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544
제544화. 출정
부우우-
부우-
“서둘러요! 곧 황궁 문이 열립니다!”
“아이고, 어서 좀 갑시다! 이러다 놓치겠네!”
“즉위하자마자 출전이시라니. 결단력이 대단하십니다! 우리의 폐하께서는. 하하하!”
“바리엘의 미래가 기대되지요?”
“황제 폐하께 축복을!”
“축복을! 부디 바리엘에게 무궁한 영광을!”
황궁 앞은 구름 떼와 같은 인파로 혼잡스러웠다. 중앙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나온 게 틀림없었다. 병사들은 서로를 붙들어 맨 채 행진할 길을 사수했고,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가까이 붙고자 열심이었다.
황궁 출입문 위쪽, 상황을 지켜보던 마법사가 혀를 내둘렀다.
“와, 저길 어떻게 지나가지?”
“그러게. 장난 아니네. 가다가 힘 다 빼겠는데.”
“이안 님! 시간 더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갈수록 사람이 많아집니다. 출전은 둘째 치고, 군중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알겠다. 전달하도록 하마.”
마법사의 신호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난 상태긴 했다. 출전 대기 중인 병사들, 군수 및 보급품을 산처럼 쌓아 올린 짐마차, 황제의 전차까지.
“이안 경. 제국방위부 모두 준비되었소.”
“예, 트웰러 장관님.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시작이거늘,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황궁친위대도 대기 중입니다.”
“시아오시 경! 휘하의 병사들을 모두 전방으로 배치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제국방위부 소속 맥심 트웰러와 시아오시 또한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이안은 그들을 뒤로하고 본궁으로 들었고, 곧 그 앞에 사절단 관련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발견했다. 모두 이안을 알아보고서 길을 터주었다.
똑똑.
“이안 히엘로 장관입니다.”
“들라.”
끼이익.
안쪽에는 정상들의 모임이 마지막으로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클리포포드 국왕, 아스타나의 왕 하샤, 하완의 샤티마 수상, 그리고 바리엘의 황제 진. 그들은 동시에 이안을 쳐다봤고, 시간이 다 되었음을 직감했다.
“폐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알겠다. 마지막으로 바리엘과 동맹임을 확인하도록 하지. 아스타나-”
하샤가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바리엘은 북쪽으로 진격할 것이니, 그대들은 우리와 함께 올라가지. 아스타나 본대와는 국경선에서 만나도록 한다.”
“예, 폐하. 전서구를 미리 보냈으니,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클리포포드.”
“하명하십시오.”
“역시 바리엘과 함께 출정하되, 그대들은 도중에 귀국하여 군대를 결집, 전시에 돌입하라. 하여 하완과 루스웨나 쪽을 담당,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바리엘의 전력이 북쪽으로 올라가면, 남쪽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클리포포드에게 맡김으로 어느 정도 후방의 안전을 확보해 놓는 것이다.
“샤티마 수상이 살아남으면 수월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 버거울 것이니. 클리포포드는 모든 전투 상황을 바리엘에 공유하여 서로 돕도록 한다.”
샤티마의 반란이 성공한다면 루스웨나를 둘이서 압박할 수 있겠으나, 실패한다면 온전히 클리포포드 혼자서 두 나라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바리엘이 버고스를 정리하고 돌아올 때까지는.
샤티마는 머리를 꽁꽁 싸맨 천을 가볍게 걷어내며 일렀다.
“폐하. 염려치 마십시오. 하완 또한 클리포포드와 함께 루스웨나를 저지할 것입니다. 제가 그리되도록 하겠습니다.”
“기세가 단단하여 듣기에는 좋다.”
진은 그리 이르면서 클리포포드 왕을 쳐다봤다. 함부로 믿어 방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완은 지금 그들에게 없는 패라 생각하는 게 안전했다. 괜히 샤티마의 반란 성공에 기대를 걸었다가, 어떤 낭패를 얻게 될지 모르니까.
진은 샤티마 쪽으로, 돌돌 말린 두루마리를 가볍게 던졌다.
투욱.
“황제의 직인이 찍힌 명령문이다. 샤티마, 그대의 귀국은 바리엘 황제의 명이며, 함께할 조사단 또한 바리엘에 속한 자들임을 명심하라.”
에리카를 이르는 것이었다. 샤티마는 고개를 잔뜩 숙이며 두루마리를 두 손으로 들어 품었고,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럼, 모두 일어나도록 하지.”
“예, 폐하.”
마지막 모임이 파했다. 각 사명을 짊어진 참석자들은, 목례로써 서로의 건승을 빌었다.
왕들과 샤티마가 먼저 물러나고, 이안은 진이 갑옷 정리하는 것을 기다렸다. 손목을 단단히 동여매고, 금빛 갑옷 위에 풍성한 장식용 띠까지 두르니, 그 어떤 창과 화살이 날아와도 흠 하나 낼 수 없을 만큼 강인해 보였다.
“마법부는 괜찮은가?”
어제의 소란을 전해 들은 게다. 이안은 질문의 대상이 마법부가 아닌 루스웨나 출신 마법사들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예.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을 수밖에 없는 날이니까요.”
“혹여 그들이 원한다면, 루스웨나 사절단 머리 배달을 맡겨도 좋다. 무엇이든 마음을 푸는 게 중요하니.”
분(憤). 억울하고, 화나고, 한편으로는 원통한 감정. 그걸 달랠 수 있다면 방법을 가릴 게 아니었다. 진의 위로에, 이안은 짧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어제 루스웨나 출신 마법사 두 명이 아코렐라의 망각제를 마셨습니다.”
“망각제?”
“예. 아직 완성품은 아닌지라 조심스럽습니다. 출정을 앞두고 부작용을 걱정하였지만, 워낙 심하게 힘들어하는 터라 끝끝내 말리지는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아코렐라도 정말 대단하군. 그런 걸 만들었다니.”
“지난밤, 사건 전후로 한 시간 정도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여 기억하는 자들 또한 섣불리 어제의 일을 나누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절단의 시신은 다른 부서에 맡겨주십시오.”
진은 눈썹을 까딱거렸다. 망각제의 존재도 놀라운데 그걸 마법사들이 사용했다고 하니, 충격이 상당해 새삼 힘들었겠구나 싶은 게다.
그때였다.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똑똑.
“이안 히엘로 장관님.”
“무슨 일입니까?”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출정을 앞둔 지금? 대체 누가? 이안은 잠시 눈을 깜빡거렸고, 진은 단번에 그 정체를 알아챘다.
“안으로 들여라. 로만드로의 배려일 것이다.”
그러곤 의아하게 서 있는 이안을 대신하여 명령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풍성한 금빛 머리칼을 하나로 묶은 필리아가 조심스레 들어왔다. 그 옆에는 로엘과 비비안나 그리고 비비까지 함께였다.
“어머니.”
“이안아.”
필리아는 이안을 먼저 부르면서도, 진의 눈치를 살폈다. 황제의 궁에서 무엄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필리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안을 와락 껴안았다.
“이안아. 오늘 가면 또 언제 볼지 몰라서, 그래서 이렇게 왔어. 바쁜 것 아는데, 미안해.”
“아닙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대관식부터 지금까지 틈이 없었습니다.”
“알지. 알아. 너무 멋지더라고. 우리 이안이.”
조금 야위었나? 필리아는 촉촉한 시선으로 아들의 이목구비를 눈에 담았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기특한 아이.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와. 알았지?”
이안은 싱긋 웃으며 필리아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그러자 이번에도 진이 대신 대답했다.
“필리아 부인. 걱정하지 마시오. 이안 경을 무사히 데려오리다.”
“폐하, 감읍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부군께서도 대관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바리엘의 홍복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답니다. 루스웨나나 하완의 위험으로부터 히엘로를 돕겠다는 의지도 보였어요. 어찌 전달하면 좋을까 싶었는데, 이리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앙군은 북쪽으로 올라가지만, 동쪽과 남쪽은 히엘로와 같은 변경지가 제국의 방패가 되어 국경을 지킬 터였다. 진은 희게 웃으며 필리아의 손등에 입맞춤했다.
“기특하다. 나라를 지키는 것에는 제각각의 방법과 모습이 있으니, 그대는 그대의 소임을 다하여 바리엘인의 긍지를 지켜라.”
천려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하라는 명령이었다.
필리아는 문득, 어린 시절의 진을 떠올리며 슬프게 웃었다. 너무 먼 사람이 되었지만, 그 역시 필리아에게는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예. 폐하. 폐하께서도 부디 무탈하게 돌아오십시오. 제국의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감정을 읽은 것인지, 진은 대답 대신 다시 한번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자신에게 어머니와 비슷하게 소중한 여인을 꼽으라면, 퀸타나와 필리아. 두 사람이었으니.
이번에는 이안이 덧붙였다.
“예, 어머니. 제가 무사히, 폐하를 모실 것입니다.”
“그래. 기도할게. 로엘, 너는 오라버니에게 할 말 없니?”
로엘은 담담하게 이안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잠시 귀 좀 빌려달라며 손짓했다. 속닥속닥, 아이는 시선을 허공 어딘가에 걸어둔 채 이안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
이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를 돌아보는 순간, 바깥에서 트웰러 장관의 부름이 들려왔다.
“폐하.”
진짜 시간이 다 된 것이다. 더는 지체할 수 없음이라, 그들은 다 함께 황제의 궁을 나섰다.
히이잉! 히잉!
백마 네 마리가 이끄는 전차였다.
무장한 맥심 트웰러와 시아오시, 그리고 마법부원들이 그 옆에서 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부서의 관료들 또한 모두 나와 진의 출정을 지켜봤다.
“폐하! 부디 몸 조심히, 승리하시어 돌아오십시오.”
수상이 비쩍 마른 두 손을 모으며 간절히 이르자, 진은 두말할 것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타앗!
“간다. 출정이다!”
“출정이다!”
“황궁 문을 열어라!”
“황제 폐하가 나가신다!”
부우우- 부우-
처억! 척!
바리엘 국기를 든 기마병들이 먼저 움직였고, 이어서 진의 전차 또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안은 마법사들에게 무언의 손짓을 보내며 호위를 지시했다.
꽈악!
“이안!”
그때, 이안의 팔을 붙잡는 로만드로. 그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코를 훌쩍거렸다.
“꼭 돌아와. 베릭 그놈 말 안 들으면 손수 쥐어 까고, 폐하 잘 모시고, 러더포드 놈에게 돌려줄 것 다 돌려주고 와. 그러고 나서 우리, 또 맛있는 저녁 먹자. 우리 집에서.”
로만드로는 홀로 마법부를 지킬 터였다. 이안은 그를 가볍게 안아주었고, 당부했다.
“황궁을 잘 부탁합니다.”
“응! 당연하지!”
지이잉! 지잉!
타앗!
이안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다른 마법사들도 함께였다. 로만드로는 흰 천을 연신 크게 흔들며 그들을 배웅했다.
“잘- 다녀와!”
그런 그 앞을 지나가는 클로이 영애.
보급품 마차 틈에 섞인 채 말을 몰고 있었다. 다비온가가 지원한 군수품 관리관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게다. 최대한 담담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긴장한 기색을 숨길 수는 없었다.
“아이고, 클로이 영애도 진짜 가는구먼.”
“여러모로 대단하다니까.”
“어? 저기, 드래곤 아닌가?”
“드래곤! 너도 잘 다녀오거라! 그런데 로만드로, 쟤 이름이 뭐라고? 말이 되게 많던데.”
크흥! 로만드로는 타 부서 관리들의 물음에 코만 훔쳐댔다.
“페리 포먼스 레이 드래곤-”
“엥?”
“-이라고 이안이가, 아니 우리 장관께서 이름을 새로 붙이긴 했는데, 크흑! 그냥 뀨라고 불러.”
“어어. 뀨가 낫네. 페리 포포먼스 뭐시기보다는.”
“그러게. 이안 경이 생각보다 작명 센스는 별로야.”
다들 이러쿵저러쿵 조잘대는 동안에도, 로만드로는 눈물만 훔치며 손수건을 흔들어댔다. 어느 정도 감정이 추슬러졌나 싶은 순간.
“로-만드로 님!”
“크흑! 베릭! 으어엉! 베릭아!”
“우니까 졸라 못생겼어요!”
저 멀리, 정복 입은 베릭이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웃는 것 아닌가. 로만드로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시끄러워! 사고 치지 말고, 너도 꼭 살아서 돌아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