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개발새발 서신
우선적인 후보 등록은 쟝과 이안을 포함하여 총 일곱 명. 그중 대장 출신이 아닌 자는 세 명이었다.
생각보다 대장들의 도전이 저조했는데, 아무래도 웨슬리 장관의 뒤를 바로 잇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녀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일단 저지른 것들을 수습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니겠는가.
‘지금은 폭풍과 같은 흐름이다. 섣불리 덤볐다가는 갈려 나갈 터. 기회를 보다가 나중을 노려보자.’
하는 것이 대장들의 의중이었다. 물론, 헤일처럼 아예 관심이 없는 자들도 꽤 있는 듯하지만. 어쨌거나, 마법부 자체 내에서 차기 장관을 선출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황실의 승인을 받아내야 했다.
언제, 어떻게 정세가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우선 후보 등록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 중으로 선거일을 잡아 선출하도록 하겠다. 진행은 후보 등록하지 않은 대장들끼리 연합하여 공정하게 하도록 하겠어. 마법사의 명예를 걸고.”
“중간에 마력확인을 비롯하여 간단한 절차가 있을 것이니 그리 알도록 하게. 후보자들에게는 따로 알린 다음, 결과 역시 공유하도록 하지.”
“그러면 우리 일단 파하는 게 어떨까? 게일 저하께서도 무탈하게 깨어나셨다고 하니, 좀 쉬었다가 다시 대책을 모의하면 좋겠어.”
이안이 긴급회의에 가 있는 동안, 마법사들도 똑같이 고된 시간을 보냈다. 토미와 나키나의 축 늘어진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는 뜻을 보였다.
“좋습니다. 현재 현장 조사 나가 있는 마법사들과 금기의 마법서를 확인하는 마법사들, 각 부서에서는 모두 교대하도록 하십시오. 또한, 황궁에서 내려오는 전달 사항은 모두 저를 통할 것이니, 비상소환 마법을 항시 열어두시고요.”
쟝이 입을 비죽거렸다. 어리고 경험도 없는 놈이 저리 나서는 꼴이라니. 당시 현장에 그들이 있었더라면, 문제없이 웨슬리를 제압했을 것이다. 오히려 게일 저하께 저주가 걸리기 전 해냈을지도 모르지. 흘러간 과거에 가정이란 없지만, 사람의 생각에는 언제나 가정이 넘쳐흐르는 법이다.
“그리고 아코렐라 대장님.”
“음? 왜 그러시는가!? 이안 장관!”
“미쳤네. 미쳤어, 아코렐라!”
이안의 부름에 아코렐라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다른 대장들이 체통을 지켜달라 요청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자 역시 다른 의미로 만만치 않은 자라, 이안은 그리 생각하며 싱긋 웃었다.
“아코렐라 대장은 잠시 저와 말씀 좀 나누시지요. 루론석 납부에 관하여 의논드릴 게 있습니다.”
“좋다! 아주 좋다!”
“자자, 그러면 하아, 우리는 먼저 가보겠네.”
“쟝, 자네도 잠시 우리를 좀 보지.”
“크흠. 수고했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소집령을 때리시게나.”
마법사들이 모두 우르르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아코렐라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마법운용부만이 텅 빈 공간에 남았다.
이안은 헤일을 돌아보며 물었다.
“대장. 배고프시면 먼저 가셔도 됩니다.”
“됐다. 같이 먹자. 우리는 식구니까.”
말은 그렇게 했으나, 이안이 마력석관리부와 협상을 할 때 옆에서 거들어주기 위함이었다. 아코렐라의 반응으로 보았을 때 이미 반쯤 넘어온 것 같다만.
아코렐라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안에게 바짝 붙어왔다. 주홍빛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들거렸다.
“그래서, 지금 루론석은 어디에 있는 건가? 로만드로의 저택에서 의탁 중이라 하니, 거기 있나?”
“아닙니다. 다른 곳에 보관 중입니다.”
“가지! 당장 가자고!”
“저기, 아코렐라 대장. 한데 80킬로그램을 한번에 납품받을 수는 있습니까?”
“엥? 그게 무슨 말인가?”
이안은 가볍게 테이블에 걸터앉아 손가락을 꼽았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를 잘 들어보라는 듯이.
“대장의 말대로라면, 루론석 80킬로그램은 마법부 몇 년 치 예산을 훌쩍 넘기는 초고가 물품입니다. 다음 해로 이월하여 구매하기에는 현재 마법부의 상황이 영 좋지 않죠.”
황실에서 마법사의 능력이 바리엘의 존폐를 휘두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 분명 견제 명목으로 처분들이 내려올 것이다. 개중 제일 기본적인 것이 예산 삭감. 아코렐라는 아연실색하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아, 아니, 안 된다! 나 아까 굉장히 설렜다고! 실담물약 연구 때문에 다른 연구는 하나도 못 해봤단 말일세! 윗대가리들은 가루 하나하나 아껴가며 쓰라고 하는데, 그게 솔직히 말인가 방구인가? 덩어리째 좀 써 보자! 제발!”
“진정하십시오. 하여 제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80킬로그램 전부를 시세보다 조금 싼 가격으로 한번에 납품해 드릴 터이니, 긴 시간에 거쳐서 대금을 받는 걸로 하지요.”
긴 시간에 거친다고는 하나, 워낙에 큰 금액이라 당장 금화 1만 닢 정도는 문제없다. 아코렐라가 숨을 쌕쌕 내쉬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정말?”
“그렇습니다.”
“역시 이안 장관이구려.”
처억!
그녀는 만족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토미와 나키나가 아코렐라의 부하들을 보며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모시고 있는 대장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았으니, 그 아랫것들의 고됨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없다.
“대신 내가 할 일도 있겠지?”
이안은 아코렐라의 손을 맞잡으며 웃었다.
“마법부는 모든 부서가 기민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주 협업하는 부서는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특히 마력석이 필요한 다른 부서들에게는 우리가 아주, 아주 중요하지! 아하하!”
마력석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쓰였다. 방어진이 모자란 부분에는 마력석을 대신 박아넣어 경계할 수도 있었고, 마법 도구를 비롯하여 쇠한 마력을 보완해 주는 포션 등등. 마법진을 제외한 모든 곳에 쓰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마법 수련을 선호하는 마법사들의 특성상, 마력석관리부는 인지도는 낮았지만, 영향력만큼은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긴, 마법부에 불필요한 부서는 없다.’
“아코렐라 님이 그들에게 일러주십시오. 제가 장관이 된다면, 마법부 예산 삭감은 없을 것이며 실담물약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노라고 말입니다.”
이안의 말에 다들 멈칫거렸다. 마력석관리부 부원들뿐만 아니라 헤일과 토미, 나키나도 마찬가지다. 실담물약 안건이라 한다면, 현재 마법부 제외 모든 부서가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선 사안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걸 추진할 수 있다고?
“이안, 진심인가?”
“이는 현재 황자 저하와 의논이 끝난 문제입니다.”
어느 황자인지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이안과 마리브가 결탁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
‘확실히 실담물약을 반대하고 나섰던 것은 마리브 저하의 세력이니, 이안이 장관에 오른다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마법부 전체의 색채가 마리브 저하로 물들게 되겠지만.’
아코렐라는 상관없었다. 오히려 따지고 보면 그것이 마땅한 일이다. 게일 저하가 저주까지 받은 마당에, 뒷배에 계속 서 있다간 함께 정리될 노릇이니까.
마법부는 어디까지나 황궁 소속. 세력은 바뀌기 마련이고,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역사의 흐름이다.
“난 뭐든 좋네. 연구만 계속할 수 있다면.”
“실담물약 상용화가 되면, 마법사들에게 추가적인 수입 역시 보장 가능합니다. 또한, 웨슬리 사건으로 인하여 흔들리는 마법부의 위상 역시 바로 세울 수 있지요. 이는 관련 부서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사실 마법사들이 게일을 따르던 건 어디까지나 웨슬리의 영향이 컸다. 그녀가 없는 이상, 꼭 게일이어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케이! 난 이해했네!”
따악!
아코렐라는 흥분하며 연신 손을 튕겨댔다. 그리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율하듯 몸을 흔들어댔다.
“그대를 찍으면 연구가 윤택해진다! 이거지?”
“얼추 맞습니다.”
“알겠네. 그러면 마력확인이 있기 전에, 내가 다른 부서와 접촉하여 말을 흘려보지. 자리도 만들어 보겠어. 몰래몰래 우리한테 미약 처받아간 놈들이 수두룩하지! 장부에 싹 다 기록했어! 아하하하!”
표를 찍지 않으면 그것을 공개하겠노라! 연인 몰래 받아갔으니 그것을 어디에 썼겠는가? 꽤 큰 파문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음흉하게 웃는 아코렐라를 보며, 이안은 예상 밖으로 위험한 자를 제 편으로 끌어들였다는 걸 깨달았다.
역시 뭔가에 미친 자들은 쉬이 건드려서는 안 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헤일, 아주 유능한 막내를 두었어!”
“장관이 된다면 막내가 아니다.”
아코렐라는 이어서 헤일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뒤에서 자리 지키고 있던 두 부서의 부원들도 마찬가지. 평소 동고동락하는 동료들이긴 했지만, 이리 결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다른 후보자 중 황자 저하를 세력으로 업은 자는 또 없을 것이네.”
그것도 마리브와 게일, 둘 다 동시에 말이지.
솔직히 이안에게는 장관 자리를 차지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장관이 되고 난 이후, 안정된 상황에서 마법부 별채를 세운 이후의 일이었다.
‘금기의 마법 조사가 진행되니, 분명 나움의 마법에 관한 단서도 찾아낼 수 있을 터다.’
어찌 보면 웨슬리의 악행이 이안에게는 호재였다. 그로 인해 한 차례 신분 상승은 물론이고, 각종 단서를 찾아낼 수도 있었으니까.
이안은 문득, 나움의 마지막 말을 다시 떠올렸다.
-이안 님. 괜찮습니다. 기회는 언제나, 언제나 있어요. 신께서는 답 없는 문제를 내려주지 않습니다.
돌아간다면, 살아있는 나움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이 끝난 이후로 돌아가게 될까? 그렇다면 자신이 답을 제대로 찾은 게 맞을까?
혹시 못 돌아간다면…….
“이안.”
생각이 끝없이 늘어졌으나, 헤일 대장의 부름에 손쉽게 끊어졌다. 이안은 곧장 표정을 바로 하며 그를 돌아봤다.
“네. 대장.”
“손님이 찾아온 것 같은데.”
“손님이라니요?”
이안은 헤일 대장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조금 열린 틈으로 슬쩍 보이는 둥그런 얼굴. 로만드로였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조심스레 이안을 불렀다.
“저어기, 그, 많이들 바쁘신가? 집무실로 가보니 텅텅 비어있어서.”
“아닙니다.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이안. 연락 딱 기다리고 있게. 내가, 후후훗. 방해하는 것들 아주 다 죽여 버리려니까.”
아코렐라는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그들은 가볍게 인사를 남긴 뒤 회의실을 떠났다. 로만드로가 그녀의 뒷모습을 힐끔거리며 손수건으로 땀을 훔쳐냈다.
“마법사들은 다 저런가?”
“저자가 좀 특이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바쁘시지 않습니까?”
웨슬리의 사건이 있고 나서, 로만드로도 만만치 않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황궁이 뒤집힌 것은 곧 행정부가 뒤집혔다는 뜻이니까.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일 처리를 하던 중, 겨우 짬을 낸 것이다.
“비비안나에게서 연락이 왔어. 저택에 부랑자가 찾아와서는 이것들을 전해주며 보수를 달라 했다 하더군.”
그는 헤일 대장에게 히죽, 웃으며 인사를 한 다음 이안에게 속삭였다. 로만드로가 들고 있는 건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과 마력 브로치와 연결된 나침판이었다. 베릭이 들고 간 것이다.
“베릭이 중앙을 벗어났나 보군요.”
“그건 모르겠어. 부랑자는 그리 멀지 않은 슬럼가에서 왔다 했거든. 아무튼, 비비안나가 바로 사람을 시켜 행정부로 올려보냈네. 확인해 보지.”
스윽.
어디서 맞고 죽을 녀석은 아니다만, 일주일 만에 온 연락이 이것이니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이안이 종이를 펼치자, 로만드로 역시 고개를 쭉 들이밀어 함께 읽었다.
-이 안아. 나대리러와. 찻았 다갇이있다!
“이것이….”
굴러다니는 흑탄으로 적은 것인가? 개발새발, 악필은 차치하고 흐려서 알아볼 수가 없다. 로만드로가 턱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혹시 하샤가 쓴 것일까?”
“로만드로 님. 하샤는 개입니다.”
“아참. 그렇지.”
“하샤가 일러준 대로 그렸다 보는 게 맞겠군요.”
“어찌하나? 데리러 갈 것인가?”
로만드로의 물음에 이안이 나침판을 확인했다. 필시 혼자 올 수 없는 일이 생겨 이리 연락한 것이겠지.
이안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시간이 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