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547
제547화. 황궁친위대 대 아탄족
「교열(咬裂)」.
끝없이 흘러가던 바람에 형체가 덧입혀졌다.
강인한 늑대들이 고개를 쳐들며 스산한 울음소리를 내었고, 에프디람의 손짓에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풀이 납작하게 누워 흔적을 남겼는데,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라 궤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베릭! 난 말이다! 네가 썩 싫지 않았어!”
에프디람 또한 검을 빼내어 늑대들과 달렸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이글거렸다.
“근데 대체 왜! 바리엘이 무엇이기에-!”
촤아악!
에프디람이 뛰어오르자, 그녀의 로브가 크게 펄럭였다. 바람 늑대들의 주둥이가 있는 힘껏 벌어지며 그녀의 검과 궤를 함께했다.
살기(殺氣)가 여실했다.
급소를 단박에 노리겠다는, 투명한 의도.
채애앵!
베릭은 그녀의 검을 쳐내며 한 걸음 물러섰고, 이어서 늑대들의 머리를 연속으로 베어냈다.
늑대들이 칼바람으로 부서지고 파훼되며 베릭의 살갗을 찢어댔다. 하지만 베릭은 씨익 웃으며 얼굴만 보호했다.
“어! 씨발, 내가 할 말이다! 바리엘에 맛있는 거 존나 많은데 왜 저딴 걸 처먹겠다고 하는 건데!”
“태어난 대로 사는 것이 순리라는 걸, 어찌 몰라!”
“까고 있네! 그러면 어느 정도 합의를 하던가! 이안이가! 북쪽 관리 맡긴다고 할 때 적당히 하면 되지!”
채앵! 챙! 촤아악!
살벌한 합이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힘이 밀리거나 집중이 흐트러지면 상대의 검날이 목을 스치리라.
두 사람 다 이를 꽉 깨물며 서로를 노려봤다.
“제국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구는 오만함이 X같아서, 그래서 거절했다. 저들이 무엇이라고, 가이아 대지에 획을 그어?”
끼기긱!
검날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맞물렸다. 베릭은 에프디람의 힘이 조금씩 빠지는 걸 느꼈고, 기세를 몰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근데-!”
채앵!
퍼어엉!
에프디람이 마력구를 터트리자, 베릭이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털어댔다. 그사이 풀과 흙을 뒤집어쓴 것이다.
“강한 쪽에서 질서를 만드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꼬우면 이겨.”
“그래, 베릭, 네놈의 목은 아탄족에 새로운 역사를 가져올 터이니 필시 그리해야지. 하여, 이안 히엘로 그놈의 목도 함께 묻어주마.”
에프디람의 도발에 베릭의 낯이 차갑게 식었다. 선 넘었다는 듯.
“에프디람. 난 네가 썩 별로였어.”
“그래? 그거 아쉽네!”
“특히 그렇게, X도 마음에 없는 소리 하는 거!”
채앵! 챙!
두 사람은 다시금 서로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눈 깜짝할 사이 서너 번의 합이 번개처럼 들이닥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지이잉!
지잉!
베릭의 흑검이 마력에 반응하여 점점 뜨겁게 달구어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검날이 맞부딪치자 엄청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
“……!”
에프디람의 검이 부러졌고, 그녀는 반사적으로 보호막을 생성했다. 파괴적인 열기가 가히 치명적이었다. 모든 걸 녹일 듯한 기세였다.
걱정은 적중했다. 에프디람의 보호막 한쪽이 깨지면서 날카로운 화염이 그녀의 배를 관통했다. 결국 그녀는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어때, 머리가 좀 더 빠글빠글해졌나?”
“…쳐 죽일, 시발.”
에프디람이 서 있는 곳을 제외하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불타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 틈으로 베릭이 머리를 질끈 묶으며 다가왔다.
“미안한데, 시간이 없다.”
“…….”
에프디람의 손 틈으로 피가 왈칵왈칵 쏟아졌다. 그녀는 베릭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비린 미소를 지었다.
느닷없는 그 감정 변화에, 베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넌 모르지. 태어난 대로 산다는 것의 기쁨을.”
“개소리, 그만.”
“잘 봐라. 응?”
에프디람은 손을 뻗어 근처에 널브러져 있던 마물을 잡아끌었다. 그러곤 망설임 없이 피를 마셔댔고, 이어서 고깃덩이를 뜯어 씹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과 같았다. 베릭은 저게 지금 무슨 수작인가 싶어서 가만 지켜봤고, 에프디람은 피로 엉망인 입가를 훔쳐냈다.
“순리를 따르면 이렇게 된다, 등신아.”
배의 출혈이 조금씩 멎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에프디람의 혈색과 호흡도 안정적으로 변했고, 전투의 피로 또한 말끔하게 씻겨 내려간 모습.
베릭은 할 말을 잃었다며, 검을 어깨에 걸쳤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
“어. 회복할 틈 없이 바로 죽여야겠네. 미리 인사할게. 잘 가라.”
뒤로 쏟아지는 마물들이 곧 아탄족의 생명.
이는 베릭에게도 허용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너, 강해지고 싶었지?”
“…….”
“싸우고 싶고, 죽이고 싶고, 나아가 온전한 포식자가 되는 것! 너를 이루고 있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베릭은 잠시 검을 내려놓고서 생각했다.
맞다. 에프디람의 말대로 그는 강해지고 싶었다. 브라츠의 소년병으로 입대했던 것도, 먹고 사는 문제 이전에 강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생존을 가장한 폭력적 격돌에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그런데 그게, 정말 아탄족의 습성 때문이었을까?
“나, 먹는 게 좋아. 그런데-”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의 시작.
그건,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보다는…….
“살리고 싶어서.”
“뭐?”
아비의 폭력에 가족을-
강도의 습격에 한 번 더 가족을-
자신이 필요하다 말했던 이안을-
그리고 살아가고자 하는 자신을 살리려 했던 것이-
이 마음의 시작이다.
“살리고 싶어서 그런 거다. 아탄족을 선택하지 못하고, 바리엘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를 위해 사는 것보다 남을 위해 사는 게 더 강해지는 길이라는 걸, 막 깨달았거든.”
스윽.
베릭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고맙네. 가기 전에 좋은 걸 알려줘서.”
“하. 내가 가긴 어딜 가?”
지이잉!
지잉!
“이안이 급이 아니면 나한테 안 먹힐 것 같은데.”
“베노!”
“엥?”
에프디람이 마법진을 펼치며 소리쳤다. 베노, 그녀의 오른팔이었다.
베릭이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남자와 코앞에서 시선을 나눴다. 차갑고, 담담하며, 에프디람과 달리 혐오가 가득 녹아있는 눈동자.
베릭은 본능적으로 공격을 막았다.
콰아아앙! 콰앙!
퍼엉!
마법사 에프디람과 달리, 베노는 마검사다. 즉, 검술에 능하고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는 뜻.
특히 베노의 검은, 마력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기보단 마력을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것에 가까웠다. 변칙적인 형태로 베릭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음이 그 증거다.
“와, 어허?”
“감히 종족 배신자 주제에.”
“말은 똑바로 해라, 시발! 언제 같은 편이었냐?”
「교열(咬裂)」.
촤아악!
에프디람까지 합세해서 다시 바람 늑대를 불러냈다.
일반인이면 또 몰라, 베릭 혼자서 두 명을 상대하기에는 까다로웠다. 베노는 에프디람에게 마력을 얻을 수 있고, 천지에 깔린 마물은 일종의 기력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와씨, 나도 이안이 있는데!”
“닥쳐! 베릭! 진짜 마지막이다!”
“죽어라.”
스릉!
베노의 검이 베릭의 오른팔을 정확히 그었다. 힘줄이 끊어진 것 같았다. 흑검이 박살 나며 날아갔고, 베릭은 비틀거리며 균형을 잃었다.
촤아악!
그러곤 깔끔하게 베릭의 배를 관통하는 베노의 검.
“……!”
쿠웅!
마력검이 사라지자, 베릭의 배에는 팔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구멍만이 남았다. 베노는 그런 베릭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지그시 밟았다.
“죽을 것이다.”
“아이씨, 씨발 새끼가, 너 진짜-”
“마물의 피라도 핥지 않으면, 죽어.”
베노의 말투에선 비웃음이 묻어났다.
끝없이 저항하고, 부정해보아라.
우리를 짐승과 다름없는 존재라 여겨 보아라.
그런다 한들 네놈 또한 아탄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우리를 부정할수록 네놈 또한 부정당할 것이다.
“베노. 그만해.”
“예, 알겠습니다. 상처는 괜찮으십니까?”
“어, 다른 애들은?”
“저기, 오고 있습니다.”
쿠구구웅!
베릭이 눈동자만 빙글 돌려 언덕을 쳐다봤다.
마물 틈에 뒤섞여 신나게 달려 내려오고 있는 아탄족들. 그사이 파티라도 열었는지 하나같이 피를 잔뜩 뒤집어쓴 채였는데, 저마다의 손엔 마물을 끌어당기는 흑검이 들려있었다
“여기다!”
에프디람은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아탄족 역시 화답하듯 환호했다.
움찔, 베릭은 엎드린 채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동강 난 마물 고기가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놓여있다.
‘나도 먹을까?’
먹어서 상처를 회복해, 저 새끼들을 다 죽여버릴까?
도리도리, 여기서 죽을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저걸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그랬다. 저걸 먹으면 뭔가 바리엘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아.”
고통이 점점 아릿해지며 장기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뭔가 조처해달라는 듯 말이다. 베릭은 손끝을 까딱거렸다. 저도 모르게 마물 쪽으로 손이 뻗어갔다.
그 순간-
쿠구궁!
번쩍!
청명한 하늘에 빛이 번쩍이더니, 그들 앞으로 번개가 내려꽂혔다. 에프디람은 황급히 보호막을 만들어냈고, 베노는 그녀를 막아섰다.
반짝반짝. 눈이 부셔 잠시 눈살을 찌푸렸던 베릭은, 저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채곤 투덜댔다.
“…존나 빨리도 왔다.”
쿠웅!
구름 한 점 없는 세상에 울리는 천둥소리라.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한 명밖에 없다.
“영감태애앵!”
콰과광!
찰나였다. 눈 한 번 감겼다 떠질 만큼의.
에프디람은 제 앞에서, 번개를 손에 쥔 채 우뚝 선 제이럿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제 온 거지? 아니, 그보다 손에 든 저것은? 베노의 것과 같은 마력검이었지만 그의 모습은 신이 현현한 것 같은 압도감을 주었다.
“에프디람 님!”
“젠장!”
파지직!
번쩍! 제이럿은 묵묵히 번개를 내리쳐 보호막을 부수고자 했다. 버티고 버티던 에프디람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결국 베노와 함께 뒤쪽으로 나뒹굴었다.
촤아악!
제이럿은 검을 든 채로 베릭을 힐끔거렸다.
…멍청한 똥강아지 같으니라고.
“어디서 맞고 오라 가르친 적 없는데.”
“씨발, 다구리에 장사 없는 거 몰라?”
“일어나라. 황궁친위대의 품위를 위해.”
“아, 그래. 품위, 좋지.”
제이럿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베릭에게 던져주었다. 아코렐라의 마력증폭제였다. 혹시나 해 하나 받아왔는데, 도착하자마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쿠웅! 쿵!
그리고 이어서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황궁친위대 동료들. 대원들은 일렬로 서서는 쏟아지는 마물 떼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제이럿은 그들과 등진 채 소리쳤다.
“일동!”
“일동!”
처억!
“지금부터 북쪽 지대를 수복한다. 아탄족과 마물을 소탕하여, 단 하나의 목숨도 그대들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라.”
지이잉! 지잉!
친위대가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황궁의 예를 취했다. 손바닥 아래 느껴지는 심장 소리가 힘찼다.
“황제 폐하의 명이다. 바리엘의 앞길을 막아서는 자들은 단호하게 처단할 것이다. 명심하라. 우리가 바리엘의 심장이다.”
“명 받들겠습니다!”
“명 받들겠습니다!”
타닥타닥!
황궁친위대가 동시에 마력검을 생성해내며 마물 떼를 향해 돌진했다. 마물의 범람을 막고, 아탄족을 남김없이 죽일 것이다!
대열 속 바르사베 역시 힘찬 기합과 함께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흐아아압!”
“막아내라! 모두! 숨을 다하여!”
“아탄족을 먼저 베어내라!”
“황궁 작자들이다! 죽여라! 으하하!”
“저것들을 죽이면 우리 세상이다!”
뒤쪽은 뒤쪽대로 격전이 시작되었고, 이쪽은 이쪽대로 격돌이다. 베릭은 물약을 단숨에 들이마신 다음, 옷을 찢어 배를 묶었다.
“2차전 가보자, 새끼들아!”
“베릭, 검은?”
“검? 몰라, 시바알!”
흑검은 차갑게 식은 채 부서져 있었다. 맨몸으로 덤벼들려는 것인가? 아무리 멍청한 똥강아지라도 그건-
지이잉! 지잉!
“……!”
베릭의 손에서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붉은빛 대검 한 자루가 솟아났다. 흑검이 아닌, 세상에 처음으로 보인 베릭의 마력검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