하셨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관련 대장들을 향했다. 주근깨가 잔뜩 올라와 있는 여인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깜빡였다.
“어, 언제까지?”
마력석관리부 대장, 아코렐라였다.
“시일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겠지요. 하지만 제가 적어도 보름은 필요하다 전언하였으니, 그 안에만 맞추면 될 것입니다.”
이안의 말에 그녀는 떨리는 한숨을 겨우 내쉬었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혹여 하루 이틀 내로 만들어내라 하면 어쩌나 싶었던 탓이다. 그때, 수군대던 대장들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이안에게 질문했다.
“마법부에 가해지는 다른 제재는?”
“특별히 내려온 바 없습니다. 금기의 마법 조사를 저희가 해야 하니까요. 게일 저하의 저주가 특정되고 난 이후에나 관련하여 다시 안건이 올라갈 것입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누려왔던 독립적이고 독보적인 권한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면, 이 틈에 서둘러 차기 장관을 선출하는 게 어떻겠나?”
“그래. 임시라도 좋으니 그게 좋겠어. 다들 혼란스럽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다 같이 뭉쳐야 해!”
“대표자가 있으면 표명도 쉽지. 찬성이다!”
“대신, 웨슬리의 직속 부서였던 마법지원부는 제외하지. 이런 상황에서 마법지원부 출신 장관이 나오면 그건 웨슬리를 지지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마법사들의 눈초리에 마법지원부 대장과 그 부원들은 입술만 꾹 깨물었다. 분하긴 하지만 반박할 말이 없는 것이다. 대장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헛기침을 해댔다.
“마법연구부 대장 쟝, 후보 등록 의지 있네.”
“나는 의지 없다.”
“마력석관리부도 기권합니다.”
“혹시 대장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까?”
“왜? 네놈이 나오게?”
“문제없다면요. 평소 책만 뒤적이는 연구부에서도 후보로 나온다고 하니, 자신감이 생깁니다.”
“하! 저놈 말하는 싸가지 좀 보게. 이봐! 부하 교육 좀 똑바로 해! 넌 내가 장관 되면 바로 좌천이다.”
“하하하! 오늘 들은 얘기 중 제일 웃깁니다.”
우당탕탕! 회의장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후보로 등록하려는 자들과 견제하는 자, 그리고 관심 없는 자들의 잡담이 한데 어우러져 소음을 만들어냈다. 헤일은 후자의 측에 속했다.
“끝나고 밥이나 먹으러 갈까?”
“헤일 대장님. 후보 등록 안 하십니까?”
“어. 안 해. 난 도장 찍는 일 딱 질색이거든. 황궁 지체 높으신 분들이랑 말도 안 통하고. 하고 싶지도 않고.”
토미와 나키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들은 서로 담배를 나눠 피며 이안을 말똥말똥 쳐다봤다.
“하게?”
“우리 막내, 하고 싶은가 보네.”
“웨슬리랑 한판 뜨니까 할 만했나 봐.”
“아, 얘 재능있어. 진짜. 인정인정.”
“…해도 되겠습니까?”
사실 허락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무엇이라 하든, 할 것이었으니까. 그저 체면치레 겸 예의상 물어보는 거다. 하지만 헤일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해.”
단박에 떨어진 허락. 이안이 토미와 나키나를 돌아봤다. 두 사람 역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별걸 다 묻는다는 듯이. 빽빽 소리를 내지르며 고함이 오가는 다른 부서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그래.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너 장관 되면 우리 부서 예산 좀 땅겨주라. 아니, X발, 현장에서 뛰는데 장비가 너무 부실해.”
“오, 그거 좋다. 근데 막내 장관 되면 우리가 뭐라 불러야 하나? 막내님?”
“장관님, 등신아.”
“아아. 헉! 그러면 나 후배 없어지는 거네?”
“그렇지. 너는 어쩔 수 없이 영원한 막낸가 보다.”
“그, 그러면 나는 반대!”
토미가 벌떡 일어섰으나, 나키나의 정강이 킥으로 다시 강제 착석이다. 헤일은 서둘러 후보 등록을 하라는 뜻으로 눈썹을 까딱거렸다.
스윽.
“마법운용부 소속 이안 히엘로. 후보 등록합니다.”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선언하자, 술렁거림이 딱 하고 멈추었다. 예상은 했다만,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대장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마법운용부에 물었다.
“헤일 대장이 아니라, 이안 히엘로 자네가?”
“그렇습니다. 문제 있습니까?”
“문제는 없지. 문제는 없는데…….”
맨 처음 후보 등록을 한 쟝이 턱수염을 매만지며 고심하는 척을 했다. 그와 시선을 나누는 자들은 기권한 타 부서 대장들이다. 이미 나름의 세력을 구축하여 차기 장관 자리를 단단히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안의 존재감과 위상이 높아질수록, 기존의 대장들은 긴장해야만 했다. 신입을 상관으로 모시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없지 않나.
“말씀하십시오.”
“이안 히엘로 자작. 분명 그대는 황제 폐하께 영지를 하사받은 귀족이지. 또한, 우리 대장들이 없는 틈을 타서 나름의 활약을 해주었고.”
이안은 경청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문제를 지적하기 전 깔리는 포석들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건만. 저자는 그것을 잘 모르는 듯하다.
“이는 대장들 제외, 현장에 있던 자들 중 확실히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바다.”
대장들이 있었으면 이안이 나설 수 없었다는 걸 은근히 계속 강조하는 중이다.
헤일이 코를 찡긋거리며 쟝과 시선을 나눈 자들을 살폈다. 처세술이 대단하여,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용케 세력 기반을 닦았구나, 싶다.
이안은 어깨만 으쓱거리며 대꾸했다.
“더더욱 문제가 뭔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안. 그대의 신분에는 유효기간이 있지 않은가? 아마 1년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유효기간? 그게 무슨 말이야?”
“아아. 모르는 자들이 꽤 있군. 이안 히엘로는 이전 브라츠 변경백의 서자이지. 그자가 반역으로 참수당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제 아비의 죄를 밀고하여 황제께서는 반역자를 진압하였으니, 응당 보상과 죗값을 모두 치러야 한다.”
보상은 히엘로라는 새로운 성(姓)과 영주의 자리였으며, 죗값은 금화 1만 닢이라는 헌납금이었다. 그것도 1년 안에.
“1년 안에 금화 1만 닢을 헌납하지 못하면 작위를 박탈당하고 황궁의 노예가 된다지. 어디, 살길은 마련해 놓았는가? 아니라면 여럿 곤란해질 것이네. 노예 신분인 마법사조차 들은 바가 없거늘, 장관 출신 노예라니. 불명예도 이런 불명예가 없지.”
“그래! 그리된다면 마법부의 수치이네.”
“마법부의 장관이 노예라?”
“이 사람아, 장관이 아니라 장관 후보에 오르는 것도 문제일세. 훗날 봤을 때 마법부가 얼마나 우스워 보이겠는가?”
이안의 처지를 처음 들은 자들이 거세게 술렁였다. 헤일과 토미, 나키나 역시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이안을 돌아봤다.
‘이안?’
그런데 그의 표정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이,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지 않나.
“이안 히엘로, 쟝의 말이 모두 사실인가?”
“모두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후보 등록을 거절하겠네.”
“그래! 나 또한 거절일세!”
“단언컨대, 헌납금 마련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거짓말 마시오! 그대는 지금도 행정부의 로만드로라는 자 저택에 의탁하고 있지 않은가!”
“저에게 관심이 꽤 많으신가 봅니다, 쟝 대장.”
이안의 의연한 대꾸에 그가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안은 마력석관리부 대장인 아코렐라를 향해 돌아보며 물었다.
“묻겠습니다. 현재 루론석의 시세가 어찌 됩니까?”
“루, 루론석? 오늘 것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대략적이어도 좋습니다. 다시 묻지요. 루론석 80킬로그램 정도라 하면, 얼마 정도 됩니까?”
“당장 계산이 불가하지만, 그, 음, 아마 마법부의 몇 년치 예산을 훌쩍 넘길 것이오.”
아코렐라가 그것은 왜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흥분하여 소리쳤다. 조용조용하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마력석에 미친 과학자의 울부짖음이다.
“설마! 루론석이 그만큼 있다는 것인가!?”
“히엘로 령에서 루론 매장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마법부에 정식으로 납품하여, 헌납금을 바로 정리하도록 하지요. 이리되면 문제 될 게 하나 없겠군요.”
“거, 거짓말이다!”
쟝의 일차원적인 부정에 이안이 웃었다.
“제가 그럴 이유가 있나요? 당장 오늘내일 중으로 헌납금을 정리하겠습니다. 하면, 저는 황제 폐하께 영지를 하사받은 귀족이자, 현장에서 유일하게 활약한 마법사이니, 충분히 자격이 되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물론이지! 루론석 80킬로그램이면, 내 기꺼이 한 표 던지겠다아아아!”
“아코렐라 대장, 진정하시게.”
“진정?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아코렐라는 눈이 희번덕 뒤집혀서 미친 듯이 소리를 내질렀고, 이안은 고개만 까딱거렸다. 보시다시피 문제없으니, 후보에 이름을 올리라는 뜻이다.
“내가! 내가 지지한다아아!!”
“아코렐라 대장!”
벌써 한 표 획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