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533
***********************************************
*************************************
************
제533화. 루스웨나의 선물
대연회장과 달리 마법부는 한산했다. 혹시 모를 루스웨나의 방문을 대비하여, 단 두 명에 불과한 마법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대장직 한 명과 그 휘하 한 명, 아코렐라와 부하는 뒤뜰 정원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밝아진 하늘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들이 만든 역작이긴 하지만, 진짜 볼만했다.
아코렐라는 뒤로 벌러덩 누우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좋은 날 대기나 타고 앉아있네, 젠장. 실험 제대로 땡겨줘야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루스웨나 쪽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이안 님 대신해서 대장급이 기다렸다가 맞이해야죠.”
“너 여기 있을래? 나 잠깐 사무실 좀 다녀올게.”
“안 됩니다. 자리 비우시면 이안 님께 다 이를 겁니다. 실험하러 가시는 거잖아요. 한번 들어가면 밤낮 구분도 안 되면서, 백야 유지 자신 있습니까?”
“이 새끼, 상급자가 누구야?”
“아코렐라 님이요.”
“그래. 잘 아네. 싸가지는 없지만.”
아코렐라가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몸을 이리저리 뒹굴어댔다. 저도 단념하고 싶으나,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밤낮 혹은 날씨에 영향받는 마력석들이 있는지라, 오늘을 놓치면 영영 빛 못 보는 실험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망할 루스웨나 같으니. 대체 뭐 한다고 이리 시간을 끄는지, 원!
“개새들. 콱, 떨어져 뒈지기 직전에 받아줄까 보다.”
“경위서 쓰고 싶으시면 뭐,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저는 책임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잇, 안 되겠다. 가서 실험실 물건 옮겨와.”
“어라? 저게 뭐지?”
아코렐라가 손가락을 접으며 심부름 내용을 읊어주려는데, 마법사가 벌떡 일어나 하늘을 바라봤다. 아코렐라는 속지 않겠다는 듯 눈매를 가늘게 뜨고는, 마법사의 종아리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말 돌리기는, 빨리! 그 찬장 두 번째 줄이랑 그 아래 루론 결정석 얼린 거. 사이토마크, 갈렌 그리고-”
“대장, 옵니다!”
“뭐가아!”
“루스웨나요!”
포탈이 닫히기 직전에나 겨우 들어올 게 분명하거늘, 무슨 헛소리? 쓰읍, 속으면 지는 건데. 연기가 훌륭해서 봐준다. 아코렐라가 미심쩍다는 듯 시선을 틀었고, 이내 뒤따라 벌떡 일어난 채 굳어버렸다.
“저거…….”
“대, 대, 대장. 이안 님 모셔올까요?”
“이런, 미친!”
검은 달에서 서서히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마차가 아닌 ‘생물체’였다.
날렵하고 각진 주둥이와 이마에 솟은 상앗빛 뿔.
붉은 비늘로 덮인 몸체와 그 등에서 뻗어난 날개.
“마, 마물인가요?”
“…드래곤이다.”
촤아아악!
완전히 모습을 보인 드래곤이 날개를 크게 펼치며 날아올랐다. 아코렐라는 그것의 목에 쇠사슬 같은 것이 걸려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고, 이어서 그 끝이 마차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또한 인지했다.
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드래곤이 있는 것이다.
“대장!”
“젠장, 가자!”
지이잉!
우선 마차를 안전하게 받아내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두 사람은 날아오르기 위해 자세를 취했으나, 곧 무소용한 짓임을 깨달았다.
창공으로 떨어진 마차의 균형이 지상과 다를 것 없이 일정했다. 그들 외, 루스웨나 사절단 내에 마법사가 존재하고 있는 게다.
촤아아악!
“으아아, 옵니다. 옵니다아…….”
“시끄러워, 인마! 호들갑은.”
마법사가 아코렐라 뒤로 바짝 붙으며 중얼거리자, 아코렐라가 핀잔했다.
마차들은 마치 투명한 도로를 따라 내려온 것처럼 부드럽게 착지했고, 드래곤 역시 차분히 날개를 접었다. 가까이서 보니 거의 집채만 한 크기라, 위압감이 엄청났다.
끼이익.
“바리엘의 마법사들이 이리 적었나?”
“어서 오십시오. 마법부의 아코렐라 대장입니다. 현재 연회가 진행 중인지라, 마중 인원이 적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엘더트가 대신 보냈다는 작자다. 비쩍 마른 체형에 탁한 눈동자. 늦은 주제에 저런 태도는 차치한다 해도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비열한 콧수염. 시발.’
대체 어떻게 기른 건가 싶을 정도로 괴상한 형태의 콧수염이었다. 아코렐라는 콧수염에 시선을 고정하며 물었다.
“그런데, 저 드래곤은 무엇입니까?”
“아아, 너무 놀라지 마시게! 엘더트 전하께서 진 황태자 전하께 드리는 즉위식 선물이라! 하하핫! 바리엘에는 드래곤이 한 마리도 없다는 게 안타까워, 귀하고 튼실한 놈으로 골라 보내셨지.”
타앗!
사내는 보란 듯이 드래곤의 머리를 거칠게 내려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영물(靈物)을 저리 취급하다니? 실로 위험한 행동인지라 부하 마법사가 움찔했으나, 사육으로 인해 길들어진 드래곤은 콧김만 몇 번 씩씩거릴 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가? 그대들도 처음 보는 것일 터인데.”
어디 대단한 감탄 좀 내어보게나! 그는 의기양양하게 아코렐라를 쳐다봤지만, 아코렐라는 말없이 팔짱만 꼈다.
이에 마법사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임을 직감했다. 급히 호출 마법을 발동했고, 슬그머니 대장의 소매를 잡으며 속삭였다.
“대장. 참아요. 참아-”
“마법부 대장 아코렐라라고, 방금 말했는데요.”
“응? 그래. 잘 들었네.”
빠직. 아코렐라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았다.
“루스웨나에는 통성명 문화가 없나 봐?”
“무, 무어라고?”
마법사가 질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평소에도 반쯤 미쳐있는 아코렐라의 눈동자에 광기가 번쩍거리고 있었으니. 이성이라고는 흔적조차 없이, 저 멀리 날아간 듯 보였다.
“이쪽에서는 소속과 이름을 밝혔는데, 들려오는 답이 없으니. 루스웨나에서 온 게 맞나 싶어서.”
우우웅.
손님으로 온 게 아니라면 황궁 침입이니 즉결처분 대상이다. 아코렐라가 살벌한 기운을 발산하며 양손에 마력구를 만들어내자, 사내가 뒷걸음질 쳤다.
“루, 루스웨나 사절 대표 레핀일세.”
“손님이 맞긴 맞네요. 마법사가 있는 것 같던데.”
“하, 한 명!”
자꾸 말이 짧고 지랄? 아코렐라가 미간을 팍 찌푸리자, 레핀이 누군가를 앞장세웠다. 조금 앳된 소년이었다. 아마 종전 후 루스웨나에서 발견된 새로운 마법사인 듯싶다. 전쟁에 있어 루스웨나에도 마법 전력이 있다는 걸 선전하기 위해 데려왔겠지.
아코렐라는 고갯짓을 더하며 명령했다.
“마법사는 마력봉인석을 장착하라. 그 후에 입궁을 허락하겠다.”
“이쪽으로 먼저 오십시오.”
“레핀 님.”
“그래. 어서 따라가! 응응!”
마법사가 소년을 데리고서 마법부 본관 쪽으로 움직였고, 아코렐라는 여전히 못마땅한 낯으로 드래곤을 돌아봤다.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아.”
“루, 루스웨나에서 제일로 아름답다 여기는 놈이지. 십 년 정도 무상으로 대여하는 것이니 그동안 바리엘에도 드래곤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자리 잡을 터. 이는 천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지라, 엘더트 전하께서는 바리엘에 미래를 선물해주신 것과 같다네.”
그 말을 듣자마자, 아코렐라는 레핀을 노려보았다. 루스웨나 이것들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진상품으로 장난질 치는 데 도가 튼 놈들이다.
‘이걸 어디서 키우는데?’
부화장 및 사육지가 있는 루스웨나와 달리, 바리엘에는 드래곤을 위한 그 어떤 시설도 없었다. 시설만이 문제인가? 관리와 사육에 관한 지식과 경험도 전혀 없었다. 한두 푼 들어갈 것도 아닌데, 전쟁을 앞두고 대체 언제 관련 시설을 지을 것이며, 누구에게 위임하여 일을 맡긴단 말인가?
‘게다가 무기한도 아닌 겨우 십 년. 투자하여 자리 잡았다 싶으면, 회수하여 이도 저도 아닌 상황으로 전락하겠지. 게다가 중간에 잘못되어 쟤 죽으면? 외교 문제, 아니, 국제적인 문제로 트집 잡힐 수도 있잖아. 시발 것아.’
번지르르한 말로 제일 아름다운 드래곤 어쩌고저쩌고 씨불이지만, 나중에 검사하면 필시 건강상 문제 있는 놈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래곤 각린으로 인해 개고생했던 자신에게, 이건 뭐…….
“크흠. 연회장으로 바로 가면 되겠나?”
목구멍 끝까지 욕설이 솟구쳤으나, 아코렐라는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겨우 참아냈다. 이 새끼, 너 연회장 가면 누가 있는지 알아? 넌 뒈졌다, 이제.
“그래요. 갑시다. 그쪽들 마법사 올 때까지 잠깐 기다려요.”
아코렐라는 준비하라는 듯 손짓했고, 레핀과 루스웨나 수행원들은 다시금 마차에 올라탔다.
영문도 모른 채 눈만 깜빡거리던 드래곤은 앞발로 주둥이를 긁어댔다.
* * *
“이안 님. 방금 호출 요청 들어왔습니다. 루스웨나 측 사절단 도착했답니다.”
“누가 맞이했지?”
“아코렐라 대장입니다.”
“알겠다. 이쪽으로 바로 안내할 것이니, 준비하라.”
“예. 저, 근데… 호출이 좀 이상합니다.”
연회장 곳곳을 자세히 주시하던 이안이 눈썹을 까딱거렸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것부터 의심스럽긴 했는데, 호출 신호가 이상하다면 아예 입장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안은 알겠노라 고개를 끄덕였고, 마법사들에게 준비를 명령했다. 그러곤 움직이지 않은 채, 진과 마주한 샤티마, 그러니까 하완 쪽을 계속 지켜봤다.
“…하여,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래. 하완 국왕께 전하시게. 쾌차를 기원하겠노라고. 그리고, 중앙에도 훌륭한 의사들이 많다고 말이야.”
“…이르신 대로 전언하겠나이다.”
“이만 물러나라.”
알현 마무리를 이르는 진의 명령에, 샤티마가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쳤다. 수행원들이 다가와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잡아주었고, 개중에는 이안과 함께 들어왔던 여인도 섞여 있었다. 샤티마는 그녀가 돌아왔다는 걸 알아채고서 은밀히 눈치를 주었다. 꾸중하는 것 같으면서도 노기 섞인 눈빛.
이에 로만드로가 이안과 시선을 같이하며 물었다.
“아까 그 여인? 신경 쓰여?”
이안은 잔만 홀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현을 마친 샤티마는 드레스를 정돈한다는 명분으로 연회장을 나섰고, 이안은 마법사들에게 손짓으로 신호하며 그 뒤를 따랐다.
끼이익.
쿠웅!
귀빈에게 내어준 대기실이 굳게 잠겼다. 샤티마는 안쪽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 낮게 으르렁거렸다.
“어리석게 굴지 말라 했을 터인데.”
“죄송합니다. 조사단 건물이 이곳에서 멀지 않아 잠시 다녀왔습니다.”
“거기는 왜?”
샤티마의 다그침에 에리카가 베일을 걷으며 얼굴을 보였다.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예전에, 변경으로 내려가기 전 제 자리에 사진을 두었습니다. 한 장밖에 없는 가족사진이라, 혹시 남아있나 싶어서요.”
“있을 리가!”
십 년이었다. 그것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여 붕 떠버린 황궁의 공무원, 그 자리가 그대로 남아있을 리 없었다.
“예. 그래서 그 안쪽의 유실물 보관창고를 둘러보느라 조금 걸렸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건물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조심히 다녀왔으니 걱정 마십시오.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곳은 하완이 아니라 바리엘이다.”
“다시 한번 명심하겠습니다.”
샤티마는 한숨을 내쉬며 긴 손톱으로 이마를 매만졌다. 복수의 결을 선택 중인지라, 더한 닦달은 삼가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일렀다.
“가서 장신구나 새로 가져와라.”
“예. 알겠습니다.”
알현용인지라 화려함의 극치인 장신구들이었다. 무거워서 목과 어깨가 뻐근했으니, 이제는 좀 가벼운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끼이익.
에리카는 밖으로 나와 수행원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그러곤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실례합니다.”
“……!”
이안이었다.
기척 따위 전혀 느끼지 못한 터라, 에리카는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두 눈이 똑바로 마주쳤고, 에리카는 순간 자신이 얼굴을 가리지 않은 것인가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베일 촉감을 느끼자, 그제야 안도감이 몰려왔다.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뭔가 찾으시는 것 같아서요. 뭐, 예를 들면-”
“괜찮습니다.”
에리카는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이안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이어진 말이, 그녀의 발목을 강하게 잡아챘다.
“메리나 첼의 시체 같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