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157
제157화. 마법부 장관이 되다
“다음 안건입니다. 마법부 차기 장관 후보로 이름을 올린 자가 한 명이라 하더군요.”
수상과 각 부처 장관들이 모인 대회의장. 동시에 서류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안에 대한 마법사들의 지지문이 한가득이요, 마법부의 안정화를 위하여 서둘러 달라는 요청문도 잔뜩이다. 수상은 봉을 가볍게 잡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덧붙여, 이안 히엘로 자작의 헌납금이 완납되었다는 보고도 함께 있습니다.”
“자격에는 걸리는 것이 없군요.”
“찬성과 반대, 두 의견만 듣도록 합시다.”
“반대할 것이 있습니까? 장관직을 계속 비워둘 수도 없고, 무엇보다 마법사들의 지지가 이리 강경하니.”
크흠, 장관들은 헛기침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마리브와 게일의 세력이 뒤섞인 상황에서, 두 쪽 다 이안의 취임을 원하고 있었다. 속마음을 뒤집어 깔 수 없으니, 간만 보고 있을 뿐. 개중 아주 소수이지만 딜라이나의 측근들 역시 침묵하며 긍정의 뜻을 더했다.
탕탕!
“좋습니다. 하면 바로 진행하지요. 이안 히엘로 자작의 마법부 장관 취임을 찬성하시는 분들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스윽.
천천히 올라가는 손들. 수상은 조금 놀란 기색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이쪽이고 저쪽이고 볼 것 없이 모두가 찬성표를 던진 게 아닌가. 마리브 측과 게일 측은 서로를 미심쩍게 쳐다보며 침묵했다.
“반대표가 없습니까?”
“…없는 것 같군요.”
“이례적입니다. 한 건의 반대도 없이 대회의를 통과하다니. 실로 이게 맞습니까? 혹, 실수하신 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말씀하시오.”
하지만 모두 침묵하며 태도를 고수했다. 이안이 마법부 장관이 되는 것을 찬성하노라, 그리하면 믿어 의심치 않게 자신이 모시는 주군에게 도움이 되노라 여기는 것이다.
수상은 허, 하고 짧은 탄성을 내뱉으며 봉을 두드렸다.
땅땅땅!
“이안 히엘로 자작의 마법부 장관 취임 안건을 통과시키겠습니다. 오후에 황제 폐하께 전달될 것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최대한 빠르게 공표하도록 진행하지요.”
“좋습니다.”
“이견 없습니다.”
장관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 그도 그런 게, 곰곰이 곱씹을수록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자그마치 장관의 자리였다. 아무리 마법부가 능력 위주의 부서라고 한들, 이안이 신년회를 통하여 입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눈이 녹아 봄이 오려고 하는 시기이건만…….
‘여기 있는 장관 중 대부분이 10년, 아니지. 20년 가까이 녹 먹은 자들인데.’
여러모로 역사를 새로 쓰는 자다. 최초의 귀족 마법사를 이어, 최연소 장관, 최초의 반대표 없는 취임까지.
장관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아무래도 황궁에 실로 어마어마한 샛별이 떠오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 * *
드르륵!
서류를 작성하던 이안이 멈칫거렸다. 소파에 누워있던 베릭은 고개를 빼꼼 내밀었으며, 동시에 마법운용부 식구들 역시 하던 걸 멈추고 몸을 돌렸다.
문에 서서 상기된 표정으로 헐떡이는 토미.
다들 눈치껏 뜻을 알아채서 천천히 일어섰다.
“…왔냐?”
“와, 왔어! 아니, 왔어요! 금빛 마차입니다!”
“좋아아아! 이거지! 와, 높으신 분들 일 처리 빠른 거 오랜만에 보네. 좋아좋아. 이안 장관님 참으로 축하합니다.”
나키나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희에 차 소리쳤다. 베릭도 흥겹게 알 수 없는 춤을 추며 이안의 뒤에서 알짱거렸고, 헤일은 악수를 청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축하한다.”
“모두 덕분입니다. 다들 고맙습니다.”
이안이 밖으로 나가자, 소식을 들은 마법사들이 삼삼오오 먼저 모여 있었다. 그들은 묵례로 경의를 표했고, 바다가 갈라지듯 이안을 위하여 길을 터주었다.
“이안 히엘로 자작은 황제 폐하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어라.”
황궁 행정관 치엘로니아였다. 변경에 있을 때 그에게 영주임명장을 전달하러 왔던 노인이자 몰린의 동료. 그녀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영주가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장관이라니? 그것도 제국의 운명을 그러쥐는 마법부의?
“오랜만입니다. 행정관님. 뵐 때마다 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는군요. 영광입니다.”
이안이 한쪽 무릎을 꿇자, 마법사들 역시 그를 따라 엎드렸다. 여인은 당황스러운 한숨을 삼키며 기품 있는 목소리를 유지했다.
“현재 마법부 장관직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비어있음이 참으로 통탄하다. 하여, 이를 수습하기 위해 바리엘의 황제로서 명한다. 이안 히엘로 자작. 마법부의 지지와 총회의 전원 찬성을 기반으로 하여 그대를 마법부의 새로운 장관으로 임명하노라.”
‘지금 뭐라고 했어? 전원 찬성?’
‘총회의에서 전원 찬성이 나왔다고?’
‘대체 뒤에서 뭘 하고 다닌 것인가? 이안, 저자는.’
‘말도 안 된다. 마법부를 견제하는 세력이 없다니.’
마법사들이 잘못 들었나 싶어 움찔거렸다. 마리브와 게일 그리고 제삼의 세력까지 모두 통합하여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뜻 아닌가? 웨슬리 사태로 흔들린 마법부의 위상이 건재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아니지. 오히려 그 이상이라 볼 수 있을 터.’
이전에는 마리브의 견제라도 있었거늘, 지금은? 아마 황제 폐하를 두고 올라간 안건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리라.
마법사들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금빛 머리칼을 연신 힐끔거리며 경탄했다. 단신으로 대사막을 넘고 살아온 자의 능력이 바로 저런 것이로구나.
“이상, 황제 폐하의 전언입니다. 이안 히엘로 자작은 지금부터 마법부의 18대 장관이며, 그 권한을 이어받았습니다. 바리엘 대제국과 폐하를 위하여 헌신하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축하합니다. 흠, 그러면 이만.”
이안은 치엘로니아가 내려주는 임명장을 받으며 고개를 조아렸고, 그녀는 미련 없이 마차를 타고 마법부 정원을 벗어났다. 마법사들이 한 명씩 다가와 이안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이안 장관님.”
“축하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고맙네.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마무리하시오.”
이안은 가볍게 웃으며 마법사들을 격려했다. 보통은 취임식과 그에 걸맞은 파티가 열려야 하거늘, 상황이 상황인지라 서류 더미에 파묻혀서 명예를 누리게 되었다.
드르륵.
“이안, 추카추카! 오늘 비비안나한테 말해서 파티 열어달라고 할까? 요즘 소고기가 그렇게 싸대!”
“베릭, 너에게 아직 소고기는 이르다.”
“왜? 24시간 밀착으로 너, 주인님 지키고 있잖아.”
“오호, 그래? 훈련장에는 사람이 없고, 저택에는 아스타나인들로 불편하여 여기 있는 줄 알았는데.”
뭐, 조금은 비슷하다. 훈련장에서는 밥통 혼자 비웠다고 관리인에게 쫓겨났고, 저택은 손님이 많아지며 나오는 고깃덩이가 줄었다. 미니가 창고에 자물쇠까지 걸어버렸으니.
타앗!
이안은 서류 더미를 베릭에게 던지며 고갯짓했다. 빈둥빈둥 누워있지만 말고 힘 좀 쓰라는 듯이.
“장관실로 자리를 옮긴다. 여기 있는 짐들 모두.”
“장관실! 거기는 소파가 더 푹신해?”
“웨슬리의 안목이 고급이었다면.”
“가자! 가자가자!”
베릭이 무거운 상자를 거뜬하게 들며 의욕을 보였다. 길을 몰라 복도 좌우를 계속 왔다 갔다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법운용부에게는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말 편하게 하십시오, 장관님.”
“…고맙네. 자료실로 가서 열람이 불가했던 1급 기밀 자료를 모두 내오게. 금기의 마법도 좋고, 사령술에 관한 것도 좋아. 목록을 가리지 말고 접근 제한이 걸린 것은 모두 장관실로 올리게나.”
“서류화하여 가져오면 되겠습니까?”
“그래. 그리고 각 부서의 대장들에게 1급 외 보안 자료 열람을 허락한다.”
“네. 알겠습니다.”
장관의 첫 지시. 그리고 기밀 자료의 열람. 이것은 지체되고 있는 조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또한, 장관실과 제일 가까운 부서가 마법지원부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사무실을 교체하시오.”
이는, 장관이 바뀌면서 부서의 실세 라인 역시 바뀌었다는 걸 뜻했다. 다들 짐작하고 있었기에, 마법지원부는 일찌감치 이삿짐을 싸 둔 상태. 아마 지금쯤 짐 더미를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을지도.
“자자, 움직이자고. 할 일이 많아.”
헤일이 담배를 비벼끄며 손을 튕겼다. 새로운 장관의 취임으로, 마법부 건물은 온종일 시끌벅적, 어수선했다. 오후 해가 느지막이 질 때쯤 돼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을 정도였으니.
드르륵! 쿵!
“마지막!”
“그래. 잘했다.”
베릭이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며 상자를 내려놓았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방이 빼곡하다. 하지만 그는 꾸역꾸역 소파에 자리를 만들어 몸을 웅크렸다.
“와아아. 다른 건 모르겠는데 웨슬리 걔, 안목 좋았던 것 같아. 소파 진짜 부드럽고 푹신하다.”
사락.
이안은 피식 웃으며 서류를 천천히 훑었다. 모두 확인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러니 일단은 선택적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게 효율적이다.
‘아, 이것은…….’
그 틈에서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했다. 딜라이나가 그랬지. 진실을 알게 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이안은 잠시 멈칫거렸으나 이내 망설이지 않고 서류를 넘겼다.
-…보름달이 뜬 00월 00일 새벽 세 시경. 후궁 딜라이나의 산통이 시작. 이내 황궁의 불이 모두 켜졌고, 황제 폐하 역시 기침하여 산실로 향했다.
일대기 식으로 쓰인 상세한 보고서였다. 당시 산후를 도왔던 산파와 의사의 증언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산통이 계속 이어졌으나, 아이가 나올 기미가 없어 딜라이나는 의식을 잃고 찾기를 반복하였다. 아침 해가 뜰 때쯤, 의사의 주장으로 결국 딜라이나의 배가 갈라졌다.
“……?”
-동시에 신탁이 내려졌다. ‘나중에 태어난 자가 먼저 태어난 자를 죽일 것이다.’, ‘황좌에 가까운 자가 죽으면 황실의 대가 끊어질 것이라.’
이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앞의 신탁은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었으나, 뒤엣것은 아예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좌에 가까운 자가 죽으면 황실의 대가 끊어진다니?
‘이 때문에 아르센을 과보호하는 듯하였구나.’
…황실의 대.
참으로 모호한 말이었다.
황가의 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황제 이안이 있던 시절까지 ‘베로시온’이 이어졌으며, 핏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미 방계를 거듭하여 희미해지지 않았나. 자신 역시 외부에서 들어온 황제였으므로.
-배를 가르자 난산의 원인이 드러났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목을 쥐고 있었으니, 의사가 잡힌 아이를 먼저 꺼내 숨통을 터주었다. 이어 아르센이라, 형을 공격하였던 자는 진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이안은 그 문장을 곰곰이 되씹으며 상황을 그려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죄인이었구나. 그리하여 죄인으로 자라고 있어.
“참, 이것이…….”
“왜? 뭐 재밌는 거 있어?”
베릭이 말을 걸었으나, 이안은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서류를 넘기며 황궁의 진실에 다가갔다.
스윽.
그리고 이내, 웨슬리가 보고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것. 금기의 사령술에 관한 보고서였다.
“확실히 양이 꽤 많군.”
“이아아안. 뭐 재밌는 거 있냐고.”
“아아, 그래. 그렇지.”
베릭의 칭얼거림에 이안이 서류를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이제부터 재밌어질 것이라는 뜻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