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567
제567화. 30초
째깍, 30초.
보니타를 선두로 하여 황궁친위대원들이 드래곤 위에 올라탔다.
마지막 신호 지점까지 비행하면 친위대원들이 하강하여 장벽 안쪽으로 침투할 것이라, 보니타가 드래곤에게 일렀다. 드래곤은 알아들은 것인지 아닌지 모를 낯으로 눈만 깜빡거렸다.
째깍, 25초.
거대한 날갯짓 한 번에 수십 미터를 나아갔다.
베릭을 제외한 다른 황궁친위대원들은 드래곤을 처음 타보는 것인지라, 충격적인 속도에 몸을 바짝 굳히며 집중했다. 쓰러진 골렘과 피 튀기는 병사들의 혈전이 점차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째깍, 20초.
창공에서 전투하던 마법사들이 드래곤의 움직임을 알아챘다.
루스웨나 측은 옆으로 파고들려는 드래곤을 저지하고자 새로운 보호막을 펼쳤고, 바리엘 마법사들은 단번에 공격을 쏟아부어 이를 파훼했다.
“이안아아!”
째깍, 18초.
베릭은 크게 소리침과 동시에, 이안의 안색이 안 좋다는 걸 찰나에 알아챘다. 어두운 옷이 흠뻑 젖어 있었는데, 피였다. 이안의 흰 손가락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너 왜 그래?!”
“베릭! 앞을 봐! 집중해!”
“야! 이안아아!”
째깍, 15초.
이안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옆에서 다그치는 동료들과 같이, 임무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자세한 임무 내용은 모르겠지만, 이안은 황궁친위대원들로만 이루어진 구성을 보곤 침투조임을 짐작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 황제를 보호하기 위해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게 분명했다.
촤아악!
째깍, 10초.
드래곤이 장벽을 완전히 넘었다. 삼중으로 이루어져 있던 거대한 방어선이 한눈에 보였다.
바르사베가 재빠르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한쪽으로 손을 뻗었다. 1관문 북쪽으로 백 미터 지점. 버고스 깃발이 꽂혀 있으니, 드래곤에게 지시하기 편했다.
“저쪽이다!”
“하강 준비!”
째깍, 8초.
드래곤이 꼬리를 직각으로 세우며 방향을 전환했다. 이드갈 화살이 날아든 것이다.
드래곤은 자유로이 유영하듯,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해당 지점으로 날개를 뻗쳤다. 거대한 돌풍과 함께 황궁친위대원들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하강!”
째깍, 7초.
보니타의 명령에 칸나, 와키온이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그들은 마력을 개방했고, 이내 장벽 위에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병사들과 눈이 마주쳤다. 병사들은 어어, 하더니 친위대원들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늘이 뚫렸다!”
“적들의 침입이다! 모두 다섯!”
“비상! 비사아앙!”
째깍, 6초.
어디로 떨어지면 될까? 베릭이 아래쪽만 계속 쳐다보고 있자, 바르사베가 그 등을 발로 차버렸다.
“엥?”
어정쩡한 자세로 떨어지는 베릭. 칸나, 와키온과 달리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양새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르사베도 그 뒤를 따라 시원하게 몸을 던졌다. 보니타는 드래곤의 목덜미를 두드려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너는 돌아가라. 무사히.”
-꾸우우!
촤아악!
보니타까지 모두 뛰어내리자, 드래곤이 제자리에서 한 바퀴 크게 돌았다. 그러고는 왔던 것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날아 바리엘 진영으로 복귀했다.
째깍, 3초.
칸나와 와키온은 버고스 국기가 달린 깃대 부분을 붙잡음으로써 속도를 늦췄다.
십수 미터 아래, 버고스 병사들이 창을 치켜든 채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꼬챙이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듯이.
콰아앙!
“으아아악!”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두 사람은 손을 동시에 놓았고, 거대한 마력을 완충제 삼아 착지했다.
둘의 세부적인 임무는 버고스 장벽 안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그럼으로써 베릭이 클라크를 찾아내고, 보니타와 바르사베가 의문의 공격을 알아낼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
콰아앙!
째깍, 1초.
이어서 베릭과 바르사베 그리고 보니타가 연달아 장벽 안쪽에 착지했다.
뭉게뭉게 올라오는 먼지 속, 세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은 어느새 한 손씩 병사들의 머리통을 쥐고 있었는데, 착륙하는 짧은 순간 베어낸 것들이었다.
투욱, 대충 내던진 머리통이 데구루루 굴러갔고, 병사들은 현실감 없는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베릭, 바르사베.”
“예, 대장.”
보니타의 명령에, 바르사베가 베릭을 데리고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우선 클라크를 아는 베릭이 앞장서서 주위를 살피고, 보니타와 바르사베는 그를 보조하여 길을 틀 계획이었다.
장벽 깊숙한 곳까지-
설령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의문의 공격 주체를 알면 좋고, 러더포드를 죽일 수 있으면 더더욱 좋다. 셋의 의지는 일치했고, 확고했다.
“어금니! 어느 쪽인데?”
“여기서부터는 자세히 모르겠어!”
“오케이. 몸으로 때우라 이거네?”
퍼억!
“적군이다!”
“죽여라아아!”
베릭이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워낙에 밀집된 장소인지라 병사들은 쉽게 검을 휘두르지 못했고, 그저 떠밀려 덤벼들 뿐이었다.
마검사들에게 이자들은 참으로 쉽고 귀찮은 존재들이었다. 워낙에 수가 많아서 곤란한 것이지, 무력으로는 문제 될 것이 하나 없다.
타앗!
“이쪽으로!”
바르사베는 빈틈을 노려 모퉁이를 돌아 넘어갔다. 병사들의 거친 군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고, 이에 베릭이 자신의 마력검을 빼내려고 하자, 보니타가 말렸다.
“폭발하면 장벽이 무너져 위험하다! 아직 때가 아니야!”
“그럼 계속 이렇게 뛰어다니라고?”
“적어도 뭔가를 발견할 때까지는!”
“씨발,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이래서 오기 싫었다고!”
퍼억!
베릭이 병사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자, 그의 몸이 인형처럼 뒤로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횃불을 든 병사들이 다가오지 말라며 세 사람을 위협했다.
“여기다! 침입자가 여기 있다!”
“가만히 있어라! 이놈들!”
“마, 마검사라고 하던데, 가까이 가지 마! 윗분들 오실 때까지 기다려!”
“포위하라! 다가가지 말고, 포위하라!”
세 사람이 시선을 나누었다. 윗분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마검사들을 대적할 만한 자라는 뜻이었다. 베릭은 단숨에 뛰어들어 병사 무리를 뚫어내려 했고, 병사들은 횃불을 휘둘러 대항했다.
퍼억! 쉬이익!
불길이 여기저기서 어지럽게 흔들리고, 결국 베릭의 소매 끝에 옮겨붙었다.
베릭은 불붙은 채 그대로 주먹을 내찌르며 병사의 안면을 함몰시켰다. 그 충격에 불이 꺼지며, 주변으로 잿빛 연기를 한가득 뿜어냈다.
“비켜, 새끼들아아!”
“으아아악!”
“클라크! 클라크으! 소리 들리면 신호 주라!”
“클라크가 뭐지? 그딴 건 여기 없어!”
“네가 뭘 알아, 시발!”
타닥타닥!
무리를 뚫은 베릭이 빠르게 내달렸고, 바르사베와 보니타가 그 뒤를 함께했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뛰고, 뚫고, 도망치며 장벽 안쪽을 혼란스럽게 했을까. 베릭은 문득 역겨운 냄새를 감지했다.
“어?”
뭐지? 화약 냄새는 아니고, 그렇다고 피 냄새도 아닌 것이… 마치 비린내와 썩은 음식물이 한데 고여 있는 듯한 악취다.
베릭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틀었고, 이내 깨진 창문 하나를 발견했다. 수상하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왜 저쪽만?
“어금니!”
“어! 오케이!”
베릭의 외침에 바르사베가 뛰어올라 창틀을 붙잡았다. 그리고 안쪽을 들여다보는 순간-
“시발.”
자신도 모르게 경악스러운 욕설을 지껄였다.
쓰러져 있는 병사들과 진득하게 묻어나는 악취. 그리고 바깥으로 길게 이어진 알 수 없는 액체…….
“여기인 것 같습니다! 대장!”
“알겠다! 베릭, 너는 주위를 계속 경계해!”
퍼억!
“잡놈들 처리하라는 말이지?”
“클라크를 찾으라고!”
“클라크야! 어디 있냐아! 리엔 부인 남친!”
보니타도 바르사베의 뒤를 쫓아 깨진 창문을 넘었다.
홀로 남은 베릭은 고래고래 소리치며 주먹을 뻗었고, 곧 눈에 익은 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버고스 갑옷을 입은, 낯익은 사내를.
“…이쪽으로.”
“으아악!”
촤아악!
타닥타닥!
클라크는 병사의 등을 베어내며 베릭을 안쪽 깊숙한 곳으로 잡아끌었다. 지하 쪽은 햇빛이 닿지 않아 어두컴컴하여,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병사들의 시선을 피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여럿 있었다.
클라크가 숨을 헐떡거리며 투구를 벗었다.
“하아, 하, 베릭 맞지?”
“그려. 오랜만. 근데 너, 숨 쉬는 게 왜 그래?”
“창문에서 떨어졌더니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다.”
“아아. 그래? 별거 아니네. 그나저나 러더포드는? 너 신호 끊겨서 우리 왔는디. 집시도 찾아야 하고.”
클라크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베릭을 힐끔거렸고, 자신의 투구를 벗어 베릭에게 씌워주었다. 붉은 머리칼이 유독 시선을 잡아채는 듯했으니.
“집시는 러더포드에게 붙잡혔다. 아가미가 찢겼는데, 배를 가르기 전 단계인 것 같았어.”
“비밀 때문에?”
“러더포드가 이안 히엘로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해서. 듣자 하니 황제의 것도 있다 하던데.”
베릭이 잠시 눈을 끔뻑거렸다.
황제 폐하의 비밀? 집시를 언급할 때 진은 별말 없었는데? 베릭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되었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됐고, 다른 건?”
“됐다니? 황제의 비밀이라면 큰일 아닌가? 더하여 지금은 전시이거늘.”
“아니, 됐다고. 또 이상한 건 없었어? 여기 안쪽에 분명 뭔가 있거든. 원거리 공격 가능한 자인데, 정체 파악이 안 되네. 여차하면 폐하님한테도 위험이라서.”
끄응. 클라크는 욱신거리는 허리 쪽을 꾹 누르며 잇새로 속삭였다.
“글쎄다. 특별한 건 보지 못했다. 그, 인형을 보는 자가 있긴 하던데.”
“인형? 뭔 인형? 이런 개판에서?”
“그러니까 의아했지. 계단을 두 번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통로가 있다. 그중 한 곳이었는데, 지나가다 봤어. 한 사내가 인형을 들여다보고 있더라고.”
어허라. 이것 보소?
베릭은 벌떡 일어나 클라크에게 일렀다.
“밖에 나가면 소란 떨고 있는 황궁친위대원 둘이 있거든? 이름은 칸나와 와키온. 도움 청하고, 걔들 뒤졌으면 대충 눈치 봐서 알아서 탈출해. 바리엘 진영으로 가라.”
“너는?”
“나?”
타닥타닥!
“저쪽이다!”
“저기 있다!”
수색하던 병사들이 베릭과 클라크를 발견하고는 냅다 뛰어왔다. 이에 베릭은 쓰고 있던 투구를 내던졌고, 앞장선 병사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시켰다.
따앙!
“억!”
“짜식들아! 굼벵이 삶아 처먹었냐아아!”
베릭은 클라크에게 고갯짓으로 인사 남기곤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시선을 끌 터이니 얼른 나가라는 신호다.
클라크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겨우겨우 한 걸음씩 움직였고, 우당탕 울리는 위쪽을 힐끔 올려다봤다. 괜찮을까 걱정스럽지만, 지금은 스스로 돌보기에도 벅찼다.
‘두 번 올라가라고 했지. 그리고 오른쪽!’
촤아악!
베릭은 우다다 뛰어들어 단숨에 계단을 올랐다.
해당 층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한산했다. 이쪽은 병사들이 별로 없다. 인형술사의 타박 탓에 병사들이 조용히 물러난 것이었지만, 베릭이 알 리는 없다.
“위쪽이다!”
아래에서 추격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베릭은 가까이 있는 문을 모두 벌컥벌컥 열어젖혔다.
그렇게 세 번째 문을 여는 순간-
쿠웅!
“우에에엑!”
벽을 짚은 채 비틀거리는 자를 발견했다. 테이블 위에는 거대한 인형 판이 놓여 있고, 인형도 한 개 세워져 있다.
바그반은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뒤를 돌아봤다.
“내가 소란 떨지 말라고… 으잉? 누구냐!”
“그러는 넌?”
스윽.
인형을 가볍게 집어 든 베릭이, 바그반을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
“변태?”
“무슨 개소리를…….”
“시발. 나이 처먹은 아저씨가 전쟁통에 인형 놀이 하고 있으면 변태 새끼지, 뭐. 이안이 배때지 구멍 낸 거, 네가 그랬냐?”
“그거 내려놔!”
“내려놓으라고?”
“그래, 어서! 우웁!”
바그반이 어지럽다는 듯 비틀거리자, 베릭이 씨익 웃으며 두 손으로 인형 팔을 잡았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찢어버렸다.
부우욱!
“나는 변태가 하는 말은 안 듣지롱.”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