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546
제546화. 대마물의 습격
북쪽 지대 아니면 클리포포드 쪽에 문제가 생겼다라.
진은 지도를 내려다보며 잠시 고민했다. 중앙에서 클리포포드까지 얼마나 걸릴까? 마차가 비교적 가벼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인데.
“클리포포드 쪽에 일이 생겼다면 그쪽에서 연락을 보내올 것이다. 왕실이 내려가는 중이니, 일차적인 수습은 그쪽에 맡긴다. 우리는 전서구를 보내고, 북쪽으로는 정찰대를 빠르게 파견하도록 하지.”
이안은 잘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조심스럽게 마법부 상황을 상기시켰다.
“옳은 결정이시나 송구합니다, 폐하. 현재 마법부엔 보낼 수 있는 마법사가 없습니다. 명하신다면 제가 직접 다녀올 수는 있으나, 아무래도 폐하의 옆자리를 비우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상황만 보는 것이라면, 제가 다녀올 수 있습니다.”
“자이라. 객기다.”
자이라의 덧붙임에 이안이 단호히 잘라 말했다.
자이라가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잠 못 드는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대관식 내내 쪽잠으로 버텼으면서 말이다. 그는 루스웨나 마법사 사태로 입은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다. 스스로 돌볼 수 없을 만큼.
자이라는 반박하지 못했고, 그저 안경만 가볍게 만져댔다.
“정찰대라면 제국방위부에서도 편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균열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마물 출현을 대비하여야 하는데, 일반 병사들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현재 데라족의 무기 보급은 어찌 진행되고 있는가?”
“창병을 중심으로 보급 중입니다. 검보다는 창이, 특히 단창이 제작에 시간이 적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서두르고 있기는 하나,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뜻을 알아챈 제이럿 대장이 알겠노라 일렀다.
“황궁친위대가 다녀오겠습니다. 기동력이 상당하니, 전서구를 보내고 받는 것과 같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다. 그대들이 먼저 올라가도록. 하여 혹 마물이나 여타 바리엘을 막아서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단호하게 처단하여 진군에 문제가 없도록 하라.”
“예, 폐하. 명 받들겠습니다.”
“제이럿 대장.”
제이럿이 황궁식 예법을 올리며 이르자, 이안이 그를 불렀다.
“데라족의 무기도 지참하십시오. 도움 될 것입니다. 황궁친위대에도, 그리고 다른 병사들에게도.”
선발대는 말 그대로 적의 지형과 동향을 살피기 위해 나선 무리. 기동력을 우선으로 고려하느라 창병 수가 상당히 적었으니, 이를 안배한 지시였다.
“알겠습니다.”
바리엘 국경선 안쪽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필시 이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바리엘 진격을 예상한 버고스, 그러니까 러더포드 쪽에서 모종의 수작을 통해 활성화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진은 서두르라는 듯 손을 가볍게 움직였다.
“제이럿 대장은 먼저 서둘러 출발하도록 하라.”
“예, 폐하.”
스윽.
제이럿이 회의장 천막을 걷고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두 대장, 사이먼과 보니타가 자못 심각한 얼굴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지 묻는 시선이다.
“왜 그러십니까?”
“황제 폐하의 명으로, 균열 탐색을 위한 정찰대를 편성한다. 목적지는 북쪽 지대다. 사이먼과 그 휘하는 여기 남아 황제 폐하를 지키고, 나머지는 나와 함께 올라가자.”
“정찰인데, 그리 많이요?”
같은 대장직이었지만, 경험이 달랐다. 제이럿은 이전 대장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고, 사이먼과 보니타는 내전 과정에서 죽은 삼대장의 빈자리로 승격한 자들이었다. 따지고 보면, 둘에게 제이럿은 스승이자 상관과 같은 존재.
“마물의 출현이 의심되는 터라, 토벌을 목적으로 할 것이다. 여기서 북쪽까지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으니, 가서 문제가 없다면 즉시 돌아올 터.”
“알겠습니다. 하면,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모두 결집! 비상이다!”
보니타의 외침에 쉬고 있던 황궁친위대가 하나둘씩 고개를 틀었다. 비상? 뭔지 모르겠지만, 반사적으로 갑옷을 다시 들쳐 메는 모습들이다.
베릭 역시 마찬가지. 꾸역꾸역 기어 와서는 불만을 터트려댔다.
“쉬라고 해놓고 바로 딴말이네!”
“닥쳐. 비상이라는 말 못 들었나?”
“그래서 이렇게 기어 왔잖아. 왜?”
“북쪽에 문제가 생겨 정찰하러 갈 것이다. 모두 마력을 개방하라. 그리고 베르사베!”
“예, 대장.”
“데라족에게 가서 무기를 받아와라.”
마법사들은 보호구 장비를 꼼꼼하게 착용하며 임무를 전해 들었다. 균열 이상, 마물의 가능성, 선발대 확인, 제국민 보호 등등.
“아!”
베릭은 하품을 찢어지라 하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이다. 제이럿은 저걸 허락해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발언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뀨 타고 가면 안 됨?”
“그 드래곤?”
“하늘길로 가니까 빠르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귀찮은데 후딱 타고 갔다가 복귀하면 좋잖아.”
“반말, 죽인다.”
“좋잖아요? 영감님?”
제이럿은 잠깐 고민했다. 아무리 마력을 이용해서 내달린다고 하더라도, 속도 면에선 드래곤의 비행과는 견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럴듯한 제안이긴 한데, 그 발언자가 베릭이라서 그런가? 뭔가 좀…….
“그럼 베릭 네가 타고 가.”
“엥? 내가?”
“말 꺼낸 사람이 해야지. 누구 시키려고?”
“맞아. 그때 보니까 잘 타더구먼.”
황궁친위대 동료들이 신발을 신으며 낄낄댔다. 귀찮아서 꺼낸 말인데, 막상 본인이 가게 생긴 터라 표정이 볼만했다.
“베릭.”
“아, 진짜.”
단순히 기동을 위한 것이라면, 마법부에서도 드래곤 사용을 허락해줄 것이었다. 제이럿은 단호히 명령했다.
“준비를 서두르도록. 드래곤 담당은 너다.”
* * *
“허억, 허억…….”
에이린은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는 탓에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땀인지 피인지 모를 것으로 온몸이 축축했다.
그녀는 손등으로 눈가를 대충 훔쳐냈고, 핏빛으로 흠뻑 젖은 제 손을 확인했다. 그뿐인가? 푸릇푸릇했던 들판은 어느새 붉은 웅덩이와 갈가리 찢긴 시체로 가득했다.
생명이란 참 덧없는 것이구나, 방금까지 살아서 움직이던 자들이 한순간에 힘을 잃었다.
“창병! 앞으로! 계속 앞으로!”
“가자! 씨발, 물러날 곳도 없다!”
“그래, 등 보이면 죽음이야!”
“우리는-!”
“우리는!”
“바리엘의 병사다! 폐하의 뜻을 짊어진!”
“전쟁의 시작이 우리에게 달려있다! 앞만 봐!”
선발대 절반이 죽고 나서야, 그들은 어렴풋이나마 상대를 특정할 수 있었다.
우선, 주점에서 주인 행세를 하던 여인. 그녀는 병사의 시체를 한 손에 들어 올릴 정도로 괴이한 신체 능력을 보였다. 마물의 특징이었고, 모두가 마물이라 여겼다.
얼마 남지 않은 창병들이 병사들 가운데 자리하여 공격 태세를 갖췄다.
“정체를 밝혀라!”
“말하면, 아나?”
스윽, 여인이 팔에 묻은 피를 핥으며 쓰게 웃었다.
그리고 순간-
지이잉!
‘마법!’
금빛으로 변하는 눈동자.
에이린이 놀라서 소리쳤다.
“피해요!”
“어딜!”
여인이 자세를 낮추더니, 무리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마치 포식자가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것처럼.
창병들이 눈을 질끈 감은 채 창을 내찔렀다. 무수한 창날이 여인의 목과 어깨를 스쳤고, 개중 하나가 허리춤에 적중했다.
촤아악!
“으아아악!”
“……!?”
재빨리 물러서는 와중에도 여인의 검은 병사의 목을 베었다. 피가 솟구치는 머리통이 나뒹굴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허리만 연신 살폈다.
“어라, 씨발. 방금 뭐지?”
“크흑, 흐윽-”
“울지 마라! 침착해!”
“공격이 먹혔다!”
아주 작고 희미한 희망이다.
병사들은 똘똘 뭉쳐서 서로의 등을 보호했고, 에이린은 반대쪽을 살폈다. 선발대 앞쪽, 그러니까 처음 마물을 경고했던 쪽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찔러! 찔러!”
“죽여라아!”
그들이 상대하는 마물은 외눈박이에 사지가 절단된 돼지의 형상이었다. 몸뚱이 어딘가에 달린 다리로 이동하는 것 같긴 한데, 털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꾸에엑!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간간이 터지는 마물의 비명에, 병사들은 기합을 넣으며 무기를 휘둘렀다. 싸우자, 싸우자, 계속해서 싸우자!
“할 수 있다!”
“살아갈 수 있어! 다들 조금만, 조금만-!”
“야!”
그러자 옆구리를 문지르던 여인이 짜증스럽게 말을 잘랐다. 시끄럽게 굴지 말라는 듯이.
“그거 뭐냐?”
“뭐가!”
“창끝에 달린 거, 쇠붙이 아닌 것 같은데?”
“마, 마, 말하면 아나?”
“…어쭈?”
준 대로 돌려받자, 여인이 살벌하게 웃었다.
한쪽은 팽팽한 긴장 상태, 다른 한쪽은 여유로운 소강상태다. 물론 병사들 쪽이 전자인지라, 전원 무기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에이린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모든 감각이 극대화되었다. 비린 피 냄새, 서늘한 바람, 누군가의 죽어가는 신음, 그리고 땅의 흔들림…….
‘흔들림?’
쿠구궁-
“지, 지진이…….”
“지진이다! 다들 괜찮아! 여긴 건물이 없다!”
북쪽에서 큰 울림이 터졌다. 그러자 여인은 휘파람을 불어대며 손날로 차양을 쳤다. 저 멀리, 먼 곳을 응시하며. 에이린 역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
“저, 저게 뭐야?”
“검은, 검은 것들이…….”
“장관이네.”
마물이다. 북쪽에서 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언덕을 쓸어내리며 밀려오는 저것들은, 마치 검은 폭풍을 연상시켰다. 보이는 모든 게 마물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은 절망이다.
병사들은 저도 모르게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력한 눈으로 북쪽을 쳐다봤다.
“아.”
도망칠까? 아니, 도망칠 수는 있을까? 허허벌판인 대지에 산사태처럼 쏟아지고 있는데?
병사들은 완전히 압도되어 뒷걸음질 쳤고, 결국 등을 보이고 말았다.
“도, 도망쳐! 도망!”
“으아아악!”
촤아악!
하지만 도망친 자들을 마주한 현실은 여인의 검.
에이린은 멍하니 광경을 지켜봤다. 심장이 무너져내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숨이 가빠왔지만, 어쩌겠나? 선택지는 하나다.
스윽.
에이린은 단검으로 자신의 왼팔에 십자가를 그었다. 자신은 신의 자식이고, 나아가 바리엘의 백성이니, 명예로운 죽음을 허락해달라는 기도였다.
이내 그녀는 부러진 창을 집어 들고서 내달렸다.
타닥타닥!
“으아아앗!”
수천, 수만의 마물 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홀로 가르는 단 한 명. 그리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검은 물결. 몇몇 병사들도 정신을 차리고는 에이린처럼 몸에 십자가를 새겼다.
그리고-
“간다아아!”
“가자아!”
에이린을 뒤따라 내달렸다.
여인은 시체 머리를 들고서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 쳐다봤다. 죽음을 선택한 자들이니, 굳이 따라가서 마무리할 필요는 없다.
‘뭐, 어쨌거나 늦지는 않았네. 러더포드 십새끼, 이런 건 타이밍 기가 막히게 잰다니까.’
바리엘의 진격.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하려면, 바리엘군이 국경을 넘기 전에 북쪽 마물 지대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인은 입가를 스윽 닦으며 침을 꼴깍였다. 아아, 황홀해라. 저것들이 다 내 피와 살이 되어…….
-뀨우우우!
촤아아악!
그때, 무엇인가가 대지에 가까이 붙은 채,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지나간 자리에는 짧은 풀들이 뽑힐 듯 휘날렸고, 여인은 팔로 얼굴을 가리며 바람을 막아냈다.
“……!”
붉고 긴 날개와 꼬리.
쩍 벌어진 흉포한 아가리.
드래곤이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붉은 머리칼의 사내.
“죽어라아아아!”
“어이!”
타앗!
마물과 마주하기 일보 직전, 에이린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창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베릭이 그녀의 팔을 낚아챘고, 그 자리로 마물들이 우르르 굴러떨어졌다. 베릭은 다른 병사들 또한 낚아채어 드래곤 등에 올렸다.
“떨어지면 뒤지니까 줄 꽉 잡아.”
“허억, 허억…….”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이 숨을 헐떡이며 달달 떨어댔다. 베릭은 뀨의 머리를 툭툭 쳐대며 일렀다.
“너는 복귀. 오케?”
-뀨우우!
뀨가 다시금 고도를 낮춰주자, 베릭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깜짝 놀란 에이린이 손을 뻗었지만, 곧장 부질없는 걱정이란 걸 깨달았다.
콰아아앙!
베릭은 안정적으로 착지한 다음, 여인 쪽을 향해 제 흑검을 겨누었다.
“빠갈대가리. 일 좀 거하게 쳤다? 어케 했냐?”
“왜? 뷔페 같냐? 침 좀 고여?”
“하여간, 처먹을 게 없어서 저런 걸 처먹지. 상등신.”
“내가 할 말인데. 주제도 모르는 얼간이 새끼.”
피를 뒤집어쓴 여인, 에프디람은 마력을 개방했고, 베릭 역시 자세를 낮추며 시선을 바로 했다.
오늘, 드디어, 여기서 둘 중 하나는 죽는다.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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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