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333
제333화. 마법사들의 대회의
수상은 안경을 바로 쓰며 서류를 읽어내리고 있었으나, 보좌관은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장도 넘어가지 않은 것을 말이다. 그는 펜을 만지작거리다가 시계를 확인하는 등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째깍째깍, 분침이 움직일 때마다 수상의 시선이 집무실 문 쪽으로 움직였다. 아마 다른 고위 관료들 또한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으리라.
똑똑.
바깥에서 조심스럽게 들려오는 인기척. 수상이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부디 간절하게 기다린 만큼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염원과 함께.
“들어오라!”
하지만 고개를 들이민 시종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수상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으로 쓰러지듯 제자리에 앉았다.
“송구합니다. 소식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회의를 소집하라 이를까요?”
“…그래. 긴급으로. 마법사들 또한 전원 참석하라 일러라.”
“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끼이익.
문이 닫히자, 수상은 주름으로 깊어진 눈매를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클리포포드로 넘어간다던 이안의 무리와 연락이 끊어진 지 벌써 일주일. 열 마리에 달하는 전서구를 보내보았지만, 답신은커녕 되돌아오는 새 한 마리가 없다.
이것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클리포포드는 어찌하여 응답이 없는 것인가?
“수상님.”
“그래.”
곧이어 준비를 마쳤다는 부름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종된 것은 마법부 장관을 비롯한 마법사들과 황궁친위대 둘. 이는 황궁에서도 고급 중의 고급 인력이니, 그 진위를 확실히 밝힐 필요가 있었다.
타닥타닥!
히이잉!
수상의 마차가 본궁으로 내달렸고, 그와 동시에 수십 대에 달하는 마차들 또한 같은 곳을 목적지로 하여 내달렸다. 긴급 대회의 소집에 응하는 관료들과 마법사들의 움직임이다.
“로만드로.”
“전하?”
“쉬이.”
대회의실로 들어서는 계단. 로만드로의 팔을 잡아채는 이가 있었으니, 진과 시아오시였다.
진은 주위 시선을 인식하며 그를 모퉁이 뒤로 데리고 갔다. 아이는 입술을 연신 깨물며 속삭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마법부에서는 짐작 가는 바가 있는가? 이안 경이 연락되지 않은 게 벌써 일주일째라.”
읊조리듯 윽박지르는 말투가 여간 초조한 게 아니었다. 로만드로는 아이와 시선을 맞추며 침착하게 달래주었다.
“전하. 진정하십시오. 우선, 이안이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를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하지만…….”
클리포포드의 마차를 조사하고, 본국으로 넘어가더니 연락되지 않는다. 이보다 더한 의심이 필요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클리포포드에서 변고를 당한 게 분명했다. 사실상, 대회의에 모이는 관료들 모두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마법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안은 사막 한가운데서도 살아 돌아온 자입니다. 베릭도 함께 있지요. 걱정하실 것 하나 없습니다. 자아, 대회의에 들어가시지요. 보는 눈이 많으니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진과 이안 사이의 거리는 곧 황실과 마법부의 거리를 의미했다. 로만드로는 이상적인 관계를 위하여 멀어지길 원하는 이안의 의도를 이해하고, 받들 의무가 있었으니. 그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잠깐, 로만드로. 이드갈에 대한 조사가 어디까지 되어가고 있나?”
진이 다시금 그를 붙잡으며 속삭였다. 이는 더더욱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발언이었다.
시아오시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인기척이 없는지를 연신 확인하였고, 로만드로는 무언가 심각한 사안임을 인지하여 다시금 무릎 꿇었다.
“…이드갈에 대한 조사는 황궁에 올린 보고서가 전부이고, 아직 진전된 것이 없습니다. 담당자인 아코렐라가 병결인 탓도 있지만, 보유한 이드갈의 수가 한정된 터라 쉬이 분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로만드로 또한 이안의 마지막 쪽지 내용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이드갈에 대한 전폭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무언가를 알아채고 멈칫거렸다.
“전하, 혹시…….”
“대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니, 인지하고 있으라.”
마법부에서는 이드갈을 추적하여 그 존재 자체를 궤멸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마법부를 견제하는 자들은 그 대신 자신들이 손에 쥐는 걸 원할 터.
로만드로는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하필이면 이안이 없을 때 이런 상황이라니.
“전하. 인기척이 들립니다.”
“로만드로.”
시아오시가 멀리서 다가오는 발걸음을 느끼고 진에게 일렀다. 그러자 진은 로만드로의 어깨를 잡으며 시선을 단단히 마주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올곧은 벽안의 눈동자가 그를 다독이고 있었다.
그대라면 할 수 있다고, 자신 또한 그것까지는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외적인 시선이 있는 탓에, 전면에서 도울 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긴다고.
스윽.
진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먼저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오가던 타 부서 관료들이 복도 한가운데 무릎 꿇고 앉아있는 로만드로를 보고 흠칫했다.
“로만드로 님 아니십니까? 문제 있으십니까?”
“어? 아아, 아닐세. 그, 잠시 어지러워서.”
“잡아드릴까요?”
“아니, 아니. 괜찮아. 들어감세.”
로만드로는 멍한 시선으로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이미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도착해있었고, 마법사들 역시 한쪽에 모여 로만드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안이 없는 지금, 그의 보좌관인 로만드로가 이안의 대리인이나 마찬가지니까.
“자, 모두 모였으면 회의를 시작하지.”
타앙! 탕!
끼이익.
수상이 봉을 두드림과 동시에 문이 닫혔다.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 섞인 투로 턱을 매만졌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말이다.
오랜 시간 공직에 있었으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른 자도 아니고, 마법부 장관이 마법사들과 함께 연락 두절이라니.
“제국방위부 측은 연락이 들어왔는가?”
“네. 어제쯤 도착하여 경비대를 만나 조사 중에 있다고 합니다. 오늘 저녁쯤 다시 전서구가 들어올 예정입니다.”
포탈을 타고 바로 국경으로 이동한 마법사들과 달리, 제국방위부는 말로 움직였기 때문이 이제야 문제의 장소에 도착한 것이다.
사실상 이안이 클리포포드 마차와 접선하여 내막을 알아내어 필요 없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그쪽에서도 나름의 조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클리포포드로 날린 전서구가 몇입니까?”
“…정확히 열둘입니다.”
“그중에 단 하나도 답신이 없다니, 이는 중대한 일이 일어났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안 경입니다. 마법부 장관 이안 경이요. 함께한 마법사들 또한 한둘이 아니고, 황궁친위대원도 둘이나 동행하였습니다. 클리포포드에서 문제가 생겼다 한들, 필시 방도가 있었을 터인데요.”
클리포포드에는 공식적으로 마법사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마음만 먹는다면 문제없이 빠져나올 수 있음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국경 쪽에서 올라온 보고로는, 클리포포드 측에서 어떤 사달도 없다 하였다.
“이드갈.”
누군가 웅성거림을 가르며 발언했다.
“이드갈이라 하면 마력봉인석과 같은 효과를 지닌 물질 아닙니까? 이안 경의 보고서에 그것이 거론되어 있었지요. 클리포포드에서 이를 확보한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의문이 해소됩니다.”
“맞습니다. 버고스와 루스웨나 측도 주시하라 일렀으니, 이는 물밑에서 3국 동맹이 성사된 것입니다.”
“왕궁이 이드갈을 확보하였다면, 흐음. 의문이 해소되는군요. 이안 경도 마력을 제외한다면 그저 소년에 지나지 않습니까?”
“마검사들은요? 이드갈은 마검사에게도 효과가 있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제이럿에게 쏟아졌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입술을 축였고, 조심스레 답을 내놓았다.
“마검사의 마력은 마법사의 그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 더 볼 것도 없습니다.”
“군대를 동원해야 합니다. 3국 동맹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요. 명분은 확실하니 문제없습니다.”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지금 하신 말씀은 전쟁이라고요. 바리엘에서 클리포포드를 치면, 버고스와 루스웨나가 가만있겠습니까? 이안 경의 말대로 그들이 이드갈을 확보한 상태라면요? 마법사들이 무용지물이 될 터인데, 특별한 방도가 있어요?”
마법사를 마치 하나의 무기로 상정한 태도. 나키나가 쓰읍, 입맛을 다시며 인상을 찌푸렸다. 헤일 역시 마찬가지. 갑자기 궐련이 절실하게 당겼다.
“자자, 다들 진정들 하시고.”
타앙! 탕탕!
수상이 정숙을 요구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진과 로만드로는 여태 한마디도 발언하지 않은 상태. 그는 조심스레 제안했다.
“전서구가 닿질 않으니 사람을 직접 파견해야 함은 이견이 없을 것이오. 마법부?”
“네. 수상님.”
“이안 경이 사용하였던 검은 달과 같은 이동 수단을 가동할 수 있는가?”
그의 물음에 로만드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마법사가 아니라 일반인이었으니까. 뒤에 앉아있던 헤일이 대신 손을 들어 발언했다.
“송구합니다만, 불가합니다. 워낙 마력이 많이 사용되는 마법인 데다, 이안 님이 없다면 위치 조정 정확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제국방위부에서는 클리포포드로 보낼 군대를 조직하여 보고하시오.”
“수상님. 마법부에서는…….”
“마법부는 이번 사안에서 제외하겠소.”
“…예?”
로만드로를 비롯하여 마법사들 모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자들도 아니고, 자신의 상관과 동료들이 행방불명이었다. 그런데 마법부에서는 동행하지 말라니?
“이안 경의 신변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마법사들의 힘이 무력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니. 마법부는 사안에서 제외한다.”
“잠깐만요!”
나키나가 손을 들며 항의하려고 하자, 로만드로가 침착하게 막아섰다.
“하지만 수상님. 이안 경과 마법사들이 다친 채 살아있다면 마력을 나눠줄 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마법사를 동행토록 하심이 옳습니다. 이드갈이 존재하여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 한들, 필시 도움이 되면 되었지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수상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자 마주 앉은 진이 고개를 잘게 저으며 로만드로에게 신호를 보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듯이.
“그래. 일리가 있군. 그렇다면 마법부도 최소한의 인력을 두고 동행하도록 하시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이드갈에 대한 조사는 이뤄져야 할 터. 황궁 측에서 마법부로 지원 인력을 보내지.”
이드갈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마법부의 힘이 필요했다. 일반인의 상식과 능력으로는 범접할 수 없으니, 우선은 마법부 측에 사람을 섞어 넣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하여, 그들을 따라 도우며 바리엘 내 이드갈에 대한 권한을 쥐고, 마법부에서 그걸 없애버리려고 하는 순간-
‘앗아오면 된다.’
“마지막으로 전서구를 다시 보내보도록 하고, 내일까지 답신이 없다면 바로 출정하는 것으로 하지. 마법부에서도 준비를 단단히 하시오.”
타앙! 탕!
전쟁의 징조다.
각 부서에서는 할 일이 몰려들 것을 예상하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부에서 이의 제기할 것을 예상했는지, 다들 틈도 없이 사라지는 모습이다.
“수상님!”
“로만드로, 미안하지만 나중에 다시 얘기함세.”
로만드로가 수상을 붙잡았지만 소용없었다. 덩그러니 남은 마법사들. 다들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미치겠네. 지금 우리 취급, 이게 맞습니까?”
“이안 님 없다고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전혀 몰랐는데요. 와. 심하네, 정말. 우리가 어떻게 해왔는데.”
“그러니까. 확 씨, 엎어버릴까 보다.”
“회의를 가장해서 이거 완전히 밟아버리겠다는 거 아닙니까? 저희가 이런 대접 받으려고 그렇게 쎄 빠지게 고생한 겁니까? 하.”
“…다들 입조심.”
헤일이 궐련을 물며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얼마 없는 마법사들인데, 이안이 대여섯을 데리고 가면서 더욱 간소해졌다.
“포탈이라도 어찌어찌 가동하면 서둘러서 클리포포드에 갔다 올 수 있겠는데…….”
“가서 정말 이안 님과 애들 문제 있으면 바로 구출해서 데려올 수도 있고요.”
“근데 저희로는 턱도 없습니다.”
다들 탄식 섞인 한숨을 내쉬며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마력증폭제. 부작용만 없으면 그걸 사용해서 어떻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똑! 똑똑!
그때, 경쾌한 손짓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 다들 의아해서 쳐다보니, 반가운 인물이 서 있었다. 한껏 핼쑥해졌지만, 광기로 번득이는 눈빛은 그대로다.
그녀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짜자잔. 똑똑이 아코렐라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