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464
제464화. 아탄과 베릭
“보호막 깨는 게 맞습니까? 트웰러 장관님?”
트웰러는 침묵하며 턱수염만 연신 만져댔다. 러더포드 일당이 아니라, 마법부가 보호막을 세운 것이라면 신중할 필요가 상당했다.
아군의 현장 판단 아닌가. 너무 위험하여 지원군을 들이지 않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지원군이 있으면 대응하기 어렵다는 뜻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무엇이 되었든, 현재 마법부에서는 그들의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중요할 터.
“잠시 대기한다.”
그는 궐련을 손가락에 낀 채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그들이 갈 길을 안내하듯,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놈들의 개구멍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2황궁을 기점으로 수색을 강화하라. 혹, 이곳이 출입문이라면 다몬 왕과 버고스 사절단을 확보한 일당이 다시금 이쪽으로 돌아올 터이니, 앞만 보지 말고 2황궁 방향의 뒤쪽도 경계하라. 알겠는가?”
“예. 장관님!”
“혹시 모르니 마력봉인석을 가져오는 것 또한 허락한다. 아, 내 도끼도.”
트웰러의 명령에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종전 협상에 참석한 뒤 바로 움직인 터라, 대외용 검을 쥐고 있는 게 영 불편했다. 그는 바르사베와 베릭을 돌아보며 물었다.
“두 사람은 어찌할 것인가? 제국방위부는 마법사들의 의지를 존중하여 여기서 대기할 것인데.”
“전하의 명을 따르자면 안으로 들어가는 게 맞겠지만, 그것만으로 마법사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저희도 대기하지요.”
“아아아악! 이안아아! 문 좀 열어봐라아! 여기 베릭 있네? 응? 시바. 도와주려고 했는데 왜 받지를 못하냐. 이안아아! 이안 히엘로 씨! 이보세요오!”
“베릭!”
따악!
베릭은 보호막에 이마를 딱 붙이고서 연신 소란스럽게 짖어댔다. 오가는 이목이 너무 많았기에, 바르사베는 그 뒤통수를 쥐어 까는 것으로 대응했다. 별로 효과는 없었지만.
“이아아안! 어금니가 또 갈군다아아!”
“조용히 좀 해, 미친놈아!”
“장관님, 정문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그때, 혼란을 헤치고 나타난 트웰러의 부하. 무언가 난감한 사안을 들고 온 것 같았다. 전언해보라고 트웰러가 고개를 기울이자, 부하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서 속닥였다.
“정문에 아탄족이 당도했습니다.”
“무어라?”
왜 저러실까, 트웰러의 기함에 베릭이 시선을 잠깐 틀었으나, 말 그대로 잠깐이다. 다시금 보호막에 머리를 퉁퉁 박아대며 열어달라 찡얼거렸다.
“…베릭.”
“왜여.”
“아탄족의 족장 이름이 에프디람이었던가?”
“아마도? 이름은 솔직히 헷갈리고. 개또라이 뽀글대가리가 하나 있긴 한데.”
트웰러의 기억으로, 아탄족은 클리포포드 전쟁에서 버고스 편에 섰던 자들이다. 북쪽의 균열을 클리포포드 대지로 분산하고, 마물을 먹고 살다 보니, 이해관계가 맞아 범람을 반기던 족속들.
종전 합의할 때, 이안 경이 그들을 공식적으로 바리엘로 부른 건 확실했다. 문제는, ‘왜 하필 지금 도착했는가’겠지.
“북쪽 지대를 들렀다가 오느라 늦었다 하는데, 왜 들여보내 주지 않느냐며 항의가 거세다고 합니다. 황궁 봉쇄 이유를 알려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적당히 설득하기에는 너무 야만적입니다.”
“러더포드와 한패일 가능성은?”
“모르겠습니다. 파악 불가입니다.”
아탄과 러더포드라. 관계가 있을까? 아탄이 버고스 편에 있었으니 영 관련 없다 하기에도 미심쩍다.
하지만 클리포포드에서 보았을 때는 이렇게 사사로운 정쟁에 뛰어들 만한 성정들이 아닌 것 같았는데.
“장관님. 정문에서 소란을 피워대니 제국민 사이에서도 말이 도는 것 같습니다. 안으로 들이거나, 적당히 납득시켜 대기하도록 해야 합니다.”
“안으로 들이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지금 현 상황에서, 아탄이 러더포드를 지원하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차라리 물리시는 게 낫지요.”
“예. 종전 협상, 솔직히 아탄족 없이도 잘 마무리되고 있지 않습니까?”
“늦은 쪽의 실책이니, 그걸로 입궁을 거절하겠습니다.”
“지금 거절이 안 되어서 이리 연락 온 것 아닙니까? 말이 안 통하는 자들이라, 제국방위부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러더포드와 관련이 없다 해도, 혼란스러운 지금 황궁으로 들이는 것은 절대 아니 될 일입니다.”
대체적으로 의견은 비슷했다. 아탄족을 황궁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지만, 동시에 제국민이 불안하지 않게끔 적당히 정리하는 방도도 필요하다는 것. 트웰러는 베릭에게 고갯짓했다.
“베릭. 자네가 정문으로 가서 아탄족을 맡아주었으면 좋겠군.”
“엥?”
나? 내가 왜?
연신 보호막에 머리를 비벼대던 베릭이 멈칫거렸다. ‘가기 싫다’가 반, ‘영감이 뭔데 나한테 명령질인지 모르겠다’가 반인 표정이다.
“황궁이 위험에 처해있으니 명령 체계는 허울에 불과하다. 나는 지금 제국방위부의 장관으로서 황궁친위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고, 이를 적당한 사유 없이 거절했다간 사태가 마무리된 후 적법한 고발을 걸쳐 징계 처리할 것이라. 사태의 중요성에 따라 그 벌이 달라지겠지?”
“아니, 영감 명령이 진 전하 명령보다 센가? 나 이안이 보러 들어갈 건데, 가긴 어딜 가아! 네가 가!”
“나 역시 황궁을 지키라는 진 전하의 명령을 받들었다. 네 임무는 이안 경을 보는 게 아니라, 이안 경을 지원하는 것 아니었나? 황궁을 위한 일이 결국 이안 경을 돕는 일일 텐데?”
“뭐만 하면 이안이 들먹이네. 시발. 평소에도 일 시켜먹느라 쪽쪽 빨아먹으면서.”
“베릭! 언사가 과하다! 트웰러 장관님께 용서를 빌라!”
“까세요, 지랄. 나 안 가! 내가 왜 가? 갈 거면 어금니 네가 가라!”
여기서 멀어지지 않겠노라고 베릭이 벽에 딱 붙어서 소리치자, 트웰러가 미간을 짚어댔다.
“베릭.”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사안을 굳이 이르게 하는구나.
“네놈이 아탄족 아니던가.”
“……?”
“이미 에프디람과 안면이 있고, 불러들인 이안 경의 최측근이며, 아탄과 정체성을 함께하는 네가 직접 설득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전쟁에 나가지 않았던 황궁 병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탄족? 평소 고기 처먹는 게 범상치 않다 여겼는데, 피가 달랐구나. 근데 아탄족이 원래 그런가? 등등.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르사베는 주위를 살핀 다음, 베릭의 옷깃을 잡아당겨 속삭였다.
“적당히 다녀와. 여긴 내가 보고 있을게.”
“아씨, 진짜.”
“무턱대고 들어갈 순 없잖아. 그랬다가 이안 님에게, 아니 마법부에 문제라도 생기면? 너 여기서 대가리 박고 있는 것보다 그게 생산적이겠다. 아탄족 성격 너처럼 지랄 맞은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문제 터지기 전에 정리해. 나중에 이안 님도 칭찬해주실 거다.”
“아오오오! 시부랄.”
베릭이 짜증스러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뒤로 꺾어댔다. 가기 싫은데 갈 이유는 한가득이라니. 환장할 노릇이다. 에프디람 그 또라이 보는 건 둘째 치고, 사태와 멀어진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갑자기 무슨 일 생기면? 이안이가 불렀는데, 하필 그 자리에 자신이 없으면?
“나 같으면 고민할 시간에 빨리 다녀오겠다.”
“…가서 뭐라 해?”
“문제가 있으니 점잖게 대기하라고. 안쪽 상황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하지 마. 그리고 아탄족 반응을 살펴서 러더포드와 한패 먹은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전언 때려. 바깥에도 지원 요청해야 하니까.”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시키는 건 졸라게 많아요.”
“장난? 맨날 이것저것 박살 내는 주제에 그렇게 많이 처먹는 건 다 까먹었지?”
“몰라. 나 다녀온다! 길 비켜! 말 내놔!”
“트웰러 장관님! 베릭이 간답니다!”
싱긋, 바르사베가 경례하며 외치자, 트웰러의 부하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마음 바뀔라, 서둘러 보내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히이잉!
타앗!
“가자! 후딱 갔다 후딱 오자!”
베릭이 말고삐를 크게 잡아당기자 히히힝, 말이 앞발을 들어올리며 빠르게 달려나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뒷모습. 바르사베는 식은땀을 겨우 닦아내며 웃었다. 안 간다고 버티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풀려서 다행이다.
지이잉. 지잉.
“바르사베 님. 여기 봐 주십시오.”
“보호막이 좀 흔들립니다. 왜, 왜 이러나요?”
“예?”
그리고 베릭이 떠나자마자, 마법 보호막에 문제가 생겼다. 눈에 띄는 떨림. 태풍을 막아내는 창문처럼 투명한 무엇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
바르사베는 영문을 알 수 없어 다시금 정신을 집중했다. 단단하게 서 있던 힘이 어지럽다. 마법사들 사이 무언가 혼란이 생긴 것처럼.
바르사베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쩌억.
“어라.”
어디선가 금 가는 소리가 분명히 들려왔다. 놀란 바르사베가 뒤로 물러섰고, 기겁한 병사들은 더더욱 멀리 뒷걸음질 쳤다.
“마, 마검사 님! 문제 있습니까?”
“물러나라! 심상치 않다! 물러서!”
“문제는 안쪽에서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괜찮겠지요?”
콰아앙! 쾅!
대답이라도 하듯, 안쪽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대체 그들은 무슨 싸움을 하고 있는 걸까. 바르사베는 당장이라도 투입할 수 있도록, 보호구를 단단히 여몄다.
히이잉!
타닥타닥!
한편, 베릭은 저 멀리 보이는 황궁 문지기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힘껏 달렸더니 생각보다 이르게 당도했다. 전투를 염두에 두어 인근을 모조리 비워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문 하나만을 두고 아탄족과 대치하던 문지기들이 베릭을 알아보고서 화색을 띠었다.
“베릭이다!”
“여기! 여기로 어서!”
콰아앙! 쾅!
덜컹! 덜컹!
“이거 안 열어? 우리 막무가내로 온 게 아니라, 시바… 여기 마법부 장관이 불러서 온 거라고오오!”
“때려 부술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그만 진정들 하라니까! 조금이라도 파손되면 극형에 처할 것이오! 엄중한 국법에 따라!”
“밥 좀 주라! 배고파 뒤지겠는데 이렇게 뒤지나, 저렇게 뒤지나, 뭐 다를 거 없지?”
“문 열어! 문! 제국은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하나 보지? 엉? 참나. 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먼 길 왔더니 이 지랄인데?”
허어. 이것 참. 지랄들이 심하네.
베릭은 혀를 끌끌 차며 차분히 착지했다. 모르는 자가 보았다면 폭동이라도 일어난 줄 알 것이다. 거대한 황궁 문을 부술 기세로 흔들어 젖히니, 문지기들은 열릴 일 없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한 표정이었다.
베릭은 바깥과 통하는 작은 창문을 거칠게 밀어젖혔다.
타악!
“어서 이거-”
“아오, 잡소리들.”
“뭐여. 익숙한 얼굴인데? 대장! 여기 문 열렸다!”
“어디 봐 봐! 이것들이 귀한 사람 여기 세워두고 죽고 싶…은 베릭이네?”
눈, 코만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틈. 베릭과 에프디람은 서로를 훑어보며 시선을 나눴다. 영 반가운 기색은 아니었다.
“주인은 어디 갔어? 개새끼.”
“주인 바빠. 그러니까 좀 닥치고 기다리래.”
“지나가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이렇게 황궁 봉쇄되면 안에서 난리 난 거라며? 내란 때도 이랬다는데. 일 있어?”
“생긴 것과 달리 존나게 학구열 높으시네.”
“거, 뒤지기 싫으면 혓바닥 조심해라.”
“문 하나 못 부수면서.”
“…보여줘?”
에프디람의 눈이 금안으로 물들자, 베릭이 흠칫 물러섰다. 아참. 쟤 마법사였지. 재수 털릴 뻔.
“아니! 됐고, 진짜 조금만 기다리면 된대. 계속 난리 치면 그쪽만 손해니까, 시바, 좀 닥치고. 좋게좋게!”
한발 물러섰다는 걸 느낀 걸까? 에프디람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먹잇감을 찾았다는 듯, 숨을 거칠게 쉬어댔다.
“무슨 일 있는 거 맞네. 접객이라고는 쥐똥도 모르는 똥개 새끼 보내서 이럴 정도면, 우리가 소란 피우는 것도 부담될 만큼 황궁 안에 X 같은 일이 일어난 거야. 맞지?”
들켰다! 베릭이 딴청 피우려고 하자, 에프디람은 고갯짓으로 안쪽을 가리켰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기가 가득했다.
“달 떴네.”
“달?”
깊고 짙어서 안쪽이 보이지 않는 검은 달.
언제부터 떠 있었지?
베릭은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마법사가 먼 거리를 이동할 때마다 떠오르던 것이니. 아마 러더포드네 마법사들이 도망이라도 가려는 듯싶다.
“워이, 워이! 신경 끄셔.”
“나는 신경 꺼도 되는데, 너는 아니지 않나?”
“뭐래.”
“저게 소란의 원인이면, 누군가가 도망치기 직전이라는 거니까 마법부가 쫓아갈 터. 아니라면, 마법부 자체적으로 움직일 일이 생겼다는 거겠지? 높은 확률로 이안의 마력이 주도하는 걸 테고.”
에프디람은 틈으로 얼굴을 바짝 붙인 채 킬킬거렸다. 멍청한 똥강아지! 지금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구나?
“네 주인, 지금 멀리 가려 한다고. 등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