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179
제179화. 지금 3황궁은
콰앙!
마법부 쪽에서 들리는 폭발음. 앞서 뛰어가던 베릭이 급하게 멈추는 바람에 아코렐라는 코를 박고 말았다. 그녀는 안경을 바로 세우며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아프잖아! 뭔데!?”
“마법부 뭔 일 난 듯.”
“마리브가 병사들 끌고 갔으니까 당연하지! 3황궁도 곧 저 지랄 날 거니까 빨리 움직여.”
“아씨. 괜히 따라왔네. 이안이 혼자 괜찮나?”
베릭의 중얼거림에 아코렐라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마법부의 장관, 이안 히엘로다. 혜성처럼 나타나 대제국 바리엘의 서열 4위 자리를 꿰찬, 이안 히엘로!
“누가 누굴 걱정해? 그리고 따라오다니?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너는 내 호위를 명 받은 거라고.”
“그나저나 저기요. 님 저 아세여? 아까부터 자꾸 거슬리네.”
“님? 니이임?! 나는 아코렐라! 마력석관리부의 대장이니라!”
“그래봤자 주인이 이안 아니세요? 나도 그런데?”
“둘 다 제발 조용히 좀 하세요!”
허공에서 전방을 주시하던 토미가 참지 못하고 꾸짖었다. 왈왈왈. 미친개들의 조합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생각보다 더 피곤하다. 안 그래도 매캐한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데, 저리 정신을 어지럽히다니.
“3황궁 인근에서 불이 난 것 같습니다. 병사들은 그렇다 쳐도, 갖고 올 게 그림이라면서요. 불 옮겨붙으면 곤란하니까, 잡담 그만하고 서두르시죠.”
“잡담이 아니라 기강을 잡는 게다!”
아코렐라가 다시금 소리쳤으나, 베릭은 혀만 베- 내밀고서 3황궁으로 뛰어갔다. 정확히는 토미의 그림자를 쫓는 거지만.
타닥타닥!
“토미! 마법부 쪽은 어때?”
“여기선 잘 안 보여.”
창공을 가르는 포탈로 인해 마법부 절반이 가려졌다. 폭발음으로 봐서 확실히 무슨 일이 생긴 건 분명하거늘, 토미는 한숨을 겨우 삼키며 참담해진 광경을 돌아봤다.
‘고작 하루.’
사실상 밤중부터 시작된 흐름이었으니,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 수백 년을 이어온 역사의 산물이 이토록 허무하게 파괴될 수 있다는 걸 어찌 몰랐을까.
마리브과 게일은 지금 저들이 하고 있는 짓이 어떤 것인지 알고는 있을까?
“베릭. 저기 마리브의 병사들이 보인다.”
“죽이고 가?”
“아니. 우리가 먼저 도착할 것 같아. 그림을 갖고 나올 때 고생 좀 하겠어.”
토미는 가까이 다가오는 마리브 병사들의 깃대를 확인하고서 일러주었다. 베릭은 대답 대신 흑검을 휘두르며 발돋움을 더욱 힘차게 했다.
타앗!
“같이 가! 이것들아!”
아코렐라의 외침만 아니었다면, 더더욱 빠르게 달릴 수 있었을 터. 그녀는 3황궁에 당도하자마자 바닥을 짚으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대부분 연구실에서 생활하는 연구가에게 너무 혹독한 운동 아니던가.
“끄어억.”
“아, 드러. 그림 하나만 가져가도 된다며? 자자, 골라골라. 뭐가 엄청 많네.”
건물 안내도, 기하학 벽 장식 무늬, 3황궁의 책임자로 보이는 자의 초상화, 거대한 창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꽃 그림 등등. 화가의 손을 통해 나온 그림이 시선 닿는 곳마다 걸려있었다.
아코렐라는 입가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건 아닐 거다.”
“그러면?”
“리퀴석이 반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위 귀족들 사이로 마력석 바른 그림이 유행했거든. 아마 황제 폐하의 비밀 통로를 숨기기 위하여 황실이 일부러 유행을 주도했을 것이라.”
그렇다면 고위 귀족들이 즐기는 것을 찾는 게 빠르다.
“최대한 크기가 크고, 화려하며, 신성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 확률적으로 높다. 우선 나는 저쪽으로 돌며 그림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을 터이니, 베릭 너는 반대로 돌아보며 비슷한 그림을 떼오거라. 토미. 너는 나를 지켜.”
최대한 시간을 줄이기 위한 지시였다. 아코렐라의 말에 베릭이 바로 왼쪽 복도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이쪽?!”
“그래. 떼 와서 여기에 쌓아둬.”
타닥타닥!
바람처럼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아코렐라는 마력을 개방했다. 온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달구어지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머리가 울렁울렁하여 또다시 욕지기가 올라올 것만 같다.
“괜찮으세요?”
“어. 가지.”
“리퀴석, 구분 가능할까요? 섞였다 하더라도 극소량일 것이고, 무엇보다 다른 하급 마력석과 섞였다면 곤란한데요.”
그녀는 베릭 때문에 자국 남은 안경알을 치켜세우며 슬쩍 웃었다. 자신도 그게 궁금한 참이다.
“한번 보자고. 흐흐.”
매일 같이 만지고, 느끼고, 맛보는 마력석이다. 반평생의 연구실 인생을 시험하는 기분까지 든다. 그녀가 낮게 웃음을 흘리자, 토미는 멈칫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저 웃음, 마법사들한테 물약 실험할 때 그거잖아.’
베릭이랑 자리를 바꿀까, 고민하던 그때. 베릭은 복도를 내달리며 스쳐 지나가는 그림을 대충 훑고 있었다. 크고 화려하며, 신성시되는…….
“어라?”
복도 끝,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그림이 문득 보였다. 천사 열댓이 화사하게 웃는 모습. 베릭은 팔짱을 끼며 고심하는 신음을 흘렸다.
“음. 이건 너무 큰데.”
어떻게 들고 가? 아니지. 들고 가려면 갈 수는 있지. 딜라이나를 업었던 것보다 두 배, 세 배 개고생하면 되니까.
“패스!”
어차피 그림은 하나만 가져가도 된다. 베릭은 명쾌하게 소리치며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다시 스르륵 움직이는 천사의 눈동자.
“아니다!”
베릭이 갑자기 뒤를 휙, 돌자 그대로 멈췄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몰라도 입을 다시고 있었다.
“졸라 큰 거 갖고 가면 고생했다고 고기 더 주겠지?!”
키키 웃으며 그림으로 다시 다가온 베릭. 떼어내려고 손을 뻗는데,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고작 몇 초에 달할 만큼.
그런데 어째서 뭔가 바뀐 것 같은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베릭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시각이라 그런 것일까.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말았다.
“오!”
천사들이 모두 자신을, 정확히는 감상하는 자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왼쪽의 한 천사만을 제외.
베릭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손을 튕겨댔다.
“왜 얘만 눈이 이따구래?”
베릭이 가까이 다가가서 천사의 얼굴을 뜯어 살폈다. 눈동자가…….
‘깜빡?’
깜빡였다! 눈싸움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짧고 빠르게! 너무 놀란 베릭이 저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며 천사의 얼굴을 내려쳤다.
“끄아으아아라악!”
콰아앙!
“…쒸. 쒸바, 저거 뭐, 뭔.”
“베릭! 베릭! 무슨 일인데?”
소란을 들은 토미가 먼저 달려왔다. 보기 드물게 사색이 된 베릭이 숨을 헐떡이며 토미를 쳐다봤다.
“왜 그래?”
“그림, 이거 눈까리 움직여!”
“뭐?”
“움직인다고! 방금 눈 깜빡였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타닥타닥!
“토미! 나 지키라니까!”
아코렐라가 제 상체만 한 작품을 옆구리에 끼고서 따라 달려왔다. 애써 들고 온 게 무색하게끔, 그녀는 작은 것을 던져버리고 천사의 그림에 가까이 다가갔다.
지이잉. 지잉.
그리고 보다 강하게 마력을 불러내며 리퀴석의 흔적을 찾았다. 오감을 넘어선 육감으로 느껴지는 마력석의 힘. 아코렐라는 그림에 얼굴을 비비며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하하! 이거다! 이거! 리퀴석 확실해!”
“그, 그거라고?”
“무조건이다. 마력석관리부 막내 생활 10년, 부대장 생활 3년, 대장 생활 5년의 경력이 말해주는 듯하구나! 리퀴석 210그램, 알라툼 15그램, 코리도시아 150그램……!”
토미는 아코렐라를 옆으로 치우고 그림을 내렸다. 합금 액자만 해도 십수 킬로그램은 나갈 것이라, 베릭과 앞뒤로 하여 단단히 붙잡았다.
“확실하다면 시간 지체할 것 없이 갑시다. 베릭, 꽉 잡아.”
“좋아! 십시시발!”
“…십시일반이다.”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3황궁을 나섰다.
바깥으로 나오자, 그새 인근의 화재가 번졌는지 매캐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아코렐라는 안경을 바로 쓰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왜 포탈이 없지?”
“어?”
그녀의 물음에 두 남자도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맑고, 푸르다. 검은 달의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베릭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검은 달 어디 갔어? 원래 이렇게 빨리 없어져?”
“…발동했거나, 아니면 마법진이 사라졌거나.”
그리 말하는 토미의 목소리에 당혹스러움이 물씬 묻어났다. 전자든 후자든 마법사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분명했으니까.
“우, 우리 마법부 건물로 돌아가도 되는 거 맞아? 포탈 가동이면 마법사들이 단체로 대피한 거고, 마법진 사라진 거면 다 죽었다고 보는-”
아코렐라는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말을 뱉었는지 깨닫고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 베릭이 잡고 있는 그림을 놓으며 검을 잡아들었다.
사아악.
망설임 없이 단전에서 끌어올리는 마력. 흑검의 주위로 보랏빛 오라가 감돌았다.
“베릭! 안 돼! 마법사들한테 무슨 일 생긴 거면 우리가 그들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어!”
아코렐라가 다급히 붙잡았으나, 베릭은 담담하게 그녀의 손을 쳐냈다.
알게 무엇이란 말인가. 마지막 기회고 나발이고, 그것도 이안의 판단 아래 세워지는 가치다.
베릭이 해야 할 일은 주인을 구하는 것.
“나 먼저 간다.”
타앗!
“저기 있다! 저기, 마법사들이다!”
“잡아라! 죽여도 좋다!”
타닥타닥!
그때, 마리브의 병사들이 세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아코렐라가 반사적으로 보호막을 펼치는 짧은 순간. 베릭이 검을 크게 휘두르며 진영에 뛰어들었다.
촤아아악!
콰직!
“으아악!”
“물러서지 마라! 상대는 한 명이라고!”
“미친, 아악! 살려줘! 눈! 내 눈!”
“마검사인가? 대열을 지켜라!”
“동시에 덤벼! 동시에!”
“와아아악!”
검술이 아니다. 그저 살육이다. 갑옷이 가려지지 않은 얼굴과 목덜미에 무차별적으로 검을 찔러 넣으며, 오로지 죽이기 위한 공격을 퍼부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베릭이 즐거워하지 않고 있는 것.
“나 바쁘니까-!”
퍼억!
“다 죽인다.”
토미와 아코렐라조차 베릭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아군과 적군의 구분 없이, 그저 거슬리는 걸 모조리 꺾어내고자 하는 기세라.
촤아아악!
“하아, 하아…….”
“흐익!”
병사들은 전우가 갈가리 찢기는 것을 보고 도망쳤다. 쫓아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베릭은 흑검을 잡고서 마법부 쪽으로 다시 뛰었다.
“아 씨, 진짜, 이안 죽었으면 어떡하지?”
“이안 님이 죽긴 왜 죽어? 지금 사태 해결할 거의 유일한 사람인데!”
“몰라! 나 진짜 먼저 간다!”
“이놈아! 그림 들고 가! 아오!”
아코렐라가 베릭의 뒤통수에 주먹을 날려댔다. 하지만 베릭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고, 인근에는 죽어가는 병사들의 신음만 가득했다.
“저런 미친놈을 부하로 둔 사람인데, 죽긴 왜 죽겠냐고. 어우, 등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베릭 대신 그림 끄트머리를 잡았다. 크기도 크기인데 무게가 역시 엄청나다.
“토미, 이거 옮기는데 쓸 만한 마법 없어?”
“후송은 나키나 담당이라. 한번 해볼까요?”
“…됐다. 괜히 마력석 반응해서 문제 생기면 그것도 곤란해. 하아아. 들어볼게. 하나, 둘, 셋! 읍!”
아코렐라는 인상을 꽉 찌푸리며 손을 달달 떨었다. 안 그래도 드넓은 황궁, 오늘따라 유독 마법부가 멀어 보였다.
아코렐라가 힘겹게 발걸음을 떼는 순간.
타악.
그녀의 팔을 붙잡는 자가 있었으니.
“헉!”
“아코렐라 대장에게 떨어지십시오, 저하!”
‘살아남았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게끔 꽤나 엉망인 모습. 게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