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651
제651화. 존재해서는 안 될
“마르틴 장관님!”
“확인했다.”
마르틴은 급하게 달려오는 부하에게 자중하라는 듯 손짓했다. 저 멀리, 마법사의 숲 위쪽을 정찰하던 드래곤들이 금빛 그물에 의해 추락한 것이다.
흑갑옷 기사들도 함께하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파악하자면 다시 정찰병을 보내는 수밖에.
“흐음.”
하지만 다시 보냈다가 또 추락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턱수염을 살살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사들이 살던 숲인지라 혹여 무슨 이상 현상이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금빛 그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마르틴은 고민하더니, 몸을 돌려 다르시 부인의 마차로 다가갔다.
똑똑.
“부인. 잠시 괜찮으십니까?”
그의 부름에 다르시 부인이 커튼을 걷었다. 뜨개질을 하던 중이었는지, 널찍한 마차 내부 곳곳에 털실이 널브러져 있었다. 다르시 부인은 무슨 일인지 묻는 시선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왜 그러시죠? 마차가 꽤 오래 멈춘 것 같은데요.”
“마법사의 숲에서 이상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정찰 나간 드래곤들이 모두 추락했어요. 혹시 마법사들과 대화도 가능합니까?”
“대화요? 흠, 글쎄요.”
좀 더 정보를 전해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만. 다르시 부인은 어깨만 으쓱거렸다.
“어려운 일이라서요. 문제가 있다면 마법사의 숲을 비켜서 지나가면 될 일 아닐까요? 호호호.”
“그리되면 경로가 변경됩니다. 당장은 큰 차이 없어 보여도 히엘로까지 가는 거리가 한참 늘어나니 왕궁 보고가 필요해집니다.”
“흐음. 복잡스럽네요.”
그래서, 마법사의 의식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없다는 것인가?
마르틴이 마차 창문을 톡톡 두드리며 대답을 채근했지만, 부인은 생글생글 미소만 지은 채 침묵했다. 가능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그럴 생각 자체가 없는 듯 보였다.
“무슨 일인지는 직접 확인하면 되겠네요. 비토르를 보내보도록 하지요. 저와 시야가 연결되어 있으니, 혹여 문제가 있다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르틴은 마법사의 숲 쪽을 힐끔거렸다. 무슨 사달이 벌어지고 있는지, 거대한 숲 전체가 조금씩 떨리는 듯했다. 곳곳에서 날아오르는 새 떼와 어딘가 흔들리는 능선이 그 증거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섰다.
“알겠습니다. 우선은 그렇게 하지요. 다만, 원인을 알기 전까지 드래곤을 또 보낼 수는 없습니다.”
“좋으실 대로. 저래 보여도 비토르는 마법사 아닙니까. 서둘러 다녀오라고 하면 알아서 잘 날아갔다 올 것입니다. 잠시만요. 여기 좀 정리하고 나설게요.”
다르시 부인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자, 마르틴은 탐탁지 않은 낯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보아도 속내가 음흉한 자였다. 겉으로는 동맹을 맺어 협조하는 듯 보여도, 실상 자신의 패는 하나도 보여주지 않은 채 주도권만 잡으려 들지 않는가.
‘괜찮을까.’
마르틴은 궐련을 꺼내 물었다. 왕께서 지시하신 사안이니 따르는 것 외 방도가 없는 게 답답할 지경.
그가 막 불을 붙이려는 순간이었다.
구구궁-
원인 모를 진동이 대지를 흔들었다. 지진인가 싶었지만, 뭔가 조금 다르다.
마르틴은 급히 망원경을 들었고, 이내 확신했다. 거대한 회색 연기가 숲 상공을 한가득 뒤덮은 게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마법사의 숲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누구지? 혹시 숲에 숨어 살던 마법사가 있었나?
아니지. 그렇다고 해도 드래곤과 흑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를 공격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조용히 몸을 숨기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지. 저들을 공격한다는 건, 대척점에 있는 존재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바리엘 쪽?’
바리엘의 마법사가 바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면 아까의 금빛 그물도 납득이 된다. 마법의 한 종류, 뭐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히엘로령은 불탔으며, 바리엘의 마법사 대부분은 칼라마트에 있다. 그 짧은 사이 거기까지 연락이 닿았을 리는 만무했다.
마르틴은 손끝으로 궐련을 탁탁 튕겨대며 연신 마법사의 숲을 주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장교들과 병사들 또한 잔뜩 긴장한 채 무성한 숲 쪽으로 고개를 고정했다.
“크으으…….”
“오호홋. 저 나왔습니다아. 잠시만요. 비켜주세요. 냄새가 좀 심해지네요.”
“장관님. 비, 비토르 마법사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토르가 비척비척 걸으며 앞으로 나섰다. 훅 올라오는 역겨운 냄새에 다들 코를 막으며 물러났다. 괴사가 점점 심해지는 듯했다.
다르시 부인은 손가락에 연결된 인형을 이리저리 움직였고, 그에 따라 비토르가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갔다.
투욱. 툭.
힘이라곤 하나 없는 걸음이다. 저래서 어느 세월에 가려나, 마르틴이 인상을 찌푸리는 순간. 그의 걸음에 조금씩 가속이 붙더니, 이내 힘차게 날아올라 마법사의 숲을 향해 비행했다.
“크흑.”
그가 남기고 간 악취가 상당했다. 저래서 되려나? 솔직한 말로는 그냥 살아 있는 시체 같은데?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사지가 똑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다르시 부인은 눈을 감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자자, 다들 조용히 해주세요옹. 제가 가서 뭐가 있는지 보겠습니다.”
제3의 시각으로 보이는 주위 풍경. 희미했지만, 금방 울창한 녹색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비토르가 숲에 무사히 진입한 것이다.
그녀는 드래곤이 추락한 곳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깊은 숲속으로 비토르를 안내했고, 이내 루스웨나 마법사들이 살았던 마을을 발견했다.
“어머?”
“왜 그러십니까, 다르시 부인. 뭐가 보이십니까?”
“누가 있네요. 네네. 숲속에 누가 있어요. 꼬마 아이 한 명이랑 우락부락한 사내 한 명. 나무줄기마다 얽혀 있는 금색 그물도 보이고요. 세상에. 드래곤이랑 흑갑옷이 모두-”
다르시 부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멈칫거렸다. 혼절하여 쓰러져 있는 드래곤과 여기저기 흩어진 흑갑옷 파편들. 이것들의 주인으로 보이는 기사들은 구겨진 채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르시 부인이 언급했던 두 사람, 우락부락 사내와 꼬마 아이는 갑자기 나타난 비토르를 발견하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안 히엘로?”
“뭐라고요?”
“마법부 장관 같은데, 흐음.”
“말도 안 됩니다. 그자는 지금 칼라마트에 있어요. 여기 있을 수 없는 자란 말입니다.”
“있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될 자겠죠. 루스웨나의 진격을 위해서. 그런데 어째요?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이안 히엘로인데.”
다르시 부인이 처음 듣는 진중한 투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끝을 가볍게 까딱거렸다. 비토르가 터벅터벅 걸어, 두 사람에게 달려들도록.
* * *
“하아, 하아…….”
베릭은 턱을 스윽 닦은 채 이안을 돌아봤다. 방금 순간적으로 터진 마력 폭발이 상당했는데, 이안은 호흡도 흐트러지지도 않은 채 꼿꼿이 서 있었다.
이거 정말 불공평한 것 아닌가? 하루 종일 훈련장에서 구르는 자신은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못 먹고, 못 자고, 매일 앉아서 일만 하는 샌님이 멀쩡한 게?
베릭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이안이 너 뭐여? 어떻게 했어?”
“무엇이?”
“마력 개 터졌는데 왜 멀쩡하냐고.”
바보 같은 베릭. 당연히 마력과 이드갈을 분배해 썼으니까 그렇지.
처음 상대에게 접근하면서 길을 터놓고, 파고들 때는 이드갈로 변환하여 최대한 마력을 아끼는 전략이었다. 두 사람이 상대할 적은 루스웨나 그 자체였으니까. 아코렐라의 도움도 없는 지금, 평정심을 유지하며 힘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내 상대는 루스웨나의 마법사가 주가 될 터이니.’
무어라 말하려던 이안이 귀찮다며 고개를 휙 돌리자, 베릭이 왁왁거리며 달려들었다.
“왜 대답 안 해?! 말해보라고!”
“네가 훈련을 게을리해서 그렇지.”
“참나. 친위대 중에서 나보다 배에 구멍 많이 난 새끼 없거든? 거기서 나처럼 목숨 걸고 하는 애 없다!”
이안은 대꾸하지 않은 채 두 손 위로 마력을 생성해냈다. 아직 숨 붙은 드래곤과 흑갑옷 기사가 남아 있었으니까.
“드래곤은 이드갈로 일단 잡아두지. 일단 흑갑옷부터.”
“오케이. 그래도 일격에 저 새끼들 대가리에 금 냈다. 확실히 예전보다 단단하긴 한데, 우리도 만만치 않아. 그치?”
베릭이 콧물을 슥 닦으며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상대가 강해진 만큼 자신도 강해진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 정신 차린 흑갑옷 기사들이 검을 빼 들고는 비척거리며 다가왔다. 검을 쥔 자세가 꽤 그럴듯했다. 이안은 눈썹을 까딱거리며 베릭에게 일렀다.
“베릭. 갑옷 안에 기사 있다.”
“어중이떠중이 시대는 갔다, 이거구만!”
“조심해. 하나씩 차근차근.”
“문제없지-!”
촤아아악!
베릭이 있는 힘껏 도약해 날아들자, 흑갑옷 무리는 경계하며 몸을 낮추었다. 이에 이안은 대지에 손을 가져다 대어 이드갈을 생성해냈다.
흑갑옷 기사들이 짜증스럽게 외쳤다.
“…젠장! 또!”
“조심해! 흑갑옷에 좋지 않아.”
“괜찮아. 몇 번 때리면 깨져!”
이드갈은 그들의 발과 다리를 꽁꽁 얼리듯 타고 올라갔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드갈은 몇 번의 움직임만으로 우드득 부서지며 파훼되었다.
이안은 그럴 줄 알았다며, 바로 오른쪽 검지와 중지를 모아 원형 마법진을 그려냈다.
촤아악!
「만엽(萬葉)」.
이안의 뒤편으로 거대한 고목이 솟구치며 곳곳에서 굵직한 나무줄기가 기어올랐다. 세계수가 아니라, 인근의 나무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흑갑옷 기사들의 팔과 다리를 단단히 결박했고, 이안은 마력을 끝없이 쏟아냈다. 이드갈과 달리, 쉽게 끊어내지 못하게끔.
“간다아앗!”
그와 동시에 공중에 떠 있던 베릭이 검을 놓았다. 마력검은 순식간에 분해되어 사라졌고, 그는 곧장 품에서 아주 작은 무언가를 꺼냈다.
하늘을 올려다본 기사들이 의아하여 멈칫거렸다. 저게 뭐지? 거의 손바닥만 한 크기의…….
‘망치?’
까아앙!
데라족의 망치였다. 베릭은 있는 힘껏 망치를 휘둘렀고, 정확하게 흑갑옷의 투구를 맞혔다.
“대가리!”
까앙!
“한 번 더, 대가리!”
참으로 익살스러운 기합과 함께 말이다. 요란하지만 타격감은 확실한지라, 이안도 무어라 하지 못한 채 베릭의 독주를 가만 지켜봤다.
그렇게 몇 번 휘두르니 투구들이 설탕 조각처럼 깨져버려 단 하나도 남아나질 않았다.
“대가리이!”
기사들의 머리가 훤히 드러나자, 다시 마력검을 빼 든 베릭. 생각보다 수월하게 흑갑옷을 처리하자 의기양양해진 그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서 껄껄 웃었다.
“이안아, 우리 여기서 잠복한 다음 오는 놈들만 잡아 쳐 죽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런 작전도 은근히 재밌네.”
“벌써 드래곤 정찰이 두 번이나 실패했으니 이제는 저쪽에서도 다른 반응을 보일 거다. 뭐, 지켜보고서 대응하는 것도 나쁘지는…….”
이안은 쓰러진 기사들을 내려다보다 돌연 뒤를 돌아봤다. 낯선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뭐랄까. 일반적인 기운이라 하기에는 무언가 무겁고, 끈적한 공기.
베릭도 인지했는지, 망치를 품에 스윽 넣으며 이안과 시선을 합쳤다.
“어라. 저기-”
저벅저벅. 술에 취한 것처럼 휘청이며 걸어오는 한 남자. 옷은 고급이지만, 겉으로 흐르는 진액을 보니 상태가 엉망이다. 이안과 베릭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우엑. 이안아, 저거 뭐냐.”
“…옷차림은 루스웨나 마법사인데.”
“설마. 마물 아니고? 아니다. 마물 아닌 것 같다. 입맛이 안 돌아. 우에엑.”
루스웨나 마법사 중 저런 상태로 변모한 자가 누굴까.
답은 쉽고 빤했다. 금기의 마법을 쓴 자. 어찌하여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안은 그리 확신했다.
“네놈인가, 히엘로에 왔던 것이.”
“…….”
스윽.
놈은 한 번 멈췄다가 두어 걸음 걷고, 또다시 멈추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정상이 아니다. 마치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묻지. 네놈인가?”
지이잉! 지잉!
이안은 자세를 낮춘 채 마력을 모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그르렁, 끔찍한 소리를 내뱉으며 달려드는 남자.
이안은 못다 한 물음을 마저 내뱉었다.
“…내 가족을 죽인 것이?”
오