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362
제362화. 우에엑
노아 왕자는 말을 거칠게 몰아 버고스 진영을 휘저어놓았다.
여기저기서 검과 창 따위가 비죽 튀어나왔지만, 그는 메이와 부하들의 호위를 받아 기민하게 쳐내며, 순식간에 들이닥쳤다가 뒤로 퇴각하는 등의 재빠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은 소수였지만, 그들은 한평생을 함께한 전우였다. 별말 없이도 바라는 바를 알았고, 동료의 등을 자신의 등처럼 보호했으며, 목숨에 있어 너와 나의 선을 긋지 않았다.
“메이! 퇴각!”
“알겠습니다!”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막아서라! 말의 다리를 공격해!”
“밧줄을 가져와라! 진영을 따라서 줄을 매어!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촤아아악!
챙! 채앵!
노아의 소수정예 목표는 단순하고 확고했다. 후미에서 진영을 흩트리는 것. 천막을 부수고, 병사들을 짓밟아 전체적인 시선을 뒤쪽으로 돌려 앞쪽의 클리포포드 측에 틈을 내어주는 것.
“퇴각한다!”
지형을 눈 감고도 꿰는 것은 노아 측의 굉장한 이점이었다. 숲으로 들어갔다가 저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다시금 나와 다른 쪽에서 찔러주마.
노아의 명령에 밀집해있던 부하들이 동시에 말머리를 틀어 도망칠 준비를 했다. 상대는 오합지졸들이다. 문제없이 다시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그들은 단언하며 힘차게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끼이이익.
쿵.
그들 앞을 막아서는 낯선 괴물과 맞닥트리기 전까지 말이다.
사체의 썩은 내와 곯은 내가 동시에 터져 나오며 절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그것은 버고스 측의 병사들도 마찬가지인지, 날쌔게 덤벼들던 자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와, 왕자님. 저게 뭡니까?”
“…마물인 것 같은데.”
“저런 건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모습이 이상해요.”
길이 트였다. 마물의 등장에 병사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대로 내달리면 충분히 숲으로 도망칠 수 있겠지만, 우직하게 서 있는 마물 탓에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도마뱀의 머리, 그리고 곰과 비슷해 보이는 몸체. 스치면 썩어버릴 것 같은 기괴한 빛깔의 가시들이 잔뜩 박힌 모습.
“왕자님, 어찌합니까? 돌파할까요?”
“…….”
“왕자님!”
부하가 재촉했다. 가만히 서서 저들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나. 아무래도 덩치만큼이나 굼떠 보이는데, 정면 돌파하여 비껴가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은 게다.
하지만 노아는 주변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물의 등장에 아군인 버고스 병사들조차 접근하지 않고 있다. 이는 노아 측 또한 마물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란 방증.
“진영을 뚫고 반대쪽으로 간다.”
“불가능할 것입니다. 수가 너무 많아요.”
“왕자님. 차라리 제가 먼저 마물을 넘어보겠습니다. 뒤따라 오십시오.”
“안 돼! 잠깐!”
“여기 계속 서 있으면 다 죽습니다!”
“명령이다! 멈춰!”
“죄송합니다, 왕자님!”
타닥타닥!
부하 한 명이 마물 쪽으로 말을 몰았다.
썩은 눈깔을 이리저리 돌리며 가만히 서 있는 아둔한 것. 말고삐를 쥔 손에서 땀이 흘렀지만, 그는 긴장감에 젖어 알아채지 못했다. 점점 가까워짐에도 마물은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 이대로 넘어서…….
쩌억!
취이이익!
“으악!”
순간, 위아래로 벌어지는 주둥이. 그 속에서 나온 거대한 혀가 부하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순식간이었다. 말은 히히힝 울며 그대로 마물을 지나쳐 숲으로 도망쳤고, 그는 허공에서 발버둥 치며 검 놓친 손으로 혀를 내려쳤다. 끈적이는 액체 탓에, 내려치면 내려칠수록 점성이 더해져 팔 움직임이 둔해진다.
“이-!”
노아가 검을 쳐든 채로 마물에게 덤벼들었다. 혀를 단숨에 베어내고자 하였는데, 날이 반쯤 들어가더니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닌가.
마물의 혀는 노아의 검을 대롱대롱 매단 채, 부하의 목덜미를 조르며 좌우로 살랑거렸다. 바들바들 경련하는 부하의 손끝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노아는 믿기지 않았다.
“왕자님! 여기 검이 있습니다!”
“한 번 더 내려치면 될 듯합니다!”
“함께하겠습니다! 조금만 참아라!”
다른 동료들이 노아에게 검을 내던지며 함께 달려들었다. 한 번에 반쯤 잘렸으니, 두세 번 하다 보면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않겠나?
하지만 마물은 서서히 고개를 쳐들곤 혀를 유연하게 움직였다. 몸집이 마차와 같다. 고개를 올려 혀를 위쪽으로 솟구치게 한다면, 결코 닿을 수 없는 높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노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병사들을 보곤 입술을 짓이겼다.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어. 내가 누구인지, 버고스 측 장군이 눈치챈 것이다. 생포하라는 명이 떨어진 게 분명해.’
포로로 잡힐 바에 차라리 클리포포드를 위해 죽겠다. 노아는 검을 다잡으며 다시 마물에게 달려들었고, 메이는 가만히 서서 중얼거렸다.
“사체에 가까운 마물…. 버고스…….”
사령술!
가이아 대륙 북쪽과 맞닿아있는 버고스는 주술사들이 많다. 저것은 사령술의 결과일 터. 그렇다면 저걸 조종하는 자가 있을 것이고, 그자를 없애버리면 될 일이다.
메이가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버고스 병사들이 검과 창 따위를 겨눈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씩 좁혀오는 포위망. 훈련된 움직임 속에서 메이는 눈에 띄는 자가 없는지 계속해서 확인했다.
분명 일반 병사와 같이 무기를 든 채로 움직이고 있을 리 없는데, 노아 왕자와 대적하고 있으며 저걸 움직이려면, 그 자리에 서서…….
‘저깄다!’
메이는 저 멀리, 버고스 병사와 같이 검은 옷을 입고 있지만 가만히 서서 손을 모으고 있는 자를 발견했다.
메이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활을 꺼내 들었고, 이내 시위를 당겼다.
피잉!
자신을 과녁으로 하였다는 걸 알아챈 것일까. 남자는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그와 동시에 마물의 움직임 역시 살짝 멈추었다. 노아가 뒤를 돌아보니, 메이가 계속해서 활을 겨누고 있는 게 보였다.
“메이!”
“사령술사가 저기 있습니다! 저자를 계속 노릴 터이니, 왕자님께서는 마물을 지나쳐 나아가십시오!”
“왜들 이렇게 제멋대로인 것이야! 너도 함께 간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클리포포드의 국민이고-!”
피잉! 핑!
사령술사의 위치가 발각되었음을 알아챈 버고스군 장교가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이리되면 노아 왕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이는 게 간편하고 뒤처리가 깔끔할 것이라.
무기를 든 채 견제만 하던 병사들이 한 발자국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노아, 너는 이 나라의 왕자니까! 네가 곧 클리포포드잖아!”
메이는 숨 쉴 틈도 없이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댔다. 한 발, 한 발, 재빠르지만 정확하게. 몰려드는 병사들로 인해 사령술사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노아, 어서! 궁으로 돌아가!”
“메이!”
“젠장, 말 좀 들어라! 이럴 때만이라도!”
충실한 부하이자, 어릴 때부터 함께해온 친우이며, 수인의 저주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
노아는 메이의 턱 끝으로 땀이 흐르는 걸 지켜보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마물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걸 인정한 부하들이 마찬가지로 소리쳤다.
“왕자님! 가시죠!”
마물에게 붙잡힌 동료는 이미 사지가 늘어졌다. 더 이상의 대응은 무의미했다. 부하들이 왕자를 재촉했고, 노아는 볼 안쪽을 짓이기며 몸을 틀었다.
마물이 그들을 덮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확실히 정확도가 떨어짐과 동시에 무언가 어눌했다. 사령술사의 주의가 흐려진 덕이다.
“아.”
화살통으로 손을 뻗었던 메이가 멈칫거렸다. 손끝에 잡히는 게 없다. 화살이 모두 떨어진 게다. 그녀는 노아가 막 마물 옆을 지나고 있음을 확인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검을 잡아들어 적진으로 달려들었다.
히이이잉!
콰아앙! 쾅!
“막아서라! 방패를 들어!”
“죽여라! 저자는 죽여도 된다!”
“말을 먼저 노려!”
병사들의 공격이 말의 목덜미와 다리 쪽으로 쏟아졌다. 놀란 말이 기겁하며 날뛰었고, 잡아채려는 병사들 위로 쓰러졌다.
메이 역시 마찬가지다. 최대한 인파를 넘고 넘어 사령술사 쪽으로 붙어보고 싶었는데, 어림도 없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쳐내기 시작했다.
채앵! 챙!
반사적인 반응. 하지만 점차 힘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고, 이내 이곳이 자신의 마지막이 되리라는 것도 직감했다.
“서둘러서 노아 왕자를 뒤쫓아라! 마법사들이 온다!”
“전방에 마법사 둘이 보입니다!”
“아직 어떤 행동은 없습니다!”
사령술사 옆을 지키던 장교와 부하들이 크게 소리치며 명령하는 순간. 사령술사가 모았던 손을 떨어트렸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장교에게 되물었다.
“…마법사?”
“계속하시오, 노아 왕자가 도망가고 있잖아!”
“마법사가 어찌 여기 있습니까? 클리포포드에는 마법사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를 설명해 주십시오.”
“지금 그게 중요해!? 빨리 마물이나 움직여!”
장교가 윽박질렀으나, 청년은 단호하게 손을 내렸다. 설명해 주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이 단호해 보였다.
“변방 부족 출신 주제에 지금 명령을 어기는 무시하는 것인가? 버고스에서 아스타나로 보낸 자금이 얼마인데, 이리 나온다? 책임을 묻고 싶지 않으면 당장-!”
“아스타나는 버고스와 클리포포드의 전쟁임을 알고 참전했습니다! 그런데 왜 마법사가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듣지도 못합니까?”
“그딴 건 나중에 들어도 되잖아! 빨리! 젠장! 이 새끼가!”
짜악!
장교는 분에 차서 사령술사의 뺨을 내려쳤고, 청년은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흐트러진 목덜미로 붉은색 보석이 슬쩍 삐져나왔고, 이내 그의 머리칼 아래 숨겨져 있던 상처가 빼곡히 보였다. 목덜미에 큰 상처가 있었는지, 바늘로 꿴 자국이 선명했다.
청년은 볼을 감싸며 장교를 노려봤다.
“나는 아스타나의 계승인이다. 어디서 감히…….”
“전쟁 중에는 군법이 우선인 걸 모르나? 적군의 수장 격인 노아 왕자가 도망치는데 협조하지 않아서, 아이씨. 되었다. 여봐라!”
장교는 짜증스럽게 병사들을 부리며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사령술사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순간.
퍼어엉! 콰아앙!
쾅! 콰과광!
엄청난 굉음이 선두 쪽에서 터져 나왔다. 천지가 흔들리고, 가만히 서 있던 병사들이 뒤로 나자빠질 정도의 폭발이었으니.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 연기 나는 쪽을 바라봤다.
* * *
“어라.”
하늘 높이 떠서 전황을 살펴보던 마법사 두 명이 멈칫거렸다. 어둑해져서 자신들이 잘못 본 것인가? 방금 베릭이 마물에게 잡아먹힌 것 같은데?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고, 이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합성 마물에 대해 거의 무지(無知)한 상태. 이안의 지시 없이, 그리고 방안 없이 함부로 나서도 될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미 죽은 터라 죽일 수도 없다면서?
클리포포드와 버고스 측은 곧 있으면 격돌하여 엉켜댈 것이요, 저들이 어떤 대응을 하는 게 최선일지를 알기 어려웠다.
“베릭을 구해야 하나?”
“음. 와, 이거 모르겠네.”
당연히 구하는 게 맞지. 그런데 왜 이렇게 고민되는지 모를 일이다.
“마물 공격했다가 괜히 베릭만 더 다치면?”
“그렇다고 죽을 애가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지? 아니면 베릭 쟤, 나중에 지랄한다. 자기 안 구해줬다고.”
인정. 귀찮아질 게 분명하지. 마법사 둘은 마법진을 그리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공격 마법을 발동하려고 했다.
불룩.
“잠깐만.”
베르그만의 왼쪽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이다. 이어서 오른쪽. 다시 왼쪽. 베릭이 안에서 온갖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게 눈에 훤했다.
“잘 안 찢기나 봐. 밖에서 좀 찢어주는 게…….”
“어?”
그러다 점차 부풀어 오르는 베르그만의 배. 터질 것처럼 빵빵해지더니 이내 큰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퍼어엉! 펑!
“아이 XXXX! XXX! 우에에엑!”
배에 난 구멍으로 얼굴을 빼꼼 내미는 베릭. 이내 욕설과 함께 구역질을 사정없이 쏟아냈다.
합성 마물은 배에 구멍이 났음에도 문제없이 계속해서 움직여댔다. 티에페의 혀가 제 배 쪽으로 움직이며 베릭의 목덜미를 잡아채려 했다.
“베릭! 혀 또 간다!”
“냄새 진짜 개 XXX, 미친 새끼들아! 이딴 걸, 우에에엑, 웩, XX, 진짜 뒤졌, 으에에엑.”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마법사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티에페의 혀가 다시금 뚫린 제 배 쪽으로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때, 무언가를 들어 올리는 베릭.
“그리고 왜 여기 안에 사람 대가리 있는 건데? 나 얘랑 뽀뽀했잖아, 우에에엑. XX”
인간의 잘린 머리였다. 마법사들은 그게 곧 핵임을 알아채고 소리쳤다.
“베릭! 그거 터트려!”
“시발, 네가 해라!”
“미친놈아, 빨리!”
베릭은 배 속에서 기어 나오며 입가를 닦아냈고, 이내 단검을 뽑아 들어 머리통에 꽂아 넣었다.
콰직!
그러자 베릭의 목덜미까지 온 혀가 힘없이 널브러지더니, 거대한 합성 마물의 몸체가 옆으로 쓰러졌다. 병사들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본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베릭은 연신 헛구역질을 해대며 소리쳤다.
“시발것들아! 네들 다 죽었, 우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