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260
제260화. 임명식 준비에 앞서
“사람이 할 짓입니까?”
마법부에 둘 있는 치유 마법사가 아코렐라를 질책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마력이 심상치 않았다.
박동이 불규칙하여 불안정했고,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희미했으며, 무엇보다 그 온기가 차갑다. 내장이 죄다 뒤집힌 베릭과 상태가 그닥 다르지 않은 것이라.
“마력증폭제 부작용인데…….”
“그것만이 문제가 아닌 걸 알잖아요.”
“사실 그렇지. 내가 모르는 부작용이 없을 리가. 아무래도 그걸 기반으로 한 복합적인 반응인 것 같지?”
마력증폭제로 인해 신체에 균열이 생겼다. 그런데 그 와중, 마력을 흡수해 버리는 이드갈을 지지고 볶으며 연구하였고, 신성 물품인 드래곤 각린까지 가까이하지 않았나. 치유 마법사가 아코렐라의 옆구리를 들추며 꿍얼댔다.
“아우, 부끄러.”
“지랄하지 마세요. 살비늘 일어나고 있습니다.”
“헉. 진짜?”
허리선을 타고 일어나는 살비늘. 비늘 아래로는 살갗이 찢어져 피가 맺혀있었다. 아코렐라는 손으로 더듬더듬, 그걸 매만지더니 의아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그거다. 드래곤 항원항체 이상 과민 반응.”
“…감염병이라 하십시오. 비늘, 아프십니까?”
“아니, 아직.”
“…미리 진통제를 드셔야겠어요.”
까끌까끌, 이질적이다. 확실히 신체 면역이 떨어지긴 했나 보다. 헤일에게 들려온 것도 기억 안 나고, 이런 신체적 반응까지 일어나다니. 한계 중에서도 한계다.
그녀는 모든 게 귀찮다는 듯 뒤로 벌러덩 누웠다.
“조금 있으면 더 아프겠지?”
“대체 뭐 했습니까. 앓는 며칠 동안.”
“아 몰라. 지하실에 있으면 시간 감각이 없어져.”
“…상태가 이런데, 직접 만든 이상한 약까지 계속 드셨죠.”
마법사는 아코렐라의 주머니에서 작은 약통을 꺼냈다. 제발 이상한 것 좀 그만 먹으라고 일렀는데, 이놈의 미친 과학자는 나라에서 승인한 의약품이 겉멋으로 있는 줄 아나 보다.
마법사들이 살벌한 눈빛을 쏘아대자, 아코렐라가 보호경을 쓰며 시선을 차단했다.
“그거 안 먹으면 뒤질 것 같아서.”
“그래서 지금 뒤져가고 있는 겁니다.”
“…나 대장인디.”
“대장이고 뭐고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도 다행히 말대답할 여유는 있나 보다. 헤일 대장이 아코렐라를 데려오는 와중, 계속해서 마력을 불어 넣어준 덕이겠지.
그녀는 탁상에 놓인 수건으로 연신 입가를 닦아냈다. 씁쓸하고 비릿한 피 맛이 영 가시질 않았다.
똑똑.
“이안 님.”
“아코렐라, 몸 상태는?”
피곤해 보이긴 하다만, 그것이 다였다. 스물한 구의 시체를 광장에 매달고, 군중들의 돌팔매질을 허락하며, 일곱 가문의 나머지 혈계자 머리통까지 모두 확인한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이안의 물음에 아코렐라가 죽을 것 같다는 듯이 눈을 뒤집었다.
“치료는 어찌하나?”
“그게, 이거 완전 종합 세트입니다.”
“이거? 너 지금 이거라 그랬냐?”
“마력증폭제 부작용을 기반으로 한 거라, 저희도 조치하긴 할 건데, 이미 신체적인 합병도 많이 진행되어 있어요. 그쪽은 의사에게 맡기는 게 맞겠습니다.”
“기억이 자꾸 끊어진다고 하던데.”
“재판 중반부터 기억이 완전히 날아갔어요. 지금은 괜찮아 보이는데, 또 상태 안 좋아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호라, 이제 알겠다. 나 기억 잃을 거 알고 막말하는 거였구먼?”
“제발, 대장.”
“헤, 농담.”
아코렐라는 옆구리를 들추며 살비늘을 보였다. 각혈이 멈춘 대신, 이제는 그쪽에 피가 흥건하다. 뒤따라 들어오던 로만드로가 화들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사람 피부에 저게 무엇인가?
“이게 뭔지 아십니까?”
“처음 보는데.”
“이거, 드래곤 비늘입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흔했는데, 모르시는구나. 보통 드래곤 서식지 근처에서 일어나는 풍토병이라 보시면 됩니다. 드래곤이 가진 병원체가 인간에게 옮겨지면 이렇게 비늘이 나는데…….”
이안은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래곤의 비늘은 이처럼 납작하지 않았다. 체투르 구역에서 압수한 것은 원석이라 오인할 정도로 입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지 않았나? 아코렐라는 제 옆구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이게 곪으면 점점 부풀어 오르면서 굳어버립니다. 그 흑원석처럼요.”
“아코렐라! 자네 왜 남의 일처럼 말해?”
“로만드로 님, 괜찮아요. 드래곤 사육이 무분별할 때 비위생적이거나 이상 교배의 원인으로 돌던 병이거든요. 지금은 다들 관리가 철저해서 안 보인 지 꽤 되었어요. 물론 치료제가 보관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제조법은 확실히 있습니다.”
“전염은? 우리 이렇게 대화 나눠도 되는 건가?”
“와, 서운하지만 합리적인 반응이라 할 말이 없네요. 키킥. 네네. 괜찮습니다. 사람끼리는 안 옮기고요, 각린과 직접 접촉해야 옮는 것입니다. 지금은 제가 상태가 좀 메롱이라 재수 없게 걸린 것…….”
“사, 상태가 메롱이면 걸리기 쉽고?”
“아무래도요? 어린이나 노인도 취약하죠.”
“우리 다 지금 상태 안 좋잖아!”
“하하하. 로만드로 님은 좋아 보이시는데.”
로만드로가 걱정하여 길길이 날뛰는 동안, 이안은 가만히 서서 턱을 문질렀다.
아코렐라의 말에 따르면, 체투르 구역에서 압수했던 각린에 문제가 있고, 그 출처가 문제의 온상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 않나.
이안은 반쯤 내려온 머리칼을 넘기며 물었다. 온종일 바쁘게 일정을 보았더니, 아침의 단정한 차림새는 가벼이 흐트러져 있었다.
“체투르에서 압수한 걸 모두 폐기해야 하나?”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만든 흑갑옷은 또 모르겠네요. 조사해 볼게요.”
“대장!”
“저 말고, 제 부하들이. 음음. 넵.”
아코렐라는 항복한다는 듯 두 손을 들며 다시 벌러덩 누웠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혹 관리를 잘못해서 전염병이라도 돈다면 그 뒷감당을 어찌 하겠나?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니라 황궁이 근원지라면 더더욱, 일 처리가 복잡해진다.
“로만드로 님.”
“아, 그래.”
당장 각린을 없애버리겠노라, 로만드로는 이안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서둘러 뛰쳐나갔다.
아코렐라는 옆에 놓인 양동이에 피 섞인 침을 뱉어내며 요청했다.
“아무튼, 이안 님. 저 상태 이러니까 유급휴가 주세요. 보너스도 주세요. 루론석으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억이 사라지는 건?”
“몰라요. 그게 어떤 것 때문에 일어난 증상인지.”
예상하기로는, 마력증폭제와 흡수제 이드갈의 충돌로 인한 현상 같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몸 상태가 조금만 나아지면 바로 연구해 봐야지. 혹시 몰라,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물약을 만들어 낼 수도!
아코렐라는 베개를 껴안은 채 키득거렸다. 그걸 알아챈 것일까. 동료 마법사가 눈을 번뜩이며 그녀의 보호경을 거칠게 찰싹 때렸다.
“지하실 접근 금지입니다.”
“뭐!? 미쳤어?”
“미친 건 대장이고요. 휴가 뜻 몰라요? 정신 차리고 제발 몸조리 좀 하세요. 이안 님도 그렇고, 안 그래도 손이 모자라 죽겠는데 대장이 이러면 어찌합니까? 예? 이안 님. 이안 님도 송구하지만, 말 나온 김에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번에 피 흘리셨는데 저희 안 부르셨죠?”
이런. 이안은 자리를 피할 요령으로 슬쩍 일어났다.
두 번 연달아 일어난 사태에서, 다른 마법사들보다 유독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생한 자들이다. 게다가 수는 고작 둘. 대장들의 피로와 부상 따위에 민감할 수밖에.
끼이익.
“이안 님! 이안 님!”
“아코렐라. 휴가는 처리해 두겠다.”
“어디 가세요? 저기요!”
“푹 쉬며 치료하여라.”
콰앙!
아코렐라가 손을 쭉 뻗으며 이안에게 도와달라 소리쳤으나, 문은 사정없이 닫히고 말았다.
허공에서 멈춘 아코렐라의 손. 그녀는 낄낄 웃으며 다시 침대에 정자세로 누웠다. 그러곤 어지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고, 이내 더듬거리며 양동이를 찾았다.
“우웁-”
한참이나 피를 쏟아내는 아코렐라. 반사적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으나, 보호경 반사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치유 마법사는 그걸 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계속 등을 두드려주며 마력을 불어넣어 줬다.
“아코렐라 대장은 좀 어떤가?”
한편, 복도를 나온 이안은 진과 마주했다. 아이는 굉장히 걱정스러운지, 두 손을 꼭 모은 상태였다. 이안은 가볍게 무릎 꿇어 시선을 맞췄다.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평소처럼 장난을 치긴 했어도, 안색이라든가 호흡의 불안정 그리고 목소리의 떨림 따위가 확연했다. 옆에 놓인 양동이에 핏물이 가득했던 것도 그렇고. 인제 겨우 고비를 넘겼을 뿐이라.
“그래? 하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원.”
“걱정 거두십시오, 저하. 아코렐라는 강한 자 아닙니까. 그보다 우려를 잠시 접으시어, 당분간 이쪽으로 걸음 하시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왜?”
“아코렐라가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감염 매개체인 각린과 직접 접촉해야 한다지만, 걱정도 되고요. 아이와 노인 그리고 면역이 떨어진 자에게 위험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안 경도 조심해야겠어.”
“예. 그렇습니다.”
조만간 각린과 가까이 했던 마력석관리부 부원들을 중심으로, 황궁친위대와 관련자들의 감염 여부를 조사할 터.
아코렐라만 저러는 것으로 보아, 증폭제가 일종의 발병 기폭제가 된 것이라. 다른 자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타닥타닥!
앞서 걸어가던 진이 몸을 빙글 돌렸다. 아코렐라가 걱정되긴 한다만, 그것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그렇다. 이안은 말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계자 임명식 때 오는 외국 손님들 초대장은 내가 직접 쓰는 게 관례라고 들었는데.”
“아.”
보통 후계자 임명식은 성인식을 치른 후, 그러니까 굳이 예를 들자면 마리브의 나이쯤 되었을 때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때쯤이면 자연스럽게 타국의 후계자들 혹은 고위관료들과 친분을 쌓았을 테니, 친필로 초대장을 보내는 것이라. 관례라기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까웠다.
“혹 저하, 저하께서 따로 친분을 유지하는 외국 사신이 있으십니까?”
진은 어리고, 여태 저주받은 아이였으며, 며칠 전만 해도 아르센이 득세하던 상황이었다. 당연히 외국 친분이 있을 리 없다. 부드럽게 돌려 묻는 말, 진은 수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없네만.”
“그렇다면 굳이 친필로 보내실 것 없습니다. 혹 나중에 인연이 생기신다면, 대관식을 위한 초대장은 직접 쓰시는 게 좋겠어요.”
대관식,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그날. 그때는 진이 직접 손님들을 부를 것이라.
아이의 벽안이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아까 낮에 제국민들을 만난 이후로, 황제의 자리가 더욱 진심으로 소중해지는 아이였다.
“응. 알겠어.”
“그래도 저하의 손님들입니다. 친필 서신을 대신하여 직접 환대하면 충분할 것이니, 그들이 오기 전에 미리 숙지하고 계심이 어떠십니까?”
“물론! 이안 경이 일러주어!”
진이 가볍게 폴짝이며 이안의 소매를 잡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안 역시 외국의 사정에는 훤하지 못했다. 크고 작은 역사 따위는 머릿속에 있어도, 현재 그쪽의 실세가 누구이고 성향과 특징 따위가 어떻게 되는지는 전무에 가까웠다.
“송구합니다. 저도 잘 알지 못하니, 음. 로만드로 님이 돌아오면 함께 공부할까요?”
“로만드로? 좋네.”
체스판을 움직이려면 적어도 그 위의 말들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식으로 움직이며, 언제 움직일 수 있는 지 등등.
이안은 시아오시에게 손짓하여 일렀다.
“로만드로 님에게 일 처리가 끝나면, 해당 자료를 보고하라 전해라. 그리고 가문의 뒷정리 및 임명식 준비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