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334
제334화. 마력증폭제
“회의는 끝난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나 봅니다.”
수상은 겉옷을 벗으며 그리 중얼거렸다. 황태자인 진을 비롯하여 황궁친위대 대장인 제이럿 그리고 제국방위부의 장관이 집무실로 모여든 탓이었다.
장관은 국경으로 보낼 군대를 조직하였는지, 보고서를 들어 보이며 책상에 올려두었다. 출정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나갈 수 있게끔, 모든 것이 아주 속전속결이었다.
아무래도 3국 동맹이라는 민감한 논의사항이 있다 보니, 방위부에서는 그에 합당한 준비를 계속 해왔던 듯 보인다.
제이럿이 그걸 보며 물었다.
“수상님. 이드갈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아까 회의 때 의견을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추적하여 조사할 것이라.”
“그 후에는요?”
제이럿의 물음에 제국방위부 장관, 볼브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란 이후 임시직으로 올랐던 그는 별문제 없이 그 자리를 꿰찼고,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물론, 멜라니아를 놓친 건부터 시작하여 입지가 기우는 축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제국방위부에게 둘도 없을 기회라는 걸.
“괜한 걸 물으십니다, 제이럿 대장. 당연히 대제국 바리엘의 발전을 위해 값어치를 다하여 쓰이겠지요.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서 그러십니까?”
“볼브.”
언행이 조금 거칠다. 수상이 자중하라며 그의 이름을 부르자, 볼브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번 출정에 마법사를 제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무슨 말인가? 제이럿. 나는 분명히 마법부에도 출정 허락을 내렸는데.”
“출정 허락이 아니라 선택지를 주신 것이지요.”
마법부에서 제국방위부를 따라 출정하게 되면, 그 틈을 따라 황궁에서 이드갈 조사에 관한 간섭이 이어진다. 이는 명백한 견제의 손짓.
이를 막기 위해서라면 마법부에서는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는데, 그리되면 홀로 출정한 제국방위부에서 사건의 결말에 따른 이득을 독식할 수밖에 없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황궁에 권력이 집중되는 처사인 것이라.
“어찌하여 황궁친위대에서 그리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이럿 대장께서는 이안 경을 견제하고자 직접 나서신 분 아닙니까? 아, 왜요? 이드갈이 끼어있으니 좀 곤란하신가 봅니다.”
“마검사들 또한 함께 실종되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문제가 생겼다면 급히 마력을 나눠줄 자들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니까요. 마법사들이 제 상관을 걱정하여 동행할 것 아닙니까. 자꾸 대화가 헛도는 기분입니다.”
“이드갈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였으니, 마법사들이 쉬이 나서지 못할 것 아닙니까! 저는 그걸 말씀드리고 있어요!”
바르사베와 베릭이 함께하고 있다. 베릭은 이안의 사람이라고 한들, 어쨌거나 황궁친위대의 배지를 달 자 아닌가.
볼브가 팔짱을 낀 채 제이럿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노골적으로 날 선 대립에 진이 이마를 짚으며 두 사람을 지켜봤다. 수상은 예견했던 일이라는 듯, 볼브가 가져온 보고서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제이럿 대장.”
“예. 볼브 장관.”
“황궁친위대의 본분은 황제 폐하를 호위하는 것이요. 그런데 어찌하여 제국방위부의 결단에 사사로이 참견하려 하시는 겁니까? 이드갈이 마법을 쓰는 자들에게 위협적이니, 이는 잘못했다가 고급 전력을 잃게 되는 사달을 가져옵니다. 이번에는 우리 제국방위부를 믿고 맡겨주시오.”
볼브는 제이럿 대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소중한 전력이라 잃을 수 없다 하였지만, 속내를 모를 리 없다. 이번 기회에 제국방위부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것이다.
이안을 비롯한 마법사들을 구출해 오면 그만큼 입지가 드높아질 것이요, 혹여 그들이 이미 죽었다 한들 전쟁이 발발하는 것만 한 출세 길이 없다.
제이럿은 볼브의 손을 쳐내며 인상을 굳혔다.
‘이놈…….’
황궁에서 이드갈을 원하는 자 중 하나다. 절대 넘지 못할 황궁친위대를 대신하여 바리엘의 중요 전력으로 도약하기 위한 목적.
수상은 펜을 내려놓으며 진에게 물었다.
“전하께서도 같은 의견입니까? 그리하면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황궁에서 이드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기로 지금만 한 적기가 없습니다.”
세 남자의 시선이 돌연 진에게 돌아갔다. 황궁을 대표하는 자. 황제의 권한을 대신한 수상이 유일하게 자신을 낮춰 따르는 자.
아이는 제이럿과 볼브를 쳐다보며 고민했다.
‘모든 것은 이드갈을 완벽히, 황실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작전이다.’
다른 나라에 흘러들어 가서도 안 되고, 심지어는 황궁 내 다른 부서가 쥐어서도 안 된다. 오로지, 오롯이, 온전하게 황제만이 지닐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모든 게 불확실했다.
“…우선할 것은 이안 장관의 무사 귀환이요.”
“물론이지요, 전하. 바리엘에 그만한 무기가 또 있겠습니까.”
볼브가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동의한다는 뜻을 보였다. 동시에 찌푸려지는 진과 제이럿의 미간. 하지만 진은 손끝으로 소파 끝만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드갈에 대한 확실한 조사가 필요한데. 수상, 황궁의 인력 개입으로 인해 마법부의 사기가 저하되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우려되오. 이안 경의 전언에 따르면 버고스와 루스웨나 측에도 경로가 뚫린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속도전이 될 것 같아.”
수상의 눈매가 짙어졌다. 어린 황태자께서 서두를 떼는 것이 영 마땅치 않은 것이다. 지금이 적기인데, 황태자는 이전의 정으로 인해 아쉬운 선택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수상은 말을 끊지 않고 안경만 벗어내며 계속 일러 달라 고갯짓했다.
“이안 경의 생사를…….”
문득, 진의 말문이 막혔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가슴이 콱 막히는 것이다.
이안이 죽었으면 어떡하지? 다정하고 엄하게 이르던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으면, 자신은 무엇을 위해 물러서게 되는 걸까?
진이 말을 잇지 않자, 제이럿이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아, 그럼. 그, 이안 경의 생사를 확인한 다음 마법부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대신, 이드갈이 주변국에 유통되었다면 이는 본격적인 전력 싸움이 되겠지. 하여-”
진은 제국방위부 장관 볼브를 쳐다봤다. 마땅치 않지만, 이드갈을 노리며 당장 마법부에게 송곳니를 드러내는 자를 달래줄 고깃덩이가 필요했다.
“이번 사태의 진척 사안을 확인하고, 제국방위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군.”
볼브가 만족스럽게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인사했다. 인력 증대 및 예산과 각종 권한이 늘어나게 되면, 뻣뻣하게 서 있는 제이럿 대장의 콧대를 눌러줄 수 있을 터.
수상은 잠시 눈두덩이를 매만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은 한숨.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 한숨은 진의 심장을 철렁이게 했다. 이안이 없는 지금, 그 빈자리를 수상이 대신하고 있었으니까. 혹여 대립 되는 각이라도 세워진다면 실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진은 문득, 자신이 아직 얼마나 어리고 힘없는 황태자인지를 깨달았다. 곧 수상이 내놓은 타협점에도 안도할 수 없는 이유다.
“알겠습니다. 전하의 뜻이 그러하다면, 황궁의 마법부 인력 투입을 연기하겠노라 전하지요. 대신 버고스와 루스웨나 측으로 돌려서 이드갈의 유통 현황을 확인하라 하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드갈이 연금술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하던데요. 그 수가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알려진 바는 별로 없지만, 연금술이 그리 쉬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니까. 버고스와 루스웨나 측에서 이드갈을 소지하고 있다면 이를 강경하게 경고하는 쪽으로 경고문 또한 보내겠습니다. 전하, 결재를 부탁드립니다.”
“…응. 그러지.”
얼추 대화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이안이 없는 지금, 현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진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이니.
나름대로 마법부의 독립을 지켜냈고, 제국방위부 볼브는 입지를 기대하게 되었다. 득 될 것 없는 만족이 오가는 기이한 상황이다. 수상은 안경을 바로 쓰며 제이럿에게 물었다.
“제이럿 대장. 그대는? 더 전할 말이 있는가?”
이드갈의 존재에 대해서는 마법사와 같은 입장이지만, 그들은 황제에게 직속된 존재. 입장이 조금 다른 터라, 그에 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진의 의견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곧 차기 황제요, 그들이 모실 주군이니. 제이럿이 고개를 가로저으려는 순간.
똑똑.
“수상님!”
바깥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안에서 허락이 떨어지기 전 열리는 문. 수상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보좌관의 다급한 표정으로 보아 예삿일이 아닌 것을 짐작했다.
“무슨 일인가?”
“전언이, 전언이 들어왔습니다!”
“뭐? 클리포포드에서?”
보좌관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 국경수비대가 죽어있는 전서구를 발견하여 바로 중앙으로 보낸 것입니다. 두 마리를 찾았다고 하는데, 다른 것들은 아직…….”
“그게 무슨, 전서구가 죽어있다니?”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
가만 듣던 제이럿이 이마를 짚었다. 문득 국경에서 마력이상반응이 감지되었던 게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서구의 마력석에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법사들의 확인이 필요했다.
“그, 두 마리 다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는데요. 이안 경이 괴, 굉장한 내상을 입고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입니다.”
“…뭐?”
“다른 마법사들 또한 상태가 좋지 않다고…….”
진이 놀란 눈으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니? 그 이안이?
볼브는 이안의 죽음이 어떤 식으로 정세를 바꿀지 가늠하며 중얼거렸다.
“이유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수상님. 당장 출정하겠습니다. 클리포포드가 확실히 문제를 만들었군요. 전서구에, 사경을 헤매고 있다 적혀있을 정도면, 지금쯤 죽어있을 수도-”
가자. 전쟁이다.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제국방위부를 위해 펼쳐진 기회였다.
“볼브! 발언을 금하라!”
진이 화를 섞어내며 소리치는 순간, 창문 밖으로 이질적인 무언가가 보였다. 푸른 하늘에 떠오르는 검은 달이었다.
* * *
“오랜만에 돌아오니까 집안 상태 죽이네.”
아코렐라는 먼지 쌓인 자신의 실험실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헤일을 비롯한 몇몇 마법사들이 그녀를 따라 들어오며 물었다.
“몸 상태는 괜찮은 건가? 어쩐 일로 왔어?”
“왐마. 마법사들 모두 모이라고 해서 왔는데? 그런데 막상 보니 초상집 분위기네. 이안 님 행방불명됐다며? 클리포포드 넘어가서. 그래서 다들 비 맞은 개처럼 떨고 있었어?”
“아코렐라, 너-”
“아하하하! 농담! 아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워서 그러지이! 인상 펴.”
그녀는 실험대에 기대며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마주한 헤일과 다른 마법사들은 심각한데 말이다.
클리포포드로 내려가면 그 틈을 타서 황궁이 이드갈 조사에 간섭할 것이고, 그렇다고 상관과 동료들이 사라졌는데 가만있을 수도 없다.
“문제 될 것도 없잖아.”
“없긴 뭐가 없어. 아파서 그런가, 이해가 덜 돼?”
헤일이 궐련을 물며 중얼거리자, 아코렐라가 그걸 확 낚아채서 던져버렸다.
“아니! 나 완전 똑똑해져서 돌아왔는데?”
“미쳤군. 미쳤어.”
“포탈 열어서 가면 되지. 하루 만에 후다닥.”
“그게 가능하면 진작-”
헤일이 한마디 하려 하자, 아코렐라가 둠칫둠칫 춤추며 외투를 펼쳐 보였다. 진정으로 맛대가리가 갔다고, 마법사들이 생각하는 순간. 외투 안에서 나오는 의문의 물약.
“이게 뭘까요오?”
“…뭔데?”
“마력증폭제! 무려 부작용 하나 없는, 아코렐라 인생의 역작! 꺄아아악! 나 이거 보여주고 싶어서 진짜 근질거려 죽는 줄 알았잖아!”
마법사들이 멈칫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부작용 없는 마력증폭제라는 것도 놀랍지만, 아픈 와중에 저걸 연구했다는 건 더더욱 기함할 일이다.
“다들 이거 한 대씩 맞고 포탈 열어. 그럼 가능해.”
“아코렐라. 너를 못 믿는 건 아닌데, 아플 때는 쉬는 게 맞다. 응?”
“내가 직접 실험해서 검증한 거라니까? 와, 못 믿네. 이봐 너. 이리 와봐. 내가 안 아프게 놓아줄게.”
“헤, 헤일 님. 살려주십시오.”
다들 못 믿는 반응이다. 아코렐라가 김 샌 것처럼 머리를 긁적이자, 바깥에서 전언이 들려왔다. 수상과 진이 들었던 것과 같은-
“큰일 났습니다! 전서구가 국경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안 님이…….”
이안과 동료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 마법사들이 술렁이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코렐라는 팔짱을 낀 채 연신 물약을 흔들어댔고, 결국 헤일이 먼저 결단을 내렸다.
“주사기 가져와.”
“오케이! 나의 첫 번째 손님!”
“아코렐라. 진짜, 너 제정신 맞지?”
“그럼그럼. 보장하지. 근데 너 혼자서는 포탈 열기 좀 부족할 것 같은데. 또 맞을 사람?”
스윽.
“저도, 저도 맞겠습니다.”
“예.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요.”
“황궁에서 간섭할 시간 없이 서두르는 게 맞아요.”
“저도 부탁드립니다. 아코렐라 님.”
아코렐라가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마법사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 그 자리의 모두가,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