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614
제614화. 왕당파와 홀린
“카일라 영애가 위독하다고?”
“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고문의 강도가 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왕당파 간부들은 칼라마트 성문 안쪽으로 돌아갔고, 바리엘군이 당도하는 시각에 맞춰 마중하겠다 전했습니다.”
“…고문이라.”
진이 걱정스레 되새겼다. 홀린 가문 여식이 고초를 겪은 데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 것도 있지만, 혹여 다니트 부인이 돌발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을까 싶은 게다.
진의 마음을 눈치챈 이안이 보다 상세하게 덧붙였다.
“우려하실 바 없습니다. 다니트 부인이 카일라 영애를 되찾은 건, 바리엘이 중재 역할을 해준 덕입니다. 아무래도 다니트 부인과 왕당파 쪽이 본격적으로 대립할 것 같은데, 앞으로 서로 견제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바리엘 쪽에 기대는 수도 생겼으니, 당분간 허튼 행동은 삼갈 것입니다.”
이안은 다니트 부인과 왕당파 간의 갈등을 단번에 꿰어냈다. 저택에서 보았던 기류도 그러하고, 카일라 영애를 데리고 왔을 때 다니트 부인의 낯빛이 상당히 안 좋았던 것이다.
“얼마나, 어떻게 다쳤지?”
“타박상과 골절이 심합니다. 특히 치아와 시각에 손상이 있고-”
그 말에 바르사베가 귀를 쫑긋거렸다.
“특히 발목에는 영구적인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휙 돌리는 아코렐라. 아픔을 공감한 자들의 반응이다. 진이 희미하게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이었다.
“폐하. 다니트 부인이 알현을 요청하였습니다.”
“다니트 부인이? 들라 하라.”
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니트 부인이 손수 천막을 걷고서 나타났다. 카일라를 껴안았던 탓인지 녹색 벨벳 드레스에 피가 얼룩덜룩 묻어 있었다.
그녀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고, 이어서 이안에게도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카일라 영애의 상태가 좋지 않다 들었다.”
“예, 하지만 폐하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여 돌아왔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그래, 무슨 일이지?”
사실상 그 위험에 몰아넣은 것은 황궁이거늘, 겉치레지만 다니트 부인의 태도가 상당히 공손했다. 무언가 속내가 따로 있는 게다.
“카일라가 큰일을 겪어 어미인 제 마음은 문드러지지만, 그와 별개로 대업은 대업이지 않습니까. 딸아이와 의논한 결과, 카일라는 바리엘로 돌아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진과 이안을 제외하고서 모두 조금 놀란 눈치였다. 황후 자리에 대한 카일라의 열망을 황궁에서 직접 목격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바리엘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어째서?
“카일라는 여기서 저를 도와 칼라마트 재건에 전념할 것이고, 언젠가 때가 된다면 제가 대신 바리엘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뜻밖이다. 이번에는 이안도 눈썹을 까딱거렸다. 저 말인즉, 버고스의 새로운 왕조 시작을 카일라에게 넘겨주겠다는 뜻이었으니까.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버고스에서 활동한 건 다니트 부인이었으니, 그녀가 그 시작을 맡는 것이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한 세대 내려간 카일라보다 다니트 부인이 적통에 가까운 방계 아니겠나.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있습니까? 저리 처참한 몰골로 이르는데 허락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한데 바리엘에 있는 홀린 가문 또한 내버려 둘 수가 없으니, 제가 돌아가는 게 옳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카일라에게 왕관을 씌워줄 때까지는 계속 여기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녀가 전달하는 사안은 명확했다. 카일라는 황후 자리를 포기했다는 것.
“그래서 의논을 좀 드리고자 합니다.”
“…의논이라 한다면?”
“바리엘군은 제 딸아이의 피를 발판 삼아 칼라마트 성안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홀린 가문은 황궁의 명대로 그들에게 저급 무기를 보급했고, 위험도 온전히 감수했으니까요.”
바리엘은 무혈입성하였지만, 왕당파와 다니트 부인 간의 전투가 남아 있었다. 둘 중 살아남은 쪽이 버고스의 새로운 왕조가 될 터.
다니트 부인은 고개를 숙이며 황제에게 부탁했다.
“현재 버고스 내, 운용 가능한 홀린 가문 병력이 전무합니다. 내전 중인지라 제삼의 세력 부상을 경계하는 왕당파 탓에, 간단한 보급 및 운송마저 위탁할 정도였으니까요.”
미리 포섭한 샹데트 경이 있긴 하지만, 상대할 적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어림도 없었다.
“왕당파 내부의 젊은 축은 설득이 가능할 것 같은데, 그 위쪽은 숙청만이 답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그렇습니다.”
“하여?”
“병력을 지원해 주십시오. 제게 직접 지원해주시지 않더라도, 홀린 가문이 칼라마트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러면 머지않아 왕당파에서 먼저 병력을 결집하여 반기를 들 것입니다.”
장장 10년 동안이나 반목하며 권력을 지키고자 했던 자들이다. 그런데 홀린 가문 쪽으로 승기가 기운다면, 다시금 무력으로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했다.
지금 당장은 무혈입성이지만, 언젠가는 칼라마트 안에서 누군가는 피를 흘려야 한다는 뜻.
“하나 어폐가 있다. 첫 번째로, 바리엘 입장에서는 왕당파가 버고스의 왕조를 계승해도 상관없다.”
“송구합니다. 발언에 앞서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다니트 부인은 기다렸다는 듯 진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곤 말을 이었다.
“저급 무기 납품 건은 바리엘과 버고스 간의 신뢰를 해치기에 충분한 사안입니다. 그걸 당사자들끼리 어찌 무마한다고 하여도, 흩어진 민심을 잡기는 어려울 테지요. 정통성이 없는 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심이 필수적입니다. 왕당파보다 홀린 가문을 선택하시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급 무기 사안은 홀린 가문이 마지막으로 쥐고 있는 독이었다. 그들이 죽으면 그 즉시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와 주위를 어지럽힐 것이니, 바리엘과 홀린 가문을 한데 묶어 생각해 달라는 부탁이다.
“그건 왕당파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홀린, 그대들은 바리엘 황궁 옆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나? 왕당파는 필시 홀린 가문 견제 방법으로써 저급 무기 납품 건을 그대들의 단독 행동으로 몰고자 할 터인데?”
그리하면 왕당파는 무리 없이 홀린 가문을 쳐낼 수 있고, 바리엘은 가만히 앉아 그들의 영향력이 추락하는 걸 지켜보면 될 일이다.
요지는 하나였다. 무엇이 되었든 바리엘의 선택을 받는 쪽이 승리할 것이고, 그것을 이루고자 한다면 다니트 부인은 무언가 하나를 더 내놓아야 한다는 것.
“더 할 말 있나?”
현재 홀린은 독점사업권을 잃었고, 영지 또한 축소되었다. 바리엘이 원하는 걸 내놓을 수 있겠는가? 진의 물음에 다니트 부인은 품에서 증서 묶음을 내놓았다.
“이게 뭐지?”
“버고스 왕당파가 지금껏 내어준 채권입니다.”
“……!”
“참고로 저급 무기 납품으로 발생한 소득이 아닌, 다른 경로로 얻은 이득입니다.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걸 미리 말씀드립니다.”
“다른 경로라 하면?”
“왕당파의 병력 운용을 위해 대금 일부를 나눠서 받은 것에 대한 대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쓰여 있습니다. 홀린 가문의 변호사와 함께 검토한 것이니 문제없습니다.”
진의 눈짓에 이안이 대신 받아 들었다. 채권을 받은 날짜와 명목에 대한 것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금액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금화 3만 닢. 더하여 칼라마트 내 영지 일부에 대한 소유권 주장 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이에 알맞는 병력을 차출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저희가 왕당파를 확실하게 몰아낸다면, 훗날 채권 금액에 해당하는 것의 두 배를 카일라가 보상할 것입니다.”
혹여 몰아내지 못한다면? 채권은 바리엘 소유가 되어 왕당파에 돈을 내어놓으라 주장할 수 있다. 어느 쪽으로 보든, 역시나 바리엘에게는 위험 부담이 없다.
진이 이안을 돌아보았고,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다니트 부인은 한숨 놓았다는 듯, 숨을 크게 토해냈다. 혹여 이것마저 거절당한다면 정말이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황제에게 인사를 올렸다.
“한데, 병사를 많이 내어줄 필요가 있나?”
“적어도 3천 정도는 있어야 여유 있게-”
“왕당파 간부들만 먼저 처치하면 될 일 아닌가?”
“…그렇습니다.”
진은 손끝으로 의자 팔걸이를 툭툭 두드리더니, 뒤쪽을 바라봤다. 시아오시가 그림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아오시.”
“예, 폐하.”
“이런 일에는 네가 제격이지. 조용히 다녀오도록.”
“명 받들겠습니다.”
다니트 부인이 의아해하며 손을 들었다. 이리 간단하게 진행될 일이 아니지 않나?
“폐하. 말씀드리기 송구하나, 왕당파 최측근에서 직접 확인한 바,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저자는 일개 장교로 보이는데,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해도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왕당파 주요 간부만 하여도 일곱이 넘고, 경계가 삼엄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검사나 마법사도 함께 가도록 해주십시오.”
자그마치 하룻밤에 3만 금화다. 아니지. 성공하면 그 두 배로 내어준다 하였으니, 그 값어치를 어찌 따질 수 있겠는가? 물론 진은 시아오시의 일 처리를 의심하지 않았으나, 다니트 부인이 필사적으로 덧붙이자 잠시 고민했다. 신중해서 나쁜 것은 없으니.
“알겠다. 하면 황궁친위대에서도 차출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우선은 칼라마트로 들어간다. 다니트 부인도 이동을 채비하라.”
“예, 그럼 먼저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부인은 허리를 크게 숙이고서 천막을 나갔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마법사들이 수군대며 속삭였다.
“무슨 딴 주머니에 금화가 3만 개씩이나 있어?”
“그래도 10년치고는 적당한 것 같기도 하다.”
“황궁친위대면, 베릭도 가려나?”
“걔 가면 금액 초과라서 안 돼. 시아오시 경만으로도 충분하지.”
“에이, 뭔 소리. 걔 가면 마이너스인데. 딴 것도 아니고 암살인데, 베릭이 퍽이나 잘하겠다.”
“…그런가?”
마법사들이 베릭의 값어치에 대해 떠드는 동안, 진은 트웰러와 시아오시에게 직접 명령했다.
“칼라마트로 들어가서 왕당파 간부들의 신상을 모두 파악해두고, 잠입 경로와 일정 등은 성 내부 파악이 끝나는 대로 세워서 보고하라.”
“예,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도 슬슬 이동할 준비를 하지.”
스윽.
시아오시는 황제의 천막을 나와 본대 야영지로 향했다. 왕당파에 일러둔 시각을 맞추려면 바리엘 진영도 슬슬 움직여야 했다.
찌르르- 찌르르-
귀뚜라미 울음이 요란한 가운데, 시아오시는 빠른 걸음으로 야영지를 가로질렀다. 그러던 중, 말소리를 들었다.
“뭐라고요? 카일라 영애가요?”
천막과 천막 사이로, 보급품 담당관과 마주한 클로이가 보였다. 처음 바리엘을 떠나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추레한 모습이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상대와 무언가를 심각히 의논했다.
“쉿! 너무 큰 소리 내지 마십시오. 저도 전해 들은 것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더군요.”
“세상에나, 어쩌다가요?”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시간을 좀 두고서 더 알아보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러면 일단 카일라 영애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건 사실인 거죠?”
“네네. 그건 확실합니다.”
황후 자리를 노리고 있던 카일라가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클로이는 과연 그 희생이 공로로 인정될지 안 될지가 참으로 궁금했다. 황제가 이르지 않았나? 전쟁에 함께 나가 공로를 세우는 자에게 황후 자격을 주겠노라고.
까득.
클로이는 대충 묶어 올린 머리칼을 헝클어트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덧 도시를 두 개나 거쳐왔는데 클로이 자신은 한 게 없었다. 그런데 카일라는?
“젠장.”
이대로 가만히 보급품이나 지키며 있다간 안 될 것 같았다. 클로이는 잇새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이내 몸을 돌려 천막 사이로 사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