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363
제363화. 합류
왕실 대장간 앞.
마법사들이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안쪽을 들여다봤다가 이안을 돌아봤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과 달리, 이안은 담담한 시선으로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을 가늠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에서는 크고 작은 폭발과 함께 아코렐라의 성질 섞인 고함 그리고 대장장이들의 반발 혹은 우려 따위의 고성이 오갔다. 이에 몇몇 마법사들은 혹시 몰라 방어진을 바닥에 그리기 시작했다.
“이안 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은데요.”
“원래 연구실에서도 저러긴 했는데, 여긴 클리포포드잖아요. 뭐라도 터질까 봐 걱정됩니다.”
“마력봉인석을 녹인 사례가 지금껏 한 번도 없는데, 그걸 여기서 해도 될까요? 이안 님. 지금이라도 아코렐라 대장을 말리시지요.”
마법사들의 투정에 이안이 웃었다. 말린다 하여 말려질 인물도 아니고, 무엇보다 자신이 내린 명령이니 중간에 거둘 수도 없는 노릇. 이안은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고갯짓했다.
“그리 걱정되면 장벽으로 가서 베릭이나 봐주어라. 말이나 잘 듣고 있으려나 모르겠어.”
베릭? 마법사들이 곰곰이 고민했다. 미친개 베릭 옆에 있는 게 나을까, 아니면 미친 과학자 아코렐라 옆에 있는 게 나을까.
“됐습니다. 그럴 바에는 여기 있겠습니다. 아코렐라 대장이 나아서가 아니라요, 이안 님이 계시니까요.”
“오, 나도 동감. 어디든 이안 님 곁에만 있으면 돼.”
“장벽에서는 별로 소식이 없긴 하네요. 지금쯤이면 격돌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왕궁으로 들려오는 급한 전언도 없어 보이고, 무엇보다 파장을 일으킬 만한 거대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합성 마물과 마검사 그리고 마법사들이 한데 모여 무언의 사태가 벌어졌다면, 미약한 그들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이안은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버고스 왕궁에서부터 국경을 지나, 마을 두 개를 점령하여 지나온 군단이다. 노아 왕자 덕분에 선두와 후미로 갈라졌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병사들의 체력 고갈이 올 시간이지. 곧 해가 지니, 진영을 세우고 소강상태에 들어설 확률이 높다.”
그러니 그 틈에 아코렐라에게 마력봉인석과 이드갈 따위를 녹여 저민 무기를 만들라 지시했지.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법사들은 초조하게 발끝을 까딱거리며 대장간 안에서 터지는 폭발음에 어깨를 움찔거렸다.
“바리엘에서는 지금쯤 지원군을 보내고 있을까요?”
“궁금하긴 합니다. 저도 성인이 되자마자 궁에 들어와서는 이리 밖에 나온 게 처음이거든요. 마법부 없는 황궁이 상상되지도 않고, 걱정되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걱정하는 것치고는 우리가 너무 당당히 나왔어.”
“하하하. 그렇긴 해. 로만드로 님은 잘 계시려나 몰라. 거기서 마법부 홀로 이끌고 있을 터인데.”
다들 비슷한 처지였다. 마력운용자인 걸 알자마자 황궁에 입궁하여 삶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지냈다. 이렇게 다 함께 타국에 나와 있는 것도 신기할 따름인데, 그 연유가 황궁에 대한 반발로 인한 것이라.
이안이 중얼거렸다.
“마법부가 없으면 황궁은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무너지지는 않아. 진 전하가 계시고, 나름의 훌륭한 관료들이 있으니 무탈하겠지.”
“그건 그거대로 또 서운합니다. 저희 없으면 안 된다고 막 애걸복걸 좀 했으면 좋겠는데요. 하하하!”
“애걸복걸과 비슷하게, 지원군을 보내오고 있을 게다. 걱정하지 말아라.”
이안이 턱을 괴며 웃자 마법사들이 모두 따라서 웃었다. 걱정할 게 무엇 있겠는가? 최고의 마법사이자 자신들의 수장인 이안이 여기 함께 있는데. 그리고 그가 말하기를 지원군이 오고 있을 거라 하는데. 하등 걱정할 것이 없다.
‘볼브 장관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전하라면 필시 잘 해내실 터. 로만드로도 있고, 수상도 있으니까.’
이안은 어느 방면으로든 진이 볼브를 이겨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가 가늠하는 수 중에서는 시아오시를 이용한 암살이 없었다. 정확히는, 제일 뒤쪽으로 미뤄져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진이 홀로 일어섰을 때 그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역사에서도 바로 섰던 진의 위엄이, 자신과 같은 황제의 높이였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간과한 터라. 아이가 그런 과감한 결정으로 넝쿨 덩이를 헤쳤음을, 이안은 알지 못했다.
콰아앙! 퍼엉!
“아저씨! 제가 온도 똑바로 맞추라 했잖아요!”
“아니, 이보쇼! 거참, 내가 말문이 막히네!”
“말문 막히면 그대로 입 다무세요!”
저저, 마법사들은 안쪽에서 들려오는 아코렐라의 짜증스러운 외침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 저 멀리서 달려오는 클리포포드의 시종. 그는 이안을 찾았다는 듯 반가운 얼굴이었다.
“이안 님! 이안 님!”
“무슨 일인가?”
“하아, 하아, 방금, 전언이 들어왔습니다. 노아 왕자님께서 생존해계시고, 하아, 현재 버고스 측 후미 쪽으로 돌아서 진열을 흩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클리포포드와 버고스 측 병사들이 맞붙었고, 하아, 베릭이라는 분이 전면으로 나섰다고 하시네요. 서둘러 가심이 좋겠습니다.”
시종이 베릭을 언급하자, 다들 이마를 탁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놈의 똥강아지. 대체 클리포포드와 버고스 싸움에 자기가 왜 전면으로 나선단 말인가?
하지만 이안은 그 내면의 뜻을 바로 알아챘다.
“합성 마물을 움직였나 보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그래. 마물 외의 문제에는 개입하지 말라 일러두었으니, 맞을 게다.”
“이안 님이 그렇다면 맞겠지요. 아니면 베릭 이놈, 쫄쫄 굶을 테니까요.”
“아, 그 새끼 합성 마물도 잡아먹는 거 아녀?”
“너 못 봤구나? 옆에 인솔하는 병사들 다 복면 쓰고 있더라. 사체 썩은 게 멀리서도 보여. 그런 거 먹으면 진짜 나 베릭이랑 못 논다.”
“그럼 반대로 잡아먹히면?”
“베릭이?”
베릭이 잡아먹혀? 다들 멍하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동시에 빵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어찌하여 걱정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다. 이안마저 별생각이 없는지, 시종이 가져온 서류를 뒤적거리며 집중할 뿐이다.
“걔는 한 번쯤 잡아먹혀도 괜찮아. 그래야 소들도 원한 풀고 고이 잠든다.”
“그래. 입장 바꿔서 당해보는 것도 다 인생 경험이니까. 음음. 나쁘지 않은데?”
마법사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웃자, 시종도 은근슬쩍 눈치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안이 반문하기 전까지는.
“버고스 측에 소수민족이 참전한 것 같다니, 이는 정확한 정보인 것인가?”
“예? 아, 저는 잘 모르고 그저 전달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내주신 분이 대장군님이신지라, 내용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쪽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대장군이라 하면 바리엘의 장관과 같은 위치였다. 그만큼 정보에 신빙성이 있다는 의미요, 문제가 없단 것과 같다. 이안이 합성 마물, 즉 사령술에 대해 일러주자 이에 대해 중심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사령술사가 누군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전시 상황에서 이만한 정보력은 가히 칭찬할 만하다.
‘아스타나.’
이안은 가이아 북쪽에서 내란 중인 소수민족 중 다섯 개에 달하는 부족이 참전했다는 문장을 읽어내리며, 아주 익숙한 단어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안 님.”
“아는 자가 떠올라서.”
하샤.
아스타나인들을 노예상에게 구출하여 함께 보내주었는데, 잘 도착했을까? 하샤의 할머니가 아스타나에서 족장에 준하는 위치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계승자와 하샤 사이에는 무언의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쨌거나 이용할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물론, 수많은 버고스 병사들 중에서 그자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퍼엉!
다시금 대장간에서 폭발음이 터졌다. 이번에는 꽤 큰 것 같아, 다들 걱정스레 뒤를 돌아봤다. 끼이익, 천천히 열리는 문틈으로 보랏빛의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아. 아코렐라 대장?”
“흐, 흐흐흐…….”
머리는 산발이 되어서, 얼굴에는 숯검댕이를 묻히곤 바닥만 바라보며 의아한 웃음을 흘려댔다. 꽤 기괴한 모습에 다들 바짝 붙어서 이안의 뒤로 숨어들었다.
“대, 대장. 제정신이면 제발 답 좀 해주세요. 무서우니까요. 괜찮아요?”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예?”
“마력봉인석 녹은 거 본 사람!?”
“으아아앗!”
“그리고 그거 만져본 사람!? 냄새가 어떤지 아는 사람!? 감촉이 아주 촉촉말캉 또잉또잉! 쇠에 발라서 달구니까 X발, 효용성 반응이 안 나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게? 맞혀봐! 맞혀봐아아!”
대장장이들도 하나같이 아코렐라와 같은 몰골이다. 거칠고 투박한 일을 하던 자들조차 저런 자는 처음 본다며 멍하니 서 있는 게, 꼭 혼백이 나간 것 같다.
“아, 안 맞히면 안 돼요?”
“당연히 되지!”
아코렐라가 가까이 선 마법사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환희의 몸짓을 보였다. 이안이 진정하라며 손짓하였고, 이내 그녀는 다시금 주르륵 흐르는 코피를 닦아내며 웃었다.
“그래서, 아코렐라. 결과물은?”
“여기 있습니다. 주군.”
아코렐라가 장난스럽게 무릎을 꿇으며 단검을 이안에게 올렸다. 평범한 단검이었는데, 날 한쪽이 완연한 검은색이었다. 마력봉인석을 입히는 데 성공한 것이라.
“방법 알아냈으니 대장장이 아저씨들만 좀 힘써주면 수십 자루 만들어내는 건 금방이에요. 이드갈로 만드는 건 호박색일 것입니다. 인력 좀 더 보강해달라고 하죠? 이거 서둘러 써보고 싶은데.”
“아코렐라, 그대가 없어도 되겠나?”
“아, 그럼요. 야! 마력석관리부! 집합!”
“지, 집합!”
아코렐라의 명에 몇몇 마법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종이에 연신 무언가를 적어댔고, 이내 부하들에게 전해주며 일렀다.
“이대로만 하면 된다잉? 나 딱 적어줬다. 오차 하나도 있으면 안 되고, 잘못하면 폭발해서 마력봉인석 뒤집어쓸 수 있으니까 조심하고. 다음에 만날 때도 우리 마법사 하자. 응?”
“대, 대장! 같이 해주십시오!”
“맞습니다. 저희끼리 어떻게 합니까?”
“응, 싫어! 나 이거 써보러 가야 해!”
아코렐라가 발을 동동 굴리며 이안에게 눈짓했다. 실험하게 해주겠노라 약조하였으니, 지켜 보일 차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했다.
“무기를 계속 제조하여 조달하라. 나와 아코렐라는 장벽으로 가서 사태를 지켜봄과 동시에 대응할 것이다. 합성 마물의 수가 서른이었으니, 그와 비슷한 정도면 될 것이다. 헤일, 이곳을 부탁한다.”
“예. 이안 님.”
지이잉. 지잉.
“잘 있어라, 부하들아! 나는 칼질하러 간다!”
“아코렐라 님!”
쉬이이익!
아코렐라는 단검을 집어 들고 이안보다 먼저 허공으로 치솟았고, 이안 역시 곧이어 마력을 발동하여 날아올랐다.
저 멀리, 개미 떼와 같은 클리포포드와 버고스 병사들이 한데 엉켜있는 게 보였다.
* * *
“개쉐이들아!”
“으아아악! 으악!”
채앵! 챙!
오물을 뒤집어쓴 채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베릭.
추풍낙엽이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서너 명씩 피를 흘리며 뒤로 나뒹구니, 하늘에서 본 진영의 모습이 상당히 괴이했다. 앞에서는 병사들끼리 맞붙어 힘을 겨루는데, 적 가운데에는 미친개 한 마리가 풀어져 있다?
“어, 저기! 이안 님이지?”
“이안 님! 여깁니다! 여기요!”
마법사 둘은 저 멀리서 날아오는 자들을 알아챘다. 이안과 아코렐라를 비롯하여 장벽에 남아 지켜보고 있던 마법사들조차 모조리 합류한 것이다.
베릭 역시 이안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 멈칫거렸다.
“이안아아아!”
“그래. 베릭. 꼴이 엉망이구나.”
“이 미친 새끼들이 나 잡아먹었는데, 내가 배로 들어갔거든? 아, 근데 거기에 사람 머리가 있어서 X발, 뽀뽀했다? 근데 그게 핵이래! 아씨, 생각하니까 또 속 울렁거리네.”
저게 무슨 소리지? 이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법사들을 돌아봤지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고 하찮은 일이었다. 그들은 어깨만 으쓱거리며 웃었다.
“예, 합성 마물 안에 있는 핵이 사람 머리더라고요.”
“뭐? 안 째도 되는 거네, 그럼? 내 훌륭하고 완벽한 이 단검은 어쩌고?”
“…그, 그게 뭡니까? 아코렐라 대장.”
“뭐긴, 마물 자르려고 만든 거지. 야, 똥강아지!”
“왜 불러! 또라이야! 우에엑.”
촤아악! 촤악!
베릭이 왁왁거리며 소리치자 아코렐라가 단검 끝을 까딱거렸다. 몸에 냄새가 남았는지, 베릭은 대답하면서도 연신 헛구역질을 시전했다.
“저어기, 왼쪽에서 두 마리 온다. 한 마리는 내가 잘라볼게, 나머지 한 마리는 네가 해봐. 걍 잡아먹혀서 찢고 나오는 게 더 효율적이긴 하겠다.”
“안 해! 절대 안 해! 우엑.”
촤아악!
아코렐라는 빠르게 목표물로 하강하며 검을 바로 잡았고, 마법사 두 명도 놀라서 덩달아 그녀 뒤를 따랐다.
창공에서 그 모습들을 지켜보던 이안은 문득 저무는 해를 바라봤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 투명한 물조차도 피로 보이게끔 만드는 석양빛.
이안은 작은 한숨을 내뱉곤 몸을 돌렸다. 이제 전장의 후미 쪽으로 움직일 때였다. 사령술사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