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461
제461화. 짖지 말라
“러, 러더포드가-!”
음이 한껏 벗어난 로만드로의 고함이 황궁을 어지럽혔다. 사색이 되어서는 앞으로 고꾸라지는 몸짓에, 시종들은 자연스레 옆으로 물러나 길을 터주었다.
러더포드.
누군가는 그 이름이 지닌 의미와 무게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어렴풋이 흘려보낸 터라 의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만드로는 수십 개의 시선을 뒤로하고 진 황태자가 있는 공간으로 걸음을 급히 했다. 그리고 그 옆을 바짝 따라붙는 베릭.
타닥타닥!
“비켜!”
“로만드로 님, 베릭 님. 무슨 일이십니까?”
“급하다고! 비키라는 말 안 들려?”
“아이고, 비켜!”
퍼억!
응접실 앞을 지키던 시종이 자초지종을 묻기 위하여 갑작스레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로만드로와 베릭이 그와 정면으로 부딪히며 나뒹굴고 말았다.
엉망으로 쓰러진 세 사람. 로만드로는 띵한 머리를 부여잡았고, 베릭은 코피를 주륵 흘리며 벌떡 일어났다.
“러더포드가 쳐들어왔다아아!”
끼이익.
그때, 전언을 기다리던 트웰러가 직접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어깨 너머로 진과 시아오시가 걱정스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트웰러는 엉망인 상황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로만드로. 러더포드라니, 그것은 또 무슨 말인가?”
“크, 큰일 났습니다. 트웰러 장관님! 러, 러더포드가! 놈이 황궁에 침입했습니다! 현재 전시실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것 같고, 아코렐라, 그러니까 마법부 대장 한 명이 당했습니다.”
로만드로의 외침에 모두가 인상을 찡그렸다.
러더포드. 이드갈이라 명명하는 인조적 마력봉인석 제조 세력이자, 현재 지도자를 잃고 붕 떠버린 버고스 쪽에 입지를 세우고자 하는 미지의 상단.
황궁의 인지 사항은 이것이 기본이었으나, 트웰러를 비롯하여 전쟁 한가운데를 지나온 자들에게는 그 깊이가 남달았다.
“이안 경은?”
“현재 함께 간 마법사들과 대치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선 저희에게 진 전하의 안위를 살피고자 하여… 어, 어서 지원군을 보내주십시오!”
이곳은 황궁이다.
바깥과 통하는 모든 출입문은 마법부와 병사들이 관리하여 개미 새끼 한 마리도 허가 없이 오갈 수 없음을, 이 자리 모두가 알고 있다.
트웰러는 덜덜 떠는 로만드로의 외침에 검을 다잡았다. 심각했다. 이는 내란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국가적 안보 사태다.
“시아오시.”
“예. 트웰러 장관님.”
“진 전하를 모시고 대피하라.”
스릉.
트웰러와 이안이 낯선 굉음을 동시에 알아챘다.
전쟁에서 평생 구른 노장 트웰러는 발달된 오감으로,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마법사 이안은 여섯 번째 감각으로 폭발을 느낀 것이다.
이 굉음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고 마법부 대장 아코렐라가 당했다는 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지금 당장 황궁 내 모든 병사들을 소집하라.”
“알겠습니다.”
“로만드로. 이안 경과 함께 간 마법사가 총 몇이지?”
“다, 다섯? 아닌가? 여섯이었나?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 남아있는 마법사들에게 전하라. 상대 전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지 섣부른 접근과 공격은 절대 금한다고. 지시가 있기 전까지 마법사들은 대기한다.”
“엥? 왜?”
트웰러가 미간을 툭툭 두드리며 그리 지시하자, 베릭이 반발했다.
마법사들은 마력으로 인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존재. 누군가 다친다면, 다른 마법사가 마력을 나눠주며 도와줄 수 있다. 그러니까, 단체로 움직일 때 유리하다는 건 베릭도 아는 사실이었다.
“이안이 지금 몸 상태 안 좋아! 그리고 아코렐라 그 또라이가 당할 정도면 뭉쳐서 덤벼도 모자랄 판 아닌가? 엉? 다굴에는 장사 없는 거 몰라?”
산 채로 사람을 씹어 먹는다는 트웰러 장관이시다. 그런데 저런 작태라니? 부하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복도를 빠져나갔고, 트웰러는 주머니에서 궐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천성이 망아지 같은데, 어찌어찌 이안 경 옆에 잘 붙어있었구나.”
“이안이도 알고 보면 성격 장난 아니거든?”
“잘 들어라. 마법부를 속이고 황궁 깊숙이 침입한 무뢰배다. 아코렐라라는 대장 마법사가 당했다고 했지? 그 뜻은, 황궁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사가 상대측에 포함되어 있다는 게라.”
“아코렐라는 연구직이라서 원래 X밥임!”
“그것만이 전부일까? 러더포드는 이드갈이라는 마력봉인석을 제조하는 핵심. 황궁 마법사들이 모두 전면에 나섰다가, 혹 힘을 잃기라도 하면?”
트웰러가 궐련을 베릭에게 겨누었다. 서슬 퍼런 눈빛이 궐련 연기 속에서도 형형히 빛났다.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존중하지만, 모든 것은 명령 안에서 이루어질 일.
“황궁이 힘을 잃으면 바리엘이 무너진다. 바리엘이 무너지면 제국민들의 미래가 사라져. 베릭. 이안 경이 과연 그걸 바랄까?”
명령은 번복되지 않을 것이며, 온 힘을 다해 따르라 이르고 있었다.
차분하면서도 무게 있는 경고. 베릭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이 댓발 나왔지만, 어쩌겠나? 이안이 바라지 않는 것은 자신 또한 바라지 않았으니. 베릭은 꿍얼거리면서도 토 달지 않았다.
그때, 웃옷을 갖춰 입은 진이 시아오시와 제이럿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 나왔다. 황자는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는 로만드로의 손을 잡으며 걱정스레 물었다.
“러더포드가 이곳에 있다고? 이안 경은?”
“이안이는, 잘, 잘 막고 있을 것입니다. 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전하는 전하의 안위만을 생각하십시오. 여러모로 무지막지한 놈들입니다. 제정신으로 대체 어떻게, 황궁엘 침입한단 말입니까?”
“대체 어떻게?”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마법이 사용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놈들의 목적 또한 밝혀진 게 없고?”
“그, 예…….”
가늠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황궁이라는 공간적 특수성 탓에, 황실의 존속을 위협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말이다.
아직 확실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어서 대피하는 게 옳다. 진은 현재 바리엘의 유일한 황자이며, 누워있는 황제를 대신해 제국을 이끄는 자였으니까.
“전하!”
타닥타닥!
복도 끝. 전언을 들은 고위 관료들이 기함하며 내달려 왔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은 또 처음이라는 낯이 여실했다.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인지라, 그들은 흡사 바리엘이 반으로 쪼개지기라도 한 것처럼 두려워했다.
“황궁에 침입자가 있다고요?”
“그것이 러더포드 상단이라 하던데, 사실입니까?”
“사실이네. 우선은 다들 몸을 피하시오. 그자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당최 알 수가 없어. 트웰러! 러더포드 일당을 생포하는 걸 우선으로 두되, 여의치 않으면 절멸하라.”
“예. 전하.”
트웰러가 진의 명령을 받고 사라졌다. 당황스레 그 뒷모습을 보던 신하들이 문득 깨달았다.
“마법부는요? 마법부는 대체 무엇하고 있답니까?”
“이안 경이 현재 러더포드와 대치 중인 것으로 파악되네. 남은 마법사들은 제국방위부와 함께 움직일 것이라. 다들 걱정하지 말고-”
“전하.”
관료 중 한 명이 조심스레 진을 불렀다.
“제국방위부와 마법부를 함께 두어도 괜찮겠습니까?”
“뭐?”
꽤 신경을 거스르는 말이었다. 트웰러와 반대쪽으로 움직이려던 진이 멈춰서 그를 돌아봤다.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찰나, 진이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이보시게.”
“러더포드는 과거 내란 당시, 이드갈로 바리엘에 혼란을 준 세력입니다. 게다가 이안 경이 대회의에서 직접 밝히지 않았습니까? 이드갈의 제조에 그가 연관되어 있다고. 마법부가 건재한 황궁에 갑작스러운 침입이라니. 이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마, 맞습니다! 아무도 모를 일 아닙니까? 마법부의 도움으로 저자들이 침입했을지!”
“사실상 도움 없이는 불가한 일이라 사료됩니다만.”
“마법부를 우선 격리시키고 경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전하.”
“혹, 마법부와 러더포드가 한패 아닙니까?”
“가능성 있지요. 다분하게 있어요!”
“솔직히 이안 경의 발언 앞뒤가 안 맞긴 했습니다. 제조는 했으나, 기억이 없다?”
“이제 좀 알겠습니다! 다몬 왕이 이안 경의 핏줄을 황실의 것이라 하였지요? 러더포드와 다몬은 한패. 이안 경을 황실의 자손이라 기만하여 바리엘을 흔들 생각이었던 것 아닙니까?”
“다들 그만, 그만하시오!”
채앵!
흥분하여 떠들어대는 관료들 발치로 도자기가 날아들었다. 진이 장식품을 집어던진 것이다.
당황한 것도 잠시, 관료들은 진이 분노하고 있단 걸 알아채고 납작 엎드렸다. 이가 아득아득 갈리는 것이 눈에 훤할 정도이니. 수상이 가까이 다가오며 진정시키려 하자, 아이는 거칠게 손을 뿌리쳤다.
“대체, 왜! 그대들은 왜! 이안 경을 못 잡아먹어 안달들인 것인가? 천출(賤出)이 제국 장관직에 오른 게 아니꼬운 것인가?”
“전하! 당치도 않습니다!”
“저희는 전하와 바리엘의 안위를 위하여…….”
“물러선다 하지 않았소! 다 내려두고, 이제 이곳을 떠난다고-!”
진은 속앓이한 것을 모조리 쏟아붓는 것처럼 소리쳤다.
견제와 균형. 보이지 않지만 가치 있는 그것들을 위하여, 이안과 자신은 스스로 멀어졌다. 홀로 열 걸음 가면 힘들까 싶어, 자신이 다섯 걸음 짊어졌거늘. 이제는 홀로 잘 걸으시니 자신은 다른 길로 가겠노라 일렀던 이안이다.
“…마법의 힘이 두려워 그리들 짖어대는 겐가?”
“전하! 과한 언사이십니다!”
“다들 내 말 똑똑히 새기시오!”
이안은 매번 자신을 희생했다. 나아가 진에게 자신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 권했다. 어차피 사라질 몸, 진의 권력 강화에 한 몸 희생하겠노라 웃는 모습에,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그런데, 감히…….
진은 관료들을 향하여 나지막이 경고했다.
“…짖지 말라. 두려워하는 개만이 짖는다.”
타악!
진은 그리 이른 다음, 몸을 돌려버렸다. 제이럿 대장을 선두로 황궁친위대가 황태자를 호위하며 내달렸다.
“전하.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황궁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수십 개의 피신처. 개중 무엇이 적합한지 묻는 것이다. 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멀리 보이는 제1황궁 중앙 건물 쪽으로 고갯짓했다.
“아버지에게 가겠다.”
“예?”
동결하여 누워있는 황제에게, 어찌하여?
제이럿은 순간 무슨 의도인지 몰라 당황했지만, 곧이어 알아챘다. 황제가 사용했던 그림 속 비밀 통로. 그곳에 몸을 숨기겠다는 것이다. 안전으로는 두말할 것도 없고, 사태가 돌아가는 걸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리라.
제이럿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그림 속 피신처는 오로지 대장들에게만 공유되는 사안.
“다른 대원들은 황궁 중앙 건물을 통제하여 지키도록 한다. 혹 도움이 필요한 관료가 있다면 도와주어도 좋다.”
“예. 알겠습니다.”
“전하님! 전하님!”
타앗!
친위대원들 사이로 불쑥 튀어나오는 베릭. 두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진은 베릭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이는 기꺼이 허락한다는 뜻을 내보였다.
“베릭. 그대는 이안 경에게 가보아. 가서, 온 힘을 다해 이안 경을 지원하라. 마법부를 온전히 돌아오게 하는 것이 그대의 임무다.”
3국 간의 전쟁이 마무리되었으나, 깊은 강물의 바닥처럼 그 흐름이 거세고 혼탁했다.
루스웨나의 왕은 스스로 저주에 걸려 죽었으며, 버고스의 왕은 황실에 구금되어 있다. 게다가 클리포포드 한가운데에 떡하니 열린 대륙의 균열까지.
3국 간 정세가 어지러워 조금도 미래를 가늠할 수 없었으니, 바리엘은 앞으로도 대국(大國) 지위를 견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마법부의 존재.
“베릭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전하. 바르사베를 함께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바르사베!”
“예. 대장!”
“다녀오겠습니다아아!”
“베릭! 같이 가!”
타닥타닥!
바르사베는 진에게 경례한 뒤, 바로 베릭을 쫓았다.
다시 한번 터지는 굉음. 진은 인상을 찡그리며 피어오르는 연기를 쳐다봤다. 안쪽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